전통 근대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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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임형택 외
출판사항인물과사상사, 발행일:2010/10/21
형태사항p.318 A5판:21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59061624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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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전통이란 대체 무엇이며 무엇을 문제 삼아야 하는가. 현재의 필요에 의해 호출된 전통의 탄생부터 새로운 권력 이데올로기로 자리 잡은 과정에 대한 분석과 성찰. 임형택, 고미숙, 박노자 등 인문학자 8인의 의미 있는 학설과 구상을 담은 전통 해체 분석서.

만들어진 전통을 넘어서 전통의 정체성을 바로잡기 위한 시도
에릭 홉스봄이 유럽의 ‘오랜 전통’에 의구심을 품어 ‘만들어진 전통’을 비판하고 ‘국민국가’의 권위와 특권을 규명한 이래 전통을 수용하고 해석하는 시각에도 다양한 변화가 있어왔다. 전통, 근대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권력 또한 그 연장선상에서 ‘한국의 만들어진 전통’을 다양한 분야(왕인?장보고, 역사학, 성풍속, 미술, 연극, 백의민족론, 한국미론 등)에서 다각도로 해체, 재정의 및 성찰하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시도로 보인다.
내용을 일별해보자. 우리 고유의 미색을 한껏 자랑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의복인 한복에 대한 비판이 매섭다. “한복이 더 이상 일용할 복장이 되지 않거나 못하는 오늘날의 습속에 비추어볼 때, 자랑스러운 전통문화로 그것을 손꼽는 태도”(157p)를 나무란다. 민족주의 사관의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단재 신채호는 우리 민족을 커다란 하나의 가족으로 상정하고 단군을 그 대가족의 가장으로 보는 등 ‘한국사’를 민족과 국수라는 관점으로 해석해냈다. 그러나 박노자는 신채호의 이러한 국수 사상은 양계초(량치차오) 등 청나라 계몽주의자들을 통해 일본의 정교사(政敎社)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한다. “진무천황을 ‘황실?민족의 조상’으로 설정한 일본 관학의 태도는 중국 민족주의자들의 ‘황제 자손론’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한편, 결국 양계초 등을 매개로 하여 신채호의 ‘단군론’으로 이어졌”던 것이다.(116p) 또한 한국미의 특질이 무엇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한(恨)’의 정서를 유입한 것으로 잘 알려진 야나기 무네요시부터 최초의 근대 미술사학자 고유섭, 한국회화사의 시기 구분을 시도한 오세창 등을 살펴보고, ''춘향전''의 일본어 공연과, ''견우직녀'' 등 전통 소재 활용 악극이 조선 고유 전통을 계승하는 한편, 일종의 군수품으로 국민적 오락을 제공하는 일제의 헤게모니 전략에 부응했다는 점을 지적하는 등 서구 중심과 일본 주도의 근대화 과정에서 태어난 전통 담론의 성격을 정리함으로써 근대와 전통의 관계를 규명하고 그 한계를 명확히 한다.
이 책은 그동안 상찬과 예찬 일변도로 달려온 전통 담론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우리가 계승 발전시켜야 할 전통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자며 호소한다. 잘못된 담론의 가장 큰 폐해가 “전통 담론이 지배 권력의 이데올로기로 복무하는 것”임을 지적하며 “이러한 왜곡과 은폐의 무한증식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기획 의도를 분명히 밝히면서, 전통이란 “근대가 만든 또 하나의 권력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영원불변하는 실체로서의 전통이란 형이상학적 관념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파악하고자 하였”(7p)다고 역설한다.

분야별 논의의 내용과 전개과정

1장 한국 근대가 세운 전통 표상 -왕인과 장보고 : 임형택
고대 백제시대에 천자문 1권과 논어 10권을 가지고 한반도에서 일본 열도로 건너간 왕인박사는 1600여 년 동안 묻혀 있다가 근대에 와서 ‘문화의 전파자’로 화려하게 부활해서 고대 한일 문화 교류의 상징으로 교과서에 실리고 전남 영암군의 지역 축제로 기려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신라말 영암 출신 고승 도선국사의 탄생신화를 왕인의 탄생신화로 대체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필자는 여기서 왕인의 존재를 내세우는 한국인의 의식 저변에 일본에 대한 문화적 우월의식이 깔려 있으며, ‘열등의식의 보상 심리’가 작동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2장 임꺽정에서 드러난 조선의 성풍속담론 : 고미숙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에는 역사책이나 보통 이야기책에서 도통 보기 어려운 은밀한 성풍속들이 다채롭게 담겨 있다. 남자를 보쌈하는 풍속이 나오는가 하면, 기생 황진이가 선비 심의를 희롱하기도 하고, 한번 복수심을 품으면 어떤 어려움도 뚫어내는 여성들이 여럿 등장한다. 또한 양반 출신 사위를 억척 장모가 휘어잡기도 하고, 열녀로 추증된 인물이 화적패 대장과 정염을 불태우기도 한다. 근대 이후에야 억압과 금지의 사슬이 풀리면서 성의 자유, 여성의 평등권을 누리게 되었다는 억압가설이 틀렸음을 임꺽정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3장 1900년대 초반 신채호의 민족, 국수 개념의 계보와 지역적 맥락 : 박노자
신채호는 민족과 국수, 민족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으며, 이 같은 민족, 국수, 한민족사 만들기는, 동아시아 지역 전체로 봐서는 어떤 사상적 흐름의 맥락에서 이루어��던 것일까? 단재는 ‘피의 공동체’의 유지 및 지속, 강화의 수단으로 본 국수(즉, 전통)를 통해 식민지화라는 정치적 위기 상황을 헤쳐나갈 힘을 얻고자 했다. 자신을 이 대가족의 족보인 민족사를 쓰는 책임자로 자리매김하여 독사신론 등을 써냈던 것이다. 그런데 단재의 이런 사상은 중국의 민족주의자를 거쳐 메이지시대의 일본 정교사(政敎社)에서 뻗어나온 것이었다.

4장 한국 전통미술의 재발견 -1960~70년대를 중심으로 : 조인수
전통부정론이 범람하던 1950~60년대를 지나친 후 1970년대에 양식사 연구를 통해 한국 전통미술이 재발견되었다. 즉, 중국이나 일본과 비교하여 한국미술의 특성을 시각적으로 확인하게 해주었고 식민사관의 허구성을 밝히는 데 커다란 공헌을 했던 것이다. 이런 미술사학계의 흐름은 박정희 정권의 통치 이념, 문화정책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국가주의 이데올로기가 극성을 부린 이 시기의 문화정책은 정권유지와 대중동원을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었으며, 정권의 정통성과 정부의 업적을 홍보하고 교육시키는 중요한 수단”이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5장 전통과 담론 : 진경환
우리가 상찬하고 있는 한복은 과연 누가 입던 옷이며, 유교 예절이라는 것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도덕률인가? 지금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한복은 조선시대 최상류층의 일부 집단이 향유했던 의복이며, 또 자녀에게 효도를, 여성에게 정절을 강요하여 그들을 가족이라는 절대적인 전체의 일원으로 만드는 유교 예절은 성리학이라는 조선시대 지배계급 이데올로기의 구조이지 않은가. 전통 담론에 대한 총론으로 채워진 이 장은 전통 담론의 구성에 개입한 장치들을 파악하고 거기에 깃든 열등감을 극복할 것을 요청하며, 보다 진전된 전통론을 위해 서발턴(subaltern)의 관점을 도입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6장 전통 담론 구성의 역사 (심포지엄 토론문)
제1회 심포지엄 토론문으로, 이 학술대회에서 나온 모든 논의가 언급되어 있다. 전통 담론의 이데올로기적 단점을 인정하더라도, 의미 있는 전통마저 저버린다면 전통 허무주의에 이르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있었으며, 전통미술 연구가 민족주의적 시각에 기초하고 있음을 비판하며 국가에 종속된 민족주의를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한 근대에 와서 형성된 조선시대의 유약해 뵈는 전통이 모더니티에 의해 짜여진 전통임을 밝히면서 이제 삶의 현장에 개입한 담론을 생산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똑같이 근대 초기의 미아 같은 존재였던 양계초와 신채호가 신(新)유학자와 아나키스트라는 각기 다른 근대적 대안을 모색하게 되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동국여지승람 영암군 조에 실린 김극기의 장편시가 왕인의 영암 출생설의 전거가 될 수도 있다는 새로운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7장 1940년대 전반기 한국연극사의 전통 담론 -악극을 중심으로 : 백현미
1940년대에 연극이 ‘군수품’이 되어 조선인을 일본제국의 국민으로 또 군수물자의 조달자로 육성하는 효과적인 무기가 되었음에 주목하고 있다. 조선인의 흥미를 유발시켜 선전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적 특수성, 즉 지방색을 포함시키는 것이 불가피했다. 조선인의 황국신민화와 내선일체의 가속화를 위해 문화예술의 각 부분이 국책 선전의 도구로서 여겨졌고, 그 국책 선전의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조선의 풍속과 전통 또한 무시될 수 없었던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8장 소백색 한복의 정체성과 근대의 백색담론 : 최공호
백의민족설이 학문적 토대를 갖추었는지 의문을 던지며 그 담론이 어느 시기에 어떤 경로로 형성, 유포되었는지 파악하고자 하였다. 중국 고대 문헌이나 15세기 명나라 사신 등웨, 개화기의 에른스트 오페르트 등 관찰자에게는 조선의 흰옷이 인상 깊었으나 조선왕조실록과 조선시대 문헌에서는 흰옷 통제 시도가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그 현실을 묵인하는 관행이 드러난다. 최남선의 태양신 숭배론에 기반한 백의민족설이 6~70년대 국학 붐을 타고 확대재생산되어 고정관념으로 굳어졌으며, 전통사회의 흰옷이 순백색이 아니라 소백색이었음을 주장한다.

9장 한국미술사 연구와 특질론의 태동 -1930년대의 한국미술 특질론 : 홍선표
한국미술의 특질에 대한 일제강점기 당시의 논의는 미술을 국가와 민족의 차원에서 구축하여 한국주의 미술의 원류를 이룬 의의가 있다. 동시에 서구 근대문명이 초래한 위기의식과 함께 객관주의적 근대에 대한 초극의식과 결부되어 대두된 동양담론은, 1930년대에 조선문화 또는 민족문화의 갱생, 부흥, 창조를 주요 화두로 부각시키면서 ‘조선적’인 미술의 특질에 대한 담론을 생산하게 된다. 이는 민족적 동질성 또는 정체성 논의의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지만, 식민지 본국 일본의 제국주의 욕망에 편승하여 ‘공모’한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 작가 소개

저자 : 임형택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에서 수학하고 성균관대학교 한문교육과의 교수로 부임, 2009년 정년을 맞았다. 한국고전문학연구회와 한국한문학연구회의 회장을 역임하였고 대동문화연구원과 동아시아학술원의 책임을 맡아 한국학 진흥과 동아시아학 수립을 위해 노력하였다. 저서로 ''문명의식과 실학'', ''한국문학사의 시각'', ''실사구시의 한국학'', ''우리 고전을 찾아서'' 등이 있고, 편역서로는 ''이조한문단편집'', ''이조시대 서사시'', ''역주 매천야록'' 등이 있다.

저자 : 박노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 동방학부를 졸업하고 모스크바 국립대학교에서 고대 한국의 가야사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대학에서 한국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에 대한 객관적인 역사관을 세우고자 노력하고 있다. 저서로 ''나를 배반한 역사'', ''나는 폭력의 세기를 고발한다: 박노자의 한국적 근대 만들기'', ''길들이기와 편가르기를 넘어: 한국 근대 100년을 말하다'', ''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 등이 있다.

저자 : 고미숙
1960년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에서 고전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대중에 고전문학과 인문학을 알리는 고전평론가이다.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공부의 달인 호모쿵푸스'',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 리그의 향연'' 등의 대중적인 저서를 썼으며, 근대성에 관련하여 ''한국의 근대성, 그 기원을 찾아서'', ''나비와 전사: 근대와 18세기, 그리고 탈근대의 우발적 마주침'' 등을 써냈다.

저자 : 조인수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캔사스대학에서 미술사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로 재직 중이면서,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한국미술사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조선시대 회화사 및 명대 회화사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도교 미술, 유교 미술을 시각문화와 물질문화의 관점에서 폭넓게 살펴보는 중이다. 저서로는 ''위대한 얼굴''(공저), ''그림에게 물은 사대부의 생활과 풍류''(공저) 등이 있다.

저자 : 진경환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논문 ?창선감의록의 작품구조와 소설사적 위상?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전통문화학교 전통교양교육원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전통문화연구소 소장을 겸하고 있다. 주된 관심은 한국고전이며, 근래에는 전통담론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저서로 ''고전의 타작: 소설과 문학사의 몇 국면'', ''이야기의 세계 1'' 등이 있고, 공저로는 ''우리 고전문학을 찾아서'' 등이 있으며, ''서울?세시?한시''를 옮겼다.

저자 : 백현미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희곡 전공으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재직 중이다. 객석 예술평론가상과 노정 김재철 학술상을 수상하였다. 전통과의 관계 속에서 한국 근현대 연극사를 살피는 연구와 희곡 읽기 방법론 모색에 애쓰고 있다. 저서로 ''한국창극사연구'', ''한국 희곡의 지평'', ''한국연극사와 전통 담론'', ''이원경: 한국근현대예술사 구술채록연구 시리즈 19'' 등이 있고 ''현대 이론과 연극''을 우리말로 옮겼다.

저자 : 최공호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 근대공예사 연구로 석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마사박물관장을 거쳐 현재 한국전통문화학교 전통미술공예학과에서 미술사와 공예사를 가르치고 있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총감독과 뉴욕 유엔본부 한국전통공예특별전 전시감독을 역임하고, 현재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과 충남도 문화재위원, 한국미술사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한국 현대 공예사의 이해'', ''산업과 예술의 기로에서: 한국 근대 공예사론'' 등이 있고, 공저로는 ''이미지가 산다''가 있다.

저자 : 홍선표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한국회화사를 전공하고 규슈대학 대학원 미학미술사학과에서 ''근세 한일회화교류사 연구''로 문학박사를 취득했다. 일본 문부성 일본국제문화연구센터 특별 초빙연구원, 문화재위원, 국립현대미술관 운영위원, 한국근대미술사학회 회장, 한국미술사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교수, 성강문화재단 한국미술연구소 소장, ''미술사논단'' 편집인이다. 저서로 ''조선시대 회화사론'', ''고대 동아시아의 말그림'', ''한국의 전통 회화'', ''한국 근대미술사 : 갑오개혁에서 해방 시기까지''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발간에 앞서
기획의 변

1장. 한국 근대가 세운 전통 표상 ―왕인과 장보고
2장. 『임꺽정』에서 드러난 조선의 성풍속담론
3장. 1900년대 초반 신채호의 민족, 국수 개념의 계보와 지역적 맥락
4장. 한국 전통미술의 재발견 ―1960~70년대를 중심으로
5장. 전통과 담론
6장. 전통 담론 구성의 역사
7장. 1940년대 전반기 한국연극사의 전통 담론 ―악극을 중심으로
8장. 소백색 한복의 정체성과 근대의 백색담론
9장. 한국미술사 연구과 특질론의 태동 ―1930년대의 한국미술 특질론

참고문헌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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