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교과서의 비밀, 미국사의 진실
역사 팩션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과거를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도 꾸준히 생산·향유되는 현실과 달리 학교에서 역사를 선택해서 공부하려는 학생들은 극소수다. 이런 상황을 만든 가장 큰 문제는 역사 수업의 핵심인 ‘교과서’에 있다. 역사 교과서는 재미없고 지루하다. 수백 쪽에 달하는 역사 교과서를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암기 사항’만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온다. 한 언론사 기사의 제목처럼 ‘대하소설광도 졸게 만드는 교과서’를안겨주고서, 어떻게 (국사를 포함한) 역사 과목을 선택하지 않은 학생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흥미롭게도 ‘지루한 역사 교과서’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 최강국이라고 자부하는 나라, 세계 대학평가 상위권 대학이 수십 곳에 달해 우수한 교육 인프라를 자랑하는 나라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이 책은 ‘왜 역사를 지루해 하는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한 사회학자가 자국의 교과서 18종을 대조하고 분석한 결과물이자, 자국 역사 교육에 대한 통렬한 비평서이다.
저자는 암기만을 강요하는 교과서 때문에 학생들이 역사에서 멀어진다고 말한다. 미국의 역사 교과서는, 국가가 원하는 ‘시민’을 ‘찍어내기’ 위해 그릇된 서술을 채워 넣은 저자·연구자와 정부, 공인 교과서 선정을 위한 출판사의 찬동, 골치 아픈 일은 피하려는 역사 교사의 묵인이 합쳐진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좁게는 미국의 역사 교과서에 서술된 내용을 하나씩 따짐으로써 역사의 진위를 가려낸 ‘미국사 바로 알기’로 읽을 수 있고, 넓게는 그 교과서 서술 뒤에 숨겨진 의미와 목적을 파헤침으로써 교과서와 교육 문제를 전면에서 다룬 비평서로 읽을 수 있다. 한마디로 교과서의 비밀을 밝혀 역사의 진실을 찾고, 그를 통해 참된 역사 교육이란 무엇인지 모색한 책이다.자칫 미국의 역사 교과서를 대상으로 하는 이 책을 미국사 관련서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교과서·교육에 대한 분석과 비평을 그대로 우리나라에 옮겨온다면, 우리는 우리 역사의 진실을 어떻게 찾고, 그 진실을어떻게 가르칠지 자성하게 만들어주기에 충분하다.그래서 다분히 도발적인 제목 ‘선생님이 가르쳐준 거짓말’은 두 가지 의미로 다가온다. 첫째는 진실하지 못한 교과서이기에 선생님이 가르친 것은 거짓말이라는 것이고, 둘째는 교과서의 거짓을 알고 그것과는 다르게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은 무엇이 거짓말인지 알려주었다는 것이다. 역사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역사의부흥기이자, 한편에서는 역사 교육의 위기를 논하는 요즘, 지금 세대에게 어떤 ‘거짓말’을 가르칠 것인가. 이 책은 역사와 역사 교육에 관심 있는 이에게 고민과 모색을 위한 동반자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리라 본다.
한 비판적 지식인이 고발한 ‘미국사 바로 알기’
교과서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기술한 ‘정사’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또 그렇게 굳어 있다. 곧 미국의 역사 교과서가 잘못됐다는 것은 미국인이 잘못된 역사를 진실이라고 알고 있음을 뜻한다. 저자는 교과서의 재미없는 서술 방식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교과서 내용의 잘잘못을 조목조목 비판한다. 우리 식으로풀면 ‘미국사 바로 알기’와 다름없다. 몇 가지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우리가 아는 헬렌 켈러는 설리번 선생의 헌신적 도움에 힘입어 극심한 장애를 딛고 일어선 인간 승리의 아이콘이다. 사실 헬렌 켈러는 성인이 된 이후, 급진적 사회주의자로서 살면서 노동운동과 장애인 권익 개선을 위한 삶을 살았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교과서가 헬렌 켈러에게서 필요한 이미지는자립과 노력, 그것뿐이기 때문이다. 개인은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도덕적 가치의 일부만 남겨서 강조하고나머지 이야기를 빼버린 것이다. 또 교과서에서는 인디언 문제도 잔뜩 일그러뜨린다. 그저 ‘원주민 문화’로서 인정할 뿐, 문화접변의 가능성은 무시해버린다. 특히 지성과 관련된 측면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 미국이 유럽뿐 아니라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면, 정복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삽입한 ‘원시성’이라는 전제를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련 내용도 빼놓을 수 없다. 교과서에는 정부의 실수나 잘못에 관한 내용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정부는 현명하고 올바른 일만 하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제대로 된 시민은 정부의 지도를 잘 따른다는 도덕을 만들어낸다. 해방 후 노예 문제나 베트남 전쟁 반대자 무시 같은 과오는 감춰버리는 식으로 정부의 불법적 행위를 무시한다. 결국 이런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정부가 알아서 다 잘하는데 괜한 행동은 방해가 될 뿐이라는 수동적 자세만 취하며 자라나게 된다. 이렇듯 저자의 잘못된 미국사에 대한 지적은 내용에서 더 나아가 역사를 대하는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교과서란 무엇인가?’―교과서의 존재에 던지는 근원적 질문
저자가 교과서의 역사 서술에 대한 잘잘못을 가려낸 근본적 이유는 교과서의 역할과 힘을 잘 알기 때문이다.
역사 교과서는 단순히 역사 교육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대다수 성인의 역사 학습이 정규 교육과 동시에 끝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교과서는 국가 구성원의 역사 의식은 물론 가치관과 세계관까지 결정지을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래서 구성과 서술에 교육 외의 또 다른 목적이 개입되어 왜곡하고 비트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교과서를 어떠한 자세로 대해야 할 것인가? 가르치고 보여주는 대로 흡수해야 할까? 무조건적으로 비난의 칼날을 들이대야 할까? 역사에는 정답이 없다고 했다. 저자 또한 자신이 제시한 사실들이총체적 진실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수용의 대상이 아닌 학습의 방편으로 삼으라는 것, 그것이 저자가 교과서에 대해 내린 정의일 것이다.
주입되는 역사를 넘어 ‘탐구하는 역사’를 향하여
교과서를 통해 만나는 역사에는 학생들이 개입할 틈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역사는 증거와 논거에 바탕을 둔 격렬한 토론에서 그 힘과 매력이 생겨난다. 교과서는 역사 또는 역사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을 스스로 버린 것이다. 게다가 교과서의 역사는 끝없는 인과관계로 점철된 사실의 나열로 가득하다. 당파성을 피하기 위해 밋밋한 서술을 택했기 때문이다.저자는 묻어버린 논쟁점들을 다시 표면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 논쟁의 현장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학생들이 뛰어들도록 교사가 도와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베트남 전쟁을 생각해보자. 미국에는 아직도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거나 반전 운동을 벌였던 사람들이 생존해 있다. 교과서에 적힌 내용을 그저 암기하는 것과 실제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을 만나거나 조사한 후 의견 교환을 통해 지나간 전쟁에 대한 자기 의견을 만드는 것, 어느 쪽이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목적과 부합할까?
이 책은 말한다. 껄끄러운 문제는 껄끄럽게 다루고, 부끄러운 과거는 치부를 드러냄으로써 교육의 현장에서 문제와 부딪치며 탐구하는 역사를 만들어가라고. 국경을 초월해서 귀담아 들어야 할 역사 교육 방법이다.
[추천평]
이 책은 객관성이 최우선이어야 할 역사 교과서가 왜곡된 관점에서 집필되었고 암암리에 묵인까지 되어왔다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역사 교과서 내용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세세하고 구체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이론차원’을 넘어 ‘실제 차원’에서 치밀히 비판한 점이 돋보인다.
- 조한욱(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 작가 소개
저자 제임스 W. 로웬
1942년 생. 하버드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버몬트대학에서 20여 년간 인종 관계에 대한 강의를 했으며, 1997년부터는 미국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방문교수로 있다. 스미소니언협회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미국 역사 교과서들이 얼마나 부끄럽고 그릇된 내용으로 가득한지 조사했고, 이를 토대로 저술한 《선생님이 가르쳐준 거짓말(Lies My Teacher Told Me)》은 미국에서 100만 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지금도 왜곡 없는 진실한 미국 역사를 알리기 위한 강연, 연구, 집필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역자 남경태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한국의 대표적 인문학 전문 번역가이자 저술가이다. 1980년대에는 사회과학 고전들은 번역하는 데 주력했고, 1990년대부터는 인문학의 대중화에 관심을 두고 역사와 철학에 관한 책들을쓰거나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1840~1900》 《명화의 비밀》 《비잔티움 연대기》
《비트겐슈타인과 히틀러》 《다윈의 플롯》 《시간에 대한 거의 모든 것들》 《역사 글쓰기,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이 있다. 지은 책으로는 《개념어 사전》 《역사-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종횡무진 한국사》 《종횡무진 서양사》등이 있다.
▣ 주요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옮긴이의 글
개정판 서론 - 뭔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초판 서론 -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
Ⅰ. "가르치는 것만 알아라" : 교과서가 감춘 역사
1장. 역사가 만들어낸 장애 - 영웅 만들기의 과정
2장. 1493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진짜 의미
3장. 추수감사절의 진실
4장. 붉은 눈
Ⅱ. "보여주는 대로만 보아라" : 교과서 왜곡과 그 목적
5장.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미국 역사 교과서에서 실종된 인종주의 1
5장. 존 브라운과 에이브러햄 링컨 - 미국 역사 교과서에서 실종된 인종주의 2
7장. 기회의 나라
8장. 빅브라더를 보며 - 교과서에 비친 연방정부의 얼굴
9장. 악이 없는 나라 - 베트남 전쟁 외면하기
10장. 기억 상실 - 실종된 현대서
11장. 진보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제품입니다
Ⅲ. "즐거운 역사 여행을 위하여" : 역사 교육의 현실과 미래
12장. 왜 역사를 이렇게 가르치는가?
13장. 역사를 이렇게 가르친 결과는 무엇인가?
14장. 미래를 어떻게 할 것인가?
본문의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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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교과서의 비밀, 미국사의 진실
역사 팩션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과거를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도 꾸준히 생산·향유되는 현실과 달리 학교에서 역사를 선택해서 공부하려는 학생들은 극소수다. 이런 상황을 만든 가장 큰 문제는 역사 수업의 핵심인 ‘교과서’에 있다. 역사 교과서는 재미없고 지루하다. 수백 쪽에 달하는 역사 교과서를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암기 사항’만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온다. 한 언론사 기사의 제목처럼 ‘대하소설광도 졸게 만드는 교과서’를안겨주고서, 어떻게 (국사를 포함한) 역사 과목을 선택하지 않은 학생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흥미롭게도 ‘지루한 역사 교과서’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 최강국이라고 자부하는 나라, 세계 대학평가 상위권 대학이 수십 곳에 달해 우수한 교육 인프라를 자랑하는 나라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이 책은 ‘왜 역사를 지루해 하는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한 사회학자가 자국의 교과서 18종을 대조하고 분석한 결과물이자, 자국 역사 교육에 대한 통렬한 비평서이다.
저자는 암기만을 강요하는 교과서 때문에 학생들이 역사에서 멀어진다고 말한다. 미국의 역사 교과서는, 국가가 원하는 ‘시민’을 ‘찍어내기’ 위해 그릇된 서술을 채워 넣은 저자·연구자와 정부, 공인 교과서 선정을 위한 출판사의 찬동, 골치 아픈 일은 피하려는 역사 교사의 묵인이 합쳐진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좁게는 미국의 역사 교과서에 서술된 내용을 하나씩 따짐으로써 역사의 진위를 가려낸 ‘미국사 바로 알기’로 읽을 수 있고, 넓게는 그 교과서 서술 뒤에 숨겨진 의미와 목적을 파헤침으로써 교과서와 교육 문제를 전면에서 다룬 비평서로 읽을 수 있다. 한마디로 교과서의 비밀을 밝혀 역사의 진실을 찾고, 그를 통해 참된 역사 교육이란 무엇인지 모색한 책이다.자칫 미국의 역사 교과서를 대상으로 하는 이 책을 미국사 관련서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교과서·교육에 대한 분석과 비평을 그대로 우리나라에 옮겨온다면, 우리는 우리 역사의 진실을 어떻게 찾고, 그 진실을어떻게 가르칠지 자성하게 만들어주기에 충분하다.그래서 다분히 도발적인 제목 ‘선생님이 가르쳐준 거짓말’은 두 가지 의미로 다가온다. 첫째는 진실하지 못한 교과서이기에 선생님이 가르친 것은 거짓말이라는 것이고, 둘째는 교과서의 거짓을 알고 그것과는 다르게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은 무엇이 거짓말인지 알려주었다는 것이다. 역사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역사의부흥기이자, 한편에서는 역사 교육의 위기를 논하는 요즘, 지금 세대에게 어떤 ‘거짓말’을 가르칠 것인가. 이 책은 역사와 역사 교육에 관심 있는 이에게 고민과 모색을 위한 동반자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리라 본다.
한 비판적 지식인이 고발한 ‘미국사 바로 알기’
교과서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기술한 ‘정사’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또 그렇게 굳어 있다. 곧 미국의 역사 교과서가 잘못됐다는 것은 미국인이 잘못된 역사를 진실이라고 알고 있음을 뜻한다. 저자는 교과서의 재미없는 서술 방식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교과서 내용의 잘잘못을 조목조목 비판한다. 우리 식으로풀면 ‘미국사 바로 알기’와 다름없다. 몇 가지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우리가 아는 헬렌 켈러는 설리번 선생의 헌신적 도움에 힘입어 극심한 장애를 딛고 일어선 인간 승리의 아이콘이다. 사실 헬렌 켈러는 성인이 된 이후, 급진적 사회주의자로서 살면서 노동운동과 장애인 권익 개선을 위한 삶을 살았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교과서가 헬렌 켈러에게서 필요한 이미지는자립과 노력, 그것뿐이기 때문이다. 개인은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도덕적 가치의 일부만 남겨서 강조하고나머지 이야기를 빼버린 것이다. 또 교과서에서는 인디언 문제도 잔뜩 일그러뜨린다. 그저 ‘원주민 문화’로서 인정할 뿐, 문화접변의 가능성은 무시해버린다. 특히 지성과 관련된 측면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 미국이 유럽뿐 아니라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면, 정복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삽입한 ‘원시성’이라는 전제를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련 내용도 빼놓을 수 없다. 교과서에는 정부의 실수나 잘못에 관한 내용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정부는 현명하고 올바른 일만 하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제대로 된 시민은 정부의 지도를 잘 따른다는 도덕을 만들어낸다. 해방 후 노예 문제나 베트남 전쟁 반대자 무시 같은 과오는 감춰버리는 식으로 정부의 불법적 행위를 무시한다. 결국 이런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정부가 알아서 다 잘하는데 괜한 행동은 방해가 될 뿐이라는 수동적 자세만 취하며 자라나게 된다. 이렇듯 저자의 잘못된 미국사에 대한 지적은 내용에서 더 나아가 역사를 대하는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교과서란 무엇인가?’―교과서의 존재에 던지는 근원적 질문
저자가 교과서의 역사 서술에 대한 잘잘못을 가려낸 근본적 이유는 교과서의 역할과 힘을 잘 알기 때문이다.
역사 교과서는 단순히 역사 교육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대다수 성인의 역사 학습이 정규 교육과 동시에 끝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교과서는 국가 구성원의 역사 의식은 물론 가치관과 세계관까지 결정지을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래서 구성과 서술에 교육 외의 또 다른 목적이 개입되어 왜곡하고 비트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교과서를 어떠한 자세로 대해야 할 것인가? 가르치고 보여주는 대로 흡수해야 할까? 무조건적으로 비난의 칼날을 들이대야 할까? 역사에는 정답이 없다고 했다. 저자 또한 자신이 제시한 사실들이총체적 진실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수용의 대상이 아닌 학습의 방편으로 삼으라는 것, 그것이 저자가 교과서에 대해 내린 정의일 것이다.
주입되는 역사를 넘어 ‘탐구하는 역사’를 향하여
교과서를 통해 만나는 역사에는 학생들이 개입할 틈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역사는 증거와 논거에 바탕을 둔 격렬한 토론에서 그 힘과 매력이 생겨난다. 교과서는 역사 또는 역사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을 스스로 버린 것이다. 게다가 교과서의 역사는 끝없는 인과관계로 점철된 사실의 나열로 가득하다. 당파성을 피하기 위해 밋밋한 서술을 택했기 때문이다.저자는 묻어버린 논쟁점들을 다시 표면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 논쟁의 현장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학생들이 뛰어들도록 교사가 도와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베트남 전쟁을 생각해보자. 미국에는 아직도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거나 반전 운동을 벌였던 사람들이 생존해 있다. 교과서에 적힌 내용을 그저 암기하는 것과 실제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을 만나거나 조사한 후 의견 교환을 통해 지나간 전쟁에 대한 자기 의견을 만드는 것, 어느 쪽이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목적과 부합할까?
이 책은 말한다. 껄끄러운 문제는 껄끄럽게 다루고, 부끄러운 과거는 치부를 드러냄으로써 교육의 현장에서 문제와 부딪치며 탐구하는 역사를 만들어가라고. 국경을 초월해서 귀담아 들어야 할 역사 교육 방법이다.
[추천평]
이 책은 객관성이 최우선이어야 할 역사 교과서가 왜곡된 관점에서 집필되었고 암암리에 묵인까지 되어왔다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역사 교과서 내용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세세하고 구체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이론차원’을 넘어 ‘실제 차원’에서 치밀히 비판한 점이 돋보인다.
- 조한욱(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 작가 소개
저자 제임스 W. 로웬
1942년 생. 하버드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버몬트대학에서 20여 년간 인종 관계에 대한 강의를 했으며, 1997년부터는 미국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방문교수로 있다. 스미소니언협회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미국 역사 교과서들이 얼마나 부끄럽고 그릇된 내용으로 가득한지 조사했고, 이를 토대로 저술한 《선생님이 가르쳐준 거짓말(Lies My Teacher Told Me)》은 미국에서 100만 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지금도 왜곡 없는 진실한 미국 역사를 알리기 위한 강연, 연구, 집필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역자 남경태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한국의 대표적 인문학 전문 번역가이자 저술가이다. 1980년대에는 사회과학 고전들은 번역하는 데 주력했고, 1990년대부터는 인문학의 대중화에 관심을 두고 역사와 철학에 관한 책들을쓰거나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1840~1900》 《명화의 비밀》 《비잔티움 연대기》
《비트겐슈타인과 히틀러》 《다윈의 플롯》 《시간에 대한 거의 모든 것들》 《역사 글쓰기,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이 있다. 지은 책으로는 《개념어 사전》 《역사-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종횡무진 한국사》 《종횡무진 서양사》등이 있다.
▣ 주요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옮긴이의 글
개정판 서론 - 뭔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초판 서론 -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
Ⅰ. "가르치는 것만 알아라" : 교과서가 감춘 역사
1장. 역사가 만들어낸 장애 - 영웅 만들기의 과정
2장. 1493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진짜 의미
3장. 추수감사절의 진실
4장. 붉은 눈
Ⅱ. "보여주는 대로만 보아라" : 교과서 왜곡과 그 목적
5장.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미국 역사 교과서에서 실종된 인종주의 1
5장. 존 브라운과 에이브러햄 링컨 - 미국 역사 교과서에서 실종된 인종주의 2
7장. 기회의 나라
8장. 빅브라더를 보며 - 교과서에 비친 연방정부의 얼굴
9장. 악이 없는 나라 - 베트남 전쟁 외면하기
10장. 기억 상실 - 실종된 현대서
11장. 진보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제품입니다
Ⅲ. "즐거운 역사 여행을 위하여" : 역사 교육의 현실과 미래
12장. 왜 역사를 이렇게 가르치는가?
13장. 역사를 이렇게 가르친 결과는 무엇인가?
14장. 미래를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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