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조선인들은 비겁하지도
자기 운명에 무심하지도 않았다”
우리나라 독립운동가는 몇 명일까?
이 책은 어찌 보면 평범한 의문을 던지며 출발한다. 그러나 이 의문에 대한 답은 놀랍고 슬프고 벅차다. 그럴 수밖에 없다. 1905년 우리의 외교권을 빼앗긴 을사늑약 전후로 조선 인구 3천만 명 중 최소한 1백만 명이 알게 모르게 일제에 희생되거나 저항하거나 독립운동을 도왔다. 일제가 학살한 독립군이 수만 명, 각종 단체에 참가한 사람이 수만 명, 독립운동 자금을 후원한 사람도 수만 명이다. 이들만 합쳐도 10만 명을 훌쩍 넘으니, 일제에 비협조하거나 희생당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1백만 명이 넘고도 남을 것이다. 만주로 건너가 총칼 들고 싸운 사람들만 독립운동가가 아닌 것이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이 1백만이라는 숫자에 이 책이 말하려는 이야기, 전하고픈 메시지가 담겨 있다. 백여 년 전 이 땅에 닥친 비극에 맞서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이 스스로 몸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우리의 독립운동은 일부 지사志士들만의 돌출 행동이 아니었다. 비록 그 이름 하나하나를 다 일깨우지는 못하지만, 이 책은 역사에서 지워진 수십만의 희생과 헌신을 기록하려는 소박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기억하는 독립운동가는 몇 명?
사건과 인물 중심의, 가볍지만 알찬 내용으로 사랑받고 있는 ‘에피소드 역사’ 시리즈가 독립운동사로 돌아왔다. ‘포기를 모르는 레전드 평민 대장’ 신돌석으로 시작하여 1945년 일제 패망 직후 ‘건국준비위원회’로 끝나는 이 책은, 반세기 가까이 이어진 우리 독립운동사를 종횡무진 횡단하고 질주한다. 물론 장인환, 안중근, 유관순, 신채호, 여운형 등 우리가 익히 아는 우국지사들이 빠질 수 없다. 자살, 투척, 망명, 시위, 처형 등 당시 조선 사회를 뒤흔든 사건들도 다양한 각도로 정리되어 있다. 그러나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밝히듯, 해방과 분단이라는 특수한 정치 상황을 거치며 지워지거나 외면당한 민중의 투쟁, 좌파의 투쟁, 소외된 이들의 투쟁도 함께 담으려 했다. 독립운동 이야기가 풍부해질수록 역사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야 안중근-신채호-유관순-김구 정도로 요약되는 빈약한 독립운동가 명단에 남자현, 박상진, 정칠성, 정종명, 양세봉, 박재혁… 정도라도 더해서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조선인들은 비겁하지 않았다
한국사 시리즈로는 4번째, 세계사까지 포함하면 6번째 이 에피소드 시리즈 책을 통해 저자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이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정말 ‘운 좋게’ 일제의 패망으로 독립을 얻은 걸까? 우리 민족이 우매하여 식민지배와 분단에 고통 받다가 누구 덕에 이만큼 살게 된 걸까? 저자는 철 지난 민족주의나 국수주의를 주장하려 함이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독립운동가들은 영웅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에게 민족 독립은 민족 전체의 문제 이전에 개인의 자존과 생존 문제였다. 그들이 추구한 ‘정의로운 삶’은 정치 상황이나 여러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 다른 말로 상식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20세기 초 우리의 의병전쟁을 취재한 영국의 한 기자가 이야기했듯, “조선인들은 비겁하지도 않았고 자기 운명에 무심하지도 않았다.”
작가 소개
저 : 표학렬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서울에서만 살아왔다. 어릴 적 위인전을 옆에 끼고 살고, 허구한 날 TV 사극을 시청하며, 국사 교과서로 공부에 찌든 머리를 식힌 끝에 연세대학교 사학과에 입학했다. 같은 대학 교육대학원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나이 서른에 한양여고(현 한양사대부고)에서 교편 생활을 시작했다. 여자고등학교에 부임하며 느꼈던 설렘과 여학생들에 대한 환상은 일주일 만에 산산조각 났지만, ‘알을 깨고 나오는 고통’을 경험한 뒤 역사 교사의 임무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깨에 힘을 뺀 역사, 사람이 살고 있는 역사를 가르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학생들에게 ‘국사가 제일 재미있는 과목’이라는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
목 차
프롤로그 제국주의와 독립운동
01 포기를 모르는 ‘레전드’ 평민 대장 신돌석
02 그들의 삶이 아름다운 이유 경주 이씨 6형제
03 망국 앞의 의로운 자살 민영환·황현·박승환
04 그날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장인환·전명운
05 내 몸을 하얼빈 허공에 날리리라! 남자현
06 왕조에서 공화정으로 신민회
07 조선인보다 더 조선을 사랑한 영국인 베델
08 허구적 동양평화론을 쏘다 안중근
09 친일파 처단이 살인인가 박상진
10 농사짓고 훈련 받은 엘리트 장교들 신흥무관학교
11 북로군정서 혼자 싸웠나 청산리대첩
12 망명설과 독살설 고종
13 3·1운동, 뭣이 중헌디? 유관순
14 대한민국 탄핵 1호 대통령 이승만
15 조선 독립에 헌신한 아일랜드인 조지 루이스 쇼
16 아름다운 청년들의 값진 실패 의열단
17 독립운동계의 꽃미남과 짐승남 김원봉·여운형
18 한용운이 틱 장애에 걸린 이유 만주 독립군
19 누구를 위한 애국 마케팅인가 물산장려운동
20 ‘어린이’라고 부릅시다 방정환
21 여성운동의 두 방향, 계몽과 여성해방 김마리아·정칠성
22 조선의 자매들아! 미래는 우리 것이다 정종명·주세죽
23 백정들이 양팔저울을 든 이유 형평운동
24 보호받기만 한 마지막 황제 순종
25 독립운동가 길러 낸 ‘명문’ 학교들 민족학교
26 일제시대 전대협 조선학생사회과학연구회
27 사회주의와 민족주의 세력의 제휴 민족협동전선운동
28 저 부회장 맞는데요 홍명희
29 국제프롤레타리아 연대를 보여 주마 원산 총파업
30 굴절된 독립군의 역사관 대종교
31 두 영웅의 비극적 죽음 김좌진·홍범도
32 아리랑의 유래를 아시나요? 나운규
33 떴다! 조선 최초의 비행사들 안창남·권기옥
34 이불 속 돈과 굶주림 신채호
35 역사학계의 라이벌 백남운·정인보
36 문화재는 민족의 정신이다 전형필
37 남북한 국립묘지에 안장된 독립운동가 양세봉
38 “수염이 허연 노인인 줄 알았지” 김일성
39 무장투쟁의 선봉에 선 여성 독립 전사 김명시·조신성
40 내 시신을 밟지 마시오 윤봉길
41 아나키스트 소설가 심훈
42 “마침내 저바리지 못할 약속이여!” 이육사
43 청년 시인의 삶과 우정 윤동주
44 조선 독립을 지지한 일본인들 가네코 후미코·후세 다츠지
45 대중정치인이 될 수 없었던 뚝심의 투사 김구
46 대륙의 전사들 김산
47 광복군 출신 우익 민족주의자 장준하
48 ‘경성 트로이카’, 조선공산당을 재건하라 이재유
49 “내 무슨 낯으로 주님을 대하오리까” 주기철
50 청년들이 산으로 간 까닭은? 병역기피 운동
51 일제 하 마지막 의거 부민관 사건
52 이 한 장의 사진 건준
에필로그 “독립운동가 자식들 중 제대로 학교를 다니는 애들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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