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원 나의 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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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이기동
출판사항사람의무늬, 발행일:2018/07/15
형태사항p.239 46판:20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55502822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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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사상의 이정표인 듯
배움의 길손을 기다리던 공간들

저자는 우리 사상의 흐름을 크게 세 줄기로 구분한다. 하늘같은 자기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 철저히 수양에 몰두하는 수양철학의 흐름, 이 세상을 지상 천국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정치적 실천철학의 흐름, 하늘같이 높은 차원에서 모든 것을 아우르며 초연하게 살아가는 초탈원융철학의 흐름이 그것이다.
이 세 흐름은 고려 말 이색이라는 ‘거대한 호수’로 흘러들어가 하나로 합류되었다가 조선시대에 다시 각자의 흐름으로 나뉘어 흐른다. 다시 말해 이 세 줄기의 사상은 모두 목은 선생으로부터 발원하는 것이다. 오랜 시간 유학이란 이름의 우리 사상을 공부해온 저자가 목은 이색 선생을 모신 서천 문헌서원에서 자신의 여정을 시작하는 건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수양철학의 흐름은 회재 이언적 선생(옥산서원)을 거쳐 퇴계 이황 선생(도산서원)에게로 이어졌고, 실천철학의 흐름은 정암 조광조 선생(정암 선생 적려 유허비)을 거쳐 율곡 이이 선생(오죽헌)으로 이어진다. 또한 초탈원융철학의 흐름은 매월당 김시습 선생과 화담 서경덕 선생을 거쳐 남명 조식 선생(산해정)에게로 이어진다. 이 책은 커다란 사유의 세 줄기를 따라 마치 이정표처럼 배움의 길손을 기다리고 있는 서원들과 또한 상념의 징표로 불릴 만한 우리 유산의 공간들을 찾는다.

현장에서 우리 유학의 정신을 되새겨보다

강단에서 저자는 자상하지만 엄격했다. 그간 오해받거나 왜곡되었던 유학을 우리네 사상으로 정립하는 데 사유의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학자로서 스스로 경계하며 유학의 근간인 수기(修己)와 치인(治人)을 몸소 실천하려 애썼다. 이런 그가 지난해 여름 정년을 맞았다. 강단에 대응해 말과 글과 행동의 대오를 갖추던 차원에서 보다 높은 공부의 세계로 들어선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은 이제 강단을 떠나 도리어 현장으로 투입된 이의 탐사기이도 하다.
회재 이언적 선생을 모신 옥산서원에서 저자는 수기치인의 증거를 확인한다. 회재 선생은 정적의 재임용에 반대하다가 관직을 박탈당하자 바로 고향 마을 인근의 자옥산 계곡에 독락당을 짓고 은거하면서 자기완성의 수양철학에 매진했다. 선생은 수기가 완성될 때 치인에 나아가되, 치인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수기를 보완한다는 정신을 관철한 유학자였다. 7년여에 걸친 수기의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선생은 다시 조정의 부름을 받고 다시 벼슬길로 나아가 사직에 종사했다.
유교적 이상 사회 건설의 열망을 불태우다 끝내 비극적인 운명과 맞닥뜨려야만 했던 정암 조광조 선생. 그 통한의 징표인 선생의 적려 유허비에서 저자는 이곳이 여느 유적지와 달리 처절한 비운이 서린 공간임을 강조한다. 예나 지금이나 사회 개혁에의 의지와 그 달성은 험난한 것이다. 그러나 정암 선생의 정신만큼은 그 후학들에 의해 면면히 계승되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저자는 발길을 돌린다.
또한 이 책은 사상의 개념과 이론들을 정치하게 설명하는 대신, 그 맥락과 구도를 거시적으로 다룸으로써 우리 유학의 현재적 의미까지 통시적으로 파악되도록 돕는다. 예컨대 일두 정여창 선생을 모신 남계서원에서 저자는 초월의 맥락을 언급하며 이렇게 적는다. “포함하는 것은 초월할 때 가능하다. 유교에 갇혀 있으면 유교를 초월할 수 없으므로, 유교를 포함할 수 없는 이치와 같다. 이는 불교도 마찬가지이며, 오늘날의 기독교 또한 마찬가지리라. 유교를 공부하면서도 유교를 초월하여 유교를 포함할 수 있으면, 동시에 불교와 기독교 등을 포함할 수 있다.”
이 맥락은 유학ㆍ노장철학ㆍ불교 등을 아우르는 초탈원융철학의 최고봉이었던 남명 조식 선생을 모신 신산서원(산해정)에서 선생의 행적을 상기하며 현실화되고 보다 선명해진다. “남명 선생의 일생은 세상사에 초연한 삶으로 일관했다. 죽음 앞에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세상사에 초연함이 삶의 의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임진왜란과 구한말, 그의 기상을 이어받은 선비들은 의병을 일으켜 기꺼이 목숨을 바쳤다.” 선생과 그의 학풍에 붙여진 ‘초월의 철학자’와 ‘칼을 든 선비’란 대비는 이렇게 만나 해명된다.

“한국인들에게는 남다른 것이 있다”

수기치인, 수양과 실천, 초월…… 이런 단어는 우리 유학의 사상과 정신을 이성적으로 풀어내는 개념들이다. 하지만 이로써도 모두 풀리지 않는 우리네 감성과 심리의 영역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니 좀 더 솔직하게 우리네 마음과 정서에 접근해보는 길은 없을까?
저자는 추상화된 관념으로 정립되기 이전에 직관적으로 포착되는 우리 본연의 내면을 ‘한마음’이란 표현으로 설명해낸다(저자는 이 ‘한마음의 유학자’로 불리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책의 미덕은 전국의 서원과 문화재를 답사하며 그 저간에 자리한 사상의 맥락을 엄밀하게 짚어내는 데 한정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문득 남다른 학문적 깊이에 도달한 한 연구자가 그 답사의 공간들에 내재해 있던 정서적인 울림을 호소력 있게 해석해내는 방식에 더 큰 무게가 실린다. “한국인들에게는 남다른 것이 있다”고 말하는 저자의 내러티브는 이렇게 길손의 감수성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온다.
여주 영릉에 들러 그곳에 잠든 세종대왕을 떠올릴 때였다. 저자는 이렇게 적는다. “세종대왕의 일거수일투족은 외형적으로 보면 공자의 가르침에 대한 실천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 내면을 살펴보면 한국인의 ‘한마음’이 밖으로 드러난 것이었다. 그는 유학에서 말하는 이상향(대동사회)과 한국인이 말하는 이상적인 인간상(홍익인간)을 꿈꿨다. 한마음을 지닌 사람은 남과 자신을 분리해 생각하지 않는다. 분리하는 순간 한마음은 사라진다. 분리란 ‘나는 ○○이다’라는 고정 관념을 가지는 데서 출발한다. 세종대왕은 ‘내가 왕이다’라는 고정 관념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는 늘 백성들과 한마음을 유지하고 있었다.”
한마음. 나와 남의 구별이 없는 마음! 이 마음을 가진 사람을 우리는 참된 사람이라 여겼고, 이를 상실한 사람을 짐승이라 생각했다고 저자는 적는다. 그리고 한국인들은 이 한마음을 지키고 회복하기 위해 쉼 없이 노력해왔다고 말한다. 하늘과 사람이 애당초 사이 없이 하나라는 ‘천인무간(天人無間)’의 사상도,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人乃天)’ 사상도 모두 이로써 설명된다.
이러한 한마음의 정신은 우리네 문화유산들에도 입혀졌다. 저자는 유교적 이상이 형상화된 천국의 모습(담양 소쇄원)과 왕도정치의 꿈을 품었던 선비가 채 뜻을 이루지 못한 한을 풍류로 승화시킨 현장(보길도 부용동 원림), 그리고 목적 없는 배려와 조건 없는 사랑이 베풀어졌던 공간(구례 운조루)을 발견하고 목도하면서 구석구석 스며든 남다른 한국인의 정서를 소개해나간다.

애정 어린 비판

한국인에 대한 애정에서였을까? 한국인에 대한 비판과 한국인을 바라보는 저자만의 시각도 눈여겨볼 만하다.
조선의 국립대학이었던 성균관에서 현재의 우리를 만들어낸 것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자문하며, 저자는 오로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학생들을 다그칠 뿐인 우리네 교육 현실을 자주 떠올린다. 보건대 그런 교육은 그저 욕심 많은 인간을 만들어낼 뿐이다. 또한 애민의 화신인 세종대왕을 모신 영릉 앞에서 저자는 자기 잇속만을 채우려는 정치인들을 향해 일갈한다. “정치인들아 그대들이 언제 한마음인 적 있었던가? 세종대왕에게 모든 답이 있는데, 자꾸 겉돌기만 하는구나!”
특히 퇴계 이황 선생을 모신 도산서원에서, 타인의 위대한 점을 발견하고 받들기보다 비판하고 끌어내리는 한국인의 특이한 습성을 지적하며, 이를 분석하고 비판하는 저자의 태도는 진지하고 엄중하다. “이는 한국인의 성정에 깃들어 있는 인내천 사상과 관련이 있다. 사람이 하늘이라는 이 사상이 자칫 부정적으로 흐를 경우, 자신만이 하늘이라는 착각과 오만에 빠지기 쉽다. 어떤 외부의 권위에 기대어 건강한 내부를 끌어내리는 경향도 이와 다르지 않다. 조선시대의 학자들이 퇴계를 주자의 권위 안에 가두어버린 것도, 오늘날의 학자들이 정확한 이해도 없이 서구 철학자의 권위를 빌려 비판의 날을 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연과 인간 본연의 마음을 찾아 떠난 순례기

저자의 답삿길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열쇳말이 ‘소박함’이다. 저자는 힘과 위세 등 외양을 중요시하는 사람들과 그 문화를 경계한다. 산둥성에 있는 공자묘에 비겨 퇴계 선생의 거처가 왜 이리도 초라한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임을 강조한다. 한국의 문화재들이 크기나 규모 면에서 외국의 그것들에 비할 바가 못 되는 이유가 여기서부터 자연스럽게 풀려나간다.
건물을 들일 땐 꽃 한 송이 물길 하나 허투루 훼손하지 않았고(담양 소쇄원), 공간을 구축하면서는 본래 있던 자연의 형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설계자 스스로가 속세의 먼지를 씻어 자연이 되는 방식을 택했다(보길도 원림). 또한 정원에 연못을 조성하면서는 그 한가운데 돌을 쌓아 둥근 산(섬)을 만들고 하늘이라 여김으로써 네모난 연못이 상징하는 땅이 항상 하늘을 품도록 했다(강진 다산초당). 그러니 가장 중요한 원칙은 주변을 제압하는 힘과 위세가 아니라 자연과 그리고 작고 소박한 것들과의 전체적인 조화였다.
어느덧 이 여정도 끝을 향해 간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종착은 조선 말기 지배층을 옹호했던 주리철학(主理哲學)의 대가이자 위정척사 운동의 시발로 여겨지는 화서 이항로 선생의 생가다. 어쩌면 조선 성리학의 배타성을 상징거니와 당시에도 외세의 폭주를 현실적으로 감당해내지 못했던 그의 생가 앞에서 우리 사상의 큰 줄기까지 조감했던 이 답삿길이 종결되는 까닭은 과연 무엇인가?
저자가 화서 선생으로부터 이끌어내는 건 인간 본래의 마음이다. 그것은 바로 욕심 없는 한마음, 하나로 통해 있는 ‘이(理)’의 마음이다. 화서학의 완고함 너머에는 이러한 인간 본성에 대한 신뢰와 몰입이 도사려 있다. 위정척사의 본령이란 이러한 인간 본성 회복의 노력에 다름 아니었다. 오늘날 갈수록 황폐해져만 가는 인간성의 증거들을 눈앞에 두고 저자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오래된 처방을 꺼내놓는 까닭은 바로 이 때문이다.

작가 소개

저 : 이기동

경북 청도 출생으로, 성균관대학교 유학과와 동대학원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츠쿠바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학교 유학·동양학부 교수로서, 유교문화연구소장을 역임했고, 현재 대학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20년 가까이 동양 철학 속에 담긴 삶의 지혜를 ‘강설’이라는 알기 쉬운 오늘날의 언어로 옮긴 끝에 2007년 ‘사서삼경강설’ 시리즈(전6권)를 상재했으며, 『동양 삼국의 주자학』『이색―한국 성리학의 원천』『이또오 진사이』『공자』『노자』『장자』등의 동양 사상서와 『하늘의 뜻을 묻다―이기동 교수의 쉽게 풀어 쓴 주역』 『한마음의 나라 한국』『장자, 진리를 찾아가는 길』등의 교양서를 비롯해 다수의 저·역서가 있다.  

 

목 차

- 이 책을 엮는 까닭

1. 이색이 완성한 천인무간의 성리학, 조선의 정치 이념이 되다 |서천 문헌서원|

2. 은행나무 아래서 우리 교육의 현실을 되돌아보다 |성균관과 문묘 일원|

3. 백성과 한마음이었던 세종대왕을 흠모하다 |여주 영릉|

4. 백성의 고통 덜어줬던 풍류 선비 정여창 |함양 남계서원|

5. 군자 천국의 꿈 꺾인 조광조를 기리다 |정암 선생 적려 유허비|

6. 수양철학의 대가 이언적, 참된 사람 되라 일깨우는 듯 |경주 옥산서원|

7. 유학과 노장철학을 융합한 조식, 의병의 정신적 지주 되다 |김해 산해정|

8. 소쇄옹이 지은 정원에 천국의 꿈 입힌 김인후 |담양 소쇄원|

9. 한국의 대표 정신 퇴계 이황을 모시다 |안동 도산서원|

10. 누구나 과거 응시ㆍ10만 양병, 조선 혁신 주장한 율곡 이이 |강릉 오죽헌|

11. 연꽃 섬 원림에 선비의 풍류가 깃들고 |보길도 윤선도 원림|

12. 주인의 마음씨를 빼닮은 고택 안마당을 거닐다 |구례 운조루|

13. 유배지 초당에서 다산은 학업을 이루고 |강진 다산초당|

14. 노산사 제월대에서 위정척사의 본심을 헤아려보다 |양평 이항로 생가|

- 에필로그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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