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전설과 신화가 우리에게 전하는 진짜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얼마 전 모 인터넷 유머 사이트에서 ‘드라마의 특징’이라는 제목의 재미있는 글을 봤다. 일반적으로 한국 드라마는 재벌 2세 또는 부잣집 아들인 남자 주인공과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 여자 주인공이 처음에는 악연으로 만났다가 우연한 기회에 사랑에 빠지고, 집안의 반대로 갈등이 골이 깊어지는 와중에 여자의 아버지가 죽을병에 걸리고, 설상가상으로 여자까지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리면서 상황이 최악을 향해 치닫다가, 기적적으로 여자의 기억이 회복되고 서로를 향한 두 남녀의 마음이 더욱 강해져 부부가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뻔한 줄거리가 주를 이룬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서양도 사정은 비슷하다. 오래된 신화에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정의로운 영웅과 사악한 악당 또는 마법사의 주문에 걸려 깊은 잠에 빠진 아름다운 공주가 거의 고정급 주연배우로 등장하고, 할리우드에서는 《귀여운 여인》,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러브 인 맨하탄》, 《내 남자친구는 왕자님》 등과 같은 신데렐라 류의 영화가 예나 지금이나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심리학계에서는 이처럼 남성에게 기대어 안정을 추구하려는 여성의 심리를 가리켜 ‘신데렐라 콤플렉스’라 부르기 시작했고, 국내에서는 ‘취업’과 ‘시집’을 합친 ‘취집’이라는 신조어마저 생겨났다. 하지만 백마 탄 왕자 또는 기사가 위기에 처한 공주 또는 여인을 구출한다는 전형적인 로
맨스 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 진짜 메시지는 무엇일까?
‘로맨스romance’를 현대 사전에서 검색하면 ‘사랑’, ‘연애’라고 정의되어 있지만, 이 단어는 본래 ‘기사, 영웅 등의 모험을 담은 이야기’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중국 삼국시대 영웅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삼국지》의 영문 제목도 그래서 《Romance of the Three Kingdoms》다. 즉, 로맨스는 단순한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니라 성별을 불문하고 한 인간이 영적으로 성장하는 험난한 과정을 다룬 이야기다. 전설과 신화에 나오는 영웅처럼 위험 앞에서도 등을 돌리지 않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면 자신의 영혼을 상징하는 잠자는 공주를 깨울 수 있고, 희생과 봉사를 삶의 신조로 삼았던 기사처럼 약자를 위해 싸우고 헌신하면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절망 속에서 태어나는 용기》의 저자, 맥스 하인델에 따르면 정확한 기원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세계의 유명한 전설과 신화는 인간의 진화와 성장을 돕기 위해 고안된 일종의 그림책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다섯 편의 오페라 역시 신비스러운 색채가 묻어나는 고대의 전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우리가 성장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여정, 과제, 난관, 함정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고 있다. 선량한 구도자 파우스트는 깨달음을 얻겠다는 성급한 마음으로 악마와 거래하는 불장난을 저지른 뒤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 지극히 순수한 성배의 기사 파르지팔과 북유럽의 영웅 지크프리트는 세상에서 두려운 것이 없기 때문에 진리를 구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두 영웅의 대조적인 행보를 통해 힘들게 얻은 보물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간과 세상의 운명이 바뀐다는 것도 배울 수 있다. 음유시인 탄호이저는 성장의 가시밭길을 걸으며 베푸는 사랑과 요구하는 사랑, 영적 사랑과 관능적 사랑의 차이를 배우고, 백마가 아닌 ‘백조 탄 기사’ 로엔그린을 의심했던 엘자는 뼈아픈 신뢰의 교훈을 얻는다.
이 책에서 다루는 다섯 편의 오페라 중 네 편은 리하르트 바그너의 작품이며,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오페라와 차별되는 그의 작품들은 뮤직 드라마Music drama, 즉, 악극樂劇으로 불린다. 이 세상의 모든 인생은 같은 종착지를 향해 나아가는 한 편의 드라마이며, 우리가 이 실전 드라마에서 대본대로 위기에 빠진 여인을 구출하고 자기도 구원하는 영웅의 역할을 할지, 권력의 반지를 탐하며 온갖 음모를 획책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는 난쟁이가 될지, 아니면 물질과 허상으로 영웅을 유혹하고 그의 앞길을 가로막는 사악한 마법사 역을 맡을지는 우리 자신에게 달렸다. 이 책에 소개된 영웅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이해한 후에는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지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보탄의 눈물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하는 바그너의 악극 《니벨룽의 반지》의 두 번째 파트, 《발퀴레》의 마지막 장면에서 최고신 보탄은 자신의 명을 어기고 구도자 지크문트를 도운 딸, 브륀힐데에게 영원히 잠드는 형벌을 내린다. 그녀는 딸 바보 보탄의 자부심이자 기쁨이었다. 어느 날 제우스의 머리에서 튀어나온 분신 아테나처럼, 하나밖에 없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러운 여식이었다. 하지만 보탄은 눈물을 머금고 그녀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하며 말한다. “신인 나보다 더 자유로운 자가 나타날 때까지 너는 결코 잠에서 깨어날 수 없으리라.” 그러고 나서 아무나 함부로 그녀에게 접근할 수 없도록 깊이 잠든 공주 주변에 무시무시한 불의 고리를 만든다. 왜 보탄은 딸의 항명을 용서할 수 없었을까? 왜 최고신이라 불리는 지존이 ‘나보다 자유로운 자’라는 희한한 표현을 썼을까? 브륀힐데를 얻을 자격이 있는 ‘신보다 자유로운 자’는 과연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우리는 모두 영웅이다
전 세계 신화와 전설을 통해 전해지는 영웅 이야기는 영원히 갈증을 해소하는 샘물을 구하기 위한 인간의 여정이다. 구하면 얻을 것이고, 찾으면 찾을 것이고, 두드리면 열릴 것이라는 말은 잘 알려졌지만,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진짜 영웅이 가는 길은 영광스럽고 명예로운 꽃밭 길이 아니라 수많은 위험과 유혹이 도사리고 있는 가시밭길이고, 아무리 조심해도 함정에 빠져 만신창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쓰러졌다 일어나기를 수차례 반복하면서도 등을 돌리지 않고 전진하기 위해서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좌절할 필요는 없다. 우리보다 앞서 어려운 길을 가면서 곳곳에 이정표를 세워 둔 지혜로운 선조들의 가르침을 따르면 된다.
기독교 신비주의자 맥스 하인델의 국내 최초 번역서
《절망 속에서 태어나는 용기》는 오스트리아의 신지학자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teiner와 더불어 20세기 초 신비주의 철학 부흥의 선봉에 섰던 장미십자협회 설립자, 맥스 하인델의 국내 최초 번역서다. 하인델에 따르면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우리에게 익숙한 신화, 동화, 전설 속의 이야기들은 단순한 창작물이 아니라, 아주 오래전에 인류의 스승들이 초보적인 의식 수준에 머물러 있던 대중에게 중요한 가르침을 전파하기 위해 고안한 일종의 교육매체라고 한다. 영국 작가 C.S. 루이스는 《나니아 연대기》의 헌정사에서 대녀(goddaughter) 루시에게 작품을 바치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이 책을 쓰기 시작할 때만 해도 어린 소녀들이 책보다 빨리 자란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이 책이 인쇄되어 나올 즈음이면 네가 동화책 읽을 나이를 훌쩍 넘어섰을지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세월이 흘러 네가 어른이 되면 동화를 읽어야 하는 시기가 다시 찾아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먼지 수북이 쌓인 이 책을 책장에서 다시 꺼내어 읽어 보고 어땠는지 나에게 얘기해주기 바란다.” 이제 이 책에 등장하는 ‘케케묵은 신화’ 이야기도 다시 꺼내어 우리에게 필요한 교훈을 얻을 때가 온 것 같다. 《파우스트》, 《파르지팔》, 《니벨룽의 반지》, 《탄호이저》, 《로엔그린》 등, 인류가 창작한 위대한 문학과 오페라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성공과 좌절, 야망과 소명, 자유와 구속, 사랑과 배신, 고통과 깨달음의 상징체계를 다룬 이 책이 예비 영웅들을 위한 입문서가 되기를 기대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맥스 하인델
덴마크 태생의 미국 기독교 신비주의자, 점성학자, 작가, 연사. 본명은 칼 루이스 폰 그라스호프Carl Louis von Grasshoff로, 독일의 귀족 가문 출신이다. 코펜하겐으로 이민한 아버지가 덴마크 여성과 결혼하여 낳은 2남1녀 중 장남이다. 6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가 사망하고 홀어머니 밑에서 경제적으로 어렵게 자랐다. 16세에 출가하여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조선소에서 기술을 배웠고, 무역 증기선의 수석 엔지니어가 되어 유럽과 미국을 자주 오가며 견문을 넓혔다. 1895년부터 1901년까지 뉴욕시의 컨설팅 엔지니어로 활동했다. 1903년에 일자리를 구하러 로스앤젤레스에 갔다가 신지학자 찰스 W. 레드비터의 강의를 듣고 신지학협회Theosophical Society에 가입하였으며, 1904~1905년에 LA 지부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1906~1907년에는 샌프란시스코부터 출발하여 시애틀에 이르는 순회강연을 진행했다. 1909년에는 장미십자회와 기독교 신비주의의 가르침을 집대성한 《장미십자회의 우주 창조론The Rosicrucian Cosmo-Conception》을 출간했다. 1909년과 1919년 사이에는 심장병으로 약해진 육신과 심각한 재정난에도 불구하고 부인 어거스타 포스Augusta Foss와 함께 장미십자협회Rosicrucian Fellowship를 설립했다. 1919년 1월에 지병으로 사망할 때까지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고 앓는 자를 고치라”는 그리스도의 명을 받들고 헌신했다.
대표작 《장미십자회의 우주 창조론The Rosicrucian Cosmo-Conception》, 《장미십자회 신비주의The Rosicrucian Mysteries》, 《오페라의 미스터리Mysteries of the Great Operas》, 《입문자의 가르침Teachings of an Initiate》, 《운명의 그물The Web of Destiny》, 《프리메이슨과 기독교Freemasonry and Catholicism》, 《별이 전하는 메시지The Message of the Stars》, 《점성학의 과학Simplified Scientific Astrology》, 《건강과 치유의 비밀원리Occult Principles of Health and Healing》
옮긴이 : 윤민
17년간의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2013년에 윤앤리 퍼블리싱 출판사를 차렸다. 출판업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4년 넘게 우왕좌왕하였으나 현재까지 포기하지 않은 상태이며, 2017년부터는 ‘마름돌’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거칠고 울퉁불퉁한 마름돌을 꾸준히 다듬고 연마하여 널리 쓰일 수 있는 매끈매끈한 마름돌을 탄생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이름이다.
번역서 《내 인생이잖아》, 《파워 오브 러브》, 《돌아보고 발견하고 성장한다》, 《별자리 심리학》, 《동화 속의 심리학》, 《혼점》, 《음악의 심리학》, 《생각이 만든 감옥》.
옮긴이 : 남기종
심볼리즘과 원형을 통한 인간 심리 이해와 활용법에 대해 연구 중이며, 바꿀 수 없는 과거나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보다는 지금 자신이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는 현재에 집중하는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번역서 《동화 속의 심리학》, 《혼점》, 《음악의 심리학》, 《생각이 만든 감옥》.
목 차
역자 서문
Ⅰ. 파우스트 (Faust)
제1장. 신성한 불협화음
제2장. 구도자의 슬픔
제3장. 구도자의 슬픔 (계속)
제4장. 사탄에게 영혼을 팔다
제5장. 사탄에게 영혼을 팔다 (계속)
제6장. 죄의 삯과 구원의 길
Ⅱ. 파르지팔 (Parsifal)
제7장. 바그너의 신비스러운 악극
Ⅲ. 니벨룽의 반지 (The Ring of the Nibelungs)
제8장. 라인의 여인들
제9장. 신들의 반지
제10장. 발퀴레
제11장. 구도자 지크프리트
제12장. 진리와 거짓의 전쟁
제13장. 환생, 그리고 치명적인 물
제14장. 신들의 황혼
Ⅳ. 탄호이저 (Tannhäuser)
제15장. 기쁨과 슬픔의 시계추
제16장. 음유시인, 중세시대의 입문자
제17장. 용서받을 수 없는 죄
제18장. 싹을 틔운 지팡이
Ⅴ. 로엔그린 (Lohengrin)
제19장. 백조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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