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장차 나아가야 할 가야사 연구의 방향을 제시
가야사 연구를 활성화시키고 이를 토대로 한국고대사의 체계화에 기여하려면 아직도 넘어야 할 산들이 너무도 많다. 문헌을 더욱더 치밀하게 재검토하는 일로부터 시작해 기존에 확보된 것은 물론 발굴을 통해 새로 알려지는 고고자료도 적극 활용하면서 새롭게 가다듬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분야와의 대화와 소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되돌아보면 그동안 가야사 연구가 크게 진척되어 왔으며, 또 발굴을 통해 고고자료가 엄청나게 증가하였으나 이를 충실하게 반영하지 못한 한계도 뚜렷하다. 가야의 구성 세력은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 내부적으로는 이합집산을 거듭하였으며 이로 말미암아 그 수치도 계속 바뀌어졌다. 따라서 매개 국가별로 고고학의 도움을 빌어 사례 연구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 그런 연구 성과들이 꾸준히 축적 되어갈 때 가야사의 진면목은 저절로 드러나게 될 터이다.
본서는 오랜 기간에 걸쳐 발표한 개별 논고들과 함께 최근 그동안 진행된 가야사 연구 현황 전반을 되돌아보면서 장차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기한 몇몇 글들을 실은 논문집이다.
가장 치밀한 사료비판을 통해 사료부족의 한계를 극복해야
역사학이 다양한 형태와 방식으로 남겨진 기록을 근간으로 인간 삶의 총체를 복원해내는 학문 분야임은 익히 아는 바와 같다. 역사 복원에 동원되는 기록을 흔히 사료(史料)라 일컫는다. 여러 가지 요인으로 말미암아 사료가 남겨진 양상은 각 시기와 분야마다 달라 한결같지는 않다. 연구자들은 각종 사료를 자신이 처한 입장과 시각에서 이해하고 분석하기 마련이다. 관련 사료가 여러 가지 형태로 너무 많이 남아 때로는 부담을 느끼는가 하면 너무도 빈약해서 힘들어하기도 한다. 관련 사료가 드문 가야사 분야는 당연히 후자의 전형에 속하겠다. 그래서 가야사에 접근하는 데에는 어느 누구라도 사료 부족에 허덕이면서 엄청나게 고심할 수밖에 없다.
가야는 국가가 성립하는 과정부터 통합 운동의 실패와 요인, 멸망에 이를 때까지 줄거리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의 가야사에 대한 현재 인식은 극히 초보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하여도 좋다.
이처럼 지난날 가야사 연구가 매우 부진했던 까닭이 관련 사료(史料)의 절대적 결핍에 있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삼국사기』는 가야를 다룬 독립된 편목(篇目)을 전혀 설정하지 않았으며, 겨우 같은 책의 신라본기(新羅本紀)에 신라와 교섭·교류하는 기사만을 단편적으로 다루고 있을 뿐이다. 다른 사례로 볼 때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백제본기(百濟本紀)에는 가야 관련 기사가 단 한 차례도 보이지 않는다. 한편 『삼국유사』에는 「오가야(五伽耶)」조나 「가락국기(駕洛國記)」와 같은 형식으로 독립된 편목을 싣고 있기는 하나 설화적인 내용이어서 가야사의 흐름에 대한 체계적 파악에는 일정한 한계를 지닌다. 게다가 가야는 당대에 작성된 기록을 거의 남기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1 그런 까닭으로 가야사 연구는 부진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특히 가야사 연구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그것이 소위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사 가운데 일제의 이른바 식민주의사학이 가장 뿌리 깊게 침투한 분야의 하나가 가야사임은 두루 아는 바와 같다. 해방 이후 한국사 연구자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식민주의사학에 의해 왜곡된 부분을 극복하고 마침내 한국사를 일정 정도 체계화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가야사를 둘러싸고 전개된 임나일본부설이 사실과는 관련성이 없는 허구였음이 밝혀진 것도 커다란 성과의 하나였다. 그럼에도 가야사의 체계화는 요원한 상태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그것은 그만큼 가야사 복원을 위한 사료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뜻한다.
이 글은 거의 공백(空白)이다시피 한 가야사의 한 귀퉁이를 메워보려는 의도에서 기초(起草)한 것이지만 역시 사료의 제약과 한계가 뒤따름은 부득이하다. 그런데 『일본서기(日本書紀)』에는 가야사를 약간이라도 복원할 만한 관계 기사가 실려 있다. 물론 이 사서(史書)가 편찬되는 과정에서 8세기 당시 확립되어간 일본 천황 중심의 국가주의적 의식에 입각해 원래의 기록이 널리 개작(改作)·윤색(潤色)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거니와 그것이 임나일본부설을 내세우는 근거가 되기까지 하였다. 그러므로 이를 가야사 복원을 위한 사료로서 활용하는 데에는 엄격하고 신중함이 요구된다. 치밀한 사료비판을 가하지 않으면 오히려 사실을 왜곡할 위험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사료로서 신빙성을 충분히 인정할 만한 부분과 함께 특별히 『삼국사기』와 일치하는 기사만을 한정적으로 다루기로 하였다. 가야사 관계의 사료 결핍이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접근 방법이다. 그렇게 한다면 지나친 무리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주보돈
경북대학교 인문대학 명예교수
경북대 박물관장.한국고대사학회 회장.경북대학교 교수회 의장.경북대학교 인문대학장.한국목간학회 회장.국사편찬위원회 위원.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위원 역임
주요 저서
『금석문과 신라사』, 『신라 지방통치체체의 정비과정과 촌락』, 『임나일본부설, 다시 되살아나는 망령』, 『가야사 새로 읽기』, 『김춘추와 그의 사람들』, 『한국 고대사의 기본 사료
목 차
제1편 가야사 연구의 경향
1 근대역사학과 가야사 연구의 흐름
2 가야사의 체계적 이해를 위한 제언
3 가야사 연구의 새로운 진전을 위한 제언
제2편 가야사의 사료 인식
1 가야사 인식과 사료
2 『일본서기』의 편찬 배경과 임나일본부설의 성립
제3편 가야사의 실제
1 서설 -가야사 이해의 기초-
2 대가야사의 흐름
3 고구려의 낙동강 유역 진출과 가야사
4 5~6세기 금강錦江 상류 지역의 정치세력과 대가야
5 우륵于勒의 삶과 가야금
6 가야의 멸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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