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우리는 왜 집 없이 살 수 없을까?
진화인류학과 신경과학이 밝혀낸
'집처럼 편한 곳'이 우리에게 그토록 중요한 이유
집 느낌의 기원을 탐정마냥 추적하는 신경인류학자의 이 흥미로운 여정은 우리를 어제와 다른 공간에서 잠들게 만들 것이다. ―정재승 | 뇌공학자, 『과학콘서트』, 『열두 발자국』
이 책은 집이 우리에게 편안함, 안정, 활력을 주는 까닭을 명쾌하게 알려준다. 집처럼 따뜻하고 훈훈한 책이다.―전중환 | 진화심리학자, 『진화한 마음』
드디어 집이라는 주제에 과학이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신경인류학자인 저자는 집에 대한 기존의 담론을 한층 더 근본적인 차원으로 끌어올린다.―황두진 | 건축가
신경과학과 고인류학의 눈으로 본 집의 본질
현대 사회에서 집은 여러 가치들이 공존하고 때로는 상충하는 장이다. 집은 우리가 밥을 먹고 잠을 자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생활공간인 동시에, 부동산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의 경제를 쥐고 흔드는 상품이기도 하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의 중심에도 집이 있었으며, 한국에서도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규제하느냐는 늘 정책의 핵심 문제였다. 한편 집이 상품이 되고 우리 삶과 점점 더 멀어지게 된 상황을 우려하면서, 또 부동산 시장이 둔화하면서, ‘살아가는 곳’이라는 집의 본질적 역할에 주목하는 흐름도 등장하고 있다.
이런 흐름 위에서 ‘집의 본질’이 무엇인지 밝히려는 시도가 많이 있었다. 그간 주거 문제를 다룬 책들은 대부분 건축가의 입장에서, 사회학의 관점에서 집과 인간의 관계를 고찰한 결과물이었다. 『집은 어떻게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었나』는 앞서 이루어진 이런 논의들에 더해, 과학의 눈을 도입해 집의 본질을 추적한 보기 드문 책이다. 신경인류학자 존 S. 앨런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신경과학과 고인류학 연구의 결과물들을 토대로 삼아서 집의 진화적 뿌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책은 인간은 어떻게 집에서 살도록 진화했으며 인간이 집에서 느끼는 편안함의 정체는 무엇인지 밝힘으로써, ‘인간 종’이라는 아주 근본적인 차원에서 집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다.
집과 관련된 우리의 느낌들은 우리가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인지적 토대 위에 세워진다. 신체를 보호할 피난처를 만들려는 경향 및 능력과 결합된 집의 느낌은 생물문화적 적응에 크게 기여한다. 이러한 적응은 사람이 온갖 종류의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약 600만 년 전 인류 진화의 여정이 처음 시작되었던, 아프리카의 삼림지와 대초원에서 멀리 떨어진 온갖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도록 말이다.(12)
사람들은 그들이 사는 집이라는 공간과 어떤 관계를 형성한다. 이런 관계는 보통, 예를 들어 불타는 연애나 부모 자식 간의 헌신적인 사랑 같은 정서적 용어들로 표현되거나 이해되지 않는다. 대신 이런 관계는 모두 어떤 느낌으로 귀결된다. 바로 특정 장소의 단점이 무엇이든 간에 그 장소가 다른 장소들에 비해 뭔가 특별하다는 느낌이다.(29)
인간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내집단은 집을 공유하는 사람들로 구성된다. 우리는 주로 가족들과 집을 공유하지만 항상 그런 건 아니다. 사실 우리가 우리의 친척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은 유전자 탐지가 아니라 인지와 상황에 기초한다. 때문에 집은 그 자체로 누가 가족이고 가족이 아닌지에 대한 우리의 느낌을 형성하는 데 중요하다. 일부 노동자들은 (전통적인 수렵채집법이 없는) 현대의 직장을 ‘집처럼 느끼기’ 시작했고, 또 그들은 서로를 ‘가족처럼 느낀다.’ 이것은 단지 비유적 표현이 아니다. 시간, 근접성, 친밀감은 우리가 집을 느끼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직장을 느끼게 한다.(71)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오랜 기간 혹은 영원히 떨어져 있을 때 경험하는 작은 슬픔은 절대 사소한 느낌이 아니다. 비록 이동성이 높은 현대 사회에서 그 슬픔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그것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을 수는 있지만 말이다. 사람들이 향수병에 걸렸을 때, 그들은 일반적으로 주거지나 특정한 물건, 또는 특정한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집에서 있었던 전체적인 경험을 그리워한다.(304)
현대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계속되는 긴장감의 원천 중 하나는 집과 일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노력에서 나온다. 이것은 관계와 책임에 관한 것일 수도 있지만, 장소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수천 년 동안 수렵채집인과 야생인으로 살아왔던 우리의 과거에서 집이 우리 행동권의 주요한 고정점이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심리적인 장소이든 문자 그대로의 장소이든 간에 집은 오랫동안 인간 일상생활의 중심이었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정점을 여러 개 갖고 있다.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집의 우선순위는 직장에 의해 종종 도전받는다. 사람들은 동시에 서로 다른 두 장소와 중요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306)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는 허수아비한테 말한다. “우리의 집이 아무리 황량한 잿빛이라 해도, 그리고 다른 곳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우리 사람들은 집에서 살고 싶어 해.” 우리의 생리적, 정서적, 그리고 인지적 안녕은 집에 대한 우리의 진화된 ‘피와 살’의 느낌들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이 느낌들이 무엇이고 또 어디에서 온 것인지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지극히 개인적인 종류의 집의 개선을 이룰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325)
네안데르탈인의 묘지에서 현대의 집까지,
집을 집답게 만드는 요소들
저자 존 S. 앨런은 인간 뇌와 인간 행동의 진화에 관심을 두고 연구해온 신경인류학자다. 안토니오 다마지오를 비롯한 여러 저명한 과학자들과 활발히 교류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 신체에 대한 자연과학적 탐구와 인간 사회에 대한 인문학적 지식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저자는 먼저 ‘우리는 왜 집에서 편안함을 느낄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집의 느낌’을 탐구한다. 느낌과 정서라는 주관적이고 모호한 대상을 선명하게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과학이라는 틀이다. 앨런은 인간의 진화를 보여주는 고인류학의 중요한 발견들을 따라가는 동시에, 신경과학과 뇌과학에서 이루어진 최신의 연구 결과를 결합해서 집과 인간이 맺어온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관계를 밝힌다.
이런 과학적 접근을 따라가다 보면 뇌의 신경전달물질 수준까지 내려가 집에 대한 우리의 근원적인 욕구를 속속들이 이해하게 된다. 집에서 벌어지는 주요한 활동, 즉 수면과 휴식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저자는 잠을 잘 때 신체에서 일어나는 항상성 유지 활동을 통해, 집에서 취하는 숙면이 바깥세상의 스트레스로부터 우리를 어떻게 회복시키는지 보여준다. 또 명상을 하는 뇌를 찍은 신경촬영법 연구를 예로 들어 긴장이 완화된 상태에서 뇌가 더욱 자유로워진다는 점을 밝힌다. 이런 생리적인 활동뿐 아니라, ‘공감’처럼 집과 관련해 더욱 사회적인 영역에 있는 활동의 생물학적 근거도 만나게 된다. 저자는 보수 정치인인 딕 체니와 롭 포트먼이 동성애자 자녀들의 영향으로 동성 결혼을 지지하는 입장을 갖게 된 ‘롭 포트먼 효과’를 언급한다. 고통받는 사람들의 사진을 볼 때 뇌의 어떤 영역이 활성화되는가를 살핀 신경촬영법 연구를 살펴보면서 집을 공유하는 집단, 즉 가족 사이에서 생겨나는 공감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다.
이어서 책은 집에 대한 이런 욕구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살핀다. 인간은 어떻게 지금 같은 형태의 집에서 살도록 진화했는지, 집은 우리가 현생 인류로 진화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밝히기 위해 선사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저자는 가장 초기의 호미닌에서부터 인류 진화의 변천 과정을 따라가면서, 그 여정에서 발견되는 집의 선조들을 찾아낸다. 음식을 가공하고 도구를 만드는 장소였던 본거지, 공동생활의 중심이 되어준 ‘불’을 사용한 흔적, 지금과는 아주 다른 형태로 협력적 양육을 했던 가족의 흔적들이 그것이다. 또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영구적인 집”인 ‘묘지’로부터 인간이 집과 맺는 상징적이고 정서적인 관계를 읽어낸다. 네안데르탈인이 정말로 친지를 매장했는지, 묘지를 만들 능력이 있었는지를 차근차근 따져보며, 진화 과정의 어느 단계에서 상징을 다루는 ‘인간다움’이 형성되었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앨런은 마치 탐정처럼 수만 년 전까지, 유전자 하나하나까지 파고들어가서 집의 기원을 추적한다. 이 신경인류학자 탐정이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우리는 우리의 가장 사적이고 내밀한 공간인 집, 그리고 집에 있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집은 인간이 바깥세상을 마주하기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이러한 준비에는 우리가 집 밖에서 성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과 중요한 관계를 맺는 것도 포함된다. 준비를 한다는 것은 몸과 마음을 쉬게 한다는 의미도 된다. 집은 세상일에 지친 우리를 다시 회복시키는 데 아주 탁월한 공간이다. 따라서 집의 느낌은 우리가 (사람 및 공간과) 관계를 맺고 휴식하고 회복하면서 경험하는 느낌들에서 나온다.(46)
본거지, 장소, 야영지 등 뭐라고 부르든지 간에, 아무튼 그런 것의 존재는 협력적 양육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양육자들은 아이들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발견될 수 있어야만 유용하다. 그리고 엄마들은 다른 일을 하다가 돌아왔을 때 아이들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인간 집에서 첫 번째 ‘방’은 부엌이나 식당, 침실이 아닌 육아실이었을 것이다.(156)
집은 우리가 바깥세상에서 직면하는 어려움으로부터 우리의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공간이다. 오늘날 거대 도시에서 그러한 것처럼, 사람들이 모두 수렵채집인으로 살았을 때도 그랬을 것이다. 우리가 바깥세상에서 마주하는 시련과 고난은 우리를 지치게 하고 또 우리에게 안 좋은 느낌을 남길 수 있다. 이런 것들은 모두 집에서 바로잡힌다. 집은 우리 생활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의 전체적인 항상성을 위해 필수적이다.(49)
화로와 집. 이 둘의 연관성은 오래된 것이자 보편적인 것이라는 점이다. 1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초기의 도시 지역들을 살피는 고고학자들은 진흙과 돌로 만든 비교적 획일적인 구조물들 안에서 화로의 존재나 관리된 불의 증거를 보고 그것이 주택임을 확인한다. 수렵채집인이나 전통적인 농경인이 살았던 비도시 지역의 바닥에 펼쳐진 유물과 쓰레기의 배치를 연구하는 고고학자들도 마찬가지로 불의 증거를 살핀다. 불의 존재와 위치는 생활공간이 어떻게 배치되었는지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집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현대의 주택에 들어갈 때, 우리가 텔레비전의 위치를 보고 그 공간을 사용하며 상호작용하는 그곳 거주자들의 일반적인 위치를 상상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145)
우리는 집의 모든 요소들이 하나로 합쳐져서 이렇게 매우 인간적인 시설을 형성하게 된 그 시기가 언제인지 사실상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이러한 요소들이 완전히 현대적인 인간이나 거의 인간에 가까운 인간이 출현하기 전에 진화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호모 에렉투스는 초기 호미닌과 대형 유인원뿐만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했던 모든 형태의 생명체로부터의 중요하고 혁명적인 출발이었다. 집은 이러한 혁명의 일부였을지도 모른다.(159)
한 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가족의 기원을 찾는 일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단란한 핵가족을 찾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핵가족의 형태를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인류학자들은 친족 관계가 인간 사회 구조에서 중심이기는 하지만, 그 친족들이 구성되고 배치되는 방식은 문화적으로 굉장히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준다.(150)
부동산 버블과 공공주택,
현대의 주거 문제에 과학이 답하다
이 책이 추적하는 집의 진화적인 기원은 지금의 우리 삶과 동떨어진 선사 시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는 집에 대한 진화적이고 인지적인 이해가, 현대 사회가 당면한 주거 문제에도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은 부동산 버블과 공공주택이라는 커다란 두 이슈를 중심으로, ‘집 느낌’의 이해가 어떻게 더 나은 집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실마리를 주는지 논의한다.
앨런은 현대 사회의 주거 이슈를 이해하기 위해 경제학, 심리학, 신경과학을 종합적으로 아우른다. 먼저 경제학자 로버트 실러와 조지 애컬로프가 논한 ‘야성적 충동’ 개념, 그리고 뇌의 의사결정 시스템에 대한 신경경제학 연구를 통해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합리적 판단이 실제로는 잘 작동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문화적 요인이 가세한다. ‘집 소유권은 좋은 것이다.’라는 일종의 이념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이것이 버블 당시 어떻게 투자 위험을 과소평가하게 만들어서 많은 이들을 약탈적 금융상품의 희생양이 되게 했는지 살핀다.
한편 앨런은 인간에게 직접 경험 및 가까운 친척들의 경험에 기초해 세계를 이해해왔던 인지적 진화 과정의 영향이 남아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아직도 우리에게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정보는 ‘이야기’다. 이야기는 부동산 시장에서 자신감을 증폭시키는 기제가 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인간이 집과 맺는 정서적 관계에 형태를 부여하기도 한다. 저자는 공공주택 정책이 실패해 슬럼화된 미국의 사례와 뉴질랜드의 성공적인 국가 주택을 대비하며, 집을 둘러싼 개인의 이야기들은 정부 정책에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를 지적한다.
현대 사회에서 인간과 집의 관계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우리는 집보다 일터에서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고, 전통적인 가족 형태는 점점 해체되고 있다. 앨런은 그럼에도 집이 우리에게 주는 본질적인 이익은 아직 유효하다고 말하며, 변화하는 세상에서도 집과 관련된 즐거움들을 인식하고 누릴 수 있기를 당부한다. 꼭 혈연관계일 필요는 없는 사람들과 새로운 가족을 만들고, 집을 단순한 휴식처가 아닌 더 많은 활동이 벌어지는 곳으로 만들면서 말이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집의 진화에 관한 정보들은 우리가 개인으로서, 또 사회전체로서 더 나은 집 생활을 꾸려나가는 데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피식자는 여러 이유로 포식자에게 취약해진다. 대출자들이 왜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빌렸는지, 그 탐욕을 비난하기는 쉽다. 하지만 나는 두려움도 중요한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아직 자신의 집이 없는 저소득층과 신용불량자에게는 부동산 시장의 붐이 집 소유자들의 대열에 합류하거나 재합류할 가능성을 더욱 멀어보이게 했을 것이다. 우리가 살펴보고 있는 것은 매우 강력하고 널리 퍼져 있는 집 소유권 밈, 즉 집 소유자가 되지 못하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완전한 참여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집을 소유할 수 없다는 두려움, 시장에서 영원히 배척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은 집을 당장 사야겠다는 훌륭한 동기가 된다.(223~224)
애컬로프와 실러가 이야기를 경제적 붐과 불경기 순환의 밑바탕이 되는 야성적 충동의 하나로 인식한 것은 그리 놀랍지 않다. 정보의 확산, 그리고 어쩌면 더 중요하게도 허위 정보의 확산은 이러한 순환에 연료를 공급한다. 개인적 차원에서 이야기는 분명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그리고 심지어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우리는 캘리포니아에서 천정부지로 치솟는 주택 가격에 관한 기사를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친구가 와서 자신이 단지 1년 동안 소유했던 집의 순수가치로 어떻게 10만 달러를 빌렸는지 이야기한다면, 당신의 관심을 끄는 건 바로 그 정보다.(232)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은 우리 삶에서 적어도 짧은 시간이나 과도기적인 기간에, 진정으로 집에 있다는 ‘느낌’ 없이 그저 집에 ‘있는’ 감각만을 경험해본 적이 있다. 이것은 입양 전문 연구자 르네 혹스베르헌이 “정신적 노숙”이라고 부르는 것의 온화한 버전이다. 혹스베르헌은 누군가 집의 느낌을 가질 때, 그 사람은 “어떤 지붕 아래에서 안정됨을 느끼고, 안전함을 느끼며, 그 집 및 그 집에 사는 사람들과의 정서적 결속을 보여준다.”고 적었다. 정신적 노숙은 이러한 중요한 느낌이 어찌된 일인지 지속적으로 성취되지 못하거나 덜 완성될 때 생긴다.(269)
우리의 가정적인 안녕이 우리의 물질적 환경의 질에 의해서, 그리고 그것과 함께 따라다니는 경제적 지위와 힘의 모든 측면에 의해서 조금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무모할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집의 느낌은 안에서부터 밖으로 나온다. 흔한 말로,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부동산 중개인이 뭐라고 하든 간에, 당신은 (더 좋은, 더 큰, 화강암 조리대와 자동화된 난방 시설이 있는) 주택을 살 수 있지만 집을 살 수는 없다. 당신의 진화적인 역사, 문화적 전통, 그리고 개인적인 경험에서 도출된 청사진에 따라서, 그 집은 당신이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242)
우리는 집과 관련된 느낌들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관계와 안전감, 편안함(비록 이것은 종종 문화적 힘에 의해 정의되지만), 이런 것들은 모두 우리에게 기꺼이 즐거움을 줄 수 있다. 그것이 없을 때 더 잘 알게 될 가능성이 높은, 그런 종류의 즐거움일지라도 말이다. 바라건대 우리가 집의 느낌을 인식함으로써, 그러한 인식을 통해 그와 관련된 즐거움들을 증진할 수 있기를, 그리고 즐거움이 존재하는 동안에는 즐기고, 그 즐거움이 떠났을 때에는 거슬러 올라가지 않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23)
작가 소개
지은이 : 존 S. 앨런
신경인류학자.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돈사이프 인지신경과학영상센터와 두뇌창의성연구소에서 연구하고 있다. 버클리에서 생물인류학으로 학위를 받았으며, 일본에서 정신생리학의 관점에서 조현병의 진화에 대한 현장 연구를 수행했다. 오클랜드대학의 문화인류학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에는 파푸아뉴기니, 팔라우, 뉴질랜드 등지에서 연구를 해왔다. 저서로 『미각의 지배: 인간은 두뇌로 음식을 먹는다』, 『뇌의 삶(The Lives of the Brain)』이 있고, 공저로 『생물인류학(Biological Anthropology)』, 『의료인류학(Medical Anthropology)』 등이 있다. 켄터키주 렉싱턴의 집에서 가족, 개와 고양이, 닭 몇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옮긴이 : 이계순
서울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했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인문사회 분야에서 과학 분야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지식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자립기: 1960년대 이후 자립생활기의 형성과 가족 및 사회의 극적 변화』, 『가족은 잘 지내나요?: 현대 가족의 일과 삶과 사랑의 공감 지도 그리기』 등이 있다.
목 차
들어가는 글
1장 집의 느낌
2장 집과 보금자리
3장 석기 시대 집의 변천
4장 네안데르탈인 묘지에서 찾는 집의 기원
5장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집을 느낄 수 있을까?
6장 집이 없는 사람들
7장 더 나은 집 만들기
나오는 글: 집이라는 이야기
감사의 말
주
인명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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