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레비스트로스를 처음 접하는 이에게
일반 대중이 동서양 고전을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꾸준히 힘써 온 중화권의 대표 인문학자 양자오 선생이 이번에는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로 독자와 만납니다. 『슬픈 열대를 읽다』는 구조주의 인류학의 선구자인 레비스트로스의 대표작 『슬픈 열대』를 통해 그의 인류학 여정을 함께 탐색해 보는 책입니다. 저자는 자신이 처음 인류학을 접하고 그것에 매료된 경험에서 시작해 서구 인류학의 변모 과정을 차근차근 짚어 가며 구조인류학까지 다다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인류학 전반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구조인류학의 정점을 이루는 레비스트로스와 그의 저서 『슬픈 열대』를 좀 더 손쉽게 적절한 깊이로 공부할 수 있습니다.
초기 인류학자들은 ‘안락의자의 인류학자’라 비판받았습니다. 왜냐하면 어떠한 이문화도 직접 경험하지 않고 자신의 서재에 편하게 앉아 선교사나 선원, 박물학자 등이 기록한 자료에 의존해 소위 ‘야만인’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탓입니다. 이런 관례를 뒤집은 계기가 바로 ‘말리노프스키 혁명’이었습니다. 인류학자 말리노프스키는 ‘참여식 관찰’이라는 방법론을 제안해 진정한 인류학자라면 응당 자신이 조사하려는 낯선 지역에 장기간 머물며 직접 현지 생활에 참여해 “현지인의 관점, 그들과 그들의 삶 사이의 관계, 그들이 세계를 보는 방식을 이해”한 뒤 그를 기반으로 민족지를 써야 한다고 주장했지요. 따라서 인류학은 다양한 이문화의 독특성을 강조하는 학문이 되었고, 그에 기반을 둔 민족지 자료가 쌓여 갔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 또한 문제에 부딪힙니다. “이렇게 쌓아 둔 표본으로 우리는 무엇을 하려는가? 이런 표본을 정리해 인류에 관한 보편적 인식을 끄집어낼 수 없다면, 그것을 수집하고 기록할 필요가 어디 있는가?” 이에 대한 해답을 내놓은 이가 레비스트로스였습니다. 그는 말리노프스키의 ‘참여식 관찰’ 방법을 계승하면서 동시에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을 찾아 인류학자들이 다시금 인류의 ‘공통성’을 직시하도록 했습니다. 그가 내놓은 방식은 방대한 민족지 자료를 분석해 보편적 ‘구조’를 찾는 것이었지요. 이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 레비스트로스는 구조인류학을 수립했던 것입니다.
문명에서 야만을, 야만에서 문명을 보다
인류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슬픈 열대』는 레비스트로스가 브라질의 원주민인 카두베오족, 보로로족, 남비콰라족, 투피카와이브족을 찾아가 그들 사회와 문화에 관해 기록한 책입니다. 하지만 양자오 선생은 이 책을 특정 장르로 분류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슬픈 열대』에는 레비스트로스의 깊은 인류학적 사고가 반영된 수많은 학술적 토론이 담겨 있지만, 일반적 의미에서의 학술서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학술서처럼 전혀 건조하거나 무료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또한 아름답고 실험적인 문장이 가득하지만, 그 수준 높은 성취로 볼 때 일반적인 산문도 아닙니다. 여행기의 요소가 농후해 일종의 기행문으로 볼 수도 있지만, 레비스트로스는 책머리에서 단호하게 일반적인 여행기 쓰기와 선을 긋습니다. 부단한 축적과 기록에 기반을 둔 분석, 추론, 통찰, 단언으로 이루어진 그의 글을 여행기라고 보기는 당연히 힘들겠지요.
레비스트로스는 왜 이렇게 모호한 형식으로 글을 썼을까요? 바로 인류 사회와 문화에 대한 자신의 입장이 모호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줄곧 인류 사회와 문화에는 보편적 구조가 있다고 말하며 그 구조를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다양성과 특수성을 부정하지 않았고 그에 대한 탐색을 게을리하지도 않았습니다. 즉 “거짓된 보편, 폭력적으로 왜곡된 (표면상의) 보편을 거부하면서 특수성의 원시림으로 나아가지만, 재차 특수한 것에서 보편적 구조와 규칙을 도출”하고자 하며 “문명 속에서 야만을, 야만 속에서 문명을” 보고자 했던 것이지요. 바로 이 점이 『슬픈 열대』가 출간된 후 약 30여 년 동안 레비스트로스가 인류학뿐 아니라 서구 학술계에서 절정의 위상을 점한 까닭입니다.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는 전혀 일방향적이지 않았습니다. 문명과 야만을 구분해 차별의 근거를 만드는 대신 외딴곳의 낯선 문화뿐 아니라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 문화까지도 모두 이문화로 인식하고 다양성과 특수성을 인정하면서 거기에서 공통된 구조를 발견하고자 했던 겁니다.
저자에 따르면 『슬픈 열대』는 레비스트로스가 이러한 구조주의 개념을 정립해 가는 여정이 담긴 책입니다. 저자는 프랑스에서 브라질로 향하는 긴 여정과 원시 부족을 접하는 과정에서 느낀 감정과 경험이 분석적인 인류학적 통찰과 나란히 서술된 이 책은 독자들을 당황케 할 수도 있지만, 인류의 일원으로서 우리 자신과 사회를 다시 돌아보게 해 줄 거라고 찬찬히 일러 줍니다. 이 책에서 양자오 선생은 레비스트로스가 『슬픈 열대』를 쓰게 된 시대적 배경과 맥락을 짚고 텍스트의 구조를 어떻게 짜 나갔는지 흥미진진하게 서술해 나갑니다. 『슬픈 열대』를 읽고자 하는 독자들은 이 책에서 새로운 관점과 접근법을 만나게 될 겁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양자오
중화권의 대표적 인문학자. 타이완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명일보』明日報 주간, 『신신문주간』新新聞週刊 편집장, 위안류遠流출판사 편집장, 타이베이예술대학 주임교수를 역임하는 등 언론, 출판, 교육 분야에서 다채롭게 활약했으며 현재는 『신신문주간』 부사장 겸 뉴스 전문 라디오방송국 ‘News98’의 시사프로그램 진행자이다. 선생은 청핀誠品 강당과 민룽敏隆 강당에서 일반 대중을 상대로 10년 가까이 동서양 인문고전 읽기 강좌를 진행해 온 참여형 인문학자이기도 하다. 보기 드문 통섭적 지식인인 그는 『색소폰을 부는 혁명가』, 『위대한 사랑』 등의 문제적 소설을 쓴 작가이자 『나의 21세기』, 『지식인의 눈부신 황혼』, 『노마드의 관점』, 『문학, 사회, 역사적 상상』, 『독서의 밀림에서』, 『문제적 시대』, 『이성적 인간』 등의 탁월한 평론집을 낸 비평가이기도 하다.
옮긴이 : 박민호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중국 현대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 현대문학과 문화에 관한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옮긴 책으로 『중국, 묻고 답하다』 『야만의 시대, 지식인의 길』(공역), 『창세기, 인문의 기원』(공역) 등이 있다.
목 차
저자 서문 ‘구조적 사유’로 들어가는 길
1. 하버드에서 레비스트로스를 만나다
시, 구조, 보편적 진리
마술사의 주문
진정한 자유 토론
쓰레기, 황금으로 변하다
2. 인류학의 대전환
안락의자에서 벗어나
말리노프스키 혁명
이중적 초점거리
보편에서 특수로
내가 누구인지를 잊다
특수에서 구조로의 전환
3. 슬픈 열대로 들어가다
지질학, 프로이트, 마르크스
언어학에서 가르침을 얻다
기본 구조의 탐색
4. 시처럼 모호한
오로지 시로만 묘사할 수 있는
시학적 성취
모호함과 다의성의 힘
혐오에서 시작하다
영원한 때늦음
시는 증명할 필요가 없다
5. 개별 현상과 기본 구조 사이를 오가다
‘실존주의’ 열풍에 도전하다
두 가지 구조주의
포틀래치의 기능과 의의
시인가, 과학인가・대가의 풍모
6. 인류학자는 창조자다
‘총체적 의미’를 찾아
경계를 넘어서는 기본 양식
인류학으로 철학을 대체하다
여점원식 형이상학
실존주의, 조용히 해!
창조로 수집을 넘어서다
물고기를 잡고도 통발을 잊지 않다
7. 대지식
세계는 마치 조그만 바람개비처럼
끝없는 리스트
환원을 거부하다
유비적 사유야말로 주류다
8. 야생적 사고
과학적 인과와 증명을 벗어나다
현대 예술의 황금시대에 살다
야만인에게서 배우자
분과 학문의 벽을 넘어
9. 신세계로 나아가다
만물에 이름이 없던 신세계
새로운 쇠퇴/성숙의 묘미
누구의 ‘일상생활’인가
종족 제도와 채식주의
10.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
야만인을 고정시키다
민족학에서 민족지로
이문화는 멀리 있지 않다
필연성의 전복
11. 이원 대립: 레비스트로스 사상의 핵심
누가 ‘인간’에 가까운가
정신 기능을 분석하다
대칭의 비대칭성
이원론에의 집착
문화원소표의 수립
구조와 다양성의 모호성과 모순성
진정한 통찰
12. 앞을 계승하고 뒤를 잇다
왜 쇼팽인가
모든 경험은 현재적이다
‘현대적 편견’의 쓰임
13. 먼 여행의 의의
신이 된 인간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흑고니의 부재를 증명하기 위해
한 번 가면 족하다
외딴곳에서 자신을 찾다
14. 부단히 확대되는 구조
끝없이 보완하고 포용하다
과학은 사실 특수한 사례에 불과하다
구조주의의 나뭇가지와 잎이 돋아나다
역자 후기—보편과 특수 사이의 진자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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