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혁명의 도시 파리, 키워드로 찾아가는 19세기 파리 기행
지난 4월 16일 노트르담 대성당이 불길에 휩싸였다. 여러 가지로 천만다행이었지만 이 불운한 사건으로 파리가 세인들에게 새삼 다가왔다. 과연 파리는 무엇인가? 세계인들이 너나없이 노트르담 대성당과 파리 시민들의 상심을 안타깝게 지켜봤다. 파리는 이미 프랑스만의 도시가 아니라 자유와 인권과 낭만과 차별 없는 세상과 관용이라는 너무도 어려운 덕목을 지향하는 이들의 도시가 되었다. 파리 시민들이 희생을 무릅쓰고 구현해온 역사 덕분이었다. 이 책은 파리가 가장 풍요로웠던 벨 에포크 시대의 기록이자 상기다. 그러나 그들의 ‘아름다운 시절’은 거저 오지 않았고 당연히 파리의 오늘도 아무런 수고 없이 얻은 것이 아니었다.
파리에서 공부하고 프랑스인 아내와 함께 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저자가 파리라는 도시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준다. 어느 도시나 그렇지만 특히 파리는 상징과 의미로 가득 찬 곳이다. 매력적인 도시의 겉모습을 한 꺼풀 벗기고 보면 더욱 친숙한 나만의 파리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것이 저자의 확신이다. 파리는 공화정과 왕정을 오가던 격동의 19세기 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그 뿌리는 분명히 대혁명이었다. 파리라는 도시가 형성된 것은 이미 천 년 전의 일이지만 현대의 파리는 19세기에 빚을 지고 있다. 오늘날의 파리를 제대로 알기 위해 19세기 파리로 여행을 떠나는 게 이상하지 않은 이유다. 이를 위해 저자는 파리지앵, 벨 에포크, 건축물, 백화점, 박물관, 공동묘지, 박람회 등 21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역사와 정치, 문화, 예술 등을 통해 파리라는 도시를 스토리텔링으로 정갈하게 풀어낸다. 혁명과 종교라는 거대 역사부터 카바레와 벼룩시장 같은 일상의 삶까지 하나하나 애정을 담아 이끄는 파리 탐험, 파리에 한 발짝 다가가는 순간 우리는 또 다른 파리를 만날 수 있다.
“파리는 역사 속의 도시가 아니라
역사를 써가고 있는 도시이다.”
파리는 근대예술의 요람이자 19세기 문화의 수도
전 유럽이 태평성대를 구가하던 19세기 말에서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20세기 초까지를 흔히 ‘좋은 시절’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벨 에포크(La belle ?poque)’라고 한다. 그 시기에 특히 프랑스가 ‘좋은 시절’이었다. 혁명 이후 격변하던 정치 상황도 어느 정도 안정궤도에 오르고 있던 이 시기에 나폴레옹 3세는 파리를 재정비했다. 길이 넓어지고 공공위생의 개념이 도입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만나게 되는 파리의 길과 벼룩시장, 공동묘지와 공원, 백화점과 도서관, 지하철과 카페 들이 이 시기에 비롯되었다. ‘라 마르세예즈(La arseillaise)’가 국가(國歌)로 제정되었고, 의무교육과 무상교육이 실현됐다. 산업 발달로 사람들이 대도시로 몰려들었고 왕족이나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던 문화 향유의 문턱이 점차 낮아졌다. 벨 에포크는 인상파의 시간이었고 박람회의 역사이기도 했다. 사진과 영화가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자전거와 자동차, 지하철이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각광을 받았다. 이 아름다운 시절에 파리는 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며 ‘문화의 수도’로 불리기도 했다. 이 시절에 대한 향수는 파리지앵들의 본능에 짙게 남아 있고, 단절되지 않은 역사로 파리 전체에 남아 있다. 벨 에포크를 알면 오늘의 파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 책은 벨 에포크 시기의 파리를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간결하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적인 내용들을 조목조목 들려주고 있다. 때문에 이 책은 파리를 여행하려는 사람, 파리를 추억하려는 사람, 파리를 동경하는 사람, 파리라는 도시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 프랑스 역사와 혁명을 배우려는 사람들에게는 소중한 인문학적 자양분이 될 것이다.
혁명의 자취를 따라가며 즐기는 역사 탐험
파리는 바스티유 감옥을 무너뜨린 혁명의 도시다. 그들은 1789년 첫 혁명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이후 100년 동안 계속된 혁명을 통해 모든 시민이 누려야 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또 피를 뿌려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 과정에서 권리만이 아니라 의무에 대해서도 명확한 책임감을 장착했다. 오늘날 파리가 여러 난관을 거치면서도 건재한 것은 그들의 시민의식이 그만큼 단단한 토양에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혁명은 단지 절대왕정을 무너뜨린 정치적 사건만이 아니었다. ‘가톨릭의 맏딸’로서 가톨릭 신앙이 깊게 뿌리내리고 있던 나라에서 종교의 권위 역시 무너졌다. 혁명이 구체제의 권위를 박살내버린 자리에 새로운 권위가 들어서기도 했다. 에밀 졸라에 의하면 1852년 문을 연 백화점은 ‘현대 상업의 대성당’으로 ‘새로운 종교를 일으켰다’. 1792년에는 공식적으로 모든 교회와 왕가의 재산이 몰수되었다. 왕실 소유의 예술 작품들과 엄청난 양의 장서가 루브르를 비롯한 박물관과 많은 도서관에서 국민들에게 개방되었다. 소수 귀족과 특권계층의 전유물이던 문화와 지식이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로 주어지는 순간이었다. 저자는 파리의 곳곳에 남아 있는 혁명의 자취들을 담백하게 전하고 있다. 역사문화기행을 하듯이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몇 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19세기 혁명의 도시 파리 속에 스며있는 자유와 평등의 드라마틱한 역사를 목도할 수 있다. 각각의 장소에서 각각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다시 그 길을 걷는 이들의 몫이 될 것이다.
파리는 또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잘 알려진 일이지만 프랑스 대혁명 100주년을 기념하며 유치한 1889년 박람회를 위해 에펠탑이 세워질 때 파리 시민들은 거세게 반대했다. 흉물스런 철탑이 파리에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1989년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기념해 루브르 박물관 중정에 들어선 유리 피라미드도 반대와 비판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현재의 에펠탑은 파리라는 도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징이 되었고, 루브르 박물관과 유리 피라미드 역시 지금은 떼어서 생각하기가 더 어려운 공간이 되었다. 지금 파리 시민들은 또 하나의 선택을 앞두고 있다. 노트르담 대성당 재건에 관한 문제다. 성당이 어떤 모습으로 복원될지는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파리지앵들은 또 한 번 서로 다른 의견들을 집요하게 조율해 나가면서 결론을 얻어낼 것이다. 그렇게 또 하나의 역사가 파리에 더해질 것이고, 그 이야기들은 스토리텔링으로 더해지면서 새로운 전설을 만들어낼 것이다. 지금은 또다시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는 파리로 여행을 떠나야 할 시간이다.
작가 소개
파리8대학 불문과를 졸업하고 <광주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프랑스 여인과 결혼해 네 아이의 아빠로 살고 있다. 여전히 글쓰는 일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길 바라지만 녹록치 않은 현실의 벽 앞에서 가끔, 좌절한다. 파리와 서울을 오가며 살다가 최근 다시 프랑스에 정착해 가이드와 운전을 호구지책으로 마련했다. ‘기사’가 된 ‘기자’랄까. 지은 책으로는 《메종 드 아티스트》, 옮긴 책으로는 《부자들의 역습》, 《지정학에 관한 모든 것》, 《집 안에서 배우는 화학》 등이 있다.
목 차
01. 그들은 오늘도 화양연화_파리와 파리지앵
02. 다 좋기만 하던 그때 그 시절_파리와 벨 에포크
03. 인류 역사의 흐름이 바뀐 곳_파리와 혁명
04. 도시 전체가 하나의 작품_파리와 건축물
05. 세계를 휩쓸 새로운 종교의 탄생_파리와 백화점
06. 도시의 모든 이야기를 담은_파리와 길
07. 아무리 봐도 싫증이 나지 않는_파리와 센강
08. 혁명의 열매이자 민주화의 다른 이름_파리와 박물관
09. 지친 일상을 치유하는 도시의 폐_파리와 공원
10. 각종 사상과 철학이 잉태된 그곳_파리와 카페
11. 대혁명에서도 무사할 수 있었던_ 파리와 도서관
12. 인간답게 묻힐 권리에 대하여_파리와 공동묘지
13. 가톨릭의 맏딸이 혁명을 맞았을 때_파리와 성당
14. 모든 권위에 저항할 수 있다면_파리와 대학
15. 부자들도 서민들도 웃고 울린 무대_파리와 극장
16. 스크린으로 다시 태어나는 도시_파리와 영화
17. 화려한 첨단기술의 향연이 벌어진_파리와 박람회
18.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보물창고_파리와 벼룩시장
19. 자정이 되면 새 세상이 열리고_파리와 카바레
20. 땅 속에 숨쉬는 302개의 이야기_파리와 지하철
21. 그들이 남긴 인류 최고의 발명품_파리와 공화국
에필로그|파리는 지금도 역사를 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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