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조선왕조 오백 년의 역사가 서려 있는 곳
다산 정약용의 꿈이 아직도 살아 숨쉬는 곳
자연과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곳
남양주
역사문화의 남다른 넓이와 깊이를 만나는 남양주
오랜 역사를 만날 수 있는 유서 깊은 지역 가운데에도 남양주는 두드러진다. 특히 조선 시대의 역사로 보면 남양주는 단연 독보적이다. 태조 이성계부터 조선의 막을 내린 순종 황제까지 발자취가 남아 있어, 발 닿는 곳곳마다 조선왕조 오백 년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한강이 흐르는 교통과 물류의 요충지라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였고 다양한 생각이 어우러졌다. 두 물이 만나 한강으로 바뀌는 팔당호 주변에는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과 진경산수화의 거장 겸재 정선의 자취가 있다. 오늘날에도 남양주는 어느 곳이나 물 맑고 산이 좋다.
이러한 남양주의 넘치는 역사를 해설하고 자연의 풍광을 담은 책 ≪왕들의 길, 다산의 꿈-조선 진경 남양주≫(컬처룩)가 출간되었다. 지난해 연재될 당시부터 학계와 재야의 주목을 받아왔는데, 이번에 책으로 펴내며 풍부한 실증 사료와 두터운 생각 거리를 담아냈다. 기자 출신인 두 저자는 함께 답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각자의 전문 분야를 집필하면서 서로의 글을 보완해 가며 남양주를 제대로 살펴보고 있다.
저자들은 종주까지 몇 시간씩 걸리는 남양주의 산들을 여러 차례 종주하고, ≪조선왕조 실록≫을 비롯한 많은 역사적 자료를 현장과 대조하며 빈틈을 메워 나갔다. 익히 아는 역사를 나열하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일반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자료를 발굴해 내기도 했다. 특히 이장 후 남은 묘 터에서 조선 시대의 화장품 발견의 의의를 설명하고, 광해군 자손의 묘소(추정) 발견의 의미를 밝혔다. 게다가 남양주에서 만나게 되는 역사 속 인물들을 내면까지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어 남다른 감동을 준다. 이는 남양주를 강남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가까운 여행지로만 접근해서는 절대 알 수 없는 내용들이다. 이를 통해 저자들은 고리타분하고 박제된 과거가 아닌 가치가 있고 생동감 넘치는 자원으로 인식하고 이를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킬 기반이 되는 남양주학을 제안한다.
조선왕조 오백 년을 만나다
남양주는 조선 시대에는 풍양현豊壤縣으로 불렸다. 이름대로 비옥한 너른 평야 지역으로 한양에서 가깝고 한강이 이어져 사람들이 모였으며, 다양한 생각들이 어우러졌다. 남양주가 “학문의 요람이었고, 철학의 산실이었으며, 예술과 상상력의 공간”이라고 일컬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곳엔 늘 한강이 흐르며, 한양으로 가는 그 길에 남양주가 있다. 뿐만 아니라 수종사, 봉선사 등 유명 사찰이 있고,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인 광릉 숲, 트레킹하기 좋은 운길산.예봉산.축령산이 있으며, 등반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수락산.불암산이 있다.
남양주에는 유독 조선 왕과 왕실의 무덤이 많다. 세조와 정희왕후가 묻혀 있는 광릉, 비극적 삶을 살다 간 단종비 정순왕후가 묻혀 있는 사릉, 고종과 명성황후가 묻혀 있는 홍릉, 순종과 황후들이 묻혀 있는 유릉. 비록 폐위되었지만 광해군의 묘도 있다. 홍유릉 구역에는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과 영친왕비 묘(영원), 덕혜옹주의 묘, 마지막 황사손 이구의 묘(회인원)도 함께 있다.
다산의 실학, 천주교도 남양주에서
지금은 터만 남은 석실서원에서는 조선 후기의 강학을 이끌고 기호 지역과 영호남 인재를 아우르며 북학의 토대를 마련했다. 석실서원은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로나마 만날 수 있다. 조선의 철학이 심화되고 진경 문화가 구축되어 18세기 르네상스를 꽃피운 곳도 남양주다. ‘오성과 한음’의 이덕형, 자주적 역법을 연구한 이순지, 연산군에 맞선 박원종, 개혁 정치를 펼친 김식 등 숱한 인재들의 흔적이 남양주 도처에 있다. 가장 걸출한 인물은 다산 정약용이다. 마재마을에서 나고 자란 다산은 초년과 노년을 남양주 ‘여유당’에서 보냈다. 조선 후기 격동 속에서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처신한 정약용의 삶의 태도는 머뭇거리고 조심한다는 뜻의 당호에 그대로 묻어난다.
사람들은 왜 남양주를 찾을까. 조선의 왕들로부터 장삼이사 무지렁이 백성까지, 죽어서도 찾아간 남양주. 남양주는 남한강과 북한강 두 물길이 만나 한강으로 나아가는 곳이며, 만남과 새로움을 꿈꾸는 청춘의 땅이다. 이 책은 역사적 흔적과 유려한 자연을 생생하게 담은 사진이 풍부하게 실려 있어 마치 남양주를 직접 거니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남양주에서 역사와 문화를 만나고 자연을 아우르는 매력적인 공간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주는 이 책은 여기서 머무르지 않고 지역학의 성과들이 다양한 콘텐츠가 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작가 소개
황호택
1981년 10월 〈동아일보〉에 입사하여 2017년 논설주간(전무)을 마지막으로 퇴직했다. 기자 5년차 때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보도로 한국기자상을 두 해(1987, 1988) 연속 수상했고 동아대상(1987)을 받았다. 이 사건 30주년인 2017년 ≪박종철 고문치사와 6월 항쟁≫을 펴냈다. 시사 월간지 〈신동아〉에 “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이라는 문패로 2002년 2월부터 5년 5개월 동안 명사 인터뷰를 연재해 책 7권을 발간했다. 〈동아일보〉에 ‘황호택 칼럼’을 10여 년 집필했다.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2020년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초빙 교수로 강단에서 저널리즘을 가르치면서 〈아주경제〉 논설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광표
1993년 <동아일보>에 입사하여 25년 동안 근무했다. 오랜 시간을 문화부에서 문화재 담당 기자로 일했으며 정책사회부장, 오피니언팀장, 논설위원을 거쳤다.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석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화유산학 협동과정(박사)을 졸업했다. 동국대학교, 국민대학교, 동덕여자대학교 등에서 문화재학, 박물관·미술관학, 한국미술사를 강의했고 현재 서원대학교 교양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명작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문화재 가치의 재발견≫, ≪그림에 나를 담다≫, ≪한국의 국보≫, ≪손 안의 박물관≫ 등이 있다.
목 차
남양주에서 코로나19 이후를 꿈꾼다 • 정재숙
프롤로그 조선은 남양주에서 시작하고 끝난다
1부 조선왕조의 흥망과 남양주
01 왕숙천과 풍양궁
02 세조와 정희왕후의 광릉
03 단종비 정순왕후의 사릉
04 흥국사와 덕흥대원군 묘
05 산비탈에 쓸쓸히 누운 광해군
06 인조반정 뒤 광해군 자손들의 운명
07 조선 최초의 황제 무덤 홍릉
08 순종 유릉과 대한제국 황실의 묘역
09 풍운아 흥선대원군 묻힌 흥원
10 후궁들의 원園 순강원・휘경원
2부 조선을 일군 남양주 사람들
11 조선 천문학의 최고봉 이순지
12 명나라 황제 후궁으로 두 누이를 보낸 한확
13 연산군 몰아낸 박원종
14 기묘사화의 정적 김식과 홍경주
15 임진왜란 협상의 달인 이덕형
16 청나라에 맞선 척화파 김상헌과 안동 김씨 선산
17 진경 문화의 요람 석실서원
18 풍양 조씨 시조 묘와 견성암
19 독립운동의 큰 별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석영
20 623년 만에 누명 벗은 고려 장군 변안열
3부 다산 정약용의 삶과 흔적
21 다산 정약용 생가 여유당 ‘조심하는 집’
22 정약용과 형제들, 천주학을 만나다
23 유배지에서 보낸 아버지의 가르침 《하피첩》
24 딸을 향한 그리움 〈매조도〉
25 조선의 르네상스인 다산
26 미래를 꿈꾼 한강변 ‘기다림의 길’
4부 남양주의 문화와 전통
27 왕실 여인들의 원찰 운길산 수종사
28 운허 스님의 파격과 한글 편액, 봉선사
29 왜장녀 배꼽춤 납시오… 퇴계원 산대놀이 한마당
30 ‘사도세자 누나’가 쓴 화장품
31 영조가 늦둥이 딸에게 지어준 궁집
32 한강과 어우러진 색깔 있는 뮤지엄
5부 남양주의 일상과 힐링
33 낭만과 청춘의 간이역: 능내역・팔당역과 자전거길
34 자연의 미학 광릉수목원과 크낙새
35 걷기의 철학: 운길산, 예봉산, 축령산 자연휴양림
36 힐링의 공간: 수동계곡과 묘적사, 수락산과 불암산
37 민주화 역사 기행 모란공원
에필로그 남양주학을 위하여
역사를 읽어 가는 두 지식인의 남양주 홀릭을 지켜보며 • 김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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