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세계사의 중심을 차지했던 18개 도시를 찾아서
유럽 역사의 역동적인 흐름을 포착하다!
역사가가 도시를 여행하는 법
저자는 지난 30년 동안 유럽의 여러 도시를 여행해왔다. 저자가 여행하는 방식은 조금 특별하다. 우선 가고 싶은 도시를 정하고, 여러 달 동안 그 도시와 나라의 역사를 자세히 공부한다. 유서 깊은 건축물과 예술 작품도 깊이 공부한다. 현지인들의 일상생활과 음식에 대해서도 조사한다. 현지에서 전해오는 뉴스에도 계속 관심을 기울인다. 이렇게 오랜 시간 준비를 하고 나서 마침내 한 도시에 도착하면 열흘 이상 그곳에 머무른다. 많은 명소를 둘러보기보다는 자세히 살피면서 긴 역사를 반추하며 향기를 깊이 느끼는 여행 방식이다.
이 책은 저자의 발길을 불러들인 여러 도시 중 그가 가장 애호하는 18개 도시에 관한 문화적 체험담이다. 30년에 걸친 수학여행을 정리한 셈이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동서양의 역사와 문화에 해박한 역사가와 함께 답사를 떠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내 직업은 역사가다. 문화유산이 풍부한 유럽의 도시에 내가 쉽게 매료되는 데는 직업적 이유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도시가 그 나라의 역사에서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그것이 유럽 역사 또는 세계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곰곰이 살펴보는 것이 즐겁다. 내가 찾아가는 도시의 정치적 변천을 포함해 그곳의 사회경제적 변천을 미시적 또는 거시적 관점에서 들여다보는 작업이 내게는 여간 흥미로운 일이 아니다.”
세계사를 바꾼 현장을 찾아 떠나는 도시 기행
인간의 문명은 오랜 옛날부터 도시를 위주로 발달했다. 도시는 언제나 역사의 중심 무대였다. 정치와 경제, 예술과 학문의 중심지인 도시는 인간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공간이다. 특히 이 책에 등장하는 18개 도시는 유럽 역사는 물론 세계사의 흐름이 형성된 현장이다.
저자는 한 도시가 가장 찬란하게 빛났던 시기에 주목한다. 물론 그 도시가 형성된 시기부터 현재까지 오랜 역사를 훑어보지만, 영향력이 가장 컸던 어느 한 시기의 모습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예를 들어 아테네를 여행할 때면 고대 도시 아테네에, 스톡홀름에서는 8~10세기 바이킹 시대의 스톡홀름에 시선이 오래 머문다. 따라서 책을 순서대로 읽어나가면 유럽 역사의 큰 흐름이 포착될 것이다. 나아가 한 도시와 국가가 세계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과정도 파악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유럽의 역사, 더 나아가 세계사를 보는 새로운 시야를 제공한다.
“이 책에서 만나게 될 도시들은 모두 유라시아 대륙에 위치한다. 그런데 이들 도시는 유럽 너머에까지 큰 영향력을 미쳤다. 가령 로마제국의 영토와 권력은 유라시아에 국한되지 않았다. 북아프리카도 로마의 통치 아래 있었고, 멀리 떨어진 중국과 인도, 한국과 일본도 직간접의 교역권에 포함되었다. 근현대 유럽의 대도시인 파리, 런던, 베를린과 모스크바의 영향력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의미에서 문자 그대로 지구적이었다. 어느 도시에 관한 이야기를 하든지 나의 관심이 그 한 도시의 역사와 문화에 구애되지는 않았다.”
역사는 과연 진보하는가
가장 먼저 찾아갈 곳은 역시나 그리스의 아테네다. 현대 도시 아테네는 국가 부도를 걱정할 정도로 불안정하고 혼탁하다. 하지만 고대의 아테네는 찬란했다. 그곳에서 민주주의가 꽃을 피웠고, 현대세계를 지배하는 철학과 과학, 학문과 예술이 시작되었다. 고대 아테네는 어떻게 황금기를 누릴 수 있었을까?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기원전 5세기에 아테네가 누린 휘황한 영광은 지리적 결핍의 산물이었다. 날 선 산맥으로 인해 국토가 종횡으로 갈라진 데다가 날씨도 덥고 건조해서 그리스의 도시국가는 자급자족하지 못했다. 살기 위해서는 지중해 바다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고대의 무역 대국으로 성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영광은 계속되지 않았다. 로마제국이 번성하면서 그리스는 식민지가 되었다. 그 뒤로 아테네는 온갖 세월의 풍상을 겪는다. 저자는 아크로폴리스에 올라 그리스 역사의 중요한 장면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파르테논 신전의 운명은 아테네의 아픈 역사를 대변한다. 로마가 기독교를 국교로 정하자 파르테논 신전은 가톨릭교회로 간판을 바꾸어 달았다. 이어 그리스정교회의 사원이 되었다가 19세기까지 무슬림이 지배하면서 모스크로 변모했다. 지금 모스크는 또다시 교회로 변신하고 있다. 현대에 들어 그리스는 히틀러의 침공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좌우의 이념 대립으로 인해 한국 전쟁에 버금가는 내전을 수년간 치렀다. 파르테논 신전은 그 모든 과정을 묵묵히 지켜봐야 했다.
그리스는 기원전 4~5세기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다. 하지만 그 이후로 그 시기를 뛰어넘는 시기를 그리스 역사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 역사란 한 단계씩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는 ‘발전론’은 과연 타당한가? 저자는 웅장한 파르테논 신전 앞에서 발전론이 허망하게 다가왔다고 고백한다.
바이킹의 후예들은 어떻게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사회를 만들었을까
이번에는 스웨덴의 스톡홀름으로 가보자. 스웨덴은 지구상에서 복지제도가 가장 완벽하게 갖춰진 나라로 손꼽힌다. 한때 가장 무자비했던 바이킹의 후예들은 어떻게 자유와 평화를 구가하는 복지국가를 만들 수 있었을까.
“나는 그동안 스톡홀름 지식인들에게 복지국가로 가는 지름길이 무엇인지 묻고 또 물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평등은 근대 사회의 중심 개념이지만 스톡홀름에서는 약간 다른 톤이 있다고. 무슨 뜻일까? 바이킹의 전통을 가리킨 것이다.”
저자는 스톡홀름 중앙역을 장식한 벽화 앞에서 바이킹의 전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실감한다. 그것은 바로 협동 정신이었다. 처음에는 3명의 예술가가 벽화 작업을 시작했다. 뒤이어 많은 예술가와 시민이 힘을 합쳐 오랜 세월에 걸쳐 초대형 벽화를 완성했다. 바이킹의 엄청난 위력도 협동에서 나왔다. 서로 힘을 합쳐 한 몸처럼 움직이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위험한 항해였다.
저자는 바이킹의 유물을 정리한 바사 박물관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이곳에서 저자는 세계 곳곳을 약탈하며 살아간 바이킹이 실제로 어떻게 살았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우리가 상상하는 뿔 달린 투구를 쓴 바이킹은 없었다. 그들이 먹던 음식부터 부족을 운영한 방식까지, 진정한 바이킹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바이킹은 부족 회의에서 마을의 중요한 안건을 결정했다. 구성원의 평등한 권리와 사회적 합의를 존중하는 의회주의적 전통이 있었던 셈이다. 부족장이 항해를 나가면 부족장의 아내가 전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러한 바이킹의 신념과 용기, 협동의 전통을 도시 구석구석에서 발견할 수 있다.
“단순 소박하면서도 우아한 이케아 가구, 어린이의 인격적 독립을 촉구한 말괄량이 삐삐 역시 스웨덴의 문화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유서 깊은 전통은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사물의 외관은 달라질지언정, 장구한 세월의 흐름에도 퇴색하지 않는 한결같음이 문화에 내재한다. 스톡홀름에서 나는 이런 느낌을 여러 번 가졌다. 여행이란 사회의 겉모습만이 아니라 깊이 있는 본질을 실감하는 기회이기도 한 것이다.”
도시를 여행하며 배우는 흥미진진한 세계의 역사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저자는 기하학에 주목한다. 스페인의 미술과 문학에서 유독 추상성이 발달한 이유를 추론해가는 과정은 매우 흥미진진하다. 근대화 과정에서 낙후된 까닭에 중세 도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도시 브뤼헤의 역사도 재미있다. 브뤼헤는 향수에 젖은 유럽인들이 가장 애호하는 여행지이자 유네스크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중세 도시’이다. 그 밖에 수많은 얼굴을 가진 베를린, 저항과 혁신의 정신이 살아 있는 프라하 등 도시의 진면모를 알아가는 흥겨운 여정이 계속된다.
우리의 여행은 생태 도시 프라이부르크로 마무리된다. 세계가 주목하는 생태 도시에서 여행을 마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곳에 우리의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프라이부르크가 생태 도시로 거듭나는 과정을 자세하게 들려주면서 우리가 이 도시에서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강조한다.
저자와 함께 18개 도시의 매력적인 유적지를 방문하기도 하고 특별한 음식을 즐기기도 하면서 여행을 마치고 나면 세계사를 보는 눈이 한층 넓어질 것이다. 실제로 여행을 떠난 것보다 더 깊이 있고 폭넓은 ‘방구석 여행’을 경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그들과 얼마나 다른지도 실감할 수 있다. 이 즐겁고 지적인 여행길에 함께 나서기를 권한다.
작가 소개
백승종
역사가이자 역사 칼럼니스트. 독일 튀빙겐 대학교 문화학부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튀빙겐 대학교 한국학과 교수를 비롯해 서강대학교 사학과 교수, 독일 보훔 대학교 한국학과장 대리, 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장(임시)을 역임했다. 독일 막스플랑크 역사연구소, 프랑스 국립고등사회과학원, 경희대학교 초빙교수를 거쳐 코리아텍 겸임교수로 있다.
저서로 『중용, 조선을 바꾼 한 권의 책』, 『상속의 역사』(2018년 올해의 책, 교보문고와 세계일보 선정), 『신사와 선비』(2018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조선의 아버지들』(2017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평택시 한 책 선정도서), 『금서, 시대를 읽다』(2012년 한국출판평론학술상),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2012년 한국출판문화상 학술분야), 『예언가, 우리 역사를 말하다』(2008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한국의 예언문화사』(2007년 세종도서 학술부문 선정도서) 등 20여 종이 있다.
목 차
여는 글_도시에서 역사의 의미를 찾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서 21세기의 혼란을 마주하다
로마, 아직 남아있는 제국의 향기
스톡홀름, 바이킹의 후예들이 만든 복지사회
콘스탄티노플, 동서양을 연결한 ‘비단길’의 영광과 치욕
베니스, 자유와 모험정신의 분화구
브뤼헤, 중세 도시로 떠나는 시간여행
프라하, 저항과 혁신의 역사
마드리드,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암스테르담, 이곳에서는 누구나 자유롭다
런던, 사라져가는 제국의 영광인가
비엔나, 아직 살아 있는 구체제의 영광
파리, 시민이 주인인 도시
베를린, 수천 수백 개 얼굴을 가진 국제도시
코펜하겐, 명랑하고 유연하게 대안을 만드는 사람들
취리히, 세계인이 가장 선호하는 명품 도시
모스크바, 여전한 황제와 귀족의 도시
스트라스부르, 국경도시의 아픔 딛고 유럽통합의 상징으로
프라이부르크, 어떻게 세계가 주목하는 생태 도시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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