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사진과 도표, 지도와 그림
★ 역사를 관통하는 이야기의 향연
★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의 뒤를 이은 <하룻밤에 읽는 영국사> 이야기
카이사르부터 브렉시트·코로나19까지…
영국사를 알면 세계사가 보인다!
2020년 1월 31일, 영국의 웨스트민스터에서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 ‘영국의 독립’을 축하하고 있었다. 영국은 무려 천 년이 넘는 기간 동안 타국에 점령된 적이 없고, 지난 백여 년간 수없이 많은 나라를 자국의 식민지로 만들었던 나라다. 오랜 라이벌인 프랑스조차 나폴레옹전쟁 이후에는 멀찌감치 따돌렸고,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의 승전국이다. 그런 영국에게 새삼 독립이라 할 만한 사건이 있었을까? 그것은 브렉시트Brexit, 즉 유럽연합으로부터의 탈퇴였다. 그런데 왜 영국은 탈퇴를 독립이라고 부를까?
영국은 유럽연합에 가입하기 위해 유난히 공을 들였다. 그러나 3수 끝에 이룬 통합 이후에도 유럽에 대한 영국의 소속감은 유달리 낮았고, 급기야는 탈퇴로 결론이 났다. 영국은 유럽의 역사에 끊임없이 관련해왔지만 정작 유럽과는 선을 긋는 일이 많다. 왜 영국인은 유럽과의 차별성을 유달리 강조하려 들까? 이를 알기 위해 저자는 우리가 영국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왕조의 부침은 겪었을지언정 천 년이 넘도록 타국에 점령당하지 않은 본토에 대한 자긍심과, 전 세계를 아우르던 대영제국의 찬란함이 이들에게 민족이 아닌 국민이라는 정체성을 형성하게 했다. 나폴레옹전쟁에 이은 양차대전의 승리는 영국인에게 승자의 자부심과 함께 다가올 백 년도 영국의 세기가 될 거라는 희망을 떠올리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 결과 유럽통합에 마지못해 뒤늦게 합류했고, 그 뒤에는 브렉시트라는 모순된 결론을 냈다. 최근 백 년만이 아니라 비슷한 일이 영국에서는 그 전, 아주 오래전부터 반복해서 일어났다.
책은 카이사르의 브리튼 침공부터 브렉시트와 코로나19가 등장하는 오늘날까지 영국의 역사를 다룬다. 영국인에게 세계사는 곧 영국의 역사다. 영국인의 생각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그러했다. 카이사르의 브리튼 섬 원정 이후 역사시대에 들어선 뒤부터, 영국의 역사는 곧 유럽의 역사이고, 유럽이 세계를 지배하던 시절에는 유럽의 역사가 곧 세계의 역사였다. 그 역사는 때론 세계를 긍정적인 면으로 물들였고, 때로는 세계를 어두움 속에 밀어 넣기도 했다.
하지만 『하룻밤에 읽는 영국사』는 이런 다양한 면을 보여주려 한다. 역사의 밝은 면과 함께 그 밝은 면이 만들어낸 어두운 부분 또한 동시에 조명하려 했다. 역사는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교과서식의 단순한 나열 대신 사람의 행위와 감정, 동기에 천착했다. 사람이 사건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와 이야기가 모여 영국의 역사, 아니 전 세계의 역사라는 큰 흐름을 관망한다. 하나의 독립된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와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반향을 책 속에 담아내려 했다. 아서 왕의 전설은 그를 흠모하여 아들의 이름을 아서라 지은 헨리 7세의 이야기로 연결되고, 아서의 갑작스런 사망은 영국 국교회 분리의 발단으로 이어진다. 유럽 대륙의 패권을 두고 프랑스와 두 번의 ‘백년전쟁’(15세기와 18세기)을 벌였고, 세계대전은 유럽연합으로 이어지며, 전후 정치의 변동은 경제를 주인공으로 하여 다시 브렉시트의 오늘까지 이어진다. 페이지를 채운 사진과 도표, 상세한 지도와 그림들이 이야기로의 몰입을 돕고, 역사를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하게 한다. 10여 년간의 기자생활을 거쳐 영국유학을 마치고 국제관계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저자의 내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민주주의와 제국주의, 유럽통합과 브렉시트
최선과 최악이 교차하는 모순된 나라 영국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지만, 영국의 역사에는 유독 최초가 많다. 그 최초는 영국에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양쪽으로 영향을 끼쳤다. 최초의 민주주의 국가는 최후의 군주제 국가이기도 했고, 산업혁명의 선두는 동시에 제국주의의 제1선이기도 했다. 자유무역을 퍼뜨린 영국은 역설적으로 보호무역에도 열정적이었다.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복지제도의 선구자이면서, 대처주의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의 첨병이었다. 세계의 시간이 시작되고 끝나는 나라 영국은 세상의 최선과 최악이 교차하는 모순된 나라이기도 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을 일주하면 전 세계의 모든 최선과 최악을 골고루 목격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거창한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와 영국의 접점을 단숨에 떠올리는 사람은 드물다. 세계열강들의 탐욕스런 시선을 모았던 개화기 때조차 영국은 거문도사건이라는 소소한 흔적 하나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시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최근 망명한 주영 북한 대사를 떠올릴 수도 있고, 조금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영국이 한국전쟁 참전 16개국 중 하나라는 사실까지 떠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당시 영국은 미군 다음으로 많은 5만6천 명을 파견했고, 5천 명 가까운 병력이 전사하거나 사로잡혔다.
그러나 세계의 역사가 곧 영국사라는 말처럼, 근대 이후부터 극히 최근까지 우리나라의 역사에 미친 영국의 영향을 부정하기란 불가능하다. 러시아와의 대게임Great Game이 거문도사건을 만들었고, 아편전쟁은 우리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시켰다. 일본은 영일 협정을 자국의 위상과 우리나라에 대한 영향력의 지렛대로 삼으려 했다. 1,2차 세계대전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전후의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다. 전쟁 이후의 현대에조차 영국의 영향은 적지 않다. 영국이 시작한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의 대립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우리 복지제도 형성에 영향을 주었던 영국의 복지제도는 역시 영국에서 시작된 대처리즘에 의해 수시로 공격받고 있다. 대한민국에게 영국은 미국과는 또 다른 선진국, 성장과 진보의 기준이 되는 국가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게 흔들리고 있다. 브렉시트와 그 이후 코로나19의 대응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선진국에 대한 환상과 유럽 그리고 영국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고 있다. 세계사의 주류이자 표준인 것처럼 보였던 그들의 이상적인 모습에서 시선을 돌려 이제는 그들의 인간적인 면에 주목해야 될 때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해도가 없는 바닷길을 간다고 보는 사람도 많다. 그 영국이 지금 머문 곳은 코로나19라는 암초지대다. “브리타니아 여신이여! 파도를 지배하라!” 18세기부터 널리 불렸던 <룰 브리타니아>처럼 영국은 역경을 헤치며 항해한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민족이 아닌 국민으로 뭉친 영국인, 그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과거, 현재, 미래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그 속에서 우리가 갈 길 역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거의 700년 전 유럽 전역을 강타한 흑사병이 중세 봉건제 붕괴를 촉진한 한 원인이 되었듯이, 우리도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에 대해 걱정 반, 기대 반을 한다. 세계가 고립된, 포퓰리스트적인 민족주의로 갈지, 아니면 열린,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로 갈지, 우리의 정책적 선택과 의지에 크게 좌우될 것이다.
- 「저자의 말」 중에서
작가 소개
1965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문학사(독일어, 경제학)를 받고, 공군 학사장교로 군 복무를 마쳤다. 10년간 연합뉴스와 YTN에서 기자로 근무한 뒤, 만 36세에 가족과 함께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로 늦깎이 유학을 갔다. 유럽통합(국제정치)을 전공하여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20년 현재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브렉시트와 의회주권」, 「유로존 경제위기와 민주주의」, 「유럽통합에서의 독일문제」, 「유로존 재정 위기와 은행동맹」 등 유럽의 흐름을 분석하는 다수의 논문을 썼고, 『유럽연합의 이해와 전망』, 『유럽연합의 통화 정책』, 『한눈에 보는 유럽연합』, 『지구촌 경제와 G20 ? G20 참여자의 현장 보고서』, 『미국과 유럽연합의 관계』(공저), 『유럽 언론에 나타난 한국의 이미지』(공저) 등 10여 권의 관련 서적을 집필했다. 유럽통합과 지역주의 비교연구, 평화 연구가 주 관심사다. 유럽과 글로벌이슈를 분석하는 주간 팟캐스트 〈안쌤의 유로톡〉을 제작, 운영하고 있다. 처에게 고구마를 구워주는 게 큰 행복이다.
목 차
저자의 말 4
프롤로그 영국이라는 숲을 걸어보자 13
제1장 로마 지배하의 잉글랜드와 앵글로색슨 시대
영국과 터키가 친척이라고? 23
브리타니아라는 이름을 남긴 로마의 브리튼 지배 27
훈족이 밀어낸 앵글로색슨 영국으로 오다 33
왕권과 함께 성장한 기독교 39
바이킹의 침략 속에서 이룩한 잉글랜드 통일 43
잉글랜드를 분할 통치한 바이킹 결국 정복자 윌리엄을 불러 오다 48
켈트족의 영원한 영웅 아서 왕 52
제2장 중세시대의 영국: 정복왕 윌리엄부터 장미전쟁까지
다시 영국을 정복한 또 다른 바이킹, 정복자 윌리엄 59
한 나라 두 언어, 지배층은 프랑스어, 평민은 영어 67
플랜태저넷 왕조를 연 헨리 2세와 순교자 토마스 베케트 72
존 왕이 귀족에게 항복한 문서, 대헌장 마그나 카르타 76
왕의 전횡이 의회를 제도화하다 80
성직자 교육 기관으로 출발한 옥스브리지 84
영토와 왕위계승권을 건 백년전쟁(1337~1453) 88
종교개혁의 ‘샛별’ 존 위클리프 93
봉건제 붕괴를 촉진한 흑사병과 농민봉기 97
귀족 가문 간의 왕위 쟁탈전 장미전쟁(1455~1485년) 102
제3장 튜더 시대와 스튜어트 시대: 절대왕정과 두 번의 혁명
헨리 8세, 교황과 결별하고 영국 국교회 수장이 되다 109
대제국의 기초를 닦은 여걸 엘리자베스1 세 114
“양이 사람을 잡아먹고 있다”, 인클로저 운동과 사회경제적 토대 변화 122
왕과 의회의 피 흘린 싸움, 청교도 혁명 1642~1649 127
올리버 크롬웰, 왕의 시해자인가 의회파 영웅인가? 132
명예혁명은 정말 피를 흘리지 않았는가? 136
절대군주냐 국민이냐, 주권은 어디에 토머스 홉스와 존 로크 142
연합왕국 그레이트브리튼의 탄생 1707 146
◆ 국교회, 종교의 갈등으로 살펴보는 영국 154
제4장 제국의 성립과 나폴레옹 전쟁
독일 하노버 왕조와 최초의 정경유착 스캔들 159
로빈크라시와 프랑스와의 잠정 휴전 165
18세기의 세계대전, 7년전쟁(1756~1763) 170
프랑스의 복수, 영국은 식민지 미국을 잃다 177
애덤 스미스는 시장 만능주의자가 아니다 182
산업혁명과 혁신 제임스 와트와 리처드 아크라이트 187
산업혁명의 종자돈이 된 노예무역 195
중국, 영국을 두 번 퇴짜를 놓다 201
에드먼드 버크와 토머스 페인, 보수주의와 급진주의의 격돌 206
나폴레옹전쟁과 ‘룰 브리타니아’ 210
‘기억의 장소’로서의 국립 대영박물관 218
제5장 ‘영국의 세기’ 19세기 (1815-1913)
1819년 피털루대학살과 노동자 227
노동자도 유권자로 아주 점진적인 선거권 확대 231
파벌에서 정당으로, 1832년 선거법 개혁과 보수당, 자유당의 출범 237
19세기 후반 정가의 영원한 맞수, 글래드스턴과 디즈레일리 241
자유무역으로 가다, 곡물법 폐지와 프랑스와의 자유무역협정 245
경제발전에 필요한 인력양성으로, 대학의 변화 250
노동조합의 멀고도 먼 합법화, 산업혁명과 노동자 254
자본주의는 반드시 망한다, 카를 마르크스의 경고 259
런던 세계박람회와 산업혁명의 절정 265
맬서스의 인구폭발이 일어나지 않은 이유, ‘암울한 학문’ 경제학의 발전 271
중국에게 ‘치욕의 백년’이 된 아편전쟁 277
인도의 직할통치와 러시아와의 대게임 282
세력 균형과 영국의 평화Pax Britannica 286
인간을 격하시킨 다윈의 진화론, 제국주의 정당화에 오용되다 293
금본위제의 확산과 기축통화 파운드 298
장기 불황(1873~1896)과 아프리카 식민지 쟁탈전 302
자치에서 독립투쟁으로, 아일랜드 독립의 멀고도 먼 길 309
◆ 후발주자 독일의 산업혁명, ‘메이드 인 저머니’가 영국산을 제친 이유 315
◆ 셜록 홈즈, 가장 널리 알려진 영국인 317
제6장 20세기부터 브렉시트까지: 양차 세계대전과 제국의 상실, 그리고 유럽
유럽 강대국들의 첫 번째 ‘내전’, 제1차 세계대전 323
2차 ‘내전’을 가져온 베르사유체제, 케인즈의 경고 무시되다 330
자유당의 한 분파에서 제2정당으로, 제1차 세계대전과 노동당의 부상 336
섣부른 금본위제 복귀, 1930년대 대공황과 블록 경제 340
유화냐 강경대응이냐, 히틀러 침략 야욕 막을 수 있었을까? 344
제2차 세계대전 후 노동당의 집권과 복지국가의 기틀 마련 350
보석을 잃고 ‘변화의 바람’을 맞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식민지의 독립 355
“제국을 상실했지만 아직 그 역할을 찾지 못했다”,
뒤늦은 유럽통합의 합류 362
경제를 개조했으나 국민을 분열시킨 ‘철의 여인’ 대처 368
황무지에서 돌아온 노동당과 당의 ‘현대화’, ‘신노동당’의 13년 집권 374
평화로의 멀고도 먼 길, 북아일랜드 평화 정착 과정 379
서민의 왕세자비 다이애나와 왕실의 위기, 비운의 왕세자비 다이애나 386
국민통합의 구심점 영국 왕실 391
경제적 이익을 압도한 정체성의 정치, 브렉시트가 일어난 이유 396
브렉시트 후 영국은 어디로, ‘제국 2.0’? 402
◆ 미국과 영국 간의 관계는 정말 특별한가? 408
◆ 토니 블레어는 전쟁범죄자인가? 411
◆ 낙제점 받은 영국의 코로나 19 대처,그리고 유럽 413
영국의 역대 국왕과 역대 총리 415
참고문헌 425
지도
현대 영국의 지도 19
4세기 브리튼의 주요 도로망 32
앵글로색슨 7왕국 38
9세기 말 경의 잉글랜드와 데인로 지역 51
7년전쟁과 영국, 프랑스의 주요 전선(유럽 대륙) 174
7년전쟁과 영국, 프랑스의 주요 전선(북아메리카) 175
7년전쟁과 영국, 프랑스의 주요 전선(인도) 175
산업혁명기의 주요 도시와 탄광, 철도 194
1812년 유럽의 지도 217
1897년 대영제국(유럽•아프리카•아시아•오스트레일리아) 306
1897년 대영제국(뉴질랜드•북아메리카•남아메리카) 307
1922년 아일랜드 지도 311
제2차 세계대전 후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한 아프리카 국가들 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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