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착취와 차별에 맞서 싸운 역사
해방부터 코로나19까지 한 권에
한국 현대사의 큰 분기점인 1987년 이후 벌써 30년이 넘게 흘렀다. 그 30여 년을 두고 치열한 “역사 전쟁”이 벌어진다. 우파는 자신들의 대한민국을 차지하기 위해 역사 왜곡을 서슴지 않는다. 중도파는 우파의 재집권을 견제하려고 괜한 공포심을 부추기며 나름으로 역사를 왜곡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10년간 집권하며 진보 염원을 배신한 것을 죄다 보수 우파의 훼방 탓으로 돌리고 좌파와 노동운동에 자제를 강요하면서 말이다. 특히 젊은 세대가 당시 역사에 익숙하지 않은 것을 교묘히 이용한다. 이 책이 들려주는 최근 역사와 투쟁의 경험은 중도파의 역사 왜곡에 대한 좋은 해독제가 될 것이다.
우리는 권력자들이 세상을 움직인다고 배운다.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의 행위가 영향력이 크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결단과 언행을 아는 것만으로는 크게 부족하다. 권력자들의 의지가 언제나 관철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결심이 이리저리 바뀌기도 한다. 카를 마르크스는 “인류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라고 했다. 계급투쟁이 만들어 낸 변화는 이후 시기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와 무엇을 하기 힘든지를 규정한다. 독자들은 역사의 진정한 동력인 계급투쟁의 관점에서 한국 현대사를 다룬 이 책을 읽으면서 돈 없고 힘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역사를 만들어 왔는지 알게 될 것이다.
과거가 어떻게 오늘의 세계를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면, 미래를 바꿀 지금의 실천에 틀림없이 도움이 될 것이다. 당대의 지배 질서에 도전해 성공한 경험들은 더욱 그럴 것이다. 그래서 오늘의 세계에 강한 불만을 느끼는 이들은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 경제 위기와 기후 위기 때문에 부모님이나 이모·삼촌의 20대 시절보다 삶이 더 어두워졌다고 여기는 지금 청년들에게는 제대로 된 역사 이론이 필요하다. 왜 그때는 가능했던 일이 지금은 안 되는 것일까? 반면 그때는 어려웠지만 지금은 가능해진 일은 무엇일까?
역사 서술과 계급적 이해관계
역사 서술은 옳든 그르든 변화의 동인에 대한 나름의 설명을 포함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변화의 동인에 대한 특정한 이론은 그 논자가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어떤지, 그의 이해관계가 무엇인지와 결부돼 있다.
보수 우파의 한국 현대사는 자본주의적 번영을 바라는 열망, 우방국인 미국이 들여온 자유 시장과 ‘자유민주주의’의 힘이 북한의 남침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를 선진국 문턱에 있는 나라로 탈바꿈시켰다고 설명한다. 그들의 역사에서는 이승만과 박정희, 그리고 재벌 총수들의 영웅적 결단이 찬양받는다.
반면, 친민주당 진영의 중도파적 역사 해석은 민족의 자립과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이 오늘의 한국을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일제강점기의 민족자본가들과 김구·장준하·김대중·노무현 같은 민주주의자들이 오늘날의 번영을 있게 한 위인이라고 말한다. 친민주당 진영은 경제성장 시기 권위주의적 일당 국가하에서는 배제된 처지였지만, 그들도 자본가계급의 일원으로서 자본주의적 번영을 추구하기 때문에, 가령 박정희를 완전히 부정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과거의 한국은 독재와 부패로 왜곡된 자본주의로 발전했지만, 지금의 한국은 자신들의 주도하에 번영한 선진 자본주의로 발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두 주류 세력과는 다른 각도에서 한국 현대사를 다룬다. 이 책이 궁극으로 보여 주려는 역사는 노동계급 사람들이 경제성장, 전쟁, 권위주의 국가,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달라져 왔는가 하는 점이다.
인간의 의식적 활동과 역사
이 책은 자본주의 경쟁 질서와 자본주의적 계급 관계가 사회 변화의 동인이라고 설명한다. 이것은 따분하고 고답적인 과정이 아니다. 역사유물론으로 설명하는 역사는 살아 숨 쉬는 인간들이 사회구조 속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힘과 이해관계를 발견해 발휘하거나 그런 해방의 과정이 가로막히는 구체적이고 생생한 투쟁이다. 계급으로 분열된 사회에서 역사의 퇴보와 진보는 자기 계급을 어떻게 잘 동원할 것인가 하는, 인간 집단들의 의식적 활동의 결과로 결정된다.
바로 지금까지의 역사
이 책의 장점으로 강조할 것은 가장 최근의 역사까지 다뤘다는 점이다. 보통 현대사를 다룬 책은 최근의 역사는 잘 다루지 않는다. 거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현존 권력자들이기 때문에 이해관계 면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최근 친민주당 진영이 용의주도하게 강화시킨 주류 양당 간 진영논리 탓에, 또는 민주당과 협력해서 개선을 얻어 내려고 민주당과 유착한 진보 진영 일부의 이해관계 탓에, 역사를 진실하게 보는 노력이 방해를 받고 있다. 그리고 역사적 사건들의 의미를 당시의 시점에서 설명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들은 현재 권력자들과 얽힌 이해관계가 없으므로 그들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이론이 적확하고 분석이 정직하다면 최근의 역사까지도 제대로 자리매김하며 일반화할 수 있다고 여긴다. 역사적 시야에서 저자들은 대체로 올바른 분석을 내놨다고 생각한다.
단 몇 명이라도 현실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 교훈을 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작가 소개
김동철
《마르크스주의로 본 한국 현대사》(책갈피, 2018)와 《새 세대를 위한 3·1운동사: 고전 마르크스주의의 시각》(노동자연대, 2019)의 공저자다. 격월간 잡지 《마르크스21》과 반자본주의 주간신문 <노동자 연대>에 한국사 관련 논문과 기사를 꾸준히 기고하고 있고,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국 근현대사 강연을 하고 있다.
김문성
반자본주의 주간신문 <노동자 연대>의 한국 정치 담당 기자다. 2016~2017년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 기간에 <노동자 연대>의 현장 취재를 총괄했다. 그때 쓴 현장 보고는 《박근혜 퇴진 촛불 운동: 현장 보고와 분석》(최영준·최일붕 엮음, 책갈피, 2017)에 수록됐다. 《문재인 정부, 촛불 염원을 저버리다》(책갈피, 2019)의 공저자다.
목 차
1장 해방 정국, 새 사회를 향한 뜨거운 염원과 좌절
2장 한국전쟁, 제국주의 경쟁이 낳은 비극
3장 4월혁명, 독재자를 타도하다
4장 박정희 정권과 유신, 그에 맞선
5장 광주항쟁, 한 세대의 영혼을 울리다
6장 1987년 6월항쟁과 7~9월 노동자 대투쟁
7장 1997년 대중 파업과 IMF 경제공황
8장 1990년대 후반 이후 역사를 이해하는 틀
9장 좌회전 깜빡이 켜고 우회전, 김대중 정부
10장 노무현 정부의 “좌파 신자유주의”
11장 우파의 귀환, 이명박
12장 유신 스타일 박근혜 정부
13장 문재인 정부의 등장과 중간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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