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청나라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미지 제국’ 다민족 국가를 다스리기 위한 건륭제의 시각정치학
청나라는 18세기 중반 단연코 세계 최강의 제국이었다. 중국 본토 이외 만주벌판, 티베트, 몽골, 대만까지 영역을 넓혀 중국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소유한 대제국이 됐다. 동시에 한족과 만주족을 비롯해 티베트인·위구르인·몽골인·버마인·타이계 민족 기타 청나라가 정복한 지역의 다양한 소수 민족으로 이루어진 다민족 국가였다.
저자는 청나라가 대제국이자 다민족 국가라는 수식에 새로운 수식을 하나 더 붙여준다. ‘미의 제국’이자 ‘이미지의 제국’으로 청나라를 새롭게 조명한 것이다. 건륭제는 만주족이 세운 청 왕조의 여섯 번째 황제로, 60년간 중국을 통치하며 강력한 실권을 행사했다. 광활한 영토의 대제국을 이룩한 건륭제는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민족들을 어떻게 조화롭게 통합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직면했다.
책은 청나라를 다스리기 위해 건륭제가 왜 시각 이미지를 사용했고 이 이미지를 통해 어떤 통치 전략을 펼쳤는지 탐구한다. 건륭제는 정복과 회유의 정책을 적절히 운용한 통치자였다. 만주족의 정체성을 잊지 않으면서 보편군주의 모습으로, 유교의 예치로 문화적 통일을 지향하려고 했다. 시각 이미지는 민족을 회유하고 통치하기 위해 직관적으로 황제의 이미지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다민족 국가를 다스려야 했던 보편군주 건륭제. 천하세계의 질서를 바로잡아야 하는 책임이 있는 천자로서 건륭제의 고민과 노력을 살펴본다. 이러한 연구는 최근 활발해지는 청나라 연구에 새로운 물살이 될 것이다.
▶ 건륭제의 문화 프로젝트, 다양한 군주의 초상화
건륭제는 다양한 민족을 회유하기 위해 문화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조판처에 속한 장인과 예수회 선교사로 하여금 황제의 초상화와 전쟁기록화를 그리게 하고, 장춘원에 조성한 유럽식 궁전 서양루의 건설에 참여하게 했다.
책에는 여러 민족의 모습으로 코스프레 한 건륭제의 초상화를 볼 수 있다. 잘 알려진 그림으로 <시일시이도>가 있는데 명나라 시대의 그림인 <인물人物>을 모방했다. 그림에는 송나라 문인 대신 건륭제가, 그 문인의 초상화 대신 건륭제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종이와 붓을 들고, 골동품에 둘러싸인 건륭제는 자신이 한족 문인들과 마찬가지로 고상한 품격을 지닌 통치자로 보이고 싶어 했다.
그림 <건륭문수보살상>에는 1755년에 중가르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해 문수보살로 그려진 건륭제의 초상화를 볼 수 있다. 이 그림에서 건륭제는 중앙에 티베트와 몽골 그리고 동아시아에서 지혜의 보살로 여겨지는 문수보살의 모습으로 재현된다. 건륭제는 티베트인과 몽고인에게 그들이 숭배하는 문수보살이자 보편제국을 다스리는 전륜성왕이 되고자 했다. 저자는 옹정제와 강희제가 여러 민족으로 코스프레 한 초상화를 보여주면서, 제국의 보편군주로 인정받고 싶어 한 황제의 마음을 읽어 내려간다.
▶ 지식은 곧 권력, 민족지와 박물지, 지도의 출연
청나라 황제들은 제국의 경계를 확정하고 여러 민족의 정보를 수집해 통치자의 권력을 유지하고자 했다. 이러한 취지에서 민족지와 박물지, 지도를 제작했다.
현재 중국의 경계 구획은 강희제와 옹정제 그리고 건륭제가 통치했던 130여 년간에 일어난 일이다. 『황여전람도』는 강희제의 명에 의해 청나라의 영토를 조사하여 제국을 시각으로 재현한 지도다.『묘만도』는 중국 서남부 지역에 거주하는 소수 민족의 생활상을 그린 그림과 이를 설명하는 글로 구성된 민족지다. 초판은 옹정제 치세 후반에서 건륭제 치세 초반 중국 변방을 다스리던 관리들에 의해 제작되었다.『황청직공도』는 건륭제의 명에 의해 만들어진 민족지로, 청나라에 거주하는 소수 민족을 포함해 세계 301종의 민족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민족이 살고 있는 지역과 청나라와의 관계, 독특한 풍습에 관해 중국어와 만주어로 설명되어 있다. 또한 건륭제는 청나라에 서식하는 동식물을 그림으로 그리게 해『조보』와 『수보』라는 박물지를 제작하였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지식정보의 생산과 유포에 대한 독점권을 가진 청나라 황제들이 어떻게 주변 세계를 정의했으며,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대해 알 수 있다.
▶ 건륭제의 관민, <건륭남순도>
통치자가 자신이 다스리는 지역을 순시하는 것을 순행이라고 한다. 순행은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세계’의 구도를 재정립하려는 군주의 문화적 행위이다. 건륭제는 할아버지 강희제가 했던 것처럼, 1751년부터 1784년까지 6차례에 걸쳐 청나라 경제의 심장부인 강남 지역을 돌아보았다. 건륭제는 자신이 남순한 목적을 ‘관민(觀民)’이라 했다. 백성들의 삶을 돌아보겠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통치에서 자신감이 생긴 건륭제는 자신이 쏟은 노력의 결실을 확인하고 싶어 했다. 궁정화가 서양(徐揚)은 건륭제가 행한 1차 남순의 모습을 12권 두루마리에 담아 <건륭남순도>를 제작했다. 그림에는 건륭제와 대규모 수행단의 모습이 상세히 그려져 있는데 채색과 묘사가 사실적이다. <건륭남순도>로 당시 건륭제의 수행단 규모와 지역 시찰의 의미, 백성을 살피려는 노력을 살펴본다.
▶ 황실의 보물과 유물로 만나는 청나라
청나라 황실은 청동기와 옥기, 자기, 서예, 법랑자기, 칠기 등의 예술품들을 포함하여 100만 점이 넘는 보물들을 남겼다. 이 어마어마한 양의 보물은 대부분 건륭제가 수집했다. 청나라의 힘이 절정에 달했을 때 건륭제는 중국 전역에 걸쳐 그리고 해외로부터 진기한 골동품과 유물을 모으기 시작했다. 건륭제가 수집한 보물들은 오늘날 박물관의 컬렉션으로 전해진다.
건륭제가 소장했던 엄청난 양의 보물들은 그 자체가 중국 문화와 예술을 표상한다. 그런데 건륭제는 왜 이처럼 진귀한 물건들의 수집에 열을 올렸을까? 그의 야심은 중국 역사상 가장 많은 컬렉션을 소유함으로써 ‘천하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범주의 만물을 망라하는 통치자로 군림하는 것이었다.
책에 소개된 자료들은 북경고궁박물원, 타이베이고궁박물원, 영국박물관 등에 가서 실물로 볼 수 있다.
작가 소개
한국과 미국에서 중국 문학을 공부했다. 중국신화와 소설에 관한 내용을 박사 학위 논문으로 썼고, 이후 몇 년 동안 대학원 시절에 스티븐 오원Stephen Owen이 쓴 Traditional Chinese
Poetry and Poetics: Omen of the World를 읽으면서 관심을 갖게 된 중국 문인들의 글쓰기와 그림에 관해 공부했다. 2007년에 출간된 『시와 그림으로 읽는 중국 역사』(시공사)를 시작으로 9권의 책을 썼다. 꽤 오랫동안 상명대학교에서 연구교수로 있으면서 한국연구재단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2013년에 선정된 「묘만도苗蠻圖」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건륭제와 18세기 청나라에 관해 연구해 왔는데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현재 세종대왕기념사업회에서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한문 고전 국역 사업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틈이 나면 태극권을 연마하고, 간혹 양생에 관한 책을 만지작거리곤 한다.
목 차
프롤로그
1장 황제의 공방
2장 황제를 그리다
3장 제국을 그리다
4장 민족지와 박물지
5장 황제의 문화수집과 예술품 복제
6장 남순
7장 황제의 정원
8장 그림으로 백성을 교화하다
에필로그
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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