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열일곱 번의 입원과 세 번의 굿,
리아에게는 무엇이 필요했을까?
난민과 국민, 치료와 치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문화 간 만남의 가능성을 묻다
앤 패디먼은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처음에 그는 캘리포니아의 한 병원을 무대로 뇌전증을 앓는 어린 소녀와 영어를 못하는 부모, 그리고 이들에게 약 먹이는 법을 가르치려고 애쓰는 미국 의사들을 보여준다. 이어 이 가족이 어쩌다가 미국에 왔는지, 그들이 왜 의사의 말을 듣지 않는지를 설명하며 라오스의 고원지대, 난민캠프, 캘리포니아의 몽족 공동체를 차례로 조명한다. 동시에 전쟁, 인종차별, 문화 간 갈등, 현대의학과 타자의 문제로 주제를 확장한다. 좋은 책이 갖추어야 할 미덕을 모두 갖춘 책이다.—김현경(인류학자, 『사람, 장소, 환대』의 저자)
미국 의료 체제와 몽족 치유 주술 간의 폭력적인 왕복 운동 사이에 끼인 몽족 난민 아동 리아. ‘비문명적’ 존재로 낙인화되어 언어와 대표성을 박탈당한 난민은 어떻게 자신과 가족의 신체 결정권을 가질 수 있을까? 저자는 권력의 비대칭성이 수반되는 문화 간 만남에서 고통받는 리아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자고 호소한다. 그곳은 문화, 정체성과 질병이 배제와 혐오의 근거로 활용되지 않는 ‘공동의 세계’다.—김현미(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이 책은 사이에 문화의 높다란 장벽이 있어 소통할 방법을 모르던 부모와 의사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한 아이를 소중하게 여길 때 발생하는 비극을 그린다.—김준혁(의료윤리학자, 『우리 다시 건강해지려면』의 저자)
문화와 문화의 만남, 피할 수 없는 충돌에 관하여
『서재 결혼시키기』 앤 패디먼의 걸작 르포르타주
“이슬람 난민 집단 거주 형성을 반대합니다.” 올해 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한 청원의 제목이다.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의 지역 내 정착을 반대한 이 청원은 “집단 거주를 허용해 몇 년 뒤 타국에서 일어난 일이 우리에겐 없을 거라고 보장하느냐?”라며, 이주민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를 동시에 드러냈다. 이러한 타문화와의 충돌은 ‘단일민족 신화’를 굳건히 믿어온 한국인들에게 오늘에서야 인식되기 시작했다. 한국은 이제 미등록 이주민을 더하지 않아도 OECD가 ‘다문화사회’로 정의하는 전체 인구 대비 외국인 비율 5퍼센트 기준에 상당히 근접했다. 다른 국적, 문화를 가진 사람들과의 충돌을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제는 충돌 아래 깔린 것들을 봐야만 한다. 문화 간에 발생하는 위계와 권력 차이, 그로부터 비롯되는 혐오와 배제, 서로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끝없고도 지난한 대화가 그것이다. 1980년대 미국, 한 난민 아이를 둘러싸고 벌어진 의료 분쟁을 9년간 기록한 앤 패디먼의 르포르타주 『리아의 나라』는 피할 수 없는 문화 충돌 앞에서 우리가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숙고하게 하는 책이다. ‘문화 차이’란 과연 무엇인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집단 간의 신념과 가치 체계가 극심하게 부딪칠 때, 우리는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가?
『리아의 나라』는 2002년 한국에 소개되어 지금까지도 많은 애서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스테디셀러 『서재 결혼시키기』 저자 앤 패디먼의 데뷔작이다. 훌륭한 에세이스트로 명성이 높지만, 패디먼이 걸출한 르포르타주 작가이기도 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 바로 이민자 가족과 미국 의료 체계 사이의 갈등을 9년에 걸쳐 민감하고 예리하게 옮긴 『리아의 나라』다. 이 책은 출간된 해에 전미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고, 현재까지도 미국 의대 필수 교양도서로 채택되어 널리 읽히고 있으며, 2019년 《슬레이터》 선정 ‘지난 25년간 출간된 최고의 논픽션’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에는 2010년 번역 소개되었는데, 출간 당시부터 섬세한 의료인류학적 성찰로 의학도와 간호학도에게 널리 읽혔으며 절판 이후에도 눈 밝은 독자들에게 여러 차례 재발견되며 복간 요청이 꾸준히 이어진 책이다. 이번에 새로이 출간되는 『리아의 나라』는 사실관계에 관한 저자의 전면적인 수정과 새로운 후기를 더한 15주년 개정판을 저본으로 삼았다. 1980년대 미국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을 2022년 지금, 다른 문화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전면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다시금 펼쳐보는 일은 더없이 시의적절하다. 패디먼은 뛰어난 균형 감각과 사려 깊고 따뜻한 시선으로, 문화와 문화가 만날 때 발생하는 권력의 역학을 기록하는 동시에 그 사이를 매개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를 모색한다.
“서정시의 우아함과 스릴러의 긴장감을 갖고 쓴 인류학 보고서”
섬세한 취재와 유려한 글쓰기로 기록한 문화 충돌의 현장
태어난 지 3개월이 되던 때, 캘리포니아주 머세드로 이민한 몽족 가족의 아이 리아는 문을 쾅 닫는 소리에 놀라 처음으로 발작을 일으킨다. 미국 병원의 의사들은 리아가 뇌전증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리아의 가족은 이 현상을 ‘코 다 페이’, 즉 영혼에게 붙들려 쓰러진 병으로 인식한다. 한 아이의 병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면서 치료는 두 문화 사이를 헤매게 되고 그렇게 “모두가 지는 싸움”이 시작된다. 의사들은 처방된 약을 제대로 투약하지 않는 리아 가족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리아의 가족들은 리아에게 나타나는 부작용을 보며 의사들과 약물을 불신한다. 리아의 부모는 리아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했고, 미국인 의사들은 어린 환자를 치료하고자 밤낮없이 애썼지만,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가운데 리아는 오락가락하는 약물 치료의 지난한 세월을 보내게 된다.
앤 패디먼은 9년에 걸쳐 이 사건에 연루된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방대한 문헌 자료를 조사해, ‘합리적인 의사들과 그들의 말을 듣지 않는 환자 가족의 갈등’으로 단순화되기 쉬운 이야기의 복잡하고 다층적인 면을 드러낸다. 리아의 여러 주치의들을 비롯해 간호사와 위탁 가정 부모부터 통역사와 몽족 이웃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몽족의 기원부터 그들의 전통적 삶의 방식, 그들이 겪은 이주와 차별까지 책과 기사, 판결문과 증언을 망라해 동원하는 저자의 충실한 서술은 층층이 쌓인 문화 간 갈등의 복잡한 면모를 드러내 이야기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마술처럼 책장이 넘어갈”(김현경) 정도로 몰입감 넘치는 글솜씨를 발휘하면서도 그 태도는 결코 가볍지 않다. 홀수 장에는 리아를 구하고자 애쓰는 의사들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짝수 장에는 전쟁으로 인해 살던 곳을 떠나야 했던 몽족의 역사를 배치해 병렬 구조로 내용을 전개한 정교한 구성도 눈에 띈다. 번갈아 가며 등장하는 리아의 병실과 몽족의 피난길은 어느새 하나의 이야기로 모여 현재의 문제를 지적한다.
대단히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문화 갈등으로부터 비롯된 이 개인의 비극에 접근하는 패디먼의 태도는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이다. 리아의 사례를 만나고 나서 “진심으로 양쪽 모두를 좋아하게 되었”으며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깨달았다고 말하는 패디먼은, 어째서 선의와 노력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모순이 발생했는가에 대해 다각적이고도 인간적으로 접근한다. 패디먼은 너무도 당연해져 의심의 대상이 되는 것조차 부자연스러운 서구 의학에 거리를 두면서도, 신비화되는 동시에 미개하다고 멸시받는 아시아 고산민족의 문화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자 한다. 한편 문화 간 만남에서 필연적으로 “권력의 비대칭성이 수반”(김현미)된다는 점 역시 예리하게 포착한다. 독자들은 패디먼의 섬세한 글쓰기를 통해 몽족이 라오스 고산지대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데에는 미국을 도와 대리전을 했으나 약속받은 안위와 기존 생활을 모두 박탈당한 역사가 숨어 있었음을 알게 되고, ‘문화 충돌’ 또는 ‘문화 갈등’이란 동등한 입장의 양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낯선 문화와 마주쳐야 하는 우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책
리아가 태어난 지 40년이 지난 지금의 한국에서 『리아의 나라』를 읽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것은 숨을 쉬듯 당연해진 우리 주변 문화에 질문을 던진다는 의미다. 의학의 판단이 늘 다른 무엇보다 우선할 수 있는지, 문화 간 권력 차이 속에서 타문화와 진실하게 소통하는 방법은 무엇인지와 같은 질문들을 말이다. 리아의 가족이 내린 선택은 이미 상당히 서구화된 한국의 문화와 의료 상식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다른 문화와의 마주침이 늘어날수록 이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늘어날 것이다. 앤 패디먼은 타자의 이야기를 치우치지 않는 탄탄한 글쓰기로 설득력 있게 밀고 나가 마침내 그들을 그들의 문화 속에서 보게 하며, 그곳에서 우리의 문화를 돌아보게 한다. 이로써 『리아의 나라』는 주류 문화만이 정답이라고 여기는 태도의 위험성과 혐오와 배제를 대신할 대화의 필요성을 함께 제시한다. 권력의 위계 윗자리를 차지한 문화에 질문을 던져 균형을 맞추는 공통의 언어를 상상하게 하는 『리아의 나라』는 이미 미국에서 문화인류학과 의료윤리학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이주민과 난민을 비롯해 그 어느 때보다 낯선 문화와의 마주침을 준비해야 할 한국에서 『리아의 나라』는 또 한 번 답해지지 않았던 질문과 다른 미래를 여는 대답을 내놓을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앤 패디먼
뉴욕에서 태어나 코네티컷과 LA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한 후 뉴욕으로 돌아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라이프》에서 전임 작가로, 《시빌러제이션》에서 칼럼니스트로, 《아메리칸 스칼러》에서 편집장으로 근무했다.
1997년 뇌전증을 앓는 몽족 아이와 그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첫 번째 책 『리아의 나라』를 발표했다. 이민자 가족과 미국 의료 체계 사이의 넘을 수 없는 골을 민감하고 예리한 시선으로 옮겨 같은 해에 전미비평가협회상을 받았다. 『리아의 나라』는 2009년 미국 청소년도서관협회 선정 ‘모든 학생에게 추천해야 할 책’에 포함되었고, 2019년 《슬레이터》가 고른 ‘지난 25년간 출간된 최고의 논픽션’에 올랐다. 이 책은 문학 저널리즘과 문화 간 감수성을 위한 사례집으로서 지금도 대학 수업에서 쓰이고 있다.
현재 예일대학교의 특수 프로그램인 프랜시스 우수작가(Francis Writer-in Residence)로서 학생들에게 논픽션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으며 작가나 편집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주고 있다. 한국에서는 『서재 결혼시키기』와 『세렌디피티 수집광』 등으로 소개되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옮긴이 : 이한중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나는 왜 쓰는가』,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울지 않는 늑대』, 『인간 없는 세상』, 『온 삶을 먹다』, 『글쓰기 생각쓰기』 등이 있다.
목 차
추천의 말
한국의 독자들에게
서문: 충돌의 경계에서
Lia
1 탄생
3 영혼에게 붙들리면 쓰러진다
5 지시대로 복용할 것
7 정부 소유의 아이
9 약간의 약과 약간의 넹
11 큰 것이 닥치다
13 코드 X
15 황금과 불순물
17 여덟 가지 질문
19 희생제의
Hmong
2 생선국
4 의사가 뇌를 먹나요?
6 고속 초피질 납 치료
8 푸아와 나오 카오 이야기
10 몽의 전쟁
12 탈출
14 도가니
16 그들은 왜 머세드를 택했나?
18 삶이냐 혼이냐
15주년판 후기: 공통의 언어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몽어의 표기법과 발음, 인용에 대하여
출처에 대하여
참고문헌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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