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6년 만에 돌아온 『가만한 당신』 세 번째 이야기
세상의 조명 없이도 스스로 이름을 지킨 서른 명의 부고
경계를 지우며 나아간 소수자의 고유한 삶
2016년 나란히 출간되었던 『가만한 당신』 『함께 가만한 당신』을 잇는 책 『가만한 당신 세 번째』가 6년 만에 돌아왔다. 한국일보 최윤필 기자가 연재 중인 동명 칼럼 「가만한 당신」은 세상으로부터 소외당했지만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지키고 끝끝내 살아낸 사람들의 부고이다. 죽은 이의 이름을 부르고 그의 삶을 기록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윤리적인 선택이다. 최윤필 기자의 시선은 주로 소수자에게 향한다. 소수자는 경계에 서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자신의 자리를 확보하고자 분투하는 존재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생을 빚어내는 에너지를 뿜어내기도 한다. 『가만한 당신 세 번째』는 경계를 지우면서 가능성의 공간을 넓힌 소수자들의 역동성을 포착한다. 책에 등장하는 트랜스젠더 과학자 벤 바레스, 아프리카에 대한 클리셰를 깨부순 작가 비냐방가 와이나이나, 지적장애인으로서 ‘스페셜올림픽’ 창설에 큰 역할을 한 마이클 큐잭 같은 인물들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난 6년 동안 우리 사회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페미니즘 리부트’가 연 문을 통해서 장애인, 퀴어 같은 소수자들에 대한 환대의 시선이 조금씩 생겨났다. 그러나 그만큼 저항하는 움직임도 커졌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정상성을 규정하려는 이들이 있다. 『가만한 당신 세 번째』 속 인물들은 경계라는 벽을 높이려는 움직임에 유유히 저항한다.
앞선 책들과 달리 『가만한 당신 세 번째』에는 한국인의 부고가 실렸다. 게이들의 생각을 풀어낸 잡지 〈뒤로〉의 창간인 이도진을 필두로 ‘여성의전화’를 이끌었던 이문자, 한국 문인들의 사진을 찍고 기록한 김일주가 소개된다. 동물의 언어 능력을 연구하기 위한 대상으로 관심을 끌었던 고릴라 코코의 부고도 담겨 있다.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최윤필
1967년 경상남도 진주에서 이성애자 사내아이로 태어나 서울대 사회학과를 거쳐 1992년 〈한국일보〉에 입사했다. 다만 서자여서 어른들의 ‘호적 타령’을 들으며 자랐다. 2006년 말 신문사에 사표를 내고 가구 일을 배우며 수도권 변두리 함바집에서 외국인 노동자들과 잠깐 한솥밥을 먹은 적도 있다. 솜씨도 벌이도 변변찮아 2009년 직장에 복귀한 사실을 『가만한 당신』 약력에 누락했다. “국적·지역·성·젠더·학력 차별의 양지”에서 살아온 내게 ‘소수자성’이란 게 있다면 미미하나마 저 경험 덕일지 모른다. 지은 책으로 『가만한 당신』 『함께 가만한 당신』 『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겹겹의 공간들』이 있다.
목 차
책머리에
앞서가는 당신
도티 프레이저
- 여성 최초 스쿠버 강사가 헤쳐온 길
콘라트 슈테펜
- 사라지는 빙하의 최초 목격자
케이트 밀렛
- 가장 퀴어한 페미니스트
마이클 큐잭
- 경계를 가르며 헤엄친 두 팔
보비 레이먼드
- 공존 가능한 마을의 설계자
벤 바레스
- 성차별에 맞선 트랜스젠더 과학
건설하는 당신
이문자
- 피해 여성의 곁을 지킨 ‘여성의전화’의 대모
샤론 머톨라
- 길 잃은 동물들의 수호자
비트 리히너
- 캄보디아 어린이를 보듬은 첼리스트 의사
프레더릭 D. 톰슨
- 흑인 여성에게 육상의 길 열어준 코치
제임스 르 메주리어
- 시리아 내전 인명구조대 ‘화이트 헬멧’ 창설한 영
룰라 콰워스
- 요르단의 한 세대를 가르친 페미니스트
질문하는 당신
버지니아 R. 몰런코트
- 퀴어 신학의 선구적 전사
레이 힐
- 이데올로기를 가로지른 한 노동자
사디 야세프
- 독립 영웅과 테러리스트 사이
코코
- 고양이와 인간을 사랑한 고릴라
엘리 아비비
- 시오니즘에 맞선 유대인 히피
윌리엄 디멘트
- 졸음의 몽매에서 인류를 깨운 의학자
폭로하는 당신
왕슈핑
- 중국 혈장 경제의 위험을 경고한 내부고발자
조지나 메이스
- 멸종위기종을 정의한 과학자
살로메 카르와
- 재감염의 두려움을 이겨낸 에볼라 전사
질 서워드
- 강간의 피해자, 스스로의 구원자
아나 곤살레스
- 칠레 인권운동의 상징
이언 피시백
- 불의의 명령에 명예로 맞선 꼿꼿한 화살
기록하는 당신
이도진
- 퀴어와 비퀴어 사이 장벽을 허물고자 했던 게이 디자
비냐방가 와이나이나
- 아프리카에 대한 클리셰를 깨부순 작가
수토포 푸르워 누그로호
- 재해의 흔적을 읽어낸 시민의 공보관
바버라 포인턴
- 치매로 시작된 이별과 사랑
해리 프레거슨
- 소수의견을 주저하지 않은 판사
김일주
- 한국 현대문학의 역사를 사진으로 남긴 무명작가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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