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스산한 빛이 궁궐 위를 지나가고
죽은 자의 이름이 다시 불리던 시대
왕조 500년의 어둠은 아직 완전히 봉인되지 않았다
<곡성>의 알 수 없는 저주, <파묘> 속 봉인된 무덤, <킹덤>에 등장하는 굶주린 존재들. 한국형 호러는 단순히 귀신이 튀어나오는 방식으로 공포를 만들지 않는다. 대신 설명할 수 없는 불안, 오래된 금기, 집단적인 공포와 인간의 광기를 천천히 끌어올린다. 그리고 그 감각의 시작점에는 오래된 역사 기록이 있다. 《조선괴담실록》은 바로 그 기원을 추적하는 책이다.
우리는 흔히 《조선왕조실록》을 왕과 신하의 정치 기록으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그 안에는 지금 읽어도 믿기 어려운 기괴한 이야기들이 끝없이 등장한다. 굶주림 끝에 서로를 잡아먹은 사람들, 벼락 맞아 죽은 시신의 훼손 사건, 궁궐을 떠돌았다는 도깨비, 귀신과 요괴에 대한 기록, 하늘 위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빛과 비행 물체까지. 저자는 방대한 역사 기록 속에서 이 기묘한 사건들을 끌어올려, 오늘날의 독자들이 읽을 수 있는 이야기로 복원한다.
특히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한국형 호러 콘텐츠와 실제 역사 기록이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김은희 작가는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기근과 인육 기록에서 영감을 받아 〈킹덤〉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실록에는 “굶주림을 참지 못해 인육을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병을 치료하기 위해 사람의 간과 쓸개를 사용했다는 내용까지 등장한다. 이것은 단순한 괴담이 아니다. 전염병과 기근, 권력의 탐욕 속에서 무너져가던 시대의 공포가 기록된 역사다.
《조선괴담실록》은 그래서 더욱 섬뜩하다. 대부분의 공포 이야기는 허구라는 안전장치가 있다. 그러나 이 책 속 이야기들은 “실제로 기록된 사건”이라는 사실 때문에 독자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저자는 단순히 자극적인 이야기를 나열하지 않는다. 왜 이런 괴담이 등장했는지, 그 시대 사람들은 무엇을 두려워했는지, 그리고 그 공포가 오늘날과 어떻게 닮아 있는지를 함께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책이 인상적인 이유는 조선이라는 시대를 완전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이다. 낮의 조선은 예법과 질서가 지배하는 나라였지만, 밤의 조선은 원혼과 금기, 기이한 소문과 설명할 수 없는 존재들로 가득한 세계였다. 왕조 500년 동안 기록된 불안과 공포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오늘날 우리가 열광하는 한국형 공포 역시, 결국 그 오래된 어둠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 소개
유정호
중고등학교 역사 교사. 인하대학교에서 사학과 교육학을 전공했고, 한국방송통신대학원에서 평생교육학 석사를 졸업했다. 딱딱하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한 역사가 아닌,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역사를 가르치고자 노력한다. 역사는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해주며, 대한민국 국민으로 자랑스럽게 살아가는 데 매우 필요한 학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활발한 집필과 강연, SNS 활동을 통해 우리 역사를 알리려 힘쓰고 있다. 한국사 핵심 사건 100가지를 다룬 《족집게 한국사》 외에도 《1일 1페이지 조선사 365》 《방구석 역사여행》 《작은 행복을 담은 여행》 《이다지도 확실한 이론완성 한국사 근현대사》(공저)를 집필했고, 《하루 1분 역사게임 세계사편》 《하루 1분 역사게임 한국사편》을 감수했다.
목 차
서문 _ 세계기록유산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믿기지 않는 이야기
1부 권선징악
태조 4년(1395년) – ‘가짜 뉴스’를 퍼뜨려 목숨을 잃다
태종 3년(1403년) - 신체 일부가 사라진 사체
태종 18년(1418년) - 임금이 애지중지하던 왕자의 죽음과 한 무녀
세종 18년(1436년) - 조선시대에도 사이비 종교가 있었다?
세조 8년(1462년) - 조선판 부부클리닉, 남편은 죄가 없고 아내는 참아야 하느니라
성종 19년(1488년) - 그 여자의 질투는 유죄
명종 1년(1546년) - 병을 낫게 하려고 ‘사람’을 사고팔다
2부 기이한 소문
태조 1년(1392년) - 하늘이 선택한 왕, 이성계
성종 20년(1489년) - 살쾡이가 준 비술서로 용을 혼내다
세종 30년(1448년) - 굶주림을 참지 못해 인육을 먹다
성종 5년(1474년) - 과학을 이용한 조선 최고의 마술쇼
선조 31년(1598년) - 임진왜란의 숨은 공신, 해귀의 등장
광해 1년(1609년) - <별에서 온 그대> 속 UFO는 조선에서 실제로 목격되었다
정조 9년(1785년) - 인간이 된 사슴과 곰의 놀라운 예언
3부 요괴와 귀신
정종 2년(1400년) - 어린 백성부터 왕까지 섬기는 감악산 신
정종 2년(1400년) - 왕과 신하의 100분 귀신 토론
중종 33년(1538년) - 죽은 뒤 뱀이 되어 남편을 쫓아다니다
중종 38년(1543년) - 몸은 하나, 머리는 둘 달린 괴물
선조 25년(1592년) - 일본군을 물리친 귀신 군대
현종 5년(1664년) - 창경궁에 나타난 도깨비
영조 43년(1767년) - 사내아이를 낳은 7살 소녀
4부 기적을 행한 사람
태종 5년(1405년) - 퇴계 이황이 전한 아내 사랑
세종 10년(1428년) - 전설 속 검은 여우의 털을 황제에게 바쳐라
세종 22년(1440년) - 사람을 현혹하는 불교를 탄압하십시오
단종 2년(1454년) - 강아지도, 고양이도 아닌 애완 호랑이
명종 1년(1546년) - 다섯쌍둥이는 하늘의 뜻
영조 40년(1764년) - 매년 음력 5월 10일은 ‘비 내리는 날’
정조 14년(1790년) - 조선의 특별한 노인 우대 정책
5부 기이한 동식물
태조 3년(1394년) - 하늘이 점지한 자만 먹을 수 있는 버섯
세종 즉위년(1418년) - 세종이 즉위한 날, 봉황이 나타나다
세종 12년(1430년) - 진짜 ‘용’이 있는지 신하들과 토론하다
세종 19년(1437년) - 만병통치약 만인혈석을 품은 괴물 뱀
세종 21년(1439년) - 곰에게 사로잡혀 반인반웅을 낳은 여인
연산 11년(1505년) - 피로 물든 왕 연산군의 포도 예찬 시(詩)
중종 10년(1515년) - 다리가 5개인 송아지, 수탉으로 변해버린 암탉
6부 천재와 인재
태종 2년(1402년) - 비를 내리는 도술로 역모를 꾸미다
태종 18년(1418년) - 호두(虎頭)를 물에 담가 기우제를 지내다
예종 1년(1469년) - 호랑이 잡는 착호갑사, 백성을 잡다?
성종 8년(1477년) - 조선을 덮친 벌레 떼
인조 16년(1638년) - 소의 죽음을 막아라
숙종 37년(1711년) -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은 여인
정조 23년(1799년) - 13만 명을 죽인 조선판 코로나19
참고 자료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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