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훼손된 민족의 자존심을 치유한 여성영웅 ‘박씨’
"낭군 같은 남자들은 조금도 부럽지 않습니다!”
〈박씨전〉은 병자호란의 설욕을 가상의 세계에서나마 극복하려고 했던 우리 고전 소설이다. 병자호란은 7년을 끌었던 임진왜란과는 달리 단 2개월, 그야말로 순식간에 조선의 왕이 청의 장수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고 항복해 버린 치욕스런 전쟁이었다.
손상된 민족의 자존심을 치유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여성 영웅 ‘박씨’였다. 그런데 하필 유교 제도 밑에서 소외되고 무시되던 여성이었을까?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로 끌려간 포로들은 〈연려실기술〉에 의하면 5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당시 서울의 인구가 3~40만 명이었다고 하니 서울 인구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청에 끌려간 것이다. 이들 노예 중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더 많았다. 전쟁이 일어나면 약자인 어린이와 여성이 가장 큰 희생자가 되는 것은 옛날에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조선의 여인들은 여기저기를 끌려 다니다 천신만고 끝에 몸값을 지불하고 정든 고향땅으로 돌아왔지만 되돌아온 것을 정절을 잃었다는 질타와 멸시였다. 자신들의 무능함으로 전쟁에 패배했음에도 오히려 여성들에 대한 비난으로 이를 돌리려했던 남성인, 당시 지배층에 대한 원망이 〈박씨전〉에 담겨 있는 것이다. 그래서 원전 〈박씨전〉에는 박씨가 남편인 병조판서 이시백에게 “낭군 같은 남자들은 조금도 부럽지 않습니다.”라고 당시 여성들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대변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야기에서 박씨는 청과 싸웠지만 한편으로는 무능한 남성 중심 지배 체제와 싸웠으며, 결국 임금조차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여성 영웅으로서 박씨의 캐릭터를 현대적으로 해석
이러한 〈박씨전〉을 그림책으로 만들기 위해 가장 고민한 것은 ‘박씨’의 캐릭터였다. 〈박씨전〉에는 우리 고유 정서인 도교 사상적 요소가 많이 담겨 있다. ‘박씨’는 원래 인간도 신도 아닌 일종의 ‘선인’이다. 〈박씨전〉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을 꼽자면 바로 박씨가 허물을 벗는 장면일 것이다. 박씨는 허물을 벗고 절세미녀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다. 작품에는 ‘계화가 보니 추하고 더러운 아씨가 허물을 벗고 옥 같은 얼굴이며 달 같은 태도로 사람을 놀래며 향기가 방 안에 가득한지라. 도리어 정신을 진정하여 보고 또 다시 보니 그 아름답고 고운 태도는 옛날
서시와 양귀비라도 미치지 못하겠더라.‘라고 나와 있다. 미녀가 된 박씨는 박대하던 시어머니와 남편의 사랑을 찾고, 주변 사람들의 존경을 얻는다. 〈박씨전〉에서도 여타의 옛 텍스트들처럼 여성의 능력을 드러내는 중요한 지표로 미(美)가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림책 〈박씨전〉에서 박씨는 전반부와 후반부에 따라 캐릭터의 변화를 겪는다. 외모의 변화는 박씨가 지닌 능력의 변화를 의미한다. 박씨가 다소 파격적으로 흰 옷에 선녀 같은 머리 스타일을 하고, 분홍빛 리본을 두른 것은 이러한 고민의 산물이다. 아름다운 여성 전사 캐릭터가 나오는 미디어에 익숙한 어린이 독자에게 최대한 매력적인 우리의 여성 영웅 박씨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가야 할까? 그림책 〈박씨전〉은 이를 시도한 예가 될 것이다.
▣ 작가 소개
글그림 : 조혜란
1965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를 공부했다. 아이들과 그림책을 좋아해서 두 달이 다니는 어린이집 친구들과 함께 직접 그림책을 만들어 보는 ''토끼네 그림책방'' 활동을 하고 있는 조혜란은, ''밥알 한 톨, 김치 한 조각도 농부의 땀이 배어 있는 소중한 것''이라며 딸들이 남긴 음식까지 말끔히 먹어치우는,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씩씩한 엄마이기도 하다. 우리 옛 그림의 맛이 살아 있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하는 조혜란 선생님은, 어린이들이 즐겁게 보면서 세상을 새롭게 알아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그림책을 꾸준히 만들고 싶다고 한다. 그 동안 지은 책으로는 「옥이네 이야기」시리즈,『사물놀이』『삼신 할머니와 아이들』『박씨 부인』들이 있다.
자문 : 권순긍
성균관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세명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로, 30년 넘게 고전소설을 연구하며 우리 고전소설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고소설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우리말교육현장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활자본 고소설의 편폭과 지향〉 〈고전 소설의 풍자와 미학〉 〈고전, 그 새로운 이야기〉 〈살아있는 고전문학 교과서〉 〈고전소설의 교육과 매체〉 외에 많은 책을 펴냈다.
훼손된 민족의 자존심을 치유한 여성영웅 ‘박씨’
"낭군 같은 남자들은 조금도 부럽지 않습니다!”
〈박씨전〉은 병자호란의 설욕을 가상의 세계에서나마 극복하려고 했던 우리 고전 소설이다. 병자호란은 7년을 끌었던 임진왜란과는 달리 단 2개월, 그야말로 순식간에 조선의 왕이 청의 장수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고 항복해 버린 치욕스런 전쟁이었다.
손상된 민족의 자존심을 치유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여성 영웅 ‘박씨’였다. 그런데 하필 유교 제도 밑에서 소외되고 무시되던 여성이었을까?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로 끌려간 포로들은 〈연려실기술〉에 의하면 5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당시 서울의 인구가 3~40만 명이었다고 하니 서울 인구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청에 끌려간 것이다. 이들 노예 중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더 많았다. 전쟁이 일어나면 약자인 어린이와 여성이 가장 큰 희생자가 되는 것은 옛날에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조선의 여인들은 여기저기를 끌려 다니다 천신만고 끝에 몸값을 지불하고 정든 고향땅으로 돌아왔지만 되돌아온 것을 정절을 잃었다는 질타와 멸시였다. 자신들의 무능함으로 전쟁에 패배했음에도 오히려 여성들에 대한 비난으로 이를 돌리려했던 남성인, 당시 지배층에 대한 원망이 〈박씨전〉에 담겨 있는 것이다. 그래서 원전 〈박씨전〉에는 박씨가 남편인 병조판서 이시백에게 “낭군 같은 남자들은 조금도 부럽지 않습니다.”라고 당시 여성들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대변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야기에서 박씨는 청과 싸웠지만 한편으로는 무능한 남성 중심 지배 체제와 싸웠으며, 결국 임금조차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여성 영웅으로서 박씨의 캐릭터를 현대적으로 해석
이러한 〈박씨전〉을 그림책으로 만들기 위해 가장 고민한 것은 ‘박씨’의 캐릭터였다. 〈박씨전〉에는 우리 고유 정서인 도교 사상적 요소가 많이 담겨 있다. ‘박씨’는 원래 인간도 신도 아닌 일종의 ‘선인’이다. 〈박씨전〉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을 꼽자면 바로 박씨가 허물을 벗는 장면일 것이다. 박씨는 허물을 벗고 절세미녀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다. 작품에는 ‘계화가 보니 추하고 더러운 아씨가 허물을 벗고 옥 같은 얼굴이며 달 같은 태도로 사람을 놀래며 향기가 방 안에 가득한지라. 도리어 정신을 진정하여 보고 또 다시 보니 그 아름답고 고운 태도는 옛날
서시와 양귀비라도 미치지 못하겠더라.‘라고 나와 있다. 미녀가 된 박씨는 박대하던 시어머니와 남편의 사랑을 찾고, 주변 사람들의 존경을 얻는다. 〈박씨전〉에서도 여타의 옛 텍스트들처럼 여성의 능력을 드러내는 중요한 지표로 미(美)가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림책 〈박씨전〉에서 박씨는 전반부와 후반부에 따라 캐릭터의 변화를 겪는다. 외모의 변화는 박씨가 지닌 능력의 변화를 의미한다. 박씨가 다소 파격적으로 흰 옷에 선녀 같은 머리 스타일을 하고, 분홍빛 리본을 두른 것은 이러한 고민의 산물이다. 아름다운 여성 전사 캐릭터가 나오는 미디어에 익숙한 어린이 독자에게 최대한 매력적인 우리의 여성 영웅 박씨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가야 할까? 그림책 〈박씨전〉은 이를 시도한 예가 될 것이다.
▣ 작가 소개
글그림 : 조혜란
1965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를 공부했다. 아이들과 그림책을 좋아해서 두 달이 다니는 어린이집 친구들과 함께 직접 그림책을 만들어 보는 ''토끼네 그림책방'' 활동을 하고 있는 조혜란은, ''밥알 한 톨, 김치 한 조각도 농부의 땀이 배어 있는 소중한 것''이라며 딸들이 남긴 음식까지 말끔히 먹어치우는,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씩씩한 엄마이기도 하다. 우리 옛 그림의 맛이 살아 있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하는 조혜란 선생님은, 어린이들이 즐겁게 보면서 세상을 새롭게 알아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좋은 그림책을 꾸준히 만들고 싶다고 한다. 그 동안 지은 책으로는 「옥이네 이야기」시리즈,『사물놀이』『삼신 할머니와 아이들』『박씨 부인』들이 있다.
자문 : 권순긍
성균관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세명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로, 30년 넘게 고전소설을 연구하며 우리 고전소설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고소설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우리말교육현장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활자본 고소설의 편폭과 지향〉 〈고전 소설의 풍자와 미학〉 〈고전, 그 새로운 이야기〉 〈살아있는 고전문학 교과서〉 〈고전소설의 교육과 매체〉 외에 많은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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