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할아버지, 그 이야기가 사실이에요?”
동짓날, 백만 살 호랑이가 기지개를 켜면서 일어납니다. 그때 까마득한 손자 호랑이가 달려와 말합니다. “외딴 마을 꼬동이가 그러는데, 옛날 옛날 우리 호랑이가 팥죽 얻어먹다 혼쭐이 났대요.” 그 말에 백만 살 먹은 할아버지 호랑이는 흰 수염 하나를 톡 빼서 후우 불고 이야기를 시작하지요. “사실은 말이다…….”
호랑이 입장에서 들려주는 동지 팥죽 사건
옛이야기 중에는 사람이 호랑이에게 피해를 입거나 호랑이를 혼쭐낸 이야기가 많습니다. 옛이야기 〈팥죽 할멈과 호랑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배고픈 호랑이가 꼬부랑 할머니를 잡아먹으려 하자, 할머니가 팥죽을 마음껏 먹게 해준다고 꼬드겨 호랑이를 혼내 준다는 내용이지요. 만약 호랑이가 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뭐라고 할까요?
《팥죽 한 그릇》은 〈팥죽 할멈과 호랑이〉를 호랑이 시각에서 들려줍니다. 예닐곱 살 어린 호랑이는 산에서 꼬부랑 할머니를 만나 반가워서 인사를 했고, 너무 배가 고파 떡을 좀 달라고 부탁했다는 거죠. 호랑이는 떡을 얻어먹는 대신 할머니를 집까지 태워주기로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킵니다. 그 후 떡이 더 먹고 싶어진 호랑이는 할머니 집을 찾아갔고, 할머니는 동짓날 팥죽을 쒀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팥죽을 그냥 얻어먹기 미안해진 호랑이는 밭 매는 것을 도와줍니다. 밭 매는 게 익숙하지 않아 팥밭을 엉망으로 만들긴 했지만요.
반면 할머니는 팥죽을 쒀 주겠다고 약속해 놓고 막상 호랑이가 찾아오자 밤톨, 송곳, 동아줄, 멍석을 이용해 호랑이를 내쫓으려 합니다.
호랑이는 팥죽을 먹고 싶을 뿐인데……
글작가 오은영은 호랑이 입장에서 팥죽 할멈과 있었던 일을 들려주지만 ‘호랑이는 착하고 할머니는 나쁘다’는 식의 권선징악 구조를 따르지 않습니다. 어린 호랑이는 할머니를 잡아먹을 생각이 전혀 없고, 맛있는 떡과 떡보다 맛있는 팥죽을 마음껏 먹고 싶을 뿐입니다. 하지만 할머니 입장에서는 아직 어리긴 해도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가진 호랑이가 무서울 수밖에 없습니다. 《팥죽 한 그릇》은 천진한 호랑이 캐릭터를 통해 호랑이와 할머니의 입장 차를 해학적으로 그렸습니다.
《팥죽 한 그릇》의 호랑이는 할머니가 자신을 속인 것을 알고 잔뜩 화가 나지만 팥죽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약속을 잘 지키는 것에 대한 자부심 또한 대단합니다. 호랑이는 할머니의 잘잘못을 따지는 대신, 김이 모락모락 나는 팥죽을 후루룩 후루룩 맛있게 먹습니다. 자신이 할머니 집에 온 것은 팥죽을 먹기 위해서였으니까요!
그런데 호랑이는 맛있는 팥죽을 다 먹지 않고 남깁니다. 다시는 배탈 나게 먹지 않기로 자신과 약속했기 때문이지요. 어린 시절 이야기를 마친 백만 살 호랑이는 손자와 함께 자신이 남겨 둔 팥죽을 먹으러 달려갑니다. 꼬부랑 할머니 집으로요.
장면에 숨겨진 의미와 재미 찾기
그림작가 오승민은 두 개의 이야기, 호랑이가 손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현재 시점과 이야기 속 과거 시점을 한 화면에 표현했습니다. 덕분에 숨은 그림 찾기 같은 뜻밖의 재미가 있습니다.
표지는 꼬부랑 할머니가 떡 광주리를 이고 산길을 걸어가는 모습인 동시에 몸을 웅크린 호랑이 모습이기도 합니다. 첫 번째 장면은 이야기를 시작하는 백만 살 호랑이의 몸통이 꼬부랑 할머니가 걸어오는 숲길로도 보이지요. 이야기를 마치고 현실로 돌아오는 마지막 장면은 팥죽을 먹으러 달려가는 백만 살 호랑이와 손자의 모습이 눈 내리는 숲의 일부처럼 어우러져 있습니다.
독자는 백만 살 호랑이의 이야기 속 어린 호랑이가 ‘백만 살 호랑이의 어린 시절’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백만 살 호랑이는 마치 남의 이야기인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이마에 있는 갈고리 모양의 표식이 작지만 강렬한 힌트입니다.
호랑이가 그토록 원하던 팥죽을 먹는 열세 번째 장면은 호랑이 그림자 위로 빈 그릇이 가득 그려져 있습니다. 실제 자기 모습보다 훨씬 커다란 그림자는 호랑이의 식탐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호랑이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욕망을 다 채우지 않고 애써 조금 남겨 놓습니다. 그때 남겨 놓은 팥죽을 먹으러 동짓날마다 마을로 달려갈 수 있는 것이지요.
작가의 말
아이들은 가끔 투닥투닥 다툽니다. 그때 꼭 먼저 일러바치는 아이가 있는데 자기에게 유리한 말만 합니다. 공정한 판단을 하려면, 다툰 아이들의 말을 양쪽 다 들어봐야 하지요.
우리 옛이야기에는 호랑이가 많이 나옵니다. 사람이 호랑이에게 당하는 이야기가 많지요. 〈호랑이와 팥죽 할멈〉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래는 못된 탐관오리를 무서운 호랑이에 빗대어 힘없는 백성(팥죽 할멈)이 꾀를 내어 탐관오리를 응징하는 통쾌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호랑이가 들으면 억울할지도 모릅니다. 호랑이 입장에선 자신을 골탕 먹이고 총을 쏘아대는 사람들이 더 무섭게 느껴질 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호랑이 입장에서 팥죽 할멈과 겪은 일을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호랑이는 사람들이 하는 말에 억울해하면서, 약속을 어긴 것은 사람이라고 항변할 것 같았거든요.
이야기에 등장하는 팥죽은 동지에 먹는 음식이라 동짓날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버무렸습니다.
이제 팥죽할멈의 이야기와 호랑이의 이야기를 다 들어봤으니, 판단은 우리들 몫이겠지요?
▣ 작가 소개
글 : 오은영
오은영은 마음속 잠자던 수다쟁이 아이가 깨어나면서 동시와 동화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동시는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는 새벗문학상에 당선되었고, 오늘의 동시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신인상도 받았습니다. 동시집 《우산 쓴 지렁이》《넌 그럴 때 없니?》《생각 중이다〉, 동화책 《맘대로 아빠 맘대로 아들》《모자 쓴 고양이 따로》《지금은 미운 오리》《동구 똥꾸》《원래 안 그래》 등에 글을 썼습니다. 앞으로도 마음속 아이의 수다에 귀 기울이려고 합니다.
그림 : 오승민
오승민은 《꼭꼭 숨어라》로 2004년 국제 노마콩쿠르 가작을 수상했고, 2009년에는 《아깨비의 노래》로 볼로냐 국제도서전 한국관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습니다. ‘외계인 셀미나의 특별임무’ 시리즈 《우주 평화의 밤》《그만 좀 먹어, 초코루다!》《오라 마녀의 초대》《위대한 쭈랑 장군》《도리깽이 되고 싶어》와 창작 그림책 《코피 대작전》 《지퍼 고쳐 주세요》《주차 금지》《찬다 삼촌》《바다사자의 섬》《서울》《비닐봉지풀》, 아기 그림책 《으앙으앙》 들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할아버지, 그 이야기가 사실이에요?”
동짓날, 백만 살 호랑이가 기지개를 켜면서 일어납니다. 그때 까마득한 손자 호랑이가 달려와 말합니다. “외딴 마을 꼬동이가 그러는데, 옛날 옛날 우리 호랑이가 팥죽 얻어먹다 혼쭐이 났대요.” 그 말에 백만 살 먹은 할아버지 호랑이는 흰 수염 하나를 톡 빼서 후우 불고 이야기를 시작하지요. “사실은 말이다…….”
호랑이 입장에서 들려주는 동지 팥죽 사건
옛이야기 중에는 사람이 호랑이에게 피해를 입거나 호랑이를 혼쭐낸 이야기가 많습니다. 옛이야기 〈팥죽 할멈과 호랑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배고픈 호랑이가 꼬부랑 할머니를 잡아먹으려 하자, 할머니가 팥죽을 마음껏 먹게 해준다고 꼬드겨 호랑이를 혼내 준다는 내용이지요. 만약 호랑이가 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뭐라고 할까요?
《팥죽 한 그릇》은 〈팥죽 할멈과 호랑이〉를 호랑이 시각에서 들려줍니다. 예닐곱 살 어린 호랑이는 산에서 꼬부랑 할머니를 만나 반가워서 인사를 했고, 너무 배가 고파 떡을 좀 달라고 부탁했다는 거죠. 호랑이는 떡을 얻어먹는 대신 할머니를 집까지 태워주기로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킵니다. 그 후 떡이 더 먹고 싶어진 호랑이는 할머니 집을 찾아갔고, 할머니는 동짓날 팥죽을 쒀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팥죽을 그냥 얻어먹기 미안해진 호랑이는 밭 매는 것을 도와줍니다. 밭 매는 게 익숙하지 않아 팥밭을 엉망으로 만들긴 했지만요.
반면 할머니는 팥죽을 쒀 주겠다고 약속해 놓고 막상 호랑이가 찾아오자 밤톨, 송곳, 동아줄, 멍석을 이용해 호랑이를 내쫓으려 합니다.
호랑이는 팥죽을 먹고 싶을 뿐인데……
글작가 오은영은 호랑이 입장에서 팥죽 할멈과 있었던 일을 들려주지만 ‘호랑이는 착하고 할머니는 나쁘다’는 식의 권선징악 구조를 따르지 않습니다. 어린 호랑이는 할머니를 잡아먹을 생각이 전혀 없고, 맛있는 떡과 떡보다 맛있는 팥죽을 마음껏 먹고 싶을 뿐입니다. 하지만 할머니 입장에서는 아직 어리긴 해도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가진 호랑이가 무서울 수밖에 없습니다. 《팥죽 한 그릇》은 천진한 호랑이 캐릭터를 통해 호랑이와 할머니의 입장 차를 해학적으로 그렸습니다.
《팥죽 한 그릇》의 호랑이는 할머니가 자신을 속인 것을 알고 잔뜩 화가 나지만 팥죽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약속을 잘 지키는 것에 대한 자부심 또한 대단합니다. 호랑이는 할머니의 잘잘못을 따지는 대신, 김이 모락모락 나는 팥죽을 후루룩 후루룩 맛있게 먹습니다. 자신이 할머니 집에 온 것은 팥죽을 먹기 위해서였으니까요!
그런데 호랑이는 맛있는 팥죽을 다 먹지 않고 남깁니다. 다시는 배탈 나게 먹지 않기로 자신과 약속했기 때문이지요. 어린 시절 이야기를 마친 백만 살 호랑이는 손자와 함께 자신이 남겨 둔 팥죽을 먹으러 달려갑니다. 꼬부랑 할머니 집으로요.
장면에 숨겨진 의미와 재미 찾기
그림작가 오승민은 두 개의 이야기, 호랑이가 손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현재 시점과 이야기 속 과거 시점을 한 화면에 표현했습니다. 덕분에 숨은 그림 찾기 같은 뜻밖의 재미가 있습니다.
표지는 꼬부랑 할머니가 떡 광주리를 이고 산길을 걸어가는 모습인 동시에 몸을 웅크린 호랑이 모습이기도 합니다. 첫 번째 장면은 이야기를 시작하는 백만 살 호랑이의 몸통이 꼬부랑 할머니가 걸어오는 숲길로도 보이지요. 이야기를 마치고 현실로 돌아오는 마지막 장면은 팥죽을 먹으러 달려가는 백만 살 호랑이와 손자의 모습이 눈 내리는 숲의 일부처럼 어우러져 있습니다.
독자는 백만 살 호랑이의 이야기 속 어린 호랑이가 ‘백만 살 호랑이의 어린 시절’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백만 살 호랑이는 마치 남의 이야기인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이마에 있는 갈고리 모양의 표식이 작지만 강렬한 힌트입니다.
호랑이가 그토록 원하던 팥죽을 먹는 열세 번째 장면은 호랑이 그림자 위로 빈 그릇이 가득 그려져 있습니다. 실제 자기 모습보다 훨씬 커다란 그림자는 호랑이의 식탐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호랑이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욕망을 다 채우지 않고 애써 조금 남겨 놓습니다. 그때 남겨 놓은 팥죽을 먹으러 동짓날마다 마을로 달려갈 수 있는 것이지요.
작가의 말
아이들은 가끔 투닥투닥 다툽니다. 그때 꼭 먼저 일러바치는 아이가 있는데 자기에게 유리한 말만 합니다. 공정한 판단을 하려면, 다툰 아이들의 말을 양쪽 다 들어봐야 하지요.
우리 옛이야기에는 호랑이가 많이 나옵니다. 사람이 호랑이에게 당하는 이야기가 많지요. 〈호랑이와 팥죽 할멈〉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래는 못된 탐관오리를 무서운 호랑이에 빗대어 힘없는 백성(팥죽 할멈)이 꾀를 내어 탐관오리를 응징하는 통쾌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호랑이가 들으면 억울할지도 모릅니다. 호랑이 입장에선 자신을 골탕 먹이고 총을 쏘아대는 사람들이 더 무섭게 느껴질 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호랑이 입장에서 팥죽 할멈과 겪은 일을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호랑이는 사람들이 하는 말에 억울해하면서, 약속을 어긴 것은 사람이라고 항변할 것 같았거든요.
이야기에 등장하는 팥죽은 동지에 먹는 음식이라 동짓날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버무렸습니다.
이제 팥죽할멈의 이야기와 호랑이의 이야기를 다 들어봤으니, 판단은 우리들 몫이겠지요?
▣ 작가 소개
글 : 오은영
오은영은 마음속 잠자던 수다쟁이 아이가 깨어나면서 동시와 동화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동시는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는 새벗문학상에 당선되었고, 오늘의 동시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신인상도 받았습니다. 동시집 《우산 쓴 지렁이》《넌 그럴 때 없니?》《생각 중이다〉, 동화책 《맘대로 아빠 맘대로 아들》《모자 쓴 고양이 따로》《지금은 미운 오리》《동구 똥꾸》《원래 안 그래》 등에 글을 썼습니다. 앞으로도 마음속 아이의 수다에 귀 기울이려고 합니다.
그림 : 오승민
오승민은 《꼭꼭 숨어라》로 2004년 국제 노마콩쿠르 가작을 수상했고, 2009년에는 《아깨비의 노래》로 볼로냐 국제도서전 한국관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습니다. ‘외계인 셀미나의 특별임무’ 시리즈 《우주 평화의 밤》《그만 좀 먹어, 초코루다!》《오라 마녀의 초대》《위대한 쭈랑 장군》《도리깽이 되고 싶어》와 창작 그림책 《코피 대작전》 《지퍼 고쳐 주세요》《주차 금지》《찬다 삼촌》《바다사자의 섬》《서울》《비닐봉지풀》, 아기 그림책 《으앙으앙》 들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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