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

고객평점
저자김용택
출판사항파랑새, 발행일:2014/06/16
형태사항p. B5판:25CM
매장위치유아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61554503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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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섬진강 시인 김용택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
섬진강을 주제로 쓴 연작시로 ‘섬진강 시인’으로도 불리는 김용택 작가의 신간 그림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작가는 섬진강변에서 자고 나란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맑은 감성과 섬세한 문장으로 독자에게 들려줍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집안일을 하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읽으며 당시 생활 모습과, 아이들이 집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작가의 글에 표현된 섬진강변의 아름다운 풍경은 김재홍 화백의 그림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자연과 인간을 주제로 하여 그림을 그려 온 화백은 김용택 작가가 어린 시절을 보낸 집을 직접 답사하고 풍경을 관찰하며 맑고 푸른 섬진강 주변 모습을 온전히 그림에 옮겨 냈습니다. 산굽이를 휘돌며 흐르는 푸릇한 섬진강 물빛과 아이가 집에 돌아올 때부터 하루해가 저무는 때까지 점차 흘러가는 시간의 변화를 세밀하게 담아낸 화백의 솜씨가 돋보이는 그림책입니다.

어리지만 나도 집안일을 도울 수 있어요!
‘나’는 집에 돌아오면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보리쌀도 씻고, 감자 껍질도 긁고, 방과 마루도 깨끗이 쓸고 닦습니다. 때로는 어린 동생들도 돌봅니다. 젖먹이 동생이 깨면 젖을 먹이러 동생을 업고 엄마가 일하는 보리밭에도 갑니다. 가끔은 운동장이나 강변에서 친구들과 뛰어놀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지만, 엄마가 내게 맡기고 간 일이니 끝까지 책임지고 해야 합니다. 집안일은 엄마, 아빠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함께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엄마가 집에 돌아오시면 보시고 잘했다 칭찬하시겠죠?

집안일을 하며 아이는 가족의 일원으로 성장해 갑니다
박수근 화백의 <아기 보는 소녀>는 아직 어린 동생을 등에 업은 소녀가 따뜻한 미소를 짓는 모습을 담은 그림입니다. 그의 그림 속에는 이런 아이들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그 시절,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우리네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힘든 시절, 부모님은 장이나 밭에 나가 일하시고, 아이들은 집안일을 하거나 동생들을 돌보며 부모님을 도왔습니다. 시간이 흘러 가족의 모습이나 상황도 많이 변했습니다. 그림책 속 아이처럼 동생이 여럿 있거나,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집안일을 하는 아이의 모습은 드문 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가족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서로를 도우며 가정 안에 사랑과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는 점이나, 아이들이 가족 안에서 첫 교육을 받는다는 점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안일》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부모님을 도와드리는 자세와 자신이 맡은 책임을 다한 뒤에 느끼는 즐거움과 성취감에 대해 알려 줍니다. 그림책을 보며 자신 역시 가족의 일원이기에 집안일을 도와야 한다는 인식부터 심어 주면 어떨까요? 물론 집안일을 도와준 아이에게 칭찬하는 일도 잊으면 안 됩니다. 깨끗해진 집 안을 둘러보며 “내 새끼, 집안일도 참 잘해 놓았네.”라고 한 그림책 속 어머니의 말처럼 말입니다.

■ 작가의 말

그때 그 시절, 나의 하루

나는 여섯 남매 중 큰 아들이었습니다.
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우리 뒷집에 사는 할머니가 담 너머로 이렇게 말했지요.
“용택아, 네 동생 자고 있을 때 얼른 보리쌀 갈아 놓고, 텃밭에서 상추 뽑아다 씻어 놓고, 감자 껍질 벗겨 놓고, 걸레 빨아다가 방 청소하고, 마당 깨끗이 쓸어 놓고, 애기 깨면 평밭으로 젖 먹이러 오라더라.”
어머니는 늘 뒷집 할머니에게 내가 할 일을 일러 주고 밭에 가셨지요.
나는 동생이 자고 있을 때 어머니가 시켜 놓은 일들을 차근차근 했답니다. 이 일 저 일 다 하고 마당까지 깨끗하게 쓸어 놓고 나면, 동생이 잠에서 깨어났어요. 나는 동생을 업고 강변길을 따라 평밭으로 걸어갔지요. 어머니가 일하는 밭에 다다르면 어머니는 일손을 놓고 부산하게 우리에게 달려왔어요. 나는 등에 업은 동생을 어머니에게 주고 밭을 매거나 보리를 베거나 모내기를 했지요. 동생이 젖을 다 먹고 나면, 나는 다시 동생을 업고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때로는 일이 다 끝난 어머니와 집으로 함께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찔레꽃이 피어 있는 강변길을 어머니와 함께 걸으며 나는 붓꽃이나 자운영꽃이나 토끼풀꽃을 꺾어 동생에게 주기도 했지요. 어머니 등에 업힌 동생을 툭툭 치며 놀리면, 양손에 꽃을 든 동생은 엄마 등에서 훌훌 뛰었지요.
집에 돌아온 어머니는 동생을 돌보며, 나더러 밖에 나가 놀라고 했어요. 나는 그때가 제일 좋았답니다. 몸에 갑자기 날개를 단 것처럼 훨훨 날 것만 같았지요. 그렇게 놀 시간이 생기면, 나는 낚싯대를 들고 강물로 달려갔습니다.
해가 지는 강에서는 물고기들이 수면 가까이 날아다니는 하루살이를 차 먹기 위해, 강물을 차고 뛰어올랐어요. 하얀 몸을 드러내며 물 밖으로 튀어 오른 물고기들은 마치 소낙비가 내리는 것처럼 다시 강물로 떨어졌지요. 해가 지는 강물 위로 물고기들이 하얗게 뛰어올랐다가 떨어질 때 나는 차르륵 차르륵 물소리와, 물 위에 번지는 무수한 동그라미는 나를 숨 막히게 했어요. 그 강물에 낚싯대를 던지면 커다란 물고기들이 미끼를 물었습니다. 낚싯대를 휙 낚아채면 묵직하게 딸려 나오던 고기들의 몸짓이 내 손을 타고 마음속까지 그대로 전달이 되었답니다. 가슴 뛰던 그 순간들! 나는 그렇게 어두워지는 강물에 몸을 담근 채 두근두근 서 있었답니다.
낚시찌가 보이지 않을 만큼 날이 어두워지면 어머니가 강가를 향해 나를 불렀습니다.
“용택아! 밥 먹어라!”
그러면 나는 집을 향해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 갔지요.

▣ 작가 소개

글 : 김용택

金龍澤
대한민국의 시인으로 모더니즘이나 민중문학 등의 문학적 흐름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시로 독자들을 감동시키며 대상일 뿐인 자연을 삶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여 절제된 언어로 형상화한 그는 김소월과 백석을 잇는 시인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전라북도 임실 진메마을에서 태어나 순창농고를 졸업하였으며 그 이듬해에 교사시험을 보고 스물한 살에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고, 교직기간동안 자신의 모교이기도 한 임실운암초등학교 마암분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시를 썼었다. 섬진강 연작으로 유명하여 ''섬진강 시인''이라는 별칭이 있다. 2008년 8월 31일자로 교직을 정년 퇴임하였다.

김용택은 시골에 머무르면서 글을 쓰고 있는 보기드문 작가이로, 문화의 중심지인 서울이 아닌 곳에서 쓰여지는 작품들이 쉽게 대중의 시선을 끌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그는 꾸준히 글을 쓰고 있고, 또한 일반에게 그것이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

김용택의 글 속에는 언제나 아이들과 자연이 등장하고 있으며 어김없이 그들은 글의 주인공으로 자리잡고 있다.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글을 쓰며 호흡하는 김용택은 아이들과의 글쓰기를 통해 아이들이 자연을 보고, 세상을 이해하는 시선과 교감하며 세상을 바라본다. 그 속에서 아이들의 작품은 어엿한 문학 작품이 되기도 한다. (『촌아, 울지마』) 또한 김용택은 아이들의 순수함과 숨겨진 진실을 단번에 알아차리는 직관적인 시선에 감동받으면 자신의 글을 이어나가기도 한다.

그러나 연시에 무척 어울릴법한 섬세한 시어와 감성 - 실제로 그의 연시는 널리는 읽히는 연시들이다 - 을 가지고 김용택이 바라보는 것은 아름다운 자연과 아이들만이 아니다. 김용택은 그 빛나는 시적 대상들을 아름다움을 가리고 있는 한국 농촌의 황폐함에 주목한다. 험난한 세월을 견디며 살아 왔으면 이제는 폐가만이 황량한 농촌 마을과 피폐해진 땅을 갈며 살아가는 사람들, 지난한 역사를 흘러오면서 억세진 어머니와 누이의 손등에서 김용택은 이 나라의 아픔을 발견한다. 그것은 산업화의 흐름 속에서 잊혀졌던 우리의 고향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름이 알려진 후에도 김용택이 고향 마을을 떠나지 않은 까닭은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것이다. 김용택는 출근길의 꽃내음과 학교 뒷산 솔숲에서 자신의 상상력을, 자신의 시와 삶을 길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택은 시적 상상력은 그래서 ''촌''스럽다.

"출근하면 늘 오르는 학교 뒤꼍 조그마한 동산 솔숲에 오른다. 아침햇살은 솔숲에 떨어져 빛나고 솔 숲 아래 작은 나무들도 솔숲 사이로 새어든 햇살을 받아 그 작은 몸들이 빛난다. 솔숲에 떨어진 솔잎들은 떨어진 그대로 가지런히 누워 반짝인다. 작은 숲길을 걸어 언제나 이만큼 돌아나오면 푸른 호수 위에 작은 운동장이 보이고 아이들 해맑은 소리가 들렸는데, 방학이어서 아이들 소리는 들리지 않고 맑은 햇살이 운동장 가득 퍼져 까맣게 탄 아이들과 함께 뒹굴며 놀던 작은 돌멩이들이 반짝반짝 빛난다."

시집으로 『섬진강』『맑은 날』『누이야 날이 저문다』『그리운 꽃편지』『강 같은 세월』『그 여자네 집』『그대, 거침없는 사랑』『그래서 당신』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작은 마을』『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섬진강 이야기』『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인생』 등이 있다. 이밖에도 장편동화 『옥이야 진메야』, 성장소설 『정님이』, 동시집 『콩, 너는 죽었다』『내 똥 내 밥』, 동시엮음집 『학교야, 공 차자』, 시엮음집 『시가 내게로 왔다』 등 많은 저작물이 있다. 1986년 김수영문학상을, 1997년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림 : 김재홍
1958년 경기도 의정부 출생. 홍익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인간과 자연은 하나’를 모토로 특유의 작품 세계를 구축, 수많은 개인전과 단체전을 열었다. 2004년 직접 쓰고 그린 첫 그림책 『동강의 아이들』로 전 세계에서 2년에 단 한 권을 뽑아 수여하는 에스파스앙팡 상을 수상했고, 2006년에는 『고양이 학교』로 앵코뤼티블 상을 수상했다. 또한, 2007년 『영이의 비닐 우산』으로 ''BIB 어린이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그린 책으로 『숲 속에서』 『무지개』 『쌀뱅이를 아시나요』, 『박완서 선생님의 나 어릴 적에』 등이 있다. 지금은 안양에서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리며 창작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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