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에그, 여우가 시집가나 보네.”
“어허, 호랑이가 장가가는 모양이군.”
해가 나면서 비가 오면 어른들이 흔히 하는 말이야.
왜 이런 말이 생겨났는지 우리 한번 알아볼까?
새침한 여우 처녀와 어수룩한 호랑이 총각이 사랑에 빠졌어요. 호랑이는 온 숲을 다 뒤져 봐도 여우만큼 똑똑한 동물은 없을 거래요. 여우는 호랑이가 씩 웃을 때 드러나는 노란 송곳니도 멋져 보인대요. 호랑이는 눈을 감으나 뜨나 여우 얼굴만 어른거린다지요. 여우도 앉으나 서나 호랑이 생각뿐이래요.
그러던 어느 날 여우가 수다쟁이 까치를 집으로 불렀어요. 가만히 있다가는 부모님이 정해 주는 여우 총각한테 시집을 가게 생겼거든요. “까치야, 내가 호랑이랑 혼인하고 싶은데 도와주지 않을래?” 여우의 간곡한 부탁에 까치가 중매를 서기로 했어요.
“호랑아, 너도 이제 혼인할 때가 되었지? 내가 좋은 색싯감 소개해 줄까?” 까치가 입을 떼자마자 호랑이도 기다렸다는 듯 제 속을 털어놓네요. “색싯감이라…… 여우 아씨처럼 사랑스럽다면 괜찮지.” 그래서 둘은 혼인을 하게 되었대요. 옛날 하고도 옛적이라 사람 같으면 연애결혼은 어림도 없겠지만, 둘은 여우 처녀와 호랑이 총각이니까요. 그래도 사람들이 혼인할 때 하는 건 하나도 빠짐없이 다 한다지 뭐예요.
혼인 잔치는 얼마 전에 첫아이를 얻은 곰이 함진아비가 되어 호랑이가 정성껏 마련한 예물을 여우네 집에 전하면서 시작됩니다. “자, 그 함 어서 이리 주게.” “아니, 안 되지! 그냥 줄 수는 없지.” “왜 이러시나? 귀한 딸을 보내는데…….” 함진아비 일행과 여우네 식구들의 실랑이도 빼놓을 수 없지요. 여우네 집에는 동네 아낙들이 몰려들어 함에 든 예물을 구경하느라 야단법석입니다.
혼례 날이 되자 호랑이는 사모관대를 차려입고 신부 집으로 길을 떠납니다. 여우는 활옷을 떨쳐입고 신랑을 기다리지요. 혼례를 이끄는 집사는 글께나 읽은 생쥐 영감입니다. 오늘날로 치면 주례 선생님인 셈이지요. 호랑이와 여우는 생쥐 영감이 시키는 대로 혼례를 치르고 드디어 부부가 됩니다.
그런데 혼인 잔치가 끝나고 여우가 호랑이 집으로 떠나는 날, 햇볕은 쨍쨍한데 빗방울이 똑똑똑 떨어졌다지 뭐예요. 그때부터 사람들이 해가 나 있는데 비가 오면 “아이고, 여우가 시집가고 호랑이가 장가가나 보다.” 한다지요. 믿거나 말거나.
고사성어와 속설을 재치 있게 버무린 전통 혼례 이야기
[여우 시집가고 호랑이 장가가고]는 ‘호가호위(狐假虎威)’라는 고사성어와 ‘여우비’에 얽힌 속설을 재치 있게 버무려 전통 혼례의 이모저모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하지만 지식이나 정보에 앞서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매력적인 캐릭터로 먼저 독자들의 마음에 다가드는 책입니다. 전통 혼례를 소재로 하되 제 운명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집안의 뜻에 끌려 다니는 여성상을 보여 주고 싶지는 않다는 작가 유다정의 오랜 고민이 낳은 결과지요.
고사 속 여우는 호랑이를 속여 목숨을 건지는데 그치지만, 이 이야기 속의 여우는 사랑까지 얻어 냅니다. 집채만 한 호랑이의 위협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배짱,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호랑이를 속여 넘기는 재치, 제 마음을 먼저 표현하는 용기까지 가히 ‘알파걸’이라 할 만하지요. 그런 여우한테 홀랑 속아 넘어가고 급기야는 홀딱 반해 버리기까지 하는 호랑이도 사랑스럽기는 매한가지입니다. 풋사랑에 빠진 유치원생 같다고나 할까요.
일러스트레이터 유승하는 이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에게 생기를 불어넣고 글로는 못 다한 이야기까지 입혀 주었습니다. 여우를 만나기 전에 호랑이가 얼마나 한심하게 살았는지, 여우가 호랑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여우와 호랑이는 어떻게 나이 들었는지…… 구석구석 숨겨 둔 이야기를 찾아보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아울러 혼인이란 모든 겉치레와 구속에서 벗어나 두 사람만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며 그래야만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주장’도 살짝 숨겨 두었지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는 아직 이른 이야기일 테지만, 먼 훗날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기로 결정했을 때 의식의 표면으로 떠올라 주길 바라면서 말입니다.
▣ 작가 소개
저 : 유다정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어린이책 작가교실>에서 어린이 책에 대해 공부했다. 2005년 <창비 좋은 어린이책 기획 부문 대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발명, 신화를 만나다』, 『동에 번쩍』, 『곰돌이 공』, 『맹꽁맹꽁』, 『귀신 씻나락 까먹는 이야기』 등이 있다.
그림 : 유승하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난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그린 책으로는 『아가야 울지 마』 『아기오리 열두 마리는 너무 많아!』 『가면 쓰고 어흥』 『개와 고양이』 『아빠하고 나하고』 『살려 줄까 말까?』 들이 있다.
“에그, 여우가 시집가나 보네.”
“어허, 호랑이가 장가가는 모양이군.”
해가 나면서 비가 오면 어른들이 흔히 하는 말이야.
왜 이런 말이 생겨났는지 우리 한번 알아볼까?
새침한 여우 처녀와 어수룩한 호랑이 총각이 사랑에 빠졌어요. 호랑이는 온 숲을 다 뒤져 봐도 여우만큼 똑똑한 동물은 없을 거래요. 여우는 호랑이가 씩 웃을 때 드러나는 노란 송곳니도 멋져 보인대요. 호랑이는 눈을 감으나 뜨나 여우 얼굴만 어른거린다지요. 여우도 앉으나 서나 호랑이 생각뿐이래요.
그러던 어느 날 여우가 수다쟁이 까치를 집으로 불렀어요. 가만히 있다가는 부모님이 정해 주는 여우 총각한테 시집을 가게 생겼거든요. “까치야, 내가 호랑이랑 혼인하고 싶은데 도와주지 않을래?” 여우의 간곡한 부탁에 까치가 중매를 서기로 했어요.
“호랑아, 너도 이제 혼인할 때가 되었지? 내가 좋은 색싯감 소개해 줄까?” 까치가 입을 떼자마자 호랑이도 기다렸다는 듯 제 속을 털어놓네요. “색싯감이라…… 여우 아씨처럼 사랑스럽다면 괜찮지.” 그래서 둘은 혼인을 하게 되었대요. 옛날 하고도 옛적이라 사람 같으면 연애결혼은 어림도 없겠지만, 둘은 여우 처녀와 호랑이 총각이니까요. 그래도 사람들이 혼인할 때 하는 건 하나도 빠짐없이 다 한다지 뭐예요.
혼인 잔치는 얼마 전에 첫아이를 얻은 곰이 함진아비가 되어 호랑이가 정성껏 마련한 예물을 여우네 집에 전하면서 시작됩니다. “자, 그 함 어서 이리 주게.” “아니, 안 되지! 그냥 줄 수는 없지.” “왜 이러시나? 귀한 딸을 보내는데…….” 함진아비 일행과 여우네 식구들의 실랑이도 빼놓을 수 없지요. 여우네 집에는 동네 아낙들이 몰려들어 함에 든 예물을 구경하느라 야단법석입니다.
혼례 날이 되자 호랑이는 사모관대를 차려입고 신부 집으로 길을 떠납니다. 여우는 활옷을 떨쳐입고 신랑을 기다리지요. 혼례를 이끄는 집사는 글께나 읽은 생쥐 영감입니다. 오늘날로 치면 주례 선생님인 셈이지요. 호랑이와 여우는 생쥐 영감이 시키는 대로 혼례를 치르고 드디어 부부가 됩니다.
그런데 혼인 잔치가 끝나고 여우가 호랑이 집으로 떠나는 날, 햇볕은 쨍쨍한데 빗방울이 똑똑똑 떨어졌다지 뭐예요. 그때부터 사람들이 해가 나 있는데 비가 오면 “아이고, 여우가 시집가고 호랑이가 장가가나 보다.” 한다지요. 믿거나 말거나.
고사성어와 속설을 재치 있게 버무린 전통 혼례 이야기
[여우 시집가고 호랑이 장가가고]는 ‘호가호위(狐假虎威)’라는 고사성어와 ‘여우비’에 얽힌 속설을 재치 있게 버무려 전통 혼례의 이모저모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하지만 지식이나 정보에 앞서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매력적인 캐릭터로 먼저 독자들의 마음에 다가드는 책입니다. 전통 혼례를 소재로 하되 제 운명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집안의 뜻에 끌려 다니는 여성상을 보여 주고 싶지는 않다는 작가 유다정의 오랜 고민이 낳은 결과지요.
고사 속 여우는 호랑이를 속여 목숨을 건지는데 그치지만, 이 이야기 속의 여우는 사랑까지 얻어 냅니다. 집채만 한 호랑이의 위협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배짱,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호랑이를 속여 넘기는 재치, 제 마음을 먼저 표현하는 용기까지 가히 ‘알파걸’이라 할 만하지요. 그런 여우한테 홀랑 속아 넘어가고 급기야는 홀딱 반해 버리기까지 하는 호랑이도 사랑스럽기는 매한가지입니다. 풋사랑에 빠진 유치원생 같다고나 할까요.
일러스트레이터 유승하는 이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에게 생기를 불어넣고 글로는 못 다한 이야기까지 입혀 주었습니다. 여우를 만나기 전에 호랑이가 얼마나 한심하게 살았는지, 여우가 호랑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여우와 호랑이는 어떻게 나이 들었는지…… 구석구석 숨겨 둔 이야기를 찾아보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아울러 혼인이란 모든 겉치레와 구속에서 벗어나 두 사람만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며 그래야만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주장’도 살짝 숨겨 두었지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는 아직 이른 이야기일 테지만, 먼 훗날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기로 결정했을 때 의식의 표면으로 떠올라 주길 바라면서 말입니다.
▣ 작가 소개
저 : 유다정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어린이책 작가교실>에서 어린이 책에 대해 공부했다. 2005년 <창비 좋은 어린이책 기획 부문 대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발명, 신화를 만나다』, 『동에 번쩍』, 『곰돌이 공』, 『맹꽁맹꽁』, 『귀신 씻나락 까먹는 이야기』 등이 있다.
그림 : 유승하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난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그린 책으로는 『아가야 울지 마』 『아기오리 열두 마리는 너무 많아!』 『가면 쓰고 어흥』 『개와 고양이』 『아빠하고 나하고』 『살려 줄까 말까?』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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