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 서평
안 에르보는 왜 파란 시간을 이야기할까? 태양 왕과 밤의 여왕은 ''파란 시간''과 비교해 볼 때 막강한 힘을 가진 절대적인 존재이다. 각각 남자와 여자로 대비해 그린 낮과 밤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닮았다. 또 여기저기서 내쫓김을 당하는 나약한 파란 시간은 우리 아이들을 꼭 닮았다. 제자리를 잡지 못해 떠돌던 파란 시간의 모습은 온통 어른들의 문화로 가득 찬 이 세상에서 스스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보여 준다. 하지만 아이들은 파란 시간이 그랬듯이 그 누구에게 집중받지 못하더라도 끊임없이 자신을 알리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천천히 정체성을 찾아가며 사랑도 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지구의 미래라고 여기면서도 정작 아이들이 손길을 뻗어 오면 귀찮아하며 외면할 때가 많다. 그런 어른들을 향해 안 에르보는 아이들에게 시간을, 관심을, 맘 편히 쉴 곳을, 사랑을 주라고 외치는 것은 아닐까.
안 에르보는 어른들은 무심코 지나쳐 버리지만 어린이들은 몹시 궁금해할 이야기를 잡아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인다. 전작인 《달님은 밤에 무얼 할까요?》에서처럼 언제나 아이다운 물음에서 시작된 상상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이어 아름다운 책으로 엮는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은 편안히 그의 책을 읽고 느끼고 좋아하게 되는 것이다. 《파란 시간을 아세요?》를 통해 아이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시간''조차 친구처럼 편안하게 여기게 될 것이다.
▣ 신문 서평
새벽공주를 사랑한 ''파란 시간''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것, 가령 시간이나 슬픔 같은 것을 그림으로 나타낸다면 어떤 모습일까. 해가 저문 뒤 밤이 오기 전, 그리고 어둠이 걷히고 해가 뜨기 전 어슴프레한 빛의 공간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달님은 밤에 무얼 할까요?’ 로 잘 알려진 벨기에의 그림책 작가 안 에르보는 신간 ‘파란 시간을 아세요?’ 에서 이 특별한 시간을 매우 아름답고 적절하게 그려내고 있다. “불을 켜기엔 아직 환하고 책을 읽거나 바느질을 하기엔 조금 어두운” “늘 같은 모습으로 다가왔다가 돌아갈 때만 조금 달라지는 슬프고 아름다운” 그 시간을 그는 ‘파란 시간’이라고 부른다.
길고 마른 몸에 푸른 외투를 걸친 파란 시간은 높은 장대발을 신은 채 말없이 조용히 걷기만 한다. “그의 머리는 한낮의 빛으로 가득하고 심장은 한밤의 어둠으로 물들어” 있다. 파란 시간은 왜 새벽녘이나 해질녘에 나타나는 것일까. 작가의 상상력은 한 편의 환상적인 동화를 지어내 설명한다. 아주 오랜 옛날, 시간이 낮에서 밤으로 곧장 바뀌던 시절, 태양 왕과 밤의 여왕은 낮도 밤도 아닌 파란 시간을 쫓아내 버린다.
갈 곳이 없어 떠돌던 파란 시간은 태양 왕과 밤의 여왕이 서로 싸우는 틈을 타 그 사이로 슬쩍 끼어든다. 그러던 어느날, 눈부시게 아름다운 새벽 공주가 해 뜨는 저 먼 곳에 산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갔다가 공주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다. 파란 시간은 그날부터 밤마다 까만 새로 변해 새벽 공주를 보러 먼 곳으로 날아갔다가 동틀 무렵 태양 왕이 잠에서 깨기 전에 쏜살같이 달아난다.
낮과 밤의 당당한 위세에 눌려 약하고 수줍은 파란 시간을 안 에르보는 착하고 슬픈 표정의 남자로 그려냈다. 머리엔 골무를 쓰고, 한 손에 작은 책을 들고, 큰 바늘로 웃옷을 여미고 있는 모습이다. 수채화로 그려낸 파란 시간의 풍경 속에 꽃과 나무와 새, 잠자리와 나비는 엷은 베일을 두른 듯 파르스름한 빛 속에 녹아있고, 새벽 공주의 작은 집이 매달려 있는 줄기 끝에 핀 꽃은 목화 송이처럼 부드럽고 달콤하게 부풀어 있다.
이 섬세한 그림들은 시적이면서 철학적이기도 한 본문과 어울려 독자로 하여금 ‘파란 시간’의 독특한 매력에 빠져들도록 만든다. 시간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쉽고 아름답게 설명하는 작가의 솜씨가 감탄스럽다.[2003.9.22 한국일보 오미환 기자]
안 에르보는 왜 파란 시간을 이야기할까? 태양 왕과 밤의 여왕은 ''파란 시간''과 비교해 볼 때 막강한 힘을 가진 절대적인 존재이다. 각각 남자와 여자로 대비해 그린 낮과 밤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닮았다. 또 여기저기서 내쫓김을 당하는 나약한 파란 시간은 우리 아이들을 꼭 닮았다. 제자리를 잡지 못해 떠돌던 파란 시간의 모습은 온통 어른들의 문화로 가득 찬 이 세상에서 스스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보여 준다. 하지만 아이들은 파란 시간이 그랬듯이 그 누구에게 집중받지 못하더라도 끊임없이 자신을 알리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천천히 정체성을 찾아가며 사랑도 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지구의 미래라고 여기면서도 정작 아이들이 손길을 뻗어 오면 귀찮아하며 외면할 때가 많다. 그런 어른들을 향해 안 에르보는 아이들에게 시간을, 관심을, 맘 편히 쉴 곳을, 사랑을 주라고 외치는 것은 아닐까.
안 에르보는 어른들은 무심코 지나쳐 버리지만 어린이들은 몹시 궁금해할 이야기를 잡아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인다. 전작인 《달님은 밤에 무얼 할까요?》에서처럼 언제나 아이다운 물음에서 시작된 상상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이어 아름다운 책으로 엮는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은 편안히 그의 책을 읽고 느끼고 좋아하게 되는 것이다. 《파란 시간을 아세요?》를 통해 아이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시간''조차 친구처럼 편안하게 여기게 될 것이다.
▣ 신문 서평
새벽공주를 사랑한 ''파란 시간''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것, 가령 시간이나 슬픔 같은 것을 그림으로 나타낸다면 어떤 모습일까. 해가 저문 뒤 밤이 오기 전, 그리고 어둠이 걷히고 해가 뜨기 전 어슴프레한 빛의 공간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달님은 밤에 무얼 할까요?’ 로 잘 알려진 벨기에의 그림책 작가 안 에르보는 신간 ‘파란 시간을 아세요?’ 에서 이 특별한 시간을 매우 아름답고 적절하게 그려내고 있다. “불을 켜기엔 아직 환하고 책을 읽거나 바느질을 하기엔 조금 어두운” “늘 같은 모습으로 다가왔다가 돌아갈 때만 조금 달라지는 슬프고 아름다운” 그 시간을 그는 ‘파란 시간’이라고 부른다.
길고 마른 몸에 푸른 외투를 걸친 파란 시간은 높은 장대발을 신은 채 말없이 조용히 걷기만 한다. “그의 머리는 한낮의 빛으로 가득하고 심장은 한밤의 어둠으로 물들어” 있다. 파란 시간은 왜 새벽녘이나 해질녘에 나타나는 것일까. 작가의 상상력은 한 편의 환상적인 동화를 지어내 설명한다. 아주 오랜 옛날, 시간이 낮에서 밤으로 곧장 바뀌던 시절, 태양 왕과 밤의 여왕은 낮도 밤도 아닌 파란 시간을 쫓아내 버린다.
갈 곳이 없어 떠돌던 파란 시간은 태양 왕과 밤의 여왕이 서로 싸우는 틈을 타 그 사이로 슬쩍 끼어든다. 그러던 어느날, 눈부시게 아름다운 새벽 공주가 해 뜨는 저 먼 곳에 산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갔다가 공주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진다. 파란 시간은 그날부터 밤마다 까만 새로 변해 새벽 공주를 보러 먼 곳으로 날아갔다가 동틀 무렵 태양 왕이 잠에서 깨기 전에 쏜살같이 달아난다.
낮과 밤의 당당한 위세에 눌려 약하고 수줍은 파란 시간을 안 에르보는 착하고 슬픈 표정의 남자로 그려냈다. 머리엔 골무를 쓰고, 한 손에 작은 책을 들고, 큰 바늘로 웃옷을 여미고 있는 모습이다. 수채화로 그려낸 파란 시간의 풍경 속에 꽃과 나무와 새, 잠자리와 나비는 엷은 베일을 두른 듯 파르스름한 빛 속에 녹아있고, 새벽 공주의 작은 집이 매달려 있는 줄기 끝에 핀 꽃은 목화 송이처럼 부드럽고 달콤하게 부풀어 있다.
이 섬세한 그림들은 시적이면서 철학적이기도 한 본문과 어울려 독자로 하여금 ‘파란 시간’의 독특한 매력에 빠져들도록 만든다. 시간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쉽고 아름답게 설명하는 작가의 솜씨가 감탄스럽다.[2003.9.22 한국일보 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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