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신문 서평
욕심쟁이 여우 ‘나눔’을 배우다
‘시인과 요술조약돌’은 2001년에 번역, 출간된 ‘시인과 여우’(보림)를 기억하는 독자들을 두 번 즐겁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우선 그림책은 5·7·5의 17음절로 이뤄진 일본 고유의 짧은 시 하이쿠의 대가 마쓰오 바쇼(1644∼1694)와 여우를 등장시켜 삶과 예술의 문제를 풀어낸 ‘시인과 여우’의 후편이다. ‘시인과 여우’를 좋아했던 독자들이라면 바쇼, 하이쿠, 여우가 다시 나오는 또 한편의 이야기에 반가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독자들을 더 기쁘게 하는 것은 ‘시인과 요술조약돌’이 ‘시인과 여우’보다 훨씬 더 이야기의 보편성과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시인과 여우’가 그림책으로서 대단히 매력적이지만 하이쿠의 멋과 맛에 대해 알지못하는 아이들이 완전히 이해하기엔 무리가 있었던 것에 비해 ‘시인과 요술조약돌’은 재미있고, 짜임새있고, 여러 연령대 아이들이 각각의 수준에 따라 간단한 교훈에서부터 깊은 성찰까지 다양하게 끌어낼 수 있는 다층적 의미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야기 전체는 ‘침묵으로 만들어내는 언어’ ‘순간에 담아낸 우주와 영원’이라는 하이쿠의 정신에 훨씬 더 가깝게 다가가 있다.
후카가와 숲속에서 시를 쓰며 살던 바쇼는 여우와 함께 버찌를 따먹으며 평화롭게 지낸다. 하지만 욕심쟁이 젊은 여우는 숲 속의 버찌를 여우들끼리만 먹기 위해 떠돌이중으로 둔갑하고 바쇼를 찾아간다. 여우는 조약돌로 만든 가짜 금화를 내놓으며 버찌를 모두 여우에게 준다는 계약서를 써달라고 한다. 금화는 다음날 조약돌로 변한다.
처음엔 화를 냈던 바쇼는 조약돌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하이쿠 한편을 쓴다. ‘돌은 가난을/아랑곳않고 강만/ 사랑하누나’. 이를 본 여우는 깊게 감명 받고, 진짜 금화를 바쇼에게 가져가지만 바쇼는 약속을 지킨다며 받지않는다. 여우는 다시 꾀를 내 바쇼에게 금화를 주고, 이 과정을 통해 여우도 시인이 된다. 그리고 ‘더불어 먹는/버찌는 혼자보다/더욱 달콤해’라는 하이쿠 한편을 쓴다.
그림책은 강가의 쓸모없는 조약돌에서 시를 발견하는 바쇼를 통해 의미없는 것 속의 의미, 일상(삶) 속 진리(예술)를 드러낸다. 또 엄격한 바쇼와 꾀돌이 여우는 진실과 거짓, 고귀함과 세속성, 진리와 위트라는 대립적인 가치를 드러내는데, 그림책은 바쇼와 여우가 결국 많은 것을 나누는 친구가 됐다고 마무리함으로써 이 대립적 요소들을 통합해낸다.
글을 쓴 작가는 3년간 일본에서 지내면서 일본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림책은 작가가 소박하고 영적인 삶을 살았던 바쇼와 하이쿠에 바치는 헌사로 읽힌다. 하지만 팀 마이어스의 글과 그가 만들어낸 이야기를 멋진 그림책으로 완성시킨 것은 한성옥씨의 그림이기도 하다. 달이 교교히 내리비치는 가을 숲 속 풍경을 펼쳐낸 그림은 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실제로 지난 9월 미국에서 먼저 출간된 이 그림책은 현지에서도 일본 시골 풍경을 묘사해낸 한씨의 능숙한 솜씨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서정 옮김.[2004.11.26 문화일보 최현미 기자]
욕심쟁이 여우 ‘나눔’을 배우다
‘시인과 요술조약돌’은 2001년에 번역, 출간된 ‘시인과 여우’(보림)를 기억하는 독자들을 두 번 즐겁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우선 그림책은 5·7·5의 17음절로 이뤄진 일본 고유의 짧은 시 하이쿠의 대가 마쓰오 바쇼(1644∼1694)와 여우를 등장시켜 삶과 예술의 문제를 풀어낸 ‘시인과 여우’의 후편이다. ‘시인과 여우’를 좋아했던 독자들이라면 바쇼, 하이쿠, 여우가 다시 나오는 또 한편의 이야기에 반가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독자들을 더 기쁘게 하는 것은 ‘시인과 요술조약돌’이 ‘시인과 여우’보다 훨씬 더 이야기의 보편성과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시인과 여우’가 그림책으로서 대단히 매력적이지만 하이쿠의 멋과 맛에 대해 알지못하는 아이들이 완전히 이해하기엔 무리가 있었던 것에 비해 ‘시인과 요술조약돌’은 재미있고, 짜임새있고, 여러 연령대 아이들이 각각의 수준에 따라 간단한 교훈에서부터 깊은 성찰까지 다양하게 끌어낼 수 있는 다층적 의미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야기 전체는 ‘침묵으로 만들어내는 언어’ ‘순간에 담아낸 우주와 영원’이라는 하이쿠의 정신에 훨씬 더 가깝게 다가가 있다.
후카가와 숲속에서 시를 쓰며 살던 바쇼는 여우와 함께 버찌를 따먹으며 평화롭게 지낸다. 하지만 욕심쟁이 젊은 여우는 숲 속의 버찌를 여우들끼리만 먹기 위해 떠돌이중으로 둔갑하고 바쇼를 찾아간다. 여우는 조약돌로 만든 가짜 금화를 내놓으며 버찌를 모두 여우에게 준다는 계약서를 써달라고 한다. 금화는 다음날 조약돌로 변한다.
처음엔 화를 냈던 바쇼는 조약돌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하이쿠 한편을 쓴다. ‘돌은 가난을/아랑곳않고 강만/ 사랑하누나’. 이를 본 여우는 깊게 감명 받고, 진짜 금화를 바쇼에게 가져가지만 바쇼는 약속을 지킨다며 받지않는다. 여우는 다시 꾀를 내 바쇼에게 금화를 주고, 이 과정을 통해 여우도 시인이 된다. 그리고 ‘더불어 먹는/버찌는 혼자보다/더욱 달콤해’라는 하이쿠 한편을 쓴다.
그림책은 강가의 쓸모없는 조약돌에서 시를 발견하는 바쇼를 통해 의미없는 것 속의 의미, 일상(삶) 속 진리(예술)를 드러낸다. 또 엄격한 바쇼와 꾀돌이 여우는 진실과 거짓, 고귀함과 세속성, 진리와 위트라는 대립적인 가치를 드러내는데, 그림책은 바쇼와 여우가 결국 많은 것을 나누는 친구가 됐다고 마무리함으로써 이 대립적 요소들을 통합해낸다.
글을 쓴 작가는 3년간 일본에서 지내면서 일본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림책은 작가가 소박하고 영적인 삶을 살았던 바쇼와 하이쿠에 바치는 헌사로 읽힌다. 하지만 팀 마이어스의 글과 그가 만들어낸 이야기를 멋진 그림책으로 완성시킨 것은 한성옥씨의 그림이기도 하다. 달이 교교히 내리비치는 가을 숲 속 풍경을 펼쳐낸 그림은 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실제로 지난 9월 미국에서 먼저 출간된 이 그림책은 현지에서도 일본 시골 풍경을 묘사해낸 한씨의 능숙한 솜씨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서정 옮김.[2004.11.26 문화일보 최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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