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헤어짐이 이토록 아름다운 여행일지,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이별을 대하는 자세를 말하는 그림책
이별이라는 주제는 그림책에서 다루기에 상당히 까다로운 영역이다. 그림책의 주 독자인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추상적이고 모호한 주제라는 점이 첫 번째 이유이고, 아이들이 감당하기에 조금은 버거울 수 있는 감정이 동반된다는 점이 또 다른 이유가 된다. 수많은 이별 가운데 ‘죽음‘이라는 주제는 더욱 그렇다.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멀게만 느껴질 터다. 물론 성인이라고 다를까. 누군가의 장례식장에 가는 일이 일상이 되는 때, 언제나 막연했던 죽음은 삶을 살아갈수록 피부로 와 닿는 경험이 된다. 이별과 죽음이라는 정체가 선명해질수록, 두려움은 점점 커진다.
하지만 작가 주디스 커는 부담스럽지 않게, 오히려 아주 자연스럽게 이 주제에 접근한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문장 앞에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를 넣어 보자. 잔잔히 흘러가던 이야기는 어느새 할머니의 멋진 반전으로 흥미로워진다.
아이러니하게도 90세가 넘는 나이- 심지어 죽음을 가까이 앞둔 -의 작가는 그 누구보다 포근하고, 행복하고, 달콤하게 이별 후의 상상을 펼친다. 그 모든 것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명명할 수 있겠다. 아이러니하게도, 책 속에 등장하는 할머니와 그의 남편 헨리는 이별 후 재회하는 공간에서 그 어느 때보다 멋진 시간을 보낸다. 생전에는 마냥 두려워했던 사자와 즐겁게 행진하기도 하고, 하늘의 천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에베레스트를 오르기도 한다. 노련한 작가는 이 모든 상상을 단지 한낮의 달콤한 꿈으로 끝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 마침내 등장하는 차 한 잔을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장치로 심어 둔 것이다. 이 때 독자는 상상을 끝낸 할머니의 표정이 얼마나 평온하고 밝은지 눈치챌 수 있다. 아마도 “내일 이 시간, 달에서 또 만납시다.” 하는 헨리의 마지막 인사 덕분일 터다. 어제의 행복한 추억이 헨리의 빈자리가 있는 내일을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래,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추억이라는 필터를 덧입으면 그 어떤 기억도 새롭게 아름다워진다. 이별을 경험했던, 이별을 겪어내고 있는, 이별을 맞이할 모든 이들에게 위안을 주는 그림책이다.
차 한 잔 우러나기까지의 찰나, 짧은 그림책이 주는 긴 여운
여기,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가 소파에 편히 앉아 있다. ‘모두들 내가 차를 기다리는 줄 알겠지?’ 할머니는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비밀스런 상상을 시작한다. 그렇게 할머니가 상상에 잠기는 시간, 그림책의 맛이 서서히 우러나는 순간이다.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에서는 다양한 상상이 펼쳐진다. 덕분에 그 어떤 독자라도 자신의 상황에 맞게 그림책을 읽어나갈 수 있다. 아름다운 문장과 그림 사이사이는, 그 누구라도 들어갈 수 있도록 정교한 여백으로 촘촘하게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먼저, 어린 아이는 그림책을 통해 환상의 세계를 만난다. 바닷속에서 인어와 놀이할 수 있고 하늘 위에서 유니콘과 친구가 될 수 있는 환상의 세계는 아이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일 것이다. 한편 성인 독자는 그림책을 통해 추억의 대상과 다시 만난다. 천국으로 떠난 헨리의 손을 잡고 생전 하지 못했던 것들을 새롭게 다시 경험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차라리 하나의 감동으로 다가온다. 머리가 하얗게 셀 때까지의 긴긴 시간, 할머니는 수많은 이별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 모든 것들과 매일 다시 새롭게 조우하는 행복이 눈물겹도록 아름답게 느껴진다,.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가 소파에 앉아 있다. “설탕 두 스푼 넣어 줘요. 고맙습니다.” 하는 목소리와 함께 상상도 끝이 난다. 상상으로 한층 풍성해진 그림책의 향이 마음 한 구석을 두드리는 순간이다.
차 한 잔 우러나기까지의 짧은 시간, 30페이지 남짓의 짧은 그림책이 주는 여운이 꽤나 묵직하다.
볼수록 새로워 자꾸만 다시 보고 싶어지는 그림책
92세의 노장 주디스 커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
92세의 할머니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일러스트 동화책을 출간했다. 그 책은 출판 첫 주에만 7만 4천 권이 팔렸고,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Guardian)은 ‘2015년 진정한 영웅’으로 그녀를 지목했다. 『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 『모그』 등으로 전 세계 아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그림책 작가 주디스 커의 이야기다. 백발이 성성한 머리로 꼿꼿이 앉아 변함없이 작품 활동을 꾸려 나가는 그녀의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을 준다. 책을 구매했던 독자들도, 진정한 영웅을 찾던 일간지 기자들의 마음도 아마 다르지 않았으리라.
그래서일까, 마찬가지로 하얗게 머리가 센 할머니가 등장하는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마치 오랜 친구를 발견한 듯한 반가움으로 다가온다. 색연필로 정성스레 칠한 그림을 보다 보면 어릴 적 일기장의 향수가 떠오르고, 소소한 일상에 환상을 더한 상상을 보다 보면 어린 시절 꿈꾸던 세계에 다시 몰입하게 된다. 신기한 것은, 이토록 친밀하게 건네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묵직한 감동이 함께 따른다는 점이다.
주디스 커는 그림책 속에 실제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여 이야기를 전개한다. 편한 옷을 입고 소파에 기대어 있는 모습은 영락없는 이웃집 할머니의 그것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야기의 한복판에서 치밀하고 노련하게 모든 것을 설계하여 건축해 나가는 그림책 거장의 솜씨를 발견할 수 있다. 흐뭇한 미소로 마지막 장을 덮었지만 이상하게 마음 한 켠이 시큰해지는 그림책, 볼수록 새로워 자꾸만 다시 보고 싶어지는 그림책, 그래서 모두에게 소중한 그림책을 만들어 내는 솜씨 말이다.
수십 년의 시간 동안 하나의 길을 뚜벅뚜벅 걷고 있는 ‘진정한 영웅‘ 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다.
이별을 대하는 자세를 말하는 그림책
이별이라는 주제는 그림책에서 다루기에 상당히 까다로운 영역이다. 그림책의 주 독자인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추상적이고 모호한 주제라는 점이 첫 번째 이유이고, 아이들이 감당하기에 조금은 버거울 수 있는 감정이 동반된다는 점이 또 다른 이유가 된다. 수많은 이별 가운데 ‘죽음‘이라는 주제는 더욱 그렇다.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멀게만 느껴질 터다. 물론 성인이라고 다를까. 누군가의 장례식장에 가는 일이 일상이 되는 때, 언제나 막연했던 죽음은 삶을 살아갈수록 피부로 와 닿는 경험이 된다. 이별과 죽음이라는 정체가 선명해질수록, 두려움은 점점 커진다.
하지만 작가 주디스 커는 부담스럽지 않게, 오히려 아주 자연스럽게 이 주제에 접근한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문장 앞에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를 넣어 보자. 잔잔히 흘러가던 이야기는 어느새 할머니의 멋진 반전으로 흥미로워진다.
아이러니하게도 90세가 넘는 나이- 심지어 죽음을 가까이 앞둔 -의 작가는 그 누구보다 포근하고, 행복하고, 달콤하게 이별 후의 상상을 펼친다. 그 모든 것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명명할 수 있겠다. 아이러니하게도, 책 속에 등장하는 할머니와 그의 남편 헨리는 이별 후 재회하는 공간에서 그 어느 때보다 멋진 시간을 보낸다. 생전에는 마냥 두려워했던 사자와 즐겁게 행진하기도 하고, 하늘의 천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에베레스트를 오르기도 한다. 노련한 작가는 이 모든 상상을 단지 한낮의 달콤한 꿈으로 끝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 마침내 등장하는 차 한 잔을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장치로 심어 둔 것이다. 이 때 독자는 상상을 끝낸 할머니의 표정이 얼마나 평온하고 밝은지 눈치챌 수 있다. 아마도 “내일 이 시간, 달에서 또 만납시다.” 하는 헨리의 마지막 인사 덕분일 터다. 어제의 행복한 추억이 헨리의 빈자리가 있는 내일을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래,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추억이라는 필터를 덧입으면 그 어떤 기억도 새롭게 아름다워진다. 이별을 경험했던, 이별을 겪어내고 있는, 이별을 맞이할 모든 이들에게 위안을 주는 그림책이다.
차 한 잔 우러나기까지의 찰나, 짧은 그림책이 주는 긴 여운
여기,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가 소파에 편히 앉아 있다. ‘모두들 내가 차를 기다리는 줄 알겠지?’ 할머니는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비밀스런 상상을 시작한다. 그렇게 할머니가 상상에 잠기는 시간, 그림책의 맛이 서서히 우러나는 순간이다.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에서는 다양한 상상이 펼쳐진다. 덕분에 그 어떤 독자라도 자신의 상황에 맞게 그림책을 읽어나갈 수 있다. 아름다운 문장과 그림 사이사이는, 그 누구라도 들어갈 수 있도록 정교한 여백으로 촘촘하게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먼저, 어린 아이는 그림책을 통해 환상의 세계를 만난다. 바닷속에서 인어와 놀이할 수 있고 하늘 위에서 유니콘과 친구가 될 수 있는 환상의 세계는 아이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일 것이다. 한편 성인 독자는 그림책을 통해 추억의 대상과 다시 만난다. 천국으로 떠난 헨리의 손을 잡고 생전 하지 못했던 것들을 새롭게 다시 경험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차라리 하나의 감동으로 다가온다. 머리가 하얗게 셀 때까지의 긴긴 시간, 할머니는 수많은 이별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 모든 것들과 매일 다시 새롭게 조우하는 행복이 눈물겹도록 아름답게 느껴진다,.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가 소파에 앉아 있다. “설탕 두 스푼 넣어 줘요. 고맙습니다.” 하는 목소리와 함께 상상도 끝이 난다. 상상으로 한층 풍성해진 그림책의 향이 마음 한 구석을 두드리는 순간이다.
차 한 잔 우러나기까지의 짧은 시간, 30페이지 남짓의 짧은 그림책이 주는 여운이 꽤나 묵직하다.
볼수록 새로워 자꾸만 다시 보고 싶어지는 그림책
92세의 노장 주디스 커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
92세의 할머니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일러스트 동화책을 출간했다. 그 책은 출판 첫 주에만 7만 4천 권이 팔렸고,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Guardian)은 ‘2015년 진정한 영웅’으로 그녀를 지목했다. 『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 『모그』 등으로 전 세계 아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그림책 작가 주디스 커의 이야기다. 백발이 성성한 머리로 꼿꼿이 앉아 변함없이 작품 활동을 꾸려 나가는 그녀의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을 준다. 책을 구매했던 독자들도, 진정한 영웅을 찾던 일간지 기자들의 마음도 아마 다르지 않았으리라.
그래서일까, 마찬가지로 하얗게 머리가 센 할머니가 등장하는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마치 오랜 친구를 발견한 듯한 반가움으로 다가온다. 색연필로 정성스레 칠한 그림을 보다 보면 어릴 적 일기장의 향수가 떠오르고, 소소한 일상에 환상을 더한 상상을 보다 보면 어린 시절 꿈꾸던 세계에 다시 몰입하게 된다. 신기한 것은, 이토록 친밀하게 건네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묵직한 감동이 함께 따른다는 점이다.
주디스 커는 그림책 속에 실제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여 이야기를 전개한다. 편한 옷을 입고 소파에 기대어 있는 모습은 영락없는 이웃집 할머니의 그것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야기의 한복판에서 치밀하고 노련하게 모든 것을 설계하여 건축해 나가는 그림책 거장의 솜씨를 발견할 수 있다. 흐뭇한 미소로 마지막 장을 덮었지만 이상하게 마음 한 켠이 시큰해지는 그림책, 볼수록 새로워 자꾸만 다시 보고 싶어지는 그림책, 그래서 모두에게 소중한 그림책을 만들어 내는 솜씨 말이다.
수십 년의 시간 동안 하나의 길을 뚜벅뚜벅 걷고 있는 ‘진정한 영웅‘ 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다.
작가 소개
글그림 : 주디스 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주디스 커는 영국의 대표적인 그림책 작가입니다. 특유의 따뜻한 감성으로 오랜 시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 『모그 시리즈』 『행복해라, 물개』 등이 있습니다.
역자 : 공경희
글을 옮긴 공경희는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번역대학원 겸임 교수를 지냈습니다. 옮긴 책으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무지개 물고기』 『사냥꾼을 만난 꼬마곰』 『이만큼 컸어요!』 등이 있고, 쓴 책으로 『아직도 거기, 머물다』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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