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노랑노랑 발자국을 한 발 한 발 찍으며 돌아와 준
‘발자국개’의 노래
우리 어린이문학의 달고 차가운 샘물과도 같은 작가 임정자와, 웅숭깊은 작품 세계로 우리 그림책의 역사에 굵은 걸음을 새기는 화가 한병호의 협업으로 그림책『발자국개』가 세상에 나왔다. 『무지무지 힘이 세고, 대단히 똑똑하고, 아주아주 용감한 당글공주』 『물이, 길 떠나는 아이』 『흰산 도로랑』 등의 작품을 통해 우리 어린이들에게 마음껏 숨 쉬어도 좋은 신화의 땅을 제시해 주었던 작가 임정자는 올해 권정생창작기금 수혜자로 선정되며 다시 한번 그 귀한 존재를 확인받았다. 화가 한병호는 『새가 되고 싶어』로 BIB 황금사과상을 수상한 바 있고 2014년 한국 대표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의 후보에 선정되는 등 세계적인 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다. 우리 창작그림책의 태동기부터 현재까지 시원스레 이어져 온 한병호의 보폭은 『발자국개』에서 아름답고도 선명한 진동으로 독자의 가슴을 두드린다.
무서울 땐 나처럼 해 봐. 그래도 두려움이 네 심장을 누를 땐 나를 불러.
그럼 난 언제라도 네게 달려갈 거야.
어둡고 축축한 허공 위에 샛노란 발자국이 뚝 뚝 떨어지는 장면과, 조금씩 스미던 노랑이 마침내 폭발하듯 쏟아져 아이의 말간 이마를 어루만지는 장면은 이 그림책의 절정이라 할 수 있다. 여러 겹의 동심원과 비구상의 도형, 물방울의 형태가 반복되며 쌓이던 모호함이 압도적인 색채를 통해 한꺼번에 전복된다.
다시 만난 아이에게 발자국개는 어둠과 알 수 없는 존재가 아이의 밤을 위협할 때 어떻게 하면 좋은지 일러준다. 그리고 또 약속한다. 그래도 안 될 땐 나를 부르면, 언제라도 네게 달려가겠다고. 어둠은 날마다 찾아오지만 아이는 이제 작은 방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큰 숨을 들이켜고 고개를 들 때 밤하늘 한가득 반짝이는 별빛을 볼 수 있다.
발자국개가 아이에게 알려 준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내겐 개가 있어. 발자국개가 있어.
내가 부르면 언제라도 달려와 함께 노래 불러 줄, 아주 멋진.
『발자국개』는 심장을 쥐고 흔드는 공포의 손아귀에 붙들렸던 때, 작가 자신에게 일어났던 어떤 사건의 기록이다. 실체가 없어 더욱 깊었던 어두운 수렁의 정체,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까지의 힘겨운 싸움, 이후에 되찾은 고마운 평화, 그리고 그것을 온 힘으로 도와 준 발자국개를 향한 진한 그리움이 이 책 안에 담겨 있다. 작가는 출간에 부쳐 말한다. 지금껏 같이 걸어 준 모든 이들이 발자국개가 아니었나 싶다고. 아이와 발자국개의 이야기를 담은 진실한 이 기록이 책을 읽은 아이들의 가슴에 노란 발자국 하나를 남기게 될 것이다. 그 힘찬 박동이 앞으로 걷게 될 인생의 길에 언제나 함께해 주리라 기대한다.
작가 소개
글 : 임정자
경기도 포천에서 태어났다. 1998년 단편동화 『흰 곰인형』을 발표한 뒤로 줄곧 동화를 쓰고 있는 그녀는 동화 공부를 하면서 숙제로 동화를 쓰다가 작가가 된 특이한 케이스이다. 길거리를 돌아다니거나 아이들과 노는 자신의 생활을 통하여 소재들을 발굴해내며 아이들의 입장에서 동화를 쓰려고 노력한다. 작품 속 사건들은 아이들과의 일상 속에서 부딪히며 생기는 에피소드들에서 출발하기에 그 현실감이 더 다가온다. 아이들이 너무 뛰어놀아서 윗층 사람이 항의를 했던 일은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도 많이 일어나며, 그녀에게도 일어났던 일이다. 그녀는 이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 속에 담아내면서도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맘껏 뛰어놀 것을 주문한다.
임정자 작가는 어른으로서 교훈적인 위치가 되려 하는 자신을 자꾸 돌아보며 동화를 통해 아이들의 입장을 이해한다. 때문에 그녀의 이야기 속에는 가감없는 실제 아이들과 실제 자신의 조카가 하던 놀이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녀는 자신이 주변에서 바라보는 도시 아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려 한다.
그녀의 또 다른 면모는 ‘한겨레 옛이야기’ 신화시리즈에서 발견되는데 구비문학·고전문학 전문가들이 전국을 돌며 직접 채집한 옛 이야기와 문헌자료에 흩어진 신화의 흔적들을 담은 80여편의 이야기를 동화로 재밌게 풀어내는 작업을 맡았다.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발견’으로 놀라운 이야기의 밭을 이뤘다”는 [문화일보]의 호평 속에 그녀는 오랜 꿈이었던 '옛날 이야기'를 완성했다. 도시 아이들의 이야기를 넘어서 우리 나라의 역사가 담긴 이야기로 아이들에게 다가섰던 것이다.
그림 : 한병호
추계예술대학교에서 동양화를 공부했다. 2006년 한국출판문화상, 2005년 BIB Golden Apple, 2004년 Korea Creative 대상, 2002년 Bienale of Asian Illustration Japan 그랑프리, 2002년 제3회 과학02서상, 2002년 제1회 SBS 어린이 미디어 그림책 부분, 1997년 제6회 어린이 문화대상 미술2년 수2했고, 2005년 한국 그림책 원화전(일본), 2004년 제2회 개인전(가si트 스페이스), 1998년 제1회 개인적(동덕여대 디자인 센터 전시관), 2005년 Ie Immagini della Fantasia 21(Italy), 2003년 Le Immagini della Fantasia 21(Italy), 2003년 그림동화 원화 초대전(동경, 오사카), 1998년 정보통신부 우표 일러스트, 1996년 한국 어린이 그림책 원화전에 출품(프랑스) 했다. 그림 책으로는 『미산 계곡에 가면 만날원화 초어요』, 『새가 되고 싶어』, 『도깨비와 범먹장수』, 『야광귀신』, 『해치와 괴물 사 형제』『세 발 두꺼비와 황금 동전』『간질간질』등 많은 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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