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바다거북의 한살이
바다거북은 바닷속에서 네 다리로 휘휘 헤엄쳐 살아갑니다. 등딱지 길이가 1미터 정도, 몸무게도 100킬로그램이나 되기 때문에, 백상아리 정도를 제외하고는 바닷속에 천적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바다거북이 처음 날 때부터 이렇게 크고 강했던 건 아니에요. 바닷가 모래사장에 파묻은 알에서 태어난 아기 바다거북은 고작 5센티미터밖에 되지 않는답니다. 대략 100개 정도의 알에서 많은 아기 바다거북이 나오지만, 바다로 가는 동안 새나 게 같은 천적에 잡혀 절반 정도는 바다에 이르지 못한 채 죽고 말지요.
이 치열한 과정을 거쳐 바다에 이른 뒤에도 위험은 도사리고 있어요. 커다란 물고기나 하늘에서 지켜보는 새들이 호시탐탐 잡아먹으려고 노리기 때문이에요. 또 바닷속 쓰레기 더미에 고통 받거나 그물에 잡히기도 하고요. 이런 여러 일들을 겪으며 아기 바다거북은 조심조심 먹이가 풍부한 태평양 바다를 향해 여행해 가요.
넓고 넓은 바다에서 잡아 먹히지 않고 20년 동안 살아남으면, 어느새 아기 바다거북은 당당하게 어른 바다거북으로 자랍니다. 그러면 바다거북은 다시 태평양 바다를 가로질러 맨 처음 알을 깨고 나온 바닷가로 돌아가기 위한 여행을 시작합니다. 그 바닷가 인근에 이르면 암컷과 수컷이 짝짓기를 하고, 마침내 암컷 바다거북은 바닷가 모래사장으로 올라가 알을 낳는 것이죠. 머지않아 이 알에서 다시 아기 거북들이 꼬물꼬물 깨어나 바다로 향하겠지요?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세상에 나온 바다거북, 2년에 걸쳐 태평양 2만 킬로미터를 가로질러 미국 연안의 바닷가에서 자란 뒤 다시 맨 처음의 바다로 알을 낳으러 돌아오는 바다거북의 한살이를 생생하게 만납니다.
생명을 지키고, 이어가기 위한 머나먼 여정
암컷 바다거북은 바닷가 모래사장에 알을 낳고 바로 바다로 돌아가 버립니다. 아기 바다거북은 엄마도 없이 알을 깨고 나오자마자 바다로 나아가요.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도 본능적으로 바다로 향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쿠로시오해류를 타고 일본의 바다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의 바다까지 멀고 먼 여행을 떠납니다. 그건 미국 연안의 바다에 게나 새우 같은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이에요. 풍부한 먹이를 먹고 아기 바다거북에서 어른 바다거북으로 자라기 위해서랍니다.
바다거북은 알을 깨고 나온 순간부터 생명을 지키기 위한 투쟁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모래사장을 가로지르며 바다로 가는 동안에도 아기 바다거북을 잡아먹으려고 노리는 천적에 맞서 재빨리 도망쳐야 하니까요. 바다에 이른 뒤에는 커다란 물고기의 위협을 피해 살아남으려는 투쟁의 시간은 이어지지요. 이런 숱한 시련을 거쳐 바다거북은 더욱 강해집니다. 곧, 태평양을 가로지리는 긴긴 여행은 바다거북을 강하게 단련시키는 여정인 셈입니다.
이렇게 20년의 시간을 무사히 보내고 나면, 아기 바다거북은 어느덧 바다에서 가장 센 존재로 자라게 됩니다. 다 자란 바다거북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머나 먼 여행 길에 오릅니다. 바로 맨 처음 알을 깨고 나온 바닷가 모래사장에 알을 낳기 위해서지요. 먹이가 풍부한 캘리포니아의 바다는 바다거북이 살기 위한 바다가 아니라, 알을 낳을 수 있을 만큼 성장하는 바다인 것입니다. 힘세고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 알을 낳으러 돌아가기 위해 그 먼 바다까지 여행을 떠난 것이지요. 그건 새끼를 통해 종족을 번식하기 위한 노력이자, 생명이 이어지는 자연의 섭리입니다.
이 책은 바다거북의 한살이를 소개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생명을 지키고 이어가기 위한 생태계의 기본 원리가 담겨 있습니다. 생명을 지키고 이어 가기 위한 과정에서 자연의 신비로움을 깨닫고, 생명에 대한 숭고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풍부한 지식과 세밀한 그림의 어울림
이 책의 작가 스즈키 마모루는 화가이자 그림책 작가지만, 새 둥지를 연구는 둥지 연구가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연구가로서 작가가 바다거북의 생태를 깊이 있게 관찰하고 탐구한 뒤에 그림책으로 완성했습니다. 깊이 있는 지식에다가 세밀하고 아름다운 그림이 더해져 멋진 바다거북 생태그림책으로 탄생한 것입니다.
이 책은 바다거북의 한살이에 집중하기 위해 한 화면에 만화처럼 칸을 나눠 여러 그림을 담아 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바다거북이 알을 낳고, 바다 여행을 하고, 바닷속에서 생존을 위해 생활하는 과정이 카메라로 관찰하듯 연속성 있게 표현되었습니다. 또한 칸을 나눠 진행되는 화면들 다음에 등장하는 펼침 그림은 광활한 자연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해 애쓰는 바다거북의 노력이 더욱 생생하게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이 책은 바다거북을 비롯한 여러 동물들이 세밀하게 표현되어서 정확한 생태 정보를 배울 수 있습니다. 바다거북이 바닷속에서 어떤 동물들을 만나는지, 어떤 먹이를 먹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그림만으로도 생생하게 알 수 있습니다.
작가 소개
글 : 스즈키 마모루
1952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어요. 화가이자 그림책 작가이면서, 20년 넘게 세계 각지를 돌며 새집 연구를 하고 있는 둥지 연구가예요. 세밀하고 아름다운 그림에 풍부한 지식이 더해져 예술과 과학이 어우러진 작품 세계로 사랑 받고 있어요. 1995년 『검은 고양이 산고로』 시리즈로 붉은새 삽화상을, 2006년 『나의 새 둥지 그림일기』로 고단샤 출판문화상 그림책상을, 2015년 『바우어새의 비밀』로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을 받았어요. 그 동안 작업한 그림책으로 『선로는 이어진다』 『핑 퐁 버스』 『모두 아기였어』 『생명의 배』 등이 있어요. 둥지 연구가로서 『새 둥지 책』 『세계의 새 둥지 책』 『새 둥지 이야기』『일본의 새 둥지 도감 259』『제비의 여행』 『할아버지와 곤줄박이』 같은 그림책과 화집과 에세이도 여럿 펴냈어요.
역자 : 김소연
일본 문학 전문 출판기획자 및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어요. 옮긴 책으로 『일기 쓰고 싶은 날』『천 개의 바람 천 개의 첼로』 『엄마가 만들었어』 『이럴 때 너라면?』 등이 있어요
감수 : 곽승국
어릴 적 과학자를 꿈꾸다가 대학에서는 생물학을, 대학원에서는 생태학을 공부했어요. 이후에 자연과 생태에 관심을 가져 꾸준히 공부하며 활동하고 있어요. 현재 자연과 환경을 위한 단체인 ‘자연과사람들’의 대표이면서, 화포천습지생태학습관을 운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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