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함께하는 즐거움, 차별 없는 세상에서 누리는 유쾌한 드라이브 여행
존 버닝햄은 그림책 한 권에 여러 가지 질감의 재료를 마구 섞어서 버무린다. 물감, 크레용, 고무 수채 물감, 파스텔, 목탄, 먹물, 갖가지 재료들이 모두 그의 그림책의 세계로 튀어나온다. 버닝햄은 대개 그림책 하나를 구상하고 완성하기까지 긴 시간을 할애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그의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가 오랜 습작 끝에 자신의 스타일을 구축하게 되었음을 알게 된다. ‘검피 아저씨’ 시리즈는 버닝햄이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잡기 시작한 초기 그림책들이다. 이 중에서 먼저 출간된 ‘뱃놀이’가 1971년에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수상했다.
뱃놀이에 이은 두 번째 책인 《검피 아저씨의 드라이브》는 검피 씨가 빨간 자동차를 몰고 아이들, 염소와 닭과 고양이, 송아지, 토끼와 개를 태우고 드라이브를 떠나는 이야기이다. 쨍쨍한 햇볕이 어느새 먹구름에 가리우고,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고, 길은 질퍽거리고 바퀴마저 빙빙 헛돌아 차는 위태로워진다. 누군가 내려서 차를 좀 밀어야 할 무렵, 도와주기는커녕 저마다 한마디씩 변명들을 늘어놓고, 차는 점점 진흙탕 속으로 끌려 들어가는데……. 날이 다시 맑게 개고, 집 근처에서 모두들 다 같이 물놀이를 하며 몸과 마음을 개운하게 씻어 낸다는 드라이브 여행 이야기.
인생길을 함께 간다는 것은 좋은 일, 궂은일을 함께하는, 그야말로 동반자의 의미가 크다. 검피 씨의 드라이브 여정에는 작은 인생 이야기가 숨어 있다. 존 버닝햄은 이 작품을 통해 탈것에 흥미를 느끼는 아이들에게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 차별 없이 함께하는 재미가 얼마나 큰지를 유머러스하게 보여 준다. 또한 누군가 차를 뒤에서 밀어야 하는 희생과 수고를 해야 한다고 할 때, 여자아이, 남자아이, 송아지, 개, 고양이 등이 늘어놓는 구차한 변명들은 다름 아닌 우리들이 일상에서 늘어놓는 변명과 다름없음을 실감나게 보여 준다. 한번쯤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낼 법한 상황에서도, 표정 하나 변함없이 담담하고 친절한 검피 씨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다음에 또 드라이브 하러 오렴.”이라고. 오늘도 검피 씨네 집은 늘 열려 있다. 자유롭고 온기 넘치는 상태로. 거칠 것 없는 아이들의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는 존 버닝햄의 작품 속에서 늘 살아 있다.
작가 소개
저자 : 존 버닝햄
어린 시절부터 학교에 데려다 놓아도 친구들하고 어울리지 않고 무심한 얼굴로 자기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아이였고, 청년 시절에는 병역을 기피하면서까지 세상의 소란으로부터 자신을 완강히 지키는 좀 독특한 성향의 사람이었다. 초등학교는, 관습을 거르스는 것을 정상으로 받아들이기로 유명한 닐 섬머힐 학교를 다녔다. 미술 공부는 런던의 센트럴 스쿨 오브 아트에서 했는데, 거기서 헬린 옥슨버리를 만나 1964년에 결혼했다. 같은 해에 첫 그림책 《보르카》로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수상했다. 헬린 옥슨버리도 남편의 영향을 받아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해서, 뛰어난 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의 한 사람이 되었다. 버닝햄은 브라이언 와일드스미스, 찰스 키핑과 더불어 영국 3대 일러스트레이터의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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