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책을 읽은 때는 손가락으로 침 묻혀 책장을 넘기지 말고,
손톱으로 글에 줄을 긋지도 말고, 책장을 접어서 읽던 곳을 표시하지도 말고,
땀 난 손으로 책을 읽지도 말고, 책을 베지도 팔꿈치로 괴지도 말라…”
- 사소절 이덕무 -
조선 시대의 진정한 오덕후 이덕무!
옛날에 목멱산 밑에 한 선비가 살았는데 책 읽기를 좋아하였습니다. 눈병이 나도 실눈 뜨고 독서 삼매경에 빠졌던 이덕무가 이렇게 읽었던 책이 수만 권, 베껴 쓴 책이 수백 권이 되었습니다. 이덕무에게 책은 단지 보는 대상이 아니라 듣고 보고 느끼는, 살아 있는 존재이며 세계였습니다. 항상 새로운 것을 받아들임에 망설이지 않았던 이덕무는 대단한 독서가이자 문장가가 되었습니다. 이런 이덕무를 책만 보는 바보 간서치라 불렀습니다.‘벽’이란 무엇인가를 지나치게 좋아해 미친 듯이 탐닉하고 몰입하는 것을 말합니다. 현대어로‘오덕후’또는‘오타쿠’라고도 하지요. 일찌감치 사람들이 이덕무를 책 오덕후라 불림에 스스로 자랑스러워했습니다. 독창적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전문성을 기르는 일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덕목입니다. 이덕무는 270여 년 먼저 앞선 시대정신을 우리에게 보여줬습니다. 당대 최고의 비평가이자 편집자였기에 지식에 목말라 그 지식을 올바른 곳에 사용하고자 무던히 노력했던 이덕무의 열정적인 삶을 되돌아보며, 지금 이 시대 한 가지 일에도 공들여 집중하기 어려운 바쁜 어린이들에게 몰입의 즐거움과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는 힘을 길러 주는 책입니다.
책과 함께 노닐다-이덕무와 그 친구들
이덕무는 서얼 출신으로 지독히 가난했습니다. 너무나 협소한 방에서 종일 방안에 앉아 햇빛 드는 자리로 옮겨가며 책을 읽을 정도로 궁핍했습니다. 누이를 잃은 슬픔이 사무칠 때에도 비가와도 등불을 밝히지 못하고 눈이 와도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밤에도 책을 덮고 글을 읽었습니다. 이렇게 가난했지만 이덕무의 옆에는 멋진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백탑이 있는 대사동(현재 인사동)으로 이사하게 되는데, 이곳에서 그는 비로소 평생지기인 박제가, 유득공, 백동수, 이서구 들을 사귀게 됩니다. 이들 중 이서구를 제외하면 모두 서자 출신으로, 힘든 세월을 견디는 데 서로 의지가 되어 준 벗들입니다. 백탑 아랫동네에는 이들 외에도 서자 출신 문인들이 많이 모여 살거나 모이기도 했는데, 그들을 사람들은 ‘백탑파(白塔派)’라 불렀습니다. 《책이 된 선비 이덕무》에서는 한 장면으로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를 마쳤지만 이덕무의 긴 생애를 지켜보면 친구들과의 관계는 무척 중요합니다. 조선 후기의 실학은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살아가는 생활 문제를 해명하거나 해결하기 위한 학문으로 이제까지 내려오는 학문과 제도의 권위에 따르지 않고 현실에 비추어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개혁하려 하였습니다. 이덕무와 벗들은 그러한 시대의 흐름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 한가운데 있는 현재 우리들은 먼저 혼란의 시기를 먼저 살아간 조상님들의 지혜를 배울 수 있습니다.
책을 표현하는 간결한 글 · 다양한 방식의 그림
이덕무를 좋아해 이덕무의 모든 글을 모으고 읽고 쓰고 즐겼던 이상희 작가의 글은 간결 그 자체입니다. 마치 시처럼 운율이 살아있고 여운을 길게 줍니다. 조금 더 시대 상황을 이야기해주는 친절한 글쓰기도 고민했지만, 짧지만 오히려 더 천천히 음미하며 읽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책이 된 선비 이덕무》의 제목 글씨는 김세현 화가님이 직접 쓴 글씨입니다. 이덕무 그림책을 기획했을 때부터 이미 김세현 화가님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이덕무의 책 사랑 방식을 다양하게 보여주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나무에 책의 한자인 冊를 무늬처럼 써넣어 세련되게 표현하였고 이덕무가 지은 시를 직접 면지에 써 두어 읽는 이의 기쁨을 한껏 누리게 했습니다. 과하지 않게 감정을 조절하며 계절과 공간을 넘나들며 표현했습니다. 이덕무의 책에 대한 무한 애정을 여러 번 읽으면 읽을수록 의미를 더 깊게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이들도 이덕무처럼 마음껏 책 사랑에 빠졌으면 좋겠습니다.
작가 소개
글 : 이상희
경남 고성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대학 대학원 사회과학 연구과를 수료했다. 1967년 서울대 교수로 부임한 이후 대중사회론, 여론과 선전, 대중문화특강, 비판커뮤니케이션론 등의 강좌를 개설하여 후학 양성에 힘썼다. 한국신문학회(현 언론학회) 회장, 서울대 교수협의회 회장,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상지학원 이사장, 한성대 이사장, 참여연대 공동대표,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위원장, KBS 이사, 방송문화진흥회(MBC) 이사장, 제3기 방송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지금은 서울대 명예교수로 있으면서 청암언론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현대사회학』, 『커뮤니케이션과 이데올로기』, 『조선조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현상 연구』, 『텔레비전 시청행태 및 이용과 충족에 관한 조사연구』(공저)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에 관한 고찰」, 「매스미디어의 존재양식에 관한 일고찰」, 「매스미디어와 청소년의 일탈행위」, 「유언비어의 생태학」, 「한일관계 40년-한국의 사회, 문화적 변화」 등이 있다.
그림 : 김세현
삽화가이자 동화작가. 1963년 충남 연기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미술교육학과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무엇보다 따뜻한 필치와 뛰어난 데생은 글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과 시대상을 잘 나타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만년싸쓰』 『외딴 마을 외딴 집에』같은 그림책을 펴냈고, 삽화를 그린 책으로『저 하늘에도 슬픔이』『부숭이는 힘이 세다』『아름다운 수탉』『모랫말 아이들』『준치 가시』, 『엄마 까투리』『통도유사』등이 있다. 2004년 제4회 한국출판미술상을 받았으며, 2009년 볼로냐아동도서전 주빈국관 원화 전시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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