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빛이 없어야 비로소 보이는 빛이 있다.
주변이 조용할 때 비로소 들리는 풀벌레 소리처럼.
2015 볼로냐아동도서전 라가치상, 2016 황금도깨비상을 받은 정진호 作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그림책 작가 정진호의 신간 그림책 『별과 나』가 ㈜비룡소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정진호 작가는 첫 그림책 『위를 봐요!』로 2015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라가치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고, 곧이어 『벽』으로 2016년 황금도깨비상을 받으면서 한국의 대표 그림책 작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또한 같은 해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여성신문》이 주관하는 양성평등문화상(청강문화상)을 거머쥐며 ‘다양한 시선’을 통한 ‘차이의 인정’이라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그림책에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게 담아낸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최신작인 『별과 나』 또한 작가가 늘 관심을 기울이던 주제인 ’시선의 전환‘과 그 맥을 같이 하는 작품입니다.
불빛이 사라지자 시작된 별과 나의 동행
어두운 밤, 주인공이 자전거를 타고 강변을 달립니다. “퓨-웅.” 가끔 말썽을 부리던 자전거 전등이 아예 꺼져 버렸습니다. 그런데 이상하다. 자전거 전등 빛으로만 앞을 내다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전등이 꺼지고 나니 오히려 눈앞이 환합니다. 별입니다. 수만 개의 별이 길을 밝힙니다. 별이 깜깜한 밤하늘 속에서 총총하게 빛납니다. 주인공이 달리는 길을 따라 별도 함께 달립니다. 별은 풀숲의 반딧불과 어울려 노닐다가도, 일렬로 무심하게 서 있는 가로등은 요리조리 뛰어넘습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기차의 전조등에 놀라 두 갈래로 후다닥 흩어지는가 하면, 어느새 다시 모여 밤하늘의 불꽃놀이를 흉내 냅니다. 여전히 깜깜한 밤, 이제 주인공은 자전거 전등 없이도 달릴 수 있습니다. 아니, 자전거 전등이 없어서 더 충만한 마음으로 달릴 수 있습니다. 주인공 곁에는 어두운 밤을 또렷하게 수놓는 별이 있기 때문입니다. 별과 주인공의 동행은 시간이 지날수록 견고하고 아름답습니다. 별은 소낙비가 올 때 주인공의 우산이 되었다가, 내리막길에서는 제동을 걸어 주고, 오르막길이 나타나면 주인공의 등을 떠밀어 줍니다.
일상을 바꾸는 단 하나의 시선과 행동
전등을 켜거나 끄는 것. 밤하늘을 바라보거나 바라보지 않는 것. 자전거를 계속 타거나 타지 않는 것. 사소한 시선이나 행동을 달리했을 때 우리의 일상은 달라집니다. 사소한 선택들이 쌓이면 전체적인 삶의 모양이 변한다. 우리는 보통 자신의 처지나 환경을 백팔십도 변화시키는 중대한 결정이 우리의 삶을 바꾼다고 생각하고 그에 전전긍긍합니다. 하지만 우리 삶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좌우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내리는 사소한 선택들입니다. 『별과 나』의 주인공은 자전거 전등이 꺼졌을 때 오래 당황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습니다. 그는 그냥 계속 달리기로 합니다. 누군가는 눈앞의 불빛이 없다는 이유로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앞을 향해 묵묵히 나아갑니다. 그 결과로, 그는 전에 없던 아름다운 별빛을 만났습니다.
묵직하게 아름다운 별빛 가득한 밤하늘 풍경
정진호 작가는 깜깜한 밤 풍경 속에서 펼쳐지는 별과 주인공의 동행을 글 없는 그림책의 형태로 표현해 냈습니다. 장면마다 배경이 되는 야밤 풍경을 어두운 진회색으로 일관되게 칠하고, 풍경을 뚫으며 나아가는 주인공 ‘나’는 한층 더 어두운 먹색으로 칠했습니다. 진회색과 먹색 사이에서 환하게 빛나는 무수한 별은 흰색입니다. 작가는 검정색과 흰색의 대비를 이용해 단순하고 간결하면서도 깊고 묵직한 밤하늘을 표현해 냈습니다. 그림책의 앞표지도 특별히 눈에 띕니다. 밤하늘을 수놓는 별들이 반짝이는 은색으로 인쇄되어 별과 주인공의 동행을 더욱 아름답게 나타내 줍니다. 정진호 작가가 그려 내는 캐릭터 또한 흥미롭습니다. 그의 그림책에는 늘 성별, 인종, 나이를 알 수 없도록 가장 단순화된 인물이 등장합니다. 인물의 표정과 포즈는 단조로우면서도 짜임새가 있어 더욱 독특하고 개성 있습니다. 화려하지 않고 단순한 인물과 얼핏 보면 거칠지만 과장 없이 그려진 별들처럼 정진호 작가만의 정직하고 올곧은 그림 기법은 보는 이로 하여금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합니다.
작가 소개
글그림 : 정진호
대구에서 태어났다. 첫 그림책 『위를 봐요!』로 2015년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상을, 『부엉이』로 한국안데르센상 미술 부문 우수상을 『벽』으로 황금도깨비상을 받았다. 한양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했고, 현재 그림책 작가 및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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