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왼쪽 금지! 왼손은 정말 틀린 손일까요?
식탁에서 밥을 먹을 때 옆에 앉은 친구와 팔꿈치를 부딪쳐 본 적이 있나요? 나는 오른쪽으로 도는데, 왼쪽으로 도는 친구가 있어서 부딪쳐 넘어진 적은 없나요? 만일 레오니 공주가 사는 나라처럼 왼쪽을 모두 금지하면 이런 일이 없어질까요?
아주 옛날 레오 임금님이 아주 이상한 법령을 만들었어요. 왼쪽으로 돌아서도 안 되고, 왼쪽 귀를 만져서도 안 되고, 궁전 마당을 왼쪽으로 돌아서도 안 된대요. 한마디로 “왼쪽 금지!” “옳은 손”인 “오른손”을 금방 찾기 위해 오른손에는 꼭 팔찌를 차야 한대요. 심지어 전시장에 걸린 초상화들도 모두 오른손에 팔찌를 찬 채 오른쪽을 보고 있었어요. 그럼 “왼손”은 정말 “틀린 손”일까요?
레오니 공주의 나라에서 왼쪽이 틀린 쪽이 된 것은 아주 사소한 일 때문이었어요. 레오 2세 임금님이 궁전 뜰을 지날 때 고양이 한 마리가 휙 지나가는 바람에 왼발을 삐고 말았어요. 하필 고양이도 왼쪽에서 오른쪽을 지나갔고요. 그래서 레오 2세 임금님은 “왼쪽 금지”라는 명령을 내렸어요. 그 때부터 사람들은 왼쪽을 ‘틀린 쪽’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그로부터 235년 뒤, 레오 8세 임금님의 딸 레오니 공주의 생일날 아주 특별한 일이 일어났어요. 어느 날, 레오니는 냄비 속 수프를 왼손으로 저었다고 주방장에게 쫓겨 나 부엌 계단에 앉아 있던 부엌 심부름꾼 에르네스토를 만났어요. 왼손만 두 개 있어서 요리사가 될 수 없다고 슬퍼하는 에르네스토가 가엾었어요. 그 때 레오니 공주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팔찌가 없으면 틀린 손도 없지 않을까요?
레오니 공주의 생일 날 아주 특별한 일이 일어났어요. 레오니 공주가 생일 선물로 늘 오른손에 차던 팔찌를 왼손에 차게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생일 날 하루만 왼손이 “옳은 손”이 된 거지요. 물론 공주가 신 나가기만 한 건 아니었어요. 식탁은 흘린 음식으로 엉망이 되었고, 놀이 시간도 뒤죽박죽, 공은 엉뚱한 데로 날아가고, 팽이는 돌지도 않았어요.
딱 한 사람 에르네스토만 신이 났어요. 볼링 핀도 멋지게 쓰러뜨리고, 공 넣기 시합도 일 등! 결국 레오니는 “왼손은 바보 같아!” 라고 소리치며 팔찌를 벗어 던져 버렸어요. 사람들은 모두 놀라 임금님을 바라보았어요. 그때 에르네스토가 용기를 내어 임금님에게 말했어요.
“팔찌가 없으면 틀린 손도 없지 않을까요?”
레오 8세 임금님은 에르네스토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했어요. 실은 임금님도 왼손 게임에서 에르네스토 다음으로 잘 했거든요. 그러니까 왼손을 못 쓰게 한 임금님도 실은 왼손잡이였지 뭐예요! 임금님은 온 나라에 다시 명령을 내렸어요.
“오늘부터 ‘왼쪽 금지’는 없습니다. 왼손을 써도 괜찮고, 왼쪽으로 가도 괜찮아요.”
임금님과 모여 있던 모든 사람들이 팔찌를 벗어 나무 위로 힘껏 던져 버렸어요. 레오니 공주 덕분에 온 나라 사람들은 왼손을 마음대로 쓰게 된 것이지요. 팔찌를 벗고 나니까, “옳은 손”도 “틀린 손”도 없어졌어요.
《왼손도 괜찮아!》는 오른손잡이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왼손잡이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요즘은 덜 하지만, 옛날에는 왼손잡이 친구들에게 오른손을 쓰도록 강요하기도 했어요. 왼손을 쓰지 못 하게 묶어 두거나, 아픈 손이라는 의미로 빨간 약을 발라 놓기도 했답니다. 레오니 공주의 나라에서 “옳은 손”인 “오른손”을 확인하기 위해 빨간 팔찌를 차는 것처럼 말이지요.
어느 한쪽 방향을 좋아하는 현상은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랍니다. 나팔꽃은 시계 방행으로 줄기를 꼬는 것도 있고, 왼쪽으로 꼬는 것도 있습니다. 침팬지 같은 유인원들도 훨씬 익숙하게 쓰는 방향이 있답니다. 왼손잡이는 단지 그 수가 오른손잡이에 비해 그 수가 적을 뿐, 그 자체가 이상한 것은 아니랍니다.
왼손잡이들은 자신들이 왼손잡이여서 생활하기 힘든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어, 왼손잡이네!”라고 말하는 것이나,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이 더 힘들다고 합니다. 일종의 사회적 편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소한 편견은 나와 다른 생각,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차별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고 따뜻하게 만드는 방법은 나와 조금 다른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입니다. 《왼손도 괜찮아!》는 어린이들이 일상의 편견을 깨고 나와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소수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넓고 건강한 가치관을 지닌 시민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은 책입니다.
작가 소개
글 : 마리아 테레지아 뢰슬러
오스트리아 쉬드티롤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일하면서 다양한 어린이 독서 문화 운동을 펼쳤다. 어려서부터 책 읽는 것과 글 쓰는 것을 좋아했고, 지금은 오스트리아 보젠에서 ‘어린이-청소년 도서 센터’를 운영하며 동화를 쓰고 있다.
그림 : 브루넬라 발디
그림을 그리면서 무용수로도 일하고 있다. 이탈리아, 프랑스, 벨기에, 폴란드에서 책을 출간했다. 프라하의 코메니우스 박물관이 주는 그림책 상을 비롯해 세계적인 그림책 상도 많이 받았다.
역 : 김서정
중앙대 초빙교수. 동화작가, 평론가. 중앙대학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독일 뮌헨 대학에서 공부했다. 오늘의 젊은 예술가 상을 받았으며, 현재 제주대학교 스토리텔링 학과에서 그림책에 대해 가르치면서 동화 작가 및 평론가,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평론집 『어린이 문학 만세』, 『멋진 판타지』, 『동화가 재미있는 이유』, 『캐릭터는 살아 있다』
, 동화책 『나의 사직동』, 『두로크 강을 건너서』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어린이 문학의 즐거움』, 『용의 아이들』, 『일 주일 내내 토요일』, 『공주의 생일』,『행복한 어린이 날』, 『미오 나의 미오』, 『로테와 루이제』, 『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세요?』『우리 친구 할래?』 등이 있다.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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