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1. 흔하디흔한 부채에 스민 우리 삶과 우리 역사!
‘부채’ 하면 단순히 여름에만 쓰이는, 바람을 일으키는 도구라고만 여긴다. 그나마도 이제는 선풍기나 에어컨에 밀려 그 쓰임이 점점 잊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통 부채는 매우 우수해서 고려 시대에는 중국에까지 우리 부채가 유행하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종이인 닥나무 한지는 질기고 가볍고 수명도 길어 세계에서 부채 만들기에 가장 좋은 종이라고 한다. 이렇게 좋은 종이를 재료로 했으니 당연히 부채 만드는 기술도 뛰어날 수밖에 없었다. 우리 부채의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는 깃털 부채나 둥글부채가 종종 등장하곤 해, 고구려 귀족 사회에서 부채가 흔히 쓰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경상남도 창원시 다호리 고분에서 출토된 부채자루 유물은 기원전 4~3세기의 것으로 추정되는데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부채 유물이기도 하다.
이렇게 오랜 역사를 지닌 우리 부채는 시원한 바람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그 쓰임도 매우 다양하다. 파리, 모기 등을 쫓고, 불을 일으키고, 흥을 돋우고, 얼굴을 가리고, 의사표현을 하는 등 우리 옛 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깊은 관계를 맺고 있던 물건이다. 이 책은 이렇게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었던 부채에 담긴 내력과 그 매력을 풍부하게 글과 그림에 담아, 그간 잊고 있던 부채를 다시 돌아보게끔 한다. 또 어린이들에게는 부채를 통해 우리 선조들의 삶을 친숙하게 알아 가는 한편, 우리 전통문화의 우수함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작은 물건 하나에도 정성과 의미를 담았던 선조들의 삶과 정신을 『한들한들 바람 친구 부채』를 통해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2. 우리가 몰랐던 부채의 여러 모습을 만나 보자!
차르르 펼쳤다 접는 쥘부채와 둥근 모양이 인상적인 둥글부채. 하지만 부채의 모양은 이것이 다가 아니다. 360도로 펼쳐지는 대륜선은 더운 여름에는 양산과도 같은 용도로 쓰였고, 혼례식에 쓰이는 화려한 꽃이 수놓인 혼선은 바람을 일으키는 용도가 아니라 각시의 얼굴을 가리는 데 쓰였다. 자루 쪽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신기한 모양의 효자선은 다른 사람을 부쳐 줄 때 더욱 시원한 바람을 일으켜 이름에도 ‘효자’라는 말을 넣었다고 하니, 선조들의 지혜와 재치가 부채 하나에도 듬뿍 담겨 있는 셈이다.
이 책은 이렇게 다양한 부채의 모습을 글과 그림으로 엮어 보여 주어 어린이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짧고 단순하지만 리듬감이 느껴지는 글에는 부채의 이름과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취학 전 어린이들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또 볼수록 정겹고 신명나는 그림에는 옛사람들이 쓰던 부채와 함께 시간 여행을 떠난 주인공 어린이가 등장한다. 주인공은 그림마다 숨어서 옛사람들이 부채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몰래 관찰하고 있어, 독자들은 찾아보는 재미도 함께 느낄 수 있다. 마지막에는 주인공이 쓰는 현대적인 부채가 등장해, 우리 삶과 부채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책의 말미에는 앞에서 만나 보았던 부채에 대한 정보를 사진 자료와 함께 더욱 풍성하게 담았다. 짧은 글에는 미처 담지 못했던 부채의 역사와 쓰임을 자세히 설명해, 부채를 즐겨 썼던 선조들의 삶까지 슬쩍 엿볼 수 있다.
이 책에 나오는 부채들은 모두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글씨와 그림이 그려진 접선부터 낡았지만 여전히 쓸모 있는 손때 묻은 부채까지, 우리가 몰랐던 부채의 여러 모습들을 『한들한들 바람 친구 부채』를 통해 만나 보자!
작가 소개
글 : 최은영
고려대학교에서 서양사학과 국문학을 공부했고, 창비와 푸른숲 편집자로 일했다. 한국 최초로 점자촉각그림책 ‘책 읽는 손가락’ 시리즈와 한국 최초로 라가치 상 대상을 받은 책 『마음의 집』을 만들었다. 창작모임 ‘작은 새’ 동인으로 활동하며, 국내외 다양한 그림책을 소개하는 그림책 에세이 ‘작은 새의 그림책 편지’를 연재하고 있다. 쓴 책으로 『한숨 구멍』, 『한들한들 바람 친구』, 심리소설 『일곱 개의 방』(공저) 등이 있다.
그림 : 이광익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1995년부터 그림책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숲에 가는 걸 좋아해서 배낭에 수첩과 연필을 챙겨 그곳에서 일어나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그려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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