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촛불 광장을 기억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2016년 9월 이후, 대한민국은 대통령 비선실세 사건으로 대혼란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대혼란 속에서 국민들은 오히려 민주주의의 힘을 보여 주었습니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에버트 인권재단이 2017년 ‘에버트 인권상’ 수상자로 촛불집회에 참여한 대한민국 시민들을 선정한 것도 바로 그런 까닭일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2016년 겨울은 광화문 광장의 촛불로 떠오릅니다. 이 책의 저자 유현미 선생님도 촛불 시민의 한 사람으로 촛불집회에 참여했고, 그날그날 만난 사람들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담은 역사의 기록이 되었습니다.
어린 아기를 띠에 안고 나온 젊은 부부, ‘중고생도 분노했다’ ‘우리가 배운 민주주의 어디 갔습니까’ 펼침막에서도 발랄함이 느껴지던 중고생들, ‘혼자 온 사람들’ ‘고산병연구회’처럼 재미난 깃발을 들고 나온 사람들, 휠체어를 타고‘장애등급제 폐지’ ‘부양의무제 폐지’를 외치던 장애인들, 대통령 탄핵과 퇴진을 외치면서 동시에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팻말을 들고 나온 사람들……. 청와대 100미터 앞까지 갔던 날 밤 세월호 유가족들 어깨에 휘날리던 희생자들 얼굴이 담긴 노란 천의 물결, 점 같았던 촛불이 횃불이 되어 일렁이던 밤, 축제와도 같았던 탄핵안이 가결되던 날 국회 앞…….
우리가 한 번쯤은 참여했던 날들이 책 속에 담겨 있습니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날의 광화문 광장이 떠오릅니다. 촛불 광장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보며 자신의 이야기라고 느끼게 됩니다. 새로운 나라를 꿈꾸며 촛불을 들었던 우리 모두가 주인공인 이야기, 불의와 차별에 함께 맞서 싸우고, 내가 네가 되고, 우리가 되는 나라를 우리 힘으로 만들어 가는 세상,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뜻을 담아 만들었습니다.
‘촛불시민혁명’을 따뜻하고 발랄한 감성으로 담아낸 책
이 책은 ‘촛불시민혁명’을 다루되 너무 무겁지 않게, 아이의 시선으로 하루하루를 담은 즐거운 일기처럼 풀어냈습니다. 세월호 참사부터 대통령 탄핵, 세월호 인양까지의 모습이 비장하거나 무겁지 않고 오히려 발랄하고 따듯한 모습으로 담겨 있습니다. 촛불집회에 나가 본 사람은 알 것입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가족끼리 온 사람, 동창회 모임을 광화문에서 하는 사람, 혼자 온 사람, 나이, 성별, 지역, 참여 방식도 모두 달랐습니다. 촛불집회는 참여 민주주의를 생생하게 보여 주는 현장이었습니다. 동시에 그곳에는 우리 겨레가 오랫동안 이어 온 웃음과 해학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추운 겨울 날씨에도 주말마다 시민들이 스스로 거리로 나오게 만든 힘이었을 것입니다. 작가는 그 힘을 놓치지 않고 그림 속에 담아냈습니다. 초등학생이 그린 듯 조금 어설퍼 보이는 그림은 주인공의 시선에 그대로 몰입하게 해 줍니다. 짙은 파랑 바탕색은 차가운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따뜻한 느낌을 줍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우리는 모르는 사람끼리 서로 잡아 주고, 배려해 주고, 양보해 주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꿈꾸고 바라는 공동체의 모습이 아닐까요? 그 따뜻한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책입니다.
‘촛불시민혁명’을 다룬 첫 번째 그림책
그동안 ‘촛불시민혁명’을 다룬 책은 어른들이 읽는 사회과학 책뿐이었습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책으로는 〈촛불을 들었어〉가 처음입니다.
“올해의 인물이 무슨 뜻이야, 아빠?” /“응, 거리에서 함께 촛불을 든 모든 사람이 올해의 주인공이라는 뜻이야.”
“그럼 나도 주인공이야?”/“그럼!”(본문31-34쪽)
책 속 주인공이 아빠와 주고받는 이 말처럼 촛불시민혁명은 어른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엄마 아빠 손 붙잡고 나온 아이들이 역사의 현장에 함께했고, 살아 있는 민주주의를 배웠습니다. 그런 까닭에 아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볼 수 있는 ‘그림책’이라는 형식에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아이와 어른이 같이 보면서 우리가 경험한 평화와 민주주의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기 좋은 책입니다.
작가 소개
저 : 유현미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오랫동안 책 만드는 일을 했다. 구순인 실향민 아버지와 함께 그림책 『쑥갓 꽃을 그렸어』를 쓰고 그렸으며, 그림 전시회 [서 있는 사람들] 전을 열었다. 『내가 좋아하는 갯벌』 『내가 좋아하는 야생 동물』의 글을 쓰고, 『냇물에 뭐가 사나 볼래?』 『세밀화로 그린 동물 흔적 도감』 같은 책을 만들었다. 광주트라우마센터에서 펴낸 『상처 입은 자의 치유』를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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