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빨간 모자와 늑대의 시선 교차 방식이 엮어 낸 쫀쫀한 긴장감의 세계
〈너의 눈 속에〉의 표지는 제법 강렬하다. 상단과 하단에 깊이 박힌 눈동자 두 개가 독자들의 마음까지 서늘하게 꿰뚫어 보는 듯하고, 이 눈동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강한 의문이 들게 한다.
첫 장부터 심상치가 않다. 왼쪽 장면은 암흑, 오른쪽 장면은 길을 떠난 빨간 모자에게 손을 흔드는 엄마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책장을 몇 장 넘겨 보면 왼쪽에는 멀리 보이는 빨간 모자의 뒷모습, 오른쪽에는 숲 속에서 일하는 나무꾼들의 모습이다. 여기에 글은 “어, 엄마가 이야기한 아저씨들이네. 안녕하세요?”. 빨간 모자의 목소리다. 그렇다, 왼쪽은 캄캄한 굴에 틀어박혀 있다 숲으로 어슬렁거리며 나와 빨간 모자를 쫓는 늑대의 시선이고, 오른쪽은 숲 속 할머니 댁에 가는 빨간 모자의 시선이다. 〈너의 눈 속에〉의 모든 장면은 이 두 인물의 눈에 비친 풍경들이다. 글 또한 왼쪽은 서슬 퍼런 늑대의 말로, 오른쪽은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길이 마냥 즐거운 소녀의 노랫소리 같은 대화글로 이루어져 이미지의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자, 이제 마침내 빨간 모자와 늑대가 딱 마주친 순간, 왼쪽 늑대 영역에는 빨간 모자의 얼굴이, 오른쪽 빨간 모자 영역에는 빨간 눈알을 번뜩이는 늑대의 얼굴이 클로즈업된 그 순간,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른다. 〈너의 눈 속에〉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잠시도 지루할 틈 없이 마성의 두려움과 긴장감에 빠뜨리는 그림책이다.
검정 선과 붉은 포인트 색, 미색의 여백이 자아내는 침묵의 마력
〈너의 눈 속에〉는 늑대와 빨간 모자의 입장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그림책이다. 어느 순간 늑대가 되어 빨간 모자를 뒤쫓고, 또 어느 순간엔 빨간 모자가 되어 할머니 집의 문을 두드려 보며, 등장인물과 함께 그 길을 걷고 그와 같은 행동을 하는 느낌이 들도록 구성했을 뿐만 아니라 순간순간 독자의 상상력을 최대치로 끌어 내기도 한다.
이미지는 오직 검정 선으로만 묘사되었지만 허술한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기억의 한 부분처럼, 망원경으로 투사해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빨간 모자의 옷과 늑대의 눈동자에만 선택적으로 쓰인 빨강은 빨간 모자를 향한 늑대의 욕망과 늑대를 향한 빨간 모자의 두려움을 한층 가중시키며 독자를 이야기의 세계로 초대한다.
작가 소개
글그림 : 필립 잘베르
대학에서 역사와 조형예술을 공부했다. 교사가 되려고 했지만, 컴퓨터 그래픽을 접한 뒤 진로를 바꾸어 그림책 작가가 되었다. 언론사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툴루즈 1대학에서 응용예술 강의도 맡고 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작품으로는 『늑대의 사계절』 등이 있다.
역 : 정순
대학교에서 아동학을, 프랑스 투르의 대학원에서 그림책을 공부하고 현재 어린이책 글을 쓰고 만들고 번역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울지 않는 개구리』, 『빼빼와 꼬마 얼룩말의 모험』, 『바쁘다 바빠씨의 하루』, 『알을 지켜라!』 등의 그림책을 썼고, 『에밀과 마고』, 『꼬마 곰 부르』시리즈, 『계절마다 달라요』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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