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맛있는 단감은 욕심꾸러기 반달곰이 독차지하고,
이제 남은 건 맛없는 떫은 감뿐.
떫은 감을 둥글게 깎아 처마에 매단 뒤에
기다리고 기다렸더니 달콤하고 말랑한 곶감이 되었어요.
어긋난 친구 사이도 사이좋게 만들어 주는 신통방통 곶감 이야기!
■ 전통 먹거리 곶감
〈호랑이와 곶감〉이라는 옛이야기가 있습니다. 호랑이가 먹이를 찾으려고 마을로 내려왔다가 우는 아이를 달래는 소리를 듣게 되었어요. 어머니가 “이크, 호랑이다!” 해도,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울었어요. 이번에는 어머니가 “여기 곶감이다!” 했더니 아이는 당장 울음을 그쳤다지요. 아마 아이는 달콤한 곶감이 반가워 울음을 뚝 그쳤겠지만, 엿듣던 호랑이는 ‘이런, 나보다 더 무서운 게 있구나.’ 싶어 겁을 먹었다고 합니다. 우는 아이도 뚝 그치게 할 만큼 너무나 맛있는 곶감, 그래서 호랑이도 덜컥 겁을 먹을 정도로 신통방통한 먹거리로 잘 알려진 게 바로 ‘곶감’입니다.
곶감은 쌀쌀한 바람이 부는 10월 말 늦가을에 감을 따서 만듭니다. 감 껍질을 깎아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한 달 반쯤 말리면 쫄깃하고 달콤한 곶감으로 변신하지요. 날로 먹기에는 떫은 감도 곶감을 만들면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곶감은 오랜 옛날부터 긴긴 겨울 동안 감을 맛있게 저장하여 먹는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곧, 곶감은 우리 조상의 지혜가 녹아 있는 우리 전통 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책은 숲 속에 사는 동물들이 곶감을 새롭게 알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맛난 단감을 먹으려다가 우연히 곶감을 만들게 된 동물 친구들. 할머니와 정겹게 감을 따고 껍질을 벗겨 처마에 매단 뒤 곶감으로 마를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리지요. 드디어 말랑말랑한 곶감으로 완성! 떫은 감이 어떤 과정을 거쳐 곶감으로 완성되는지 흥미롭게 알아 갑니다. 책 뒤에 곶감에 대한 여러 정보를 곁들여 알차게 책을 볼 수 있습니다.
■ 곶감을 통해 배우는 긍정의 마음
당장 먹기에 좋은 단감은 욕심쟁이 반달곰의 차지, 이제 남은 거라고는 떫어서 먹을 수 없는 감뿐입니다. 동물 친구들은 실망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전화위복이 되었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생전 처음 곶감 만들기에 도전하니까요. 곶감 만들려면 감을 따서부터 다 말리기까지 대략 한 달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이 과정을 거치면, 정말 달콤하고 맛있는 곶감을 만나게 되지요. 떫은 감에 실망했던 동물 친구들은 달콤한 곶감을 만난 뒤 감탄을 멈추지 못합니다.
반면 단감을 독차지한 반달곰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너무 양이 많아서 한꺼번에 다 먹을 수 없었던 반달곰은 나무 구멍에 단감을 숨겨 둡니다. 곶감이 완성될 만큼 시간이 흐르는 사이, 그만 단감은 모조리 썩어 버리고 말았지요. 다 같이 나눠 먹었으면 좋았으련만, 혼자만 먹겠다고 욕심 부렸던 탓입니다.
떫은 감나무와 단감나무, 처음엔 달콤한 단감을 차지한 반달곰이 웃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자 곶감을 만든 동물 친구들이 웃게 되었어요. 떫고 쓸모 없었던 감이 달콤한 곶감으로 변신할 줄은 몰랐으니까요. 세상 일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의 이득이 결국 손해가 되기도 하고, 실패한 듯하지만 결국 더 좋은 결말을 얻기도 합니다. 때문에 당장 눈앞의 일에 지나치게 욕심부릴 필요가 없습니다. 떫은 감이 달콤한 곶감으로 변신하는 것 같은 일이 우리 생활 곳곳에서 일어나니까요. 긍정의 마음으로 상황을 여유롭게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 곶감처럼 달콤한 우정
단감이 모조리 썩어 버린 반달곰은 울음을 참지 못합니다. 한껏 욕심을 부려 단감을 독차지했지만, 이제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이를 본 동물 친구들 마음은 어땠을까요? ‘에고, 욕심쟁이야 고소하다!’ 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상황이 부끄러워서인지, 서러워서인지, 반달곰은 귀가 따가울 정도로 큰 소리로 울어댑니다.
참다 못한 담비는 반달곰에게 곶감을 내밉니다. 옛이야기 〈호랑이와 곶감〉에서 어머니가 우는 아이를 달래려고 곶감을 내밀 듯 말입니다. 반달곰은 울음을 뚝 그치고 곶감을 받아 듭니다. “엥, 곶감?” 곶감을 처음 본 반달곰은 신기한 마음으로 곶감을 한 입 맛봅니다. 너무나 달콤한 곶감! 그 순간 반달곰 마음에 가득했던 욕심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립니다. 친구들에게 심술 부렸던 일도 후회됩니다. 그러자 반달곰은 다시 눈물을 흘립니다. 이번엔 떼쓰는 울음이 아니라 화해의 눈물이지요. 그 눈물을 본 동물 친구들 마음 역시 녹아 내립니다. 욕심꾸러기 반달곰에 대한 미움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진정한 친구로 받아들입니다. 함께 웃으며 곶감을 나눠 먹는 친구가 되는 것이지요.
이 책에서 곶감은 어긋난 친구 사이를 달콤하고 부드럽게 바꾸어 주는 매개가 됩니다. 곶감을 통해 친구 사이의 갈등이 풀리고, 서로를 용서하며 화해하게 됩니다. 곶감이 요술 같은 힘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 따뜻한 색감의 귀염둥이 동물들
이 이야기는 숲 속의 동물 친구들이 의인화하여 등장하는 우화입니다. 맛있는 걸 잘 아는 담비를 비롯하여 오소리, 멧돼지, 너구리, 여우, 까치 그리고 심술꾸러기 반달곰까지, 생김새도, 성격도 다른 동물들이 친구들로 등장합니다. 홍기한 화가는 이 책에서 동물 각자의 생태적 특징을 생생하게 살리면서도, 올망졸망 귀엽고 친근하게 동물들을 표현했습니다.
이 책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다양한 화면 전개가 펼쳐집니다. 달콤한 감에 대한 기대감, 감나무를 만났을 때의 기쁨, 단감을 반달곰에게 빼앗겼을 때의 실망, 곶감이 완성되기를 바라는 기다림 등 동물들의 표정과 동작이 변화무쌍한 구도로 화면에 펼쳐집니다. 곶감 만들기를 안내하는 할머니도 어색함 없이 동물 친구들과 어울려 차근차근 곶감 만들기 과정을 보여 줍니다.
반달곰의 변신 역시 흥미롭습니다. 단감을 빼앗으려는 심술 맞은 모습과, 잘못을 뉘우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구도와 색감으로 대비시켜서 반달곰의 심리 변화를 그려 냈습니다.
이 책은 특히 색감이 주는 따사로움이 인상적입니다. 감을 상상하게 하는 붉은색 계열의 색감으로 늦가을과 초겨울의 숲 속 풍경을 그렸습니다. 그 덕분에 쓸쓸한 계절이 아닌, 풍성하고 훈훈하고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늦가을과 초겨울 풍경이 완성되었습니다.
작가 소개
글 : 김황
1960년 일본의 교토 시에서 재일 한국인 3세로 태어났다. 1983년 일본 조선대학교 리학부 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교토에 있는 조선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코끼리 사쿠라』로 일본아동문학자협회가 주최한 제1회 ‘어린이를 위한 감동 논픽션 대상’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황새』,『세상의 모든 펭귄 이야기』, 『둥지상자』,『따오기야 돌아와!』,『우리 땅의 왕 늑대』, 『다람쥐』, 일본어 그림책 『듀공의 눈물』 『논타와 상괭이의 바다』,『둥지상자』, 『억새밭에 둥지 짓는 풀목수, 멧밭쥐』 등이 있다.
그림 : 홍기한
수원대학교 산업미술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HILLS)와 서울시립대 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지금은 어린이책 그림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린 책으로 『플라스틱 공장에 놀러 오세요』 『출렁출렁 기쁨과 슬픔』 『살아 있는 뼈』 『바쁘다 바빠, 우리 대통령』등이 있으며 사회와 환경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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