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뜨거워진 지구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
능소니는 화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사냥꾼이 되어야 한다며 어린 능소니를 데리고 북극곰을 사냥하러 다녔습니다. 바다표범을 사냥한 어느 날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납작 엎드리며 능소리의 팔을 잡아당겼습니다. 그리고 총으로 저 먼 곳을 겨누었지요. 그곳에 북극곰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만 지켜보던 능소니가 불현듯 아버지를 가로막았습니다. 북극곰 뒤로 새끼 북극곰들을 본 탓입니다. 엄마 북극곰을 사냥하면, 어린 북극곰들도 죽고 말 거라는 염려 때문에 능소니는 아버지를 말렸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런 능소니를 못마땅해 하며 꾸짖었습니다. 그리고 능소니를 옆으로 밀치며 북극곰을 따라 갔지요. 능소니도 얼른 아버지를 뒤쫓았습니다. 아버지가 또다시 엎드려 총을 겨누었습니다. 그때 능소니가 먼저 하늘에 대고 총을 쐈지요. 총소리에 놀라 북극곰들이 도망가기를 바라면서요. 하지만 뜻하지 않게도 북극곰은 능소니를 향해 달려왔습니다. 금방이라도 능소니를 물어뜯을 듯 입을 쩍 벌리고서요. 그때 또다시 탕 하고 총소리가 울렸습니다.
〈북극곰이 녹아요〉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북극곰의 실태를 알리는 환경 그림책입니다. 가상의 화가를 설정하고 그 화가가 어떻게 북극곰을 그리게 되었는지를 인터뷰하는 구성으로 흥미롭게 풀고 있지요. 아이들이 우리 앞에 직면한 지구온난화의 문제에 좀 더 관심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박종진 작가 인터뷰
그림책 첫머리에 션 요로의 빙하 그림을 모티브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어떤 그림인가요?
작년 겨울에 인터넷 뉴스에서 우연히 미국의 예술가 션 요로(Sean Yoro)의 작품을 보았습니다. 얼음 위에 특수 필름을 부착하고, 북극의 이누이트족 여성을 정성스레 그린 그림이었습니다. 많은 원주민들이 지구온난화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 것을 표현한 작품이었지요. 그가 공들여 그린 그림은 몇 주에서부터 혹은 일주일만에, 녹아내리는 빙하와 함께 사라져 버린다고 했습니다.
그림책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나요?
지구온난화는 지금을 살아가는 어른들보다 앞으로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더 큰 문제입니다. 당연히 아이들도 관심을 가져야 하고, 경각심을 느껴야 할 문제입니다. 션 요로의 녹아내리는 그림은 시각적으로 매우 강렬한 작품이어서 그림책으로 만들면 아이들에게 지구온난화에 대한 문제점을 잘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림책의 이야기 방식이 새롭습니다. 잡지 인터뷰처럼 구성한 까닭이 있나요?
이야기는 허구입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는 진실입니다. 아이들이 좀 더 진실처럼 여기기를 바랐습니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문제를 집중해서 바라보기를 바랐습니다. 어떡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모큐멘터리를 떠올렸습니다. 허구의 상황을 실제 상황처럼 가공하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이야기를 이렇게 가공한다면, 아이들이 지구온난화 문제를 더 크게 느낄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화가를 인터뷰한 기사처럼 이야기를 구성해 보았습니다.
션 요로는 빙하에 이누이트족을 그렸습니다. 그런데 그림책에는 북극곰을 그린다는 설정으로 했습니다. 까닭이 있을까요?
가장 극적인 연출을 하고 싶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누가 북극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볼까를 생각했습니다. 사람이라면 슬프겠지만 고향을 떠나 어디서라도 적응할 것 같았습니다. 반면, 북극곰은 북극을 떠나서는 살 수 없으리라 생각됐습니다. 해서 북극곰을 내세웠습니다. 그리고 그런 북극곰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이누이트족 아이와 아버지를 이야기에 넣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이야기 속 아이의 이름 ‘능소니’는 우리말로 ‘곰의 새끼’라는 뜻입니다.
작가 소개
글 : 박종진
대학에서 동화를 배우고, ‘동화 학교’에서 동화 창작 과정을 마쳤다. 지금은 사랑하는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짓고 있다. 『한번 보러 오지 않을래?』는 2015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도서로 선정되었으며, 이 외의 작품으로 『꽃 피는 해적선』, 『자전거 타기 좋은 날』 등이 있다.
그림 : 이주미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현재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하찮지만 소중한 작은 것들에 관심이 많으며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2013년 나미 콩쿠르, 2014년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 공모전, 2015년 한국안데르센상 출판미술 부문에서 수상했다. 쓰고 그린 책으로 『네가 크면 말이야』, 『숲』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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