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2014년 칼데콧 아너상 작가 에런 베커 신작
흘러가는 시간 속에 켜켜이 쌓인 매혹적인 생명의 역사
소중한 존재를 잃은 아이의 슬픔을 담담하게 위로하는 글 없는 그림책
〈사샤의 돌〉은 어느 날 한 아이가 마주한 깊은 슬픔으로 시작한다. 사랑하는 강아지 사샤를 잃은 슬픔은 아이가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낯선 감정이다. 그 상실감이 아이의 세계를 바꿔 놓는다. 따뜻한 햇살, 불어오는 바람, 아름다운 꽃들은 여전히 제 할 일을 하고 있지만 그 무엇도 사샤와 함께했던 시간으로 되돌려 놓지 못한다. 이렇게 모든 것이 그대로인 일상 속에 갑자기 날아든 상실감은 파문을 일으키는 작은 돌처럼 되돌릴 수 없는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연다.
언제나 곁에서 함께할 것 같았던 소중한 존재가 갑자기 사라지게 되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이 들려주는 오래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것은 마침내 모두가 알게 될 비밀이자 자연이 낮게 읊조리는 끝없는 생명의 시다. 〈사샤의 돌〉은 삶과 죽음이란 끝을 알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 켜켜이 쌓여 가는 자연의 역사라고 말한다. 부서지는 파도에 깎여 가는 작은 돌 하나, 그 안에 단단히 퇴적된 상실의 기억들이 전하는 온기는 그 어떤 위로보다 따뜻하다. 섣부른 말 한마디보다 담담한 공감으로 소중한 존재를 잃은 아이의 슬픔을 위로하는 작품이다.
작은 돌 하나에 들어 있는 거대한 우주, 끝없이 이어지는 생명의 순환
사샤를 떠나 보낸 후, 가족 여행을 떠난 아이는 드넓은 바다를 마주한다. 바로 그곳, 끝없이 펼쳐진 하늘과 광활한 바다에서 아이는 여전히 그대로인 세계를 받아들이게 된다.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한때, 아이는 마치 자신의 슬픔을 보듬듯이 하나둘 돌을 주워 담는다. 그리고 어느새 통 하나를 가득 채운 둥그런 돌들을 바라보며 바다 끝, 하늘을 향해 돌 하나를 던진다. 존재의 상실감을 처음 경험한 아이의 슬픔이 둥글고 단단한 돌 하나에 조각되어 더욱 깊은 울림을 주는 장면이다. 아이의 작은 손을 떠난 돌은 거대한 파도 속으로 사라지지만, 새로운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사샤의 돌〉이 보여 주는 세계는 하나이면서 다층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아이의 평온했던 세계와 이를 깨는 작은 균열, 상처를 받아들인 후 맞이하는 새로운 세계는 겹겹의 시간이 퇴적된 또 다른 역사와 함께한다. 우주에서 떨어진 하나의 돌이 희망이 되고, 권력이 되고, 탐욕이 되는 장면들은 인간의 역사가 만들어 온 끝없이 이어지는 생명 순환이자 자연의 엄중한 메아리가 된다. 시간의 파도에 깎인 돌, 그 하나에 담긴 거대한 우주는 이제 누구도 들려줄 수 없는 비밀스러운 노래로 누군가를 위로한다.
놀라운 환상과 모험으로 마법 같은 세계를 창조하는 작가, 에런 베커
첫 그림책 〈머나먼 여행〉으로 2014년 칼데콧 아너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한 에런 베커는 환상적인 모험의 세계를 놀랍도록 생생하게 그려 내는 작가로 평가 받는다. 〈사샤의 돌〉은 그가 〈머나먼 여행〉, 〈비밀의 문〉, 〈끝없는 여행〉으로 이어지는 여행 3부작을 끝내고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이다. 한 아이의 개인적 상실감을 수천 년 시간의 흐름과 생명 순환으로 연결시켜 켜켜이 쌓인 세상 모두의 이야기로 만들었다. 맑은 수채화로 신비한 모험의 세계를 그렸던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인상적인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을 선보인다. 비밀을 품은 듯 신비로운 자연의 모습과 그 이면에 담긴 장구한 문화와 생명의 역사, 시간의 흐름을 묵직하고도 밀도 있게 연출해 냈다. 이전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서사를 만들어 내는 환상적인 장면은 여전히 매혹적이다.
늘 새로운 여행을 꿈꾸는 작가 에런 베커는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며 영감을 얻는다. 〈사샤의 돌〉에는 다양한 나라와 사람들, 신비로운 자연과 시간의 풍경이 오롯이 담겨 있다. 앞뒤 면지에는 기원전 5000년 에티오피아에서 시작하여 현재에 다다른 작은 돌의 여정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아마도 우리가 진정으로 잃어버린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은 삶이란 그저 생명에서 생명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여행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작가 소개
글그림 : 에런 베커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 포모나 칼리지에서 공부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세계를 돌며 평생 잊지 못할 멋진 여행을 했습니다. 한적한 일본 시골 마을에 머물기도 하고, 아프리카 오지를 탐험하기도 했으며, 북유럽과 남태평양도 여행했습니다. 여행에서 영감을 받은 첫 그림책 〈머나먼 여행(JOURNEY)〉으로 칼데콧 아너상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아내와 딸, 게으른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매사추세츠 주에 살고 있습니다. 에런 베커는 늘 새로운 여행을 꿈꿉니다. 마법의 펜으로 비밀의 문과 요술 랜턴을 그린 뒤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지요. 여러분도 이 그림책을 보고 머나먼 여행을 떠난다면, 그림을 그리고 있는 에런 베커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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