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2018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라가치상 대상 수상작
“이 그림책을 펼치면 우리는 모두 해변으로 갈 수 있다. 작가는 절제한 색상으로 풍부한 색감을, 단단한 드로잉과 추상적 연출로 광활하고 복잡한 시각적 서술을 완벽하게 조율해 냈다. 특히 짧은 글은 거대한 장면과 대비되면서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상한 비행 물체와 동물들, 평범한 남자들과 여자들, 그리고 아이들로 가득한 그야말로 완벽한 세상이다.”
_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심사평 중
한여름
새벽 다섯 시, 해가 떠오르고 갈매기가 날아오르면 어부들은 모래 위에 첫 발자국을 남기고 바다로 나간다. 물속에 첫 발을 담그는 이들 역시 여덟 시쯤 돌아온 만선의 어부들이다. 해변은 곧 어시장이 되고 이내 장이 파하면 피서객이 하나 둘 몰려온다. 모래가 햇살에 데워지는 열한 시는 수영하기 그만이고 정오는 풍만하다. 하지만 오후 두 시, 맹렬히 내리쬐는 햇볕에 타지 않으려면 물속에 들어가야 한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해변 가득했던 인파는 흩어지고 얼추 여덟 시, 해가 바다에 잠기면 몇몇만 해변에 남는다. 한밤중 해변은 이렇게 쓸쓸하다. 하지만 해와 바닷물과 모래의 시간은 내일 다시 돌아온다. 그렇다! 이 책에는 우리 모습과 우리 이야기가 가득하다. 우리는 여름 안에서 아니 인생에서 언제나 뜨겁게 살고 있지 않은가. 지금을 뜨겁게 살고 지난 시간의 일부를 추억하며 다가오는 내일을 내심 아주 조금 기대하는,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 이야기가 그야말로 가득하다.
빛나는 시간
책을 펼치면 여러분은 추억이 가득했던 해변을 걷거나 뜨거웠던 언젠가의 여름에서 땀을 흘릴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 책은 차원이 다른 압도적 몰입감을 선사한다. 비단 세련되고 독창적인 캐릭터, 최소한의 색상과 풍부한 색감, 간결한 글에서 쏟아지는 무한한 이야기, 가로 263 세로 340mm에 이르는 커다란 판형과 그 안에 가득한 그림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작가에게 작업 동기를 물었다. 작가는 건축을 전공했지만 현재 고향인 칠레와 독일을 오가면서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그러다가 어느 독일의 추운 겨울날, 잿빛 하늘 아래서 따뜻했던 고향이 너무 그리워져서 여동생들과 엎드려 놀던 칠레의 뜨거운 모래와 부모님과 수영하던 에메랄드빛 바다를 떠올리면서 이 작품을 그리기 시작했단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언제든 뜨거운 여름과 시원한 바다로 갈 수 있는 이유는, 작가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언제 어디서든 이처럼 행복하게 떠오를, 우리의 빛나는 시간은 과연 언제일까?
지금
모든 순간이 추억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뜨겁게 살자. 우리는 지구상 어떤 것도 누구도 영원할 수 없다는 것, 흘러간 시간 또한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영원을 바라는 아름다운 몇몇 찰나를 추억이란 이름으로 기억하는지 모른다. 추운 겨울 흩날리던 눈을 맞으며 연인의 손을 잡고 걷던 그 시간은 혼자가 된 더운 여름에 떠올려도 여전히 빛나던 시간이고 추억인 것처럼. 여러분이 만약 이 책을 여름에 읽는다면 발가락 사이 느껴지는 모래 감촉, 바닷물의 온도와 불어오는 바람의 염분까지 느낄 것이다. 그리고 가을이나 겨울에 본다면 무한히 깊은 언젠가의 여름 추억 속에 빠질 것이고. 그림책, 특히 이 책처럼 글과 그림의 화학작용이 큰 그림책일수록 볼 때마다 다른 말로 인사를 건네고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들어 결국 우리를 다른 세상으로 인도해 주니까. 실제 이 책은 글이 간결하기에 읽는 행위로는 채 1분도 안 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해변에 사람이 얼마나 많아지고 줄어드는지, 긴 다리 남자가 어디에 누워 있는지, 코끼리와 원숭이는 어디서 무얼 하는지, 한밤중 등대에서 노상방뇨 하는 건 누군지 등등 그림이 말하는 이야기를 다 들으려면 아마 올여름이 모자랄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우리가 보냈던, 보내고 있고 앞으로 보낼 아름다운 시간에 대해서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보면 어떨까? 이토록 뜨거운 여름 안에서.
편집자 한 마디
[강렬한 태양과 눈부신 해변, 바다의 설렘과 파도의 간지럼, 시간에 따라서 변하는 사람들과 변함없는 자연 그리고 뜨거운 오늘과 내일의 희망까지. 여름이 주는 궁극의 아름다움이 가득한 그림책이다. 크기와 구성이 압도적인 그림 사이로 간결한 글이 흘러 시간과 공간, 나와 너를 이어주면 우리는 언제나 여름 안에 머문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솔 운두라가
칠레에서 태어났다. 건축을 전공했고 지금은 칠레와 독일을 오가면서 다양한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책은 독일의 추운 겨울 잿빛 하늘 아래서, 고향인 남미의 뜨거운 모래 위에 함께 엎드리고 수영하던 가족들을 떠올리면서 작업했다. 자신과 많은 독자들에게 해변과 모래, 자유로운 갈매기 그리고 바다의 일출과 일몰을 선사한 <여름 안에서>로 2018년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상을 받았다.
옮긴이 : 김서정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독일 뮌헨 대학에서 공부했고, 미국 아이오와 대학 국제창작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세계 각국 작가들과 교류했습니다. 몇 권의 동화와 평론서를 썼고 많은 그림책, 동화책, 이론서를 우리말로 옮겼으며 ‘오늘의 예술가 상’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서울과 제주를 오가면서 제주대학교에서 그림책을 가르칩니다. 《시인과 여우》, 《앗, 깜깜해》, 《용감한 아이린》, 《무슨 꿈이든 괜찮아》, 《여우 나무》, 《손에 손잡고》 등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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