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데헷은 얌얌이 보고 싶었습니다.
몇 날이 흘러도 그 마음 그대로였습니다.
데헷은 얌얌을 닮은 철사 코끼리를 만들었습니다.
소년 데헷, 철사 코끼리를 만들다!
아무나 오를 수 없는 돌산 아래 소년 데헷과 아기 코끼리 얌얌이 살고 있습니다. 데헷은 고철을 주워 산 너머 마을에 사는 대장장이 삼촌에게 가져다주는 일을 합니다. 고철을 주울 때나 산을 넘을 때나 데헷 곁에는 언제나 아기 코끼리 얌얌이 함께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얌얌이 죽고 맙니다. 슬픔에 빠진 데헷은 주워 온 철사를 모아 얌얌을 닮은 거대한 코끼리를 만듭니다. 데헷은 철사 코끼리를 얌얌이라고 믿으며 어디든 함께합니다. 하지만 철사 코끼리가 길을 지날 때마다 거대한 몸짓과 소음 때문에 사람들은 점점 데헷을 멀리하게 됩니다. 그리고 철사 코끼리를 멈추니 사람들의 소리가 들립니다.
“철사 코끼리 때문에 사람들이 다치면 어쩌려고 그래?”
“데헷, 네 손을 봐. 온통 철사에 찔린 상처투성이잖아.”
이제 데헷에게 남은 건 철사에 찔린 상처와 외로움뿐입니다. 자신의 상황을 깨닫게 된 데헷은 녹슨 철사 코끼리를 바라보며 다시 깊은 슬픔에 빠집니다. 그리고 험한 돌산을 넘어 삼촌의 대장간으로 향합니다. 데헷은 이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 마음속 모든 ‘철사 코끼리’여 진짜 안녕!
‘안녕?’이란 말은 참 재밌습니다. ‘만나서 반가워’라는 인사를 할 때도, ‘잘 가’라는 인사를 할 때도 우리는 안녕이란 말을 합니다. 만남과 헤어짐이란 시작과 끝처럼 절대 함께할 수 없는 거리에 있는 것 같은데, 안녕이란 말을 그 중간에서 마치 저울의 중심을 잡고 있는 중심축처럼 존재합니다. 같은 목소리를 가진 다른 얼굴로!
유일한 가족인 아기 코끼리 얌얌을 잃은 데헷은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얌얌의 갑작스런 죽음을 어린 소년 데헷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했을까요?
데헷은 얌얌이 죽고, 오랜 시간 눈물을 멈추지 못합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얌얌을 만들면 되니까요. 데헷은 고철을 주워 모아 거대한 철사 코끼리를 만듭니다. 아니 얌얌을 만듭니다. 데헷은 이제 슬프지도 괴롭지도 않습니다. 얌얌은 지금도 데헷 곁에 있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두 번째 눈물을 흘립니다.
“얌얌과 하나도 닮지 않았어!”
데헷의 두 번째 눈물은 슬픔이 아닙니다.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자신의 마음을 어쩌지 못해 흘리는 눈물입니다. 얌얌이라 믿었던 철사 코끼리가 그저 낡은 고철 덩어리로 보이는 순간, 데헷은 진짜 이별을 예감했던 건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제 진짜 안녕을 고해야 할 때란 걸 압니다. 반갑다는 인사가 아닌, ‘잘 가’라는 인사를 해야 할 때란 걸.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울고 있을 사람들에게!
<가드를 올리고>를 통해 절망 끝에선 모든 사람들에게 간절한 파이팅을 보냈던 고정순 작가가 가슴 아픈 이별의 상처를 극복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 <철사 코끼리>를 가슴에 안고 돌아왔습니다.
작가는 스무 해 가까이 함께했던 반려 고양이들을 잇따라 떠나보내기 전 떠났던 지난겨울 여행을 회상합니다. 모든 걸 훌훌 털고 떠났던 기대 반 설렘 반이었던 여행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그림 한 장 때문에 결국 여행은 포기하고 그림책 더미만을 달랑 들고 돌아왔다고 합니다.
“여행 내내 새벽에 일어나 눈 내리는 바다를 보고 소년과 작은 코끼리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여행은 시시하게 끝났지만 괜찮습니다. 여행은 다시 떠날 수 있지만 코끼리를 잃고 슬퍼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소년은 눈물을 멈추지 못할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 이별이란 단어를 들으면 뜻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면 이별도 없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함께 보낸 모든 것이 소중하기에 이별이 가슴 아프다는 걸 압니다. 내 곁을 떠난 친구들에게 제대로 안녕이란 말을 건네기 위해 소년 데헷을 만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가닥 한 가닥이 무수히 모여 꼬여 버린 거대한 철사 코끼리는 마치 이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는 데헷의 복잡한 마음처럼 보입니다. 온기도 없고 울음소리도 내지 못하는 철사 코끼리를 하염없이 끌고 다니는 데헷은 마치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보입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슬픔은, 미처 준비하지 못한 이별은 사람을 저리 만드는 걸까요?
<철사 코끼리>는 이별에 대해 어찌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아프면 아픈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거기에 몸을 맡기라고 합니다. 그래야 제대로 인사할 수 있다고. 어쩌면 이별의 아픔보다 더 큰 용기는 제대로 ‘안녕’ 하는 마음이란 걸요.
여행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그림 한 장이, 소년의 이야기를 외면하지 못했던 작가의 마음이 <철사 코끼리>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작가의 말처럼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울고 있을 사람들에게 <철사 코끼리>가 조금은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작가 소개
서울에서 태어나 인천 소래포구 오락실 뒷방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글로 쓸 수 없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림으로 그릴 수 없는 이야기를 글로 씁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최고 멋진 날〉 〈솜바지 아저씨의 솜바지〉 〈슈퍼 고양이〉 〈점복이 껌정이〉가 있고, 산문집으로 〈안녕하다〉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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