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세상 끝까지 치마가 펼쳐진다면?
치마를 입으려다 자신의 치마가 세상 끝까지 펼쳐질까? 궁금했던 소녀는 그 답을 찾으려 자연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치마 모양의 꽃, 잎, 산, 바다 등에 앉아있는 꿀벌, 개구리, 호랑이, 오리 등의 친구들에게 묻습니다.
“네 치마 세상 끝까지 펼쳐져?”
어느 누구도 그들의 치마가 세상 끝까지 펼쳐진다고 답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대답은 자족, 희망, 도전, 성장 등의 의미를 내포한 각자가 가진 삶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지요.
이 책이 재미있는 점은 텍스트로 주고 받는 대화가 내용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소녀는 자연 속 친구들의 답을 들으며, 그들 치마 위에 그려진 여러 나라의 이야기 속에서 멋지고 행복한 삶을 산 여주인공들의 모습도 동시에 바라보게 됩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소녀는 마지막에 만난 해에게는 질문을 하지 않고 그 치마 속에 들어가 곰곰이 생각에 빠집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치마를 직접 꾸미기에 이릅니다. 바로 세상 끝까지 펼쳐진 치마를요.
자연 속에서 찾은 ‘치마’의 이미지, 그리고 그 의미의 다채로운 변주
창의적인 시선으로 잎, 나무, 산 등을 바라보던 작가는 그들을 ‘치마’의 이미지로 확장시키고 글과 그림, 그 각각의 결을 다르게 또 함께하며 아름다운 그림책으로 내어 놓았습니다.
“이 치마 세상 끝까지 펼쳐져?” 라는 물음을 세상의 모든 존재들에게 던지는 듯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에 대해 자연 속 친구들이 답하는 그들의 치마, 즉 꿈의 모습과 크기는 다양합니다. 그들 누구의 치마도 세상 끝까지 펼쳐지지는 않지만 그들은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이 책에서 ‘치마’가 단순히 여성의 옷차림 중 하나가 아니라, 한계의 상징이자 그 한계를 넘으려는 의지로 동시에 해석되는 이유는 자연 속 친구들의 치마 위에 그려진 이야기 속 여주인공들의 모습 때문일 것입니다. 세상 곳곳에서 만들어진 이야기 속에서 씩씩하고 행복하게 살아낸 멋진 여자 주인공들의 모습이 촘촘하게 치마 위를 장식하고 있거든요.
더불어 소녀는 개미만큼이나 작은 친구들과 호랑이만큼이나 큰 친구들을 만나지만, 그들 모두는 소녀에게 동등하게 같은 크기로 다가옵니다. 누가 더 크고 작고의 느낌이 없지요. 이는 치마를 입고 있는 소녀가 가진 평등함에 대한 추구로 읽혀지기도 합니다.
한계를 대변하는 친구들과의 대화와, 의지를 대변하는 치마 위의 인물들을 동시에 만난 소녀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세상을 다 비추는 듯한 해의 치마 속에서 소녀의 마음이 단단해지고 있음이 뒤돌아 앉은 모습을 통해 읽힙니다. 결국 소녀는 자신만의 치마를 그리기로 합니다. 여행에서 만난 당당했던 여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각 나라들 위에 그려 넣고 마침내 세상 끝까지 펼쳐진 치마를 입은 소녀는 마냥 행복해 보입니다.
강렬한 색채의 면지는 그림책에 대해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앞면지에 등장하는 다양한 치마는 본문에서 친구들이 입고 있는 자연의 치마에서 그 모양을 가져와 이미지적인 이해를 돕고, 뒷면지에 펼쳐진 큰 치마에는 각 나라 별 이야기와 그 속에서 당당하고 행복했던 여주인공들을 정리해주며 내용에 대한 이해를 더합니다.
작가 소개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회화를 공부하며, 음악을 비롯한 모든 예술을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청각장애인들이 음악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알기 위해 그들을 인터뷰하고 이해하는 데에 시간과 마음을 쏟으며, 신체적 한계를 넘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음악에 춤출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그림책, <피아노 소리가 보여요>로 제1회 롯데출판대상 본상을 수상했습니다.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작은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그림책으로 하나하나 풀어내며 명확한 메시지를 담아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일궈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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