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값 없이 주는 자연의 넓이와 깊이를 되새기게 하는 그림책
도토리 같은 아이들이 떼굴떼굴 굴러다녀도 좋을 순하디 순한 산, 마당 앞 너른 강가의 햇살 잔치를 반기듯 살포시 얼굴을 내민 옹알 종알 몽돌들, 비늘을 반짝이며 묵직하게 뛰어 오르는 물고기들???. 보드라운 자연의 품을 찾아 남한강변에 둥지를 튼 시인의 가족은 누구보다 행복했습니다. 발바닥 깊숙이 차오르는 흙의 촉감, 손가락 사이로 스미는 물의 향내, 볼을 살그머니 간질이는 바람의 움직임까지, 어느 것 하나 값을 주지 않았어도 넘치게 곁을 챙기는 자연의 넉넉함이 "정말 잘 왔구나!" 절로 춤사위를 그리게 했을 테지요.
"아빠, 이 강에 진짜 보가 들어서는 거야?"
보가 뭔지 잘은 모르지만, 그냥 보가 들어선다니 진짜 들어서는 거냐고 묻던 아이의 물음처럼, 어쩌면 4대강 사업을 처음 대하던 우리의 모습도 이와 같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매년 애먹이던 가뭄, 홍수를 예방하고 생태 복원까지 된다니, 4대강 주변은 생활, 여가, 녹색 성장이 어우러지는 다기능 복합 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니, 각자 근사한 환상을 가슴에 품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닭님의 전설>은 값 없이 주어진 자연 앞에 선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게 합니다. 모든 것을 '나'의 관점에서 시작한 무지함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 겸허히 되새기게 합니다.
재앙과도 같은 녹조라떼, 지금도 그 강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닭님의 전설>은 실제 남한강변에 살면서 4대강 사업을 몸으로 겪어 낸 어느 시인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 그림책입니다.
'자손만대 번영하는 4대강 사업을 찬성합니다.' 마을회관마다 내걸린 현수막은 마치 4대강 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문같이 들려옵니다. 온갖 풀씨들이 내려앉을 자리에서 포크레인이 땅을 파고, 맨들맨들 몽돌이 기대어 햇볕을 쬐던 자리에 덤프트럭이 거친 바퀴를 굴리며 흙과 돌을 퍼 나르기 시작하면서 시인은 실제로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강물이 검게 썩어가고 고라니가 물 위를 둥둥 떠다니고 강가에서는 철조망이 자라는 이 해괴한 꿈 속 일들은 어쩌면 우리가 감당해야 할 미래에 대한 예지몽이 아니었을까요.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완성한 '4대강 사업'이라는 거대 프로젝트가 우리에게 남긴 것이 재앙과도 같은 녹조라떼라니, <닭님의 전설>은 자연이 상상 이상의 재앙을 맞이한 우리에게 주는 친절한 조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강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이 고백이 우리 모두의 고백이 되기를
점점 높아가는 강둑에 체념하고, 점점 거세지는 포크레인 소리에 지친 순간, 어서 이곳을 버리고 '살기 좋은 곳'으로 가야겠다던 시인의 결심은 값 없이 인간을 품었던 자연을 향해 언제든 한치의 갈등도 없이 등돌릴 수 있을 우리의 마음을 대변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던 토종닭 다섯 마리가 그새 병아리를 줄줄이 낳아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이 으르렁거리는 강둑 근처 쑥대숲에서, 산비탈에서 종종 걸음으로 나오는 모습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피하지 않고 오히려 맞서 살아남은 자연의 위대함을 우러러 시인이 했던 고백을 다시 곱씹어 봅니다.
"살아 주어서, 이런 곳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어서 고맙습니다. ... 막히고 패이고 갇히고 찢기고 고름이 들어찰지라도, 저 강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엔진 소리를 뒤덮은 씨앗 같은 병아리들의 삐악 소리가 아련합니다. <닭님의 전설>은 나무
위에서 살과 살을 부대끼며 겨울을 나고, 봄바람에 꽃잎처럼 날갯짓하며 숲과 강가에 둥지
를 틀어 생명을 꿈꾸는 닭, 그 자연의 한결같음을 돌아보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상권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산과 강이 있는 마을에서 자랐습니다.
주로 꼴찌였던 고등학교 때부터 작가의 꿈을 꾸었습니다.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으며, 1994년 [창작과 비평]에 [눈물 한 번 씻고 세상을 보니]라는 소설을 발표하면서 작가가 되었습니다. 작가가 된 뒤로는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개 재판] [애벌레가 애벌레를 먹어요] [개미가 고맙다고 했어]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 등이 있습니다.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는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 수록되었습니다.
그림 : 김혜정
어쩌다 보니 개를 그리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고양이도 그리고 돼지도 소도 오리도 닭도 그리게 되었습니다. 계속해서 다양한 동물들을 그리고 재미있는 그림도 그릴 것 입니다.
2012년에 첫 번째 개인전 <마음을 그리다> 이후 지금까지 다수의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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