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손 없는 색시와 아기의 여정에 담긴
상처와 고통, 회복과 치유에 대한 이야기
은유와 상징으로 소통하는 인형극의 세계가
그림책이라는 무대 위에서 재탄생하다!
도망간 색시의 손을 찾아 떠나는
색시와 할아범 아기의 여정
색시 배 속에 아기가 생긴 날, 하필이면 먼먼 나라에서 전쟁이 터진다. 그리고 색시의 남편은 어쩔 수 없이 전쟁에 나간다. 색시 몸속의 아기가 점점 자라 색시의 배가 커다랗게 불러올 때쯤, 색시의 남편은 죽은 채로 커다란 상자에 담겨 돌아온다. 남편을 잃은 슬픔 때문에 울고 또 울고, 자신의 아픈 가슴을 연신 손으로 쓸어내리는 색시. 어느 날, 색시의 손은 더 이상 색시의 아픈 가슴을 만지기 싫다며 스스로 떨어져 나와 떠나버린다. 색시의 손이 색시한테서 도망친 그날 밤, 색시는 아기를 낳는데… 색시의 아픈 눈물 때문일까? 깊고 깊은 한숨 때문일까? 아기의 모습이 폭삭 늙은 할아범이다. 손 없는 색시와 할아범 아기는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색시는 다시 손을 찾을 수 있을까?
상처를 마주하고 인정하며 살아내는 것,
그것이 회복과 치유가 아닐까
머나먼 곳에서 일어난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슬픔과 고통을 겪게 되는 손 없는 색시처럼 우리도 살다 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어찌할 수 없는 일들로 큰 아픔을 겪곤 한다. 그때 우리는 너무 아파서, 너무 슬퍼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상처들이 이전처럼 말끔히 치유되어야 앞으로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 없듯이, 이미 생긴 상처도 완전히 없었던 것처럼 될 순 없다.
도망가 버린 손을 찾아 떠난 색시와 아기는 색시처럼 전쟁으로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을 차례로 만나게 된다. 전쟁 통에 살구 농사를 망쳐 버린 살구밭 주인, 폭탄을 맞은 딸의 시신을 찾아 헤매는 할멈, 그리고 폭탄과 총알이 박혀 신음하는 땅, 비슷한 아픔을 겪은 그들은 서로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마치 우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 할아범 아기처럼 말이다. 그렇게 서로의 아픔과 슬픔을 공감하고, 또 위로가 되어 주면서, 색시의 손이 있다는 우물에 다다를 무렵 이미 색시의 마음은 치유되고 있었다.
비록 색시의 손은 이전처럼 붙을 순 없었지만, 색시는 그 여정을 통해 자신을 집어삼키려 했던 슬픔과 아픔을 마주하고 인정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자신의 마음 한편에 담는다. 그리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오듯, 예전처럼 또 다가올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상처가 치유되고 회복된다는 것은 이런 게 아닐까. 있었던 일이 없어지는 게 회복은 아니지 않나. 전쟁과도 맞먹는 상처들을 앞으로도 겪을 것이다. 그렇다고 삶을 끝낼 수는 없으니까, 우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겨내야 하는지 생각해봤다. 상처를 인정하고 나아가는 것, 그것이 회복 아닐까.” - 작가의 말 중에서 -
새롭게 창작된『손 없는 색시』이야기
우리가 알고 있는 ‘손 없는 색시’ 설화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민담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 러시아, 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 널리 퍼져 있는 옛이야기이다. 경민선 작가는 ‘손 없는 색시’ 설화 내용에서 모티브를 얻되, 자신만의 해석을 첨가하여 새로운 버전의『손 없는 색시』이야기를 완성했다.
이번 책에서 기존 설화와 가장 눈에 띄게 다른 점은 색시의 손이 없어지고 재생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옛이야기에서는 색시의 손이 계모의 모함으로 잘려나간다면, 작가는 색시의 손이 스스로 색시에게서 도망치는 상상을 한다. 또한 옛이야기에서는 손 없는 색시의 강인한 의지와 모성을 강조하려고 색시가 아들을 구하려 할 때 갑자기 기적처럼 손이 생겨났다면, 이번『손 없는 색시』에서는 색시에게 손이 다시 생기지 않고 색시는 손이 없는 채로 살아간다.
이렇게 새로운 서사를 갖게 된 『손 없는 색시』는 불행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상처를 회복하는 과정에 비중을 두면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간직해야 할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림책이라는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인형극의 세계
『손 없는 색시』는 '예술무대산'이 기획, 연출하고 공연하는 '손 없는 색시' 인형극을 그림책으로 옮겨 담았다. '예술무대산'의 류지연 미술 감독은 그림책을 위해 인형과 배경을 새로 제작했다.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제작된 인형들은, 손수 염색한 천들과 다양한 오브제로 이루어진 배경 위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처럼 살아 움직인다. 연극 무대 같이 펼쳐진 공간에서, 하나의 표정으로 수많은 감정을 전달하는 인형들의 모습은 마치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만 우리 삶에 숨겨진 희로애락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글을 쓴 경민선 작가 또한 그림책에 맞추어 글을 다시 다듬었다. 주인공들의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듯한 글은 독자들이 자연스레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들고, 특유의 구수한 어체로 읽는 재미를 준다. 무엇보다『손 없는 색시』는 인형극으로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담아내는 '예술무대산'의 열정과 도전이 탄생시킨 그림책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경민선
박조열·윤조병·이강백·조광화 선생님께 희곡을, 국악동아리 대동악회에서 판소리를, 김헌선 선생님께 옛이야기를, 파란하늘 공동육아 어린이집 방과후를 통해 태은이, 동우와 친해지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오랫동안 글 쓰고 노래하고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그린이 : 류지연
생명과 자연을 소재로 작업하기를 좋아합니다. 예술무대산의 미술 감독으로 인형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을 해 왔습니다. 작업해 온 인형들 모두에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았고, 그 이야기는 우리와 닮아 있습니다. 이제 그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풀어내 봅니다. 그림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따뜻한 위로를 건넬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기획 : 예술무대산
예술무대산은 인형이 배우로서 무대 위에서 숨 쉴 수 있도록 생명을 불어넣고, 인형극이 가지는 가능성과 인형극의 문법을 발견하고 실험하는 것을 목표로 창작하는 단체입니다.
인형을 매개로 한 다채로운 이야기와 시각 효과의 끊임없는 진화를 통해 관객에게 즐거움, 감동, 여운을 제공하고 나아가 삶의 화두를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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