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어떻게 하면 저 슬픔들을 기분 좋게 할 수 있을까?
슬픔으로 가득 찬 세상을 위로하는 용감한 개 이야기
국제적인 북아트 상, 2018 골든애플어워즈 수상작!
슬픔의 근원을 찾아 나선 개
《슬픔을 만난 개》는 슬픔으로 가득 찬 세상을 위로하는 용감한 개 이야기를 담은 시그림책이다. 도시 전체가 무겁고 어두운 슬픔에 사로잡힌 어느 날, 외롭고 버림받은 것들이 검은 슬픔을 마구 쏟아내고 세상은 한없는 절망과 슬픔에 잠긴다. 빛깔과 향기를 잃은 장미덤불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개는 하늘에서 한 방울씩 똑똑, 떨어지는 검은 눈물을 쫓아 지붕 위로 올라간다. 짧은 사다리를 커튼 봉으로 이은 다음 힘을 다해 검은 구름의 문을 두드리자 구름에 구멍이 생겼고, 점점 커진 구멍에서 검은 물이 쏟아져 개의 몸은 온통 슬픔의 눈물로 젖는다. 하지만 개는 포기하지 않고 슬픔을 만나기 위해 검은 구름 속으로 더 깊이깊이 들어간다. 너무나 캄캄해서 앞이 보이지 않고, 누군가를 불러도 주변은 침묵에 휩싸일 뿐이다. 개는 자신의 방수 모자로 배를 만들어 눈물의 바다를 항해하기 시작한다. 바다 건너편에 다다랐을 때, 개는 그곳에 앉아 있는 수많은 슬픔을 만난다. 세상이 그토록 검고 축축한 눈물과 잿빛 연기로 가득 찼던 것은 슬픔들이 흘린 어둡고 따뜻한 눈물 때문이었다. 깊은 슬픔에 잠긴 세상은 과연 빛과 향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슬픔을 만난 개》는 《없는 발견》에 이어 두 번째로 소개하는 ‘라트비아’ 그림책으로, 라트비아 해외문학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출간된 그림책이다. 2018년 국제적인 북아트 상인 ‘골든애플어워즈’ 수상작이다.
깊은 슬픔에 처했을 때 무엇이 우리를 위로할까?
상실이나 이별을 겪은 뒤 큰 슬픔에 빠져 있을 때, 사람들은 갑자기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경험을 한다. 우리가 예전에 알았던 친숙하고 안락하기만 한 세상과는 전혀 다른, 외롭고 고독한 세상의 실체를 갑작스레 깨닫는다. 슬픔에 빠진 인간은 자신의 슬픔을 세상에 투영하기 시작한다. 온통 슬픔으로 잠긴 세상은 장미덤불은 빛과 향기를 잃었고, 잿빛 가득한 거리에서 어딘가를 향해 바삐 걷는 사람 모두 저마다의 슬픔에 잠긴 듯 보인다. 혹은, 누군가의 슬픔 따위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세상은 그저 어제와 같은 평범한 날들처럼 힘차게 돌아가고, 오직 나 혼자 슬픔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헤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외로움, 슬픔의 감정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슬픔 하나가 코를 훌쩍일 때마다, 또 다른 슬픔이 검은 연기로 피어올라 합쳐지는” 것을 본 개는 “어떻게 하면 저 슬픔들의 울음을 멎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슬픔을 위로하는 시적인 그림책
개는 장미 덤불을 위해 하모니카를 불었던 것을 떠올리고 배낭에서 하모니카를 꺼내 연주하기 시작한다. 슬픔들이 조금씩 울음을 멈추고 연주에 귀를 기울인다. 그때 어떤 슬픔 하나가 하모니카를 향해 손을 내밀어 함께 연주를 시작한다. 너무나도 슬픈 곡조로 시작된 연주는 점점 더 흥겨워지고, 슬픔으로 가득 찬 춤을 겅중겅중 추기 시작한다. 무리를 둘러 싼 검은 연기를 모두 흩어버리면서.
개가 슬픔을 위로하는 방법은 아주 단순했다. 하모니카로 시작된 음악, 그리고 점점 흥에 겨워 추는 춤. 슬픔을 치유하는 것은 음악과, 거기에 실린 춤사위로 우리 안에 있는 흥을 깨우는 것은 아니었을까?
인간이 겪는 슬픔과 우울이라는 감정은 어쩌면 아득한 자연의 시간 앞에서 삶의 유한함을 실감해야 하는 생명 본연의 슬픔 때문인지도 모른다. 태어나면 언젠가 죽음을 맞고 만남이 있으면 헤어질 때가 온다. 이렇게 우리는 누군가와 함께이고 또 혼자인 고독 속에서 스스로의 소멸을 예감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무기력하고 나약한 인간은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는 슬픔의 수렁에 빠지더라도, 온 힘을 다해 티끌만 한 걸음이라도 내딛는 것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낸다. 스스로를 가엾게 여겨 자기 연민에 빠진 채 웅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슬픔을 이해하고 위로하기 위해 혼자가 되는 고독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슬픔을 용기 있게 마주해야 한다.
“에취!
나는 즐겁게 재채기를 했어요. 그러자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검은 슬픔 조각이 공중으로 멀리 사라졌어요.”
개는 슬픔과 어울려 춤을 추고 함께 노래하며 그들을 위로하면서 흘려보낸다. 그러다 마음에 남은 마지막 슬픔 한 조각을 ‘재채기’ 한방으로 날려 버리자, 이제껏 검은 색으로 등장하던 주인공 개는 사랑스런 얼룩무늬를 가진 하얀 강아지로 변한다. 슬픔이 비처럼 실컷 쏟아져 내리고 나면 어느새 검은 어둠도 걷히고, 세상은 다시 붉고 따뜻한 온기가 감도는 장미 향기 가득한 제 모습을 찾은 것이다. 슬픔은 위로도 필요하지만, 그것을 내보내는 마지막 과정은 “재채기”처럼 오롯이 각자가 이겨내야 하는 몫인 셈이다.
《슬픔을 만난 개》는 개 한 마리가 세상의 슬픔을 해결하기 위해 떠나는 용기 있고 흥미로운 여정을 담은 그림책이다. 짙은 톤으로 무겁게 가라앉은 검은 빛깔의 색채로 가득하지만, 슬픔과 우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치유하며 따뜻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아름답고 시적인 그림책이다.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라트비아의 작가 루따 브리에데는 슬픔의 근원과 그 본질에 대해 간결하고 언어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화가 엘리나 브라슬리나는 화면 가득 채운 어두운 먹빛과 종이의 질감이 서로 스미고 밀어내는 효과를 통해 슬픔의 농담을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풀어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루따 브리에데
라트비아 예술아카데미(Art Academy)에서 그림책과 만화, 인형극 디자인을 가르칩니다.
BICKI-BUCK BOOKS 시리즈를 제작하고 인형극 무대 쇼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그린이 : 엘리나 브라슬리나
라트비아 예술아카데미(Art Academy)에서 판화와 그래픽 아트를 전공했습니다.
2014년《Moon Juice》를 통해 데뷔했으며, 국제적인 북아트 상인 황금사과나무 상을 두 번 받았습니다.
옮긴이 : 엄혜숙
연세대학교에서 독일 문학을, 대학원에서 한국 문학을 공부한 뒤 일본에서 아동 문학과 그림책을 공부했습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어린이책을 만들었고, 지금은 책을 쓰고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혼자 집을 보았어요>, <세탁소 아저씨의 꿈>, <나의 초록 스웨터> 같은 여러 그림책과 <나의 즐거운 그림책 읽기 >, <권정생의 문학과 사상> 같은 비평집을 썼고, <없는 발견>, <갈매기 택배>, <세계 도시 지도책>, <비닐봉지 하나가>, <평화 책>, <포에버 영>, <너, 무섭니?>, <그리는 대로>를 비롯한 많은 책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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