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우리와 같아져야 하는 ‘다른 사람들’
다른 것들을 같게 하려는
‘우리’가 가진 속성과 폭력성에 대한 이야기
크게 태어난 아이
조금 크게 태어났다. 아이는 자라고, 자라고 또 자라서 빌딩보다 커진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르게 너무 큰 모습을 하고 있는 아이에게서 두려움을 느끼고 놀라 도망간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아이 역시 두렵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모습과 같게 하려고 그들이 ‘치유의 섬’이라고 부르는 곳으로 아이를 보낸다. 아이는 몸의 크기가 다른 사람들과 같게 될 때까지 점점 작은 틀로 옮겨가며 몸을 작게 만든다. 드디어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모습이 되었다. 아이는 그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사람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눈앞에 큰 사람이 나타났다. 이전의 나만큼 큰, 지금의 나보다 큰! 사람들은 다시 놀라 도망가기 시작하고 아이는 두려움에 몸을 떨기 시작한다. 이전의 나의 모습을 본 아이는 도망가지 않고 그 거인을 마주한다. 아이는 어떻게 하려는 걸까?
조금 더 ‘여러 다름’을 포용하는 사회
사람은 사회를 이루며 살아간다. 그러다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여러 규범과 제도를 마련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사회를 이루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맞추어 만들어진다.
『다른 사람들』은 이러한 사회의 속성이 갖고 있는 또 다른 면을 다룬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커다란 아이는 사회 대다수의 사람들과는 피부색이 다르거나 장애가 있거나, 생각이 다른 소수의 사람들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이 우리가 만들어 놓은 여러 테두리에서 많이 불편해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쉽게 못 한다. 어쩌면 알고는 있지만, 우리가 그들로 인해 불편해질까 봐 그들을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 많은 사람의 기준에 맞추어 사회의 테두리를 만드는 건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만든 그 테두리가 누구에게나 당연하지 않다는 걸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는 다르지 않을까? 아마도 전자가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이 책의 커다란 아이가 살아갈 공간과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을 만큼 좀 더 포용적인 사회를 우리는 만들 수 없을까?
큰 몸에서 작은 몸으로!
다른 사람들과 같게 만드는 ‘치유의 섬’
‘치유의 섬’에서 아이는 주어진 틀에 맞춰 자기 몸을 줄여야 한다. 아이의 몸이 틀에 적응되어 작아지면, 아이는 더 작은 틀로 옮겨지고 다른 사람들과 ‘같은 모습’이 될 때까지 섬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틀’은 사회가 가진 패러다임을 표현하는 장치로 사회 안에 단단하게 세워진 시스템을 보여준다. 아이는 자신의 몸을 어서 이 틀에 맞춰서 다른 사람들처럼 살아가고 싶어 한다. 왜냐하면 이 틀에 맞추지 않고서는 가족과 함께 식사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 같은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린 어쩌면 이러한 ‘치유의 섬’을 사회 곳곳에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른 모습이나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발 디딜 수 있는 공간을 이 사회에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기보단 그들이 이 사회에 맞추게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닐까? 어쩌면 이렇게 효율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더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생각의 틀을 점점 작아지게 만들고, 나중에는 그 틀에 들어가야 하는 사람이 내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반복되는 폭력의 순환 고리
작아진 몸으로 평범한 생활을 하게 되는 주인공 앞에 지금의 자기보다 큰, 예전의 자기만큼 큰 사람이 나타난다. 주인공은 지금의 나와는 다른, 그 사람을 향해 가방을 던진다. 지금은 작아진 자신이 속한 사회의 사람들과 ‘같은 사람’임을 알리려는 듯, 큰 사람과는 ‘다른 사람’임을 보이려는 듯이 말이다.
아이는 치유의 섬에서 나올 때 사람들과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완전히 그들과 ‘같은 사람’이 아니다. 그 아이는 다른 사람들보다 큰 사람이었고, 강제적이고 폭력적인 힘으로 작아진 사람이다. 그래서 예전의 자신만큼 큰 사람을 만나는 순간, 아이는 자신도 그러한 사람이었다는 걸 떠올렸고 여전히 자신이 ‘같은 사람’이란 걸 증명해야 하는 ‘다른 사람’이다.
아이는 큰 모습을 하고 나타난 사람에게 자신이 들고 있던 가방을 힘껏 던진다. 그렇게 자신이 받은 폭력을 자신도 휘둘러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어서였을까? 우리 사회의 폭력성은 이처럼 되풀이되고 책의 마지막 장면처럼 상처와 흔적을 남긴다.
불편한 마음을 진솔하게 이야기한 그림책
작가는 무채색으로 그려진 정리된 도시의 모습을 통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을 획일적이고 효율적인 세상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그 건물들을 배경으로 ‘같아 보이는 사람’과 ‘다른 모습의 커다란 아이’, 그리고 ‘치유의 섬’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를 감각적이고 은유적으로 담아낸다. 그리고 모던한 그림과 간결한 글에서 독자들에게 작가의 생각을 진솔하게 얘기하고 싶은 열망이 느껴진다.
작가는 주인공이 어떻게 살아가게 되는지 답을 주지 않고 읽은 이로 하여금 생각할 여지를 남겨 둔 채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이 책의 커다란 아이처럼, 우리도 각각이 다른 사람들일 수 있기에 각자가 자신만의 결론을 가져갈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을 담았다.
작가 소개
일상으로부터 비롯된 소소한 이야기들을 짓고 있습니다.
첫 책으로『나씨의 아침 식사』를 쓰고 그렸습니다.
앞으로도 누군가가 공감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나누는 것이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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