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구 아저씨가 잃어버렸던 돈지갑

고객평점
저자권정생
출판사항창비, 발행일:2019/09/20
형태사항p. 46배판:26
매장위치유아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36455439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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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톳제비’는 ‘도깨비’의 안동 말로 엊그제까지 우리 곁에 살던 장난꾸러기들입니다. 화가 정순희가 공들여 그려 놓은 그림들로 우리는 안동 톳제비의 생김새를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게 되었어요. 이제 돈이 없으면 못 사는 세상이 되었지만, 할아버지 톳제비가 갸우뚱거리며 물은 것처럼 돈은 그저 “코 푸는 휴지”면 딱 좋겠습니다. 여름내 땀 흘려 거둔 고추 한 부대가 그까짓 ‘종이쪽’에 비기겠어요?
권정생 문학은 삶과 자연을 실제 경험으로 그리고 있고, 또 그 눈길이 참으로 낮아서 그림으로 그리기가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이 권정생이라는 텍스트를 새롭게 바라보는 그림책이 되기를 바랍니다.
 _ 그림책작가 김환영

안동 ‘톳제비’가 나타났다
 해학과 유머가 넘치는 권정생표 도깨비 이야기

 그림책 『만구 아저씨가 잃어버렸던 돈지갑』(권정생 문학 그림책 6)은 31년 전에 출간된 『바닷가 아이들』(창비아동문고 106, 초판 1988년)에 수록된 단편동화를 화가 정순희의 해석을 통해 그림책으로 새롭게 펴낸 것이다. ‘권정생 문학 그림책’ 시리즈는 그간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고, 전쟁으로부터 비롯된 민중의 슬픔과 고통을 그리면서 그 속에서 더욱 강조되는 인간의 사랑과 연민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만구 아저씨가 잃어버렸던 돈지갑』은 돈을 처음 본 ‘톳제비’(도깨비)들이 벌이는 소동을 그린 이야기로, 해학과 유머가 넘치는 권정생 문학의 또 다른 매력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어린아이들과 함께 읽을 만한 재미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동안 동화집의 수록작으로서 더 많은 독자에게 쉽게 가닿지 못했기에 이 작품의 그림책 출간이 더욱 뜻깊다. 아울러 이 책이 독자들에게 권정생 문학을 더한층 다양하게 감상하도록 돕는 소중한 기회가 되어 주기를 기대한다.

도깨비 똥 닦는 휴지가 되어 버린 돈

 만구 아저씨는 장에서 고추 한 부대를 팔아 지갑이 두둑해지자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갑자기 똥이 마려워진 아저씨는 골짜기 깊은 곳으로 들어가 바지춤을 내리고 쪼그려 앉는다. 그때 잠바 호주머니에서 지갑이 떨어진 줄도 모르고 아저씨는 태평히 자리를 떠난다. 그날 밤, 골짜기에서 도깨비들이 뛰어나온다.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손자, 손녀……. 줄줄이 나타난 도깨비 일가족은 똥 한 무더기를 보고 코를 찡그리다가 그 옆에서 지갑을 발견한다.

“여기 이상한 게 있다!”
 “이 종이쪽은 뭐야?”
 “그것, 코 푸는 휴지가 아니냐?”
 “할아버지 말씀이 맞아요. 이건 코 푸는 거나 똥 닦는 걸 거예요. 나 똥 마렵다.”

도깨비들이 저마다 종이돈을 들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모양에 웃음이 절로 난다. 급기야 손자 톳제비는 돈으로 똥구멍을 쓱 닦아 훌쩍 버리고 만다. 반면에 지갑을 잃어버린 것을 알고 ‘천길만길 구덩이에 빠져’든 것처럼 울상이 된 만구 아저씨의 모습은 사뭇 대조적이다. ‘종이쪽’에 불과한 돈에 울고 웃을 수밖에 없는 인간 세태를 은근히 꼬집는 대목이다.

친근하고 인정 깊은 도깨비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 내다

 우리 그림책에 등장한 많은 도깨비들이 무섭거나 위협적으로 그려졌던 것에 비해 『만구 아저씨가 잃어버렸던 돈지갑』의 도깨비들은 친근하고 인정 깊다. 도깨비들은 뒤늦게 ‘종이쪽’이 ‘돈’이란 것을 알고 깜짝 놀라며 흩어진 돈을 간추려 만구 아저씨 지갑에 도로 넣는다. 도깨비 똥이 묻은 돈도 빼먹지 않고 억새풀에 쓱쓱 닦아 지갑 한가운데에 끼워 둔다. “뭐, 이렇게 해 두면 우리가 만져 본 걸 모를 거야.”라고 말하며 황급히 자리를 뜨는 도깨비들의 순한 뒷모습에 미소가 지어진다.
『내 짝꿍 최영대』 『내 거야!』 『새는 새는 나무 자고』 등의 작품을 통해 20여 년 동안 어린이책에 한국화를 그리며 그만의 정답고 평화로운 화풍을 만들어 온 작가 정순희는 이 작품에서 처음으로 도깨비를 그리게 되었다. 착하고 어리숙해 보이기까지 하는 도깨비를 실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꼬박 일 년을 궁리한 끝에 빗자루가 도깨비로 변하는 민담들에서 착안해 캐릭터를 만들었다. 싸리비며 수수비, 갈비의 형태를 그대로 떠올리게 하면서도 사람과 같은 표정과 옷차림을 한 도깨비들은 단번에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한 한지 위에서 물감의 농도를 섬세하게 조절해 만들어 낸 도깨비 주변의 어룽거리는 빛은 캐릭터를 부각하며 신비한 분위기를 만든다. 단연 우리 그림책이 그려 낸 가장 매력적인 도깨비 캐릭터이다.
지갑을 되찾은 만구 아저씨가 마음 놓고 잠드는 이야기 뒤에 만구 아저씨네 집 앞을 찾아온 도깨비 가족을 그려 넣어, 여운을 남기는 동시에 뒷이야기를 상상하게 하는 정순희 작가의 재치가 빛난다. 또한 작가만의 해석으로 책 곳곳에 그린 그림들은 독자들이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읽게 하는데, 오순도순 지내는 만구 아저씨 부부, 방 안에 무심히 걸려 있지만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빗자루, 결국은 바라던 대로 송아지를 사 오는 만구 아저씨와 같은 모습들은 그림책으로만 전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야기이다.

권정생의 빛나는 단편동화를 그림책으로 만난다!
‘권정생 문학 그림책’ 시리즈

 권정생 단편동화가 그림과 만나 새로운 감상을 전하는 그림책 시리즈다.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동화들이 그림책으로 피어나 문학의 감동을 확장한다.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세대를 뛰어넘어 더 많은 독자들과 풍성하게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권정생
3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광복 직후 우리나라로 돌아왔습니다. 1969년 기독교아동문학상에 〈강아지똥〉이, 197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무명 저고리와 엄마〉가 당선되면서 작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07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굴곡 많은 역사를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보듬는 진솔한 이야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 동화 《강아지똥》, 《몽실 언니》, 《사과나무 밭 달님》, 《점득이네》, 《밥데기 죽데기》, 소설 《한티재 하늘》, 시집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등이 있습니다.


그린이 : 정순희
경상북도 영천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대학교에서 한국화를 공부했습니다. 쓰고 그린 그림책으로 『바람 부는 날』 『누구야?』 『내 거야!』 『따라 하지 마!』 등이 있고, 그림을 그린 책으로는 『나비가 날아간다』 『새는 새는 나무 자고』 『어디 있니, 까꿍!』 『산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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