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세상에 그런 기차가 있다고요?
반달 그림책 49번째이자 이세미 작가의 첫 그림책인 《기차가 치익치익》이 나왔습니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기차가 있지만, 이 기차는 이상하고 위험하면서도 매우 신기합니다. 이 그림책을 넘길 때에는 부디 조심하고 또 조심해 주세요. 물론 조심만 한다면 그만큼 짜릿하고 신기한 모험을 할 수 있지요. 자, 그럼 치익치익 기차를 타고 함께 떠나 볼까요? 아, 잠깐! 이 기차는 시동을 켰다고 해서 바로 움직일 수는 없어요. 엔진에 열이 오르길 기다려야 떠날 수 있답니다.
이제 기차가 떠납니다. 곧게 쭉쭉 뻗은 기찻길을 따라! 아, 아니네요. 구불구불 기찻길을 따라 떠납니다. 이런, 이게 말이 되나 모르겠어요. 기차가 구불구불한 길로 갈 수 있다는 말은 못 들어봤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음 장을 넘기면 이 기차는 구불구불 기찻길을 곧게 만들며 지나갑니다.
이번엔 더 구불구불해서 스프링이 된 기찻길이 네 줄이나 있어요! 그런데도 이 치익치익 기차는 ‘칙칙칙칙’ 하며 굽은 길을 지나, ‘슈슈슈슝’ 하고 기찻길을 곧게 펴 버립니다. 다음 장은 어떨까요? 이번에는 둥글고 커다란 무언가가 기찻길을 가로막았어요. 개미도 가득하고요. ‘우당탕탕 데구르르-’ 알고 보니 커다란 수박! 이 수박을 작은 수박으로 부수며 기차는 거침없이 달려갑니다. 앗, 개미는 납작한 점선이 되어 버렸군요. 이제는 더 놀랄 일이 생겼어요. 기찻길에 집이 있네요. 이번에도 기차는 집들을 납작하게 만들어 버리고 달려갑니다.
그러더니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기차 정류장에 서서 체크무늬를 예쁘게 차려입고 출근하는 아빠를 내려주네요.
기차는 또 다음 정류장까지 가는 동안 개구리와 호수와 옥수수밭을 지나더니 엄마를 내려 주고 떠납니다. 너무너무 이상한 기차예요. 그 기차에는 아빠와 엄마도 탔어요. 도대체 이 기차는 왜 이런 몹쓸(?) 일을 벌이는 걸까요? 왜 엄마 아빠는 저 이상한 기차를 타고 회사에 갈까요?
우리 집에도 그런 기차가 있다고요?
참 이상하죠? 정말 이상하고 신기합니다. 저 기차는 멀쩡한 기찻길을 놔두고 왜 저렇게 위험한 길로만 다니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알고 보면 저 기차는 어느 집에나 한 대쯤은 있습니다. 저 기차 덕분에 엄마 아빠를 포함해 모든 식구들이 깔끔하게 밖에 나갈 수 있지요. 이제 눈치챘을까요? 아니면 아직도 알아채지 못했을까요?
이세미 작가는 저 기차를 관찰하면서 한 가지 번뜩이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기차가 지나가기만 하면 길도, 개미도, 수박도, 집도, 개구리도, 넘실거리던 호수도 납작해지고, 잠잠해진다는 것이었어요. 이 기차는 무엇이든 반드시 납작하게 만들어야 하는 일을 합니다. 심지어 한 번에 납작해지지 않으면, 이상한 안개 같은 걸 뿌리고 지나갑니다. 그러면 아무리 강한 쇳덩이나 바위도 납작해지지요. 그렇다 보니 작가 눈에는 이 기차가 얼마나 신기한 이야깃거리로 보였겠어요? 마침내 이 세상의 점, 선, 면을 모두 이 기차가 만든 건 아닌가 하는 상상까지 하고 말았지요. 그렇게 해서 바로 이 책이 태어났어요. 마치 이 기차가 이런 일을 하려고 태어난 것처럼 말이에요.
이제 기차는 모든 일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자는 자세도 참 이상해요. 왜 몸을 세워서 잘까요? 저러면 너무 불편할 텐데 말이죠. 하기야 말도 서서 자고, 새도 서서 자는데, 기차라고 그렇게 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아마도 저 기차 나름의 까닭이 있겠지요?
‘치익치익 기차’는 또 내일 아침에 달려 갑니다. 함께 타실 분은 미리미리 내일 입을 옷을 챙기는 거 잊지 말아 주세요!
작가 소개
저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똑딱똑딱 초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릴 때면 방 안에서 자주 그림을 끄적였어요. 제아무리 평범한 것들도 그리고 나면 모험을 떠나기도, 하늘을 날기도, 친구를 만나서 놀기도 합니다. 《기차가 치익치익》은 이렇게 저의 상상 속 즐거움에서 태어난 첫 번째 그림책입니다. 이 책을 보는 여러분도 빨간 기차를 타고 일상의 작은 틈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그럼 출발합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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