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우리 마을은 내가 지킨다! 성격 까칠한 꼬꼬 할아버지
꼬꼬 할아버지는 얼마 전 평생 몸담았던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매일 새벽같이 출근해서 해가 지도록 부지런히 일하던 꼬꼬 할아버지는 집안에만 들어앉아 있는 게 매우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마을지킴이로 활동하던 현역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매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서 마을 구석구석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런데 무엇 하나 꼬꼬 할아버지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습니다. 망가진 울타리 고칠 생각은 않고 차나 마시지를 않나, 상처가 난 농산물을 판매대에 그냥 내놓지를 않나, 다 익은 과일을 따지 않고 그대로 두지를 않나, 마을 동물들은 하나같이 꼬꼬 할아버지 성에 차지 않는 행동만 했습니다. 그래서 꼬꼬 할아버지는 게으르기 짝이 없다며, 또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들이 없다며 눈에 보이는 대로 잔소리, 또 잔소리를 하며 마을을 돌아다녔지요. 마을 동물들 역시 까칠하게 구는 꼬꼬 할아버지가 못마땅했습니다. 눈만 마주치면 싫은 소리를 하는데 좋을 리가 없지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느긋하게 노후를 즐기는 꼬꼬 할아버지의 친구들을 우연히 만나 반갑지 않은 이웃 마을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이웃 마을에 밤마다 무언가 나타나는데, 그 후로 마을 주민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꼬꼬 할아버지는 마을 걱정에 잠들지 못하고 결국 한밤중에 다시 집을 나섰습니다.
꼬꼬 할아버지 걱정은 기우가 아니었습니다. 마을을 샅샅이 뒤지던 꼬꼬 할아버지 눈에 여우의 흔적이 포착되었습니다. 꼬꼬 할아버지는 여우가 어디 숨어 있는지 찾아내려고 마을회관 옥상으로 서둘러 올라갔습니다. 숨을 헐떡거리며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여우가 막내 손자를 막 잡아먹으려는 참이었습니다! 할아버지가 걱정되어 졸졸 따라나섰다가 여우 사냥감이 되고 만 것이었습니다. “네 이놈! 감히 내 손자를 잡아먹으려고! 우리 마을은 내가 지킨다!” 꼬꼬 할아버지는 고래고래 호통을 치면서 옥상에서 몸을 던졌습니다. 과연 꼬꼬 할아버지는 막내 손자와 마을을 무사히 지켜낼 수 있을까요!
까칠한 이유, 그걸 알고 나면 서로 통하는 마음
이 책은 성격은 까칠하지만 누구보다 마을을 걱정하고 아끼는 용감한 꼬꼬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꼬꼬 할아버지 모습은 왠지 낯설지가 않습니다. 동네에 또는 집안에 이런 분들 한둘은 꼭 있을 법합니다. 꼬꼬 할아버지의 까칠함 때문에 펼쳐지는 불편한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은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 줍니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증명된 견고한 가치를 꽉 막힌 고루함으로, 새롭고 자유로운 생각과 방식을 일을 그르치는 치기로 평가절하하며 서로 맞설 때 세대는 단절됩니다.
작가는 이러한 세대 간의 단절을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서 꼬꼬 할아버지를 그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몇 년 전 연세 많은 아버지가 크게 아프셨는데, 그런 와중에도 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든지 계속 잔소리를 늘어놓으셨다고 합니다. 아프시니까 평소보다 조금 더 귀담아 말의 내용을 들었는데, 가만 듣다 보니 목소리만 클 뿐 모두 자식에 대한 걱정뿐이었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작가는 아버지와 연세가 비슷한 분들이 말씀하시면 저절로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또 어르신들에 대해 많은 부분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마을 주민들과 갈등을 일으키는 꼬꼬 할아버지의 잔소리 역시 마을 주민 모두를 아끼고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꼬꼬 할아버지가 단번에 여우 털을 알아보고 대처하는 장면에서는 노인이 지닌 혜안과 노련함에 대해서도 잘 보여 주는데, ‘노인은 걸어 다니는 박물관’이라는 말처럼 경험에서 우러나는 지혜의 가치를 떠올리게 합니다. 무엇보다 꼬꼬 할아버지에게는 할아버지가 아무리 무뚝뚝해도 그저 믿고 자랑으로 여기는 사랑스러운 손자가 있습니다. 가족을 걱정하는 할아버지와 그런 할아버지 곁에서 늘 할아버지를 응원하는 가족의 모습. 작가는 생각의 차이, 그것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는 것은 바로 가족의 따뜻한 사랑과 응원임을 잊지 말자고 전합니다.
작가 소개
신성희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했습니다. 디자인 회사에서 캐릭터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지금은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4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괴물이 나타났다!>를 발표하여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으며, 출간과 함께 중국, 일본, 대만, 베트남 등으로 수출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지은 책으로 <안녕하세요!>, <뛰뛰빵빵>, <딩동거미>가 있고 그린 책으로 <미운 동고비 하야비>, <지진의 정체를 밝혀라>, <인사해요, 안녕!>, <까칠한 꼬꼬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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