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슬로베니아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 수상작
좁은 장갑 속을 끝없이 넓혀 나가는
정다운 숲속 동물들의 이야기
어느 날 할아버지가 숲에 떨어트린 장갑 속에 동물들이 들어가 따뜻한 시간을 보낸다는 우크라이나 민화 「장갑」은 오래도록 널리 사랑받아 온 옛이야기다. 나눔과 배려의 미덕이 집약된 이 옛이야기에 슬로베니아 신예 작가 하나 스투피차가 그림을 그린 『장갑』(미디어창비)이 출간되었다.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신인 작가의 개성 넘치는 화풍과 신비롭고 아름다운 그림이 장갑 속 환상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추운 겨울날, 서로의 자리를 쉬이 내어 주는 동물들의 모습은 행운을 함께 누릴 때, 행복이 배가 된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양보를 거듭하며 장갑 속을 끝없이 넓혀 나가는 동물들을 통해 나눔과 배려, 함께하는 즐거움을 전하는 따스한 그림책이다.
함께여서 더 따뜻하고 넉넉한 동물들의 겨울나기
어느 날 숲에 떨어진 장갑 한 짝을 생쥐가 발견했다. 작고 아늑한 장갑 속에 살기로 결심한 생쥐 앞에 개구리가 나타나 말한다. “나도 들어가고 싶어.” 이어서 토끼와 여우, 늑대까지 들어온다. 선뜻 자리를 비켜 주던 동물들도, 멧돼지처럼 큰 동물이 들어오고 싶다고 말하자 조금 망설이기 시작한다. 장갑은 이미 꽉 찼고, 더는 자리가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멧돼지의 부탁에 동물들은 다시 자리를 내어 준다. 그런데 그때, 또 누가 찾아와 “장갑 속에 누가 사니?” 하고 묻는다. 곧 터질 것만 같은 장갑 속에 공간이 더 남았을까?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환상적인 판타지 세계
사람의 한 손 정도가 꼭 맞는 장갑 속에 얼마나 많은 동물이 들어갈 수 있을까? 생쥐와 개구리, 토끼까지는 들어갈 수 있어도, 여우와 늑대, 멧돼지와 곰까지 가능할까? 더는 자리가 없을 것만 같은데, 끊임없이 동물이 들어가는 모습은 기이하면서도 매력적이다. 어린이 독자들은 자꾸만 커지는 장갑 속 세상을 상상하며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할 것이다. 대체 이 장갑 속은 얼마나 넓기에, 이렇게 많은 동물이 들어갈까? 상상하고 질문하며 다음 장을 넘기다 보면, 점차 어떤 동물이 와도 장갑에 들어갈 수 있다고 긍정하게 된다. 현실에서는 좀처럼 일어나기 어려운 마법 같은 일이, 그림책 속 세상에서 무한대로 펼쳐져 이야기에 푹 빠지게 만든다.
개성 넘치는 동물 캐릭터를 생생하게 표현한 글과 그림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슬로베니아 화가 하나 스투피차는, 첫 번째 그림책 『장갑』으로 슬로베니아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주어지는 슬로베니아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 힌코 스므카레르 상을 받았다. 겹겹이 세밀한 붓으로 쌓아 올린 동물 그림은 메마른 겨울 숲과 대조되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다. 동물들이 입은 색색이 화려한 자수의 우크라이나 전통 의상도 볼거리를 더한다. ‘오도독찍찍이’, ‘폴짝우뚝이’ 등 동물의 특성을 잘 살린 이름과, 서로 다른 걸음걸이와 행동을 표현한 글도 읽을수록 재미나다. 내내 궁금했던 장갑 속 세상이 밝혀지는 장면에서는, 서로서로 보듬으며 편안히 잠에 빠진 동물들이 나온다. 보는 이 모두 빙그레 웃음 짓고 절로 마음이 넉넉해지는 모습이다. 비록 장갑을 찾으러 온 할아버지와 개 때문에 숲으로 뿔뿔이 흩어졌지만, 동물들이 다시 모여 함께 겨울을 보낼 것이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나’에서 ‘우리’로 나아가는 방법, 어린이 독자에게 꼭 필요한 옛이야기
아이들은 또래 친구를 사귀고 또래 집단을 만나면서 점차 사회로 발을 내디딘다. 자아와 욕구가 커지는 시기의 아이들에게 무조건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라는 가르침보다, 함께할 때 더 행복한 그림책을 읽어 주면 어떨까? 처음 장갑 속에 들어간 생쥐는 “장갑 속에 누가 사니?”라는 개구리의 물음에 “나야.” 하고 대답한다. 생쥐와 개구리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장갑 속 동물들은 “우리가 살지.” 하고 답한다. 우리가 된 동물들은 자신의 자리를 친구에게 양보해 주고, 같이 따뜻한 시간을 보낸다. 어린이 독자들은 이 그림책을 통해 나눈다고 내 것이 줄어드는 게 아니며, 함께할 때 누릴 수 있는 즐거움과 기쁨이 배가 됨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크리스티나 브렌코바
1911년 지금의 슬로베니아 지역인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호률에서 태어나 류블랴나대학에서 심리학과 교육학을 공부했습니다. 작가·시인·번역가·편집자로 활발하게 활동했으며, 슬로베니아 아동문학 발전에 기여한 업적을 인정받아 레브스티크 상을 받았습니다. 우크라이나 민화 「장갑」을 슬로베니아어로 옮겼습니다.
그린이 : 하나 스투피차
1988년 슬로베니아에서 태어나 류블랴나대학 예술 디자인 아카데미에서 비주얼 커뮤니케이션과 디자인을 공부했습니다. 첫 그림책 『장갑』으로 슬로베니아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 힌코 스므레카르 상을 받았고, 슬로베니아 그림책상, 레브스티크 상 후보에도 올랐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겨울이며, 특별한 옷을 입은 동물들의 모습을 즐겨 그립니다. 『장갑』에 나오는 동물들은 모두 우크라이나 전통의상을 입고 있습니다.
옮긴이 : 이상희
1960년 부산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시를 썼습니다.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시인이 되었습니다. 그림책에 매혹된 이후 줄곧 그림책 글을 쓰고 번역 일을 해 왔습니다. 그림책 전문 작은도서관 패랭이꽃그림책버스와 사회적협동조합 그림책도시를 열었고, 이상희의그림책워크숍을 운영하며, 그림책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간서치 이덕무 선생의 글을 좋아했습니다. 그가 스스로에 대해 쓴 책들과 그에 관한 책들을 두루 읽으면서, 책 읽는 시간이 빚어내는 인간의 순정한 아름다움과 품격을 전 세대 독자 대상의 그림책으로 좀 더 널리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림책 《한 나무가》, 《책을 찾아간 아이》 등 여러 그림책에 글을 썼고 이론서 《그림책 쓰기》와 《이토록 어여쁜 그림책》을 비롯해 세 권의 그림책 에세이(공저)를 펴냈으며 《나무들의 밤》 등 수많은 외국 그림책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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