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북극곰 퐁퐁과 떠나는 두 번째 오르세 미술관 여행
오르세 미술관의 마스코트, 커다란 북극곰
오르세 미술관에는 진짜 북극곰만큼이나 커다란 북극곰 조각이 있습니다. 조각가 프랑수와 퐁퐁의 작품이지요. 퐁퐁은 10여 년에 걸쳐 동물원의 북극곰을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스튜디오로 돌아와 북극곰을 조각했지요. 북극곰답게 되기에 꼭 필요한 요소만 남기고 모든 세부 묘사를 덜어내 이렇게 부드럽고 힘찬 북극곰을 탄생시켰습니다.
그런데 북극곰은 미술관 한곳에서 같은 자세로만 지내자니 지루했습니다. 물속에서 첨벙거리고 싶고, 북극의 얼음도 생각납니다. 그런데, 주변을 보니 강도, 호수도, 바다도 있네요! 오르세의 작품 속에 말이지요. 북극곰은 오르세의 아름다운 풍경화 속으로 성큼성큼 들어갑니다. 독자들은 북극곰 퐁퐁을 찾을 수 있을까요?
모네, 시슬레, 용킨트 - 오르세의 걸작을 보고 느끼는 책
오르세 박물관은 여러 인상파 화가들이 빛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을 다채롭게 그려낸 작품이 펼쳐지는 곳이지요. 북극곰은 1900년의 오르세역에서 여행을 시작합니다. 이 기차역은 한참 뒤에 우리가 아는 유명한 명소가 되지요. 바로 오르세 미술관입니다. 기차역 영업이 끝난 뒤 철거 위기를 거쳐 1986년 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북극곰은 오르세의 시원을 기억하나 봅니다.
오르세 미술관을 나서면 노트르담 대성당-이제는 볼 수 없지만-이 있고, 센 강이 흐릅니다. 북극곰은 용킨트의 ‘센 강과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들어가 19세기 파리의 중심가를 살펴봅니다. 용킨트는 모네가 “내 눈을 단련시켰다”고 극찬했을 정도로 인상파의 선구자로 인정받는 화가이지요. 북극곰은 다음으로 모네의 ‘아르장퇴유의 철교’의 풍경으로 들어갑니다. 조각구름 비낀 하늘이 강물에 비친 풍경이 자잘한 붓질로 아름답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구름과 물이 있는 풍경은 시슬레 ‘홍수가 난 마를리 항구’와 모네, 수련 : 구름(부분) 본문 14쪽
카유보트 ‘아르장퇴유의 돛단배들’로 이어지며 흔들리는 빛의 변조를 보여줍니다. 물과 돛단배의 이미지는 아르누보 양식의 선구자인 마조렐의 공예품 ‘테이블 램프’, 자연주의 사진의 걸작 피터 헨리 에머슨의 ‘수련 따기’ 같은 작품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북극곰은 모네의 최고 작품으로 일컬어지는 가로 12미터의 대형 작품 ‘수련: 구름’의 연못에 자기 모습을 비춰보다가, 여름날의 바람과 소리가 들리는 듯한 모네의 ‘노르웨이식 나룻배’의 소녀들과 놀고, 쇠라의 ‘포르-탕-베생 항구의 밀물’로 가서 해안가의 풍경 속에 빠져듭니다.
물을 매개로 한 다양한 시선, 다양한 표현의 서른일곱 걸작의 향연
돛단배에서 시작한 물의 이미지는 루소의 ‘폭풍 속의 배’로 이어지며 거친 바다로 나아가, 짐펠의 ‘얼음의 바다’에서 눈 덮인 설산의 이미지로, 미국 근대 사진의 기수 스티글리츠의 ‘야망의 도시’에서는 강이 흐르는 현대 도시의 이미지로, 폭발하는 듯한 감정을 담은 야수파 드랭의 ‘채링크로스 다리’, “나에게는 밤이 낮보다 훨씬 더 풍성한 색깔인 것 같다.”던 고흐가 풍부한 밤의 이미지와 색채를 보여주는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으로 이어집니다. 그는 여러 버전의 ‘별이 빛나는 밤’을 그렸는데, 오르세에 있는 이 작품은 특히 평온한 분위기로 사람들의 발길을 잡지요.
물이라면 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세뤼지에의 ‘폭우’는 뚜렷한 윤곽선과 단순하고 원시적인 색으로 주제를 간명하게 보여줍니다. 추상주의의 길을 열었다는 작가의 작품답게 간결하고 관조적이지요. 세잔의 ‘에스타크에서 바라본 마르세유만’, 폴 시냐크의 ‘빨간 부표’ 등 점차 형태가 상쇄된 풍경은 크로스의 ‘오르 군도’에 이르러 색채의 점으로만 표현됩니다. 구체적 형태가 해소되었던 물의 풍경은 다시 레비-뒤르메의 ‘칼랑크’(표제작)로 이어집니다. 시야를 제한함으로써 객관적인 풍경이 아니라 감정의 단면을 인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지요. ‘흰색의 절벽이 살아 있는 듯한 물을 감싸고 있는 보석상자처럼 보인다’고 오르세는 설명합니다. 그리고 북극 바다 만년빙의 신비한 색채로 가득 찬 보리소프의 ‘카라해의 빙하’로 가서 여행은 마무리됩니다. 북극곰은 북극의 빙산에서 충분히 놀았을까요? 아마도 북극곰은 오르세 미술관이 그리워졌나 봅니다. 뒷표지 ‘아르장퇴유 해변’(모네)에 있는 걸 보면요.
갈레, 바다
근대 사진의 기념비적 작품, 아르누보 양식의 공예품까지 다양한 장르의 걸작
북극곰 퐁퐁은 물을 품고 있는 풍경을 다양한 걸작 속에서 찾아냅니다. 심지어 유리 공예품에서도요. 19세기 자연의 형태에서 영감을 얻은 아르누보 양식이 나타나면서 유럽, 특히 프랑스에서 걸출한 유리공예가가 등장했습니다. 본디 식물학자였던 에밀 갈레는 풀, 꽃, 새, 곤충 등을 디자인에 이용하면서 두께가 다른 유리층 바탕에 에나멜로 채색을 하거나 금박을 더했습니다. 당시 새롭게 등장한 신경학도 반영해 사람의 힘줄과 신경의 분포를 응용한 구불구불한 선을 이용했습니다. 그의 현란한 색채와 추상적 장식은 근대적 시각언어의 지평을 넓히며, 꿈과 환희를 불러일으킨다는 평을 듣습니다. 북극곰을 찾으며 아이들도 색채와 선으로 이루어진 바다의 이미지를 흠뻑 느끼겠지요.
북극곰은 근대 사진의 걸작들 속으로도 들어가 물을 즐깁니다. 거대한 풍경화처럼 느껴지는 르 그레의 사진 ‘달빛 속의 범선’은 하늘의 빛과 구름, 바다의 물결이 화면을 압도하는 작품입니다. 르 그레는 빛 자체를 재구성하고 배치하여 사진을 예술의 반열로 올린 작가입니다. 이 작품은 당시 기술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하늘과 수면을 동시 촬영했다고 알려졌지요. 사진에 리얼리즘 개념을 도입한 스티글리츠의 작품 '야망의 도시‘도 소개됩니다. 그때까지 사진은 회화처럼 자연을 동경하며 풍경을 아름답게 구현하려 애썼습니다. 스티글리츠는 당대 뉴욕의 풍경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현실 속 도시로 카메라 렌즈를 돌리면서, 카메라의 광학과 기록성을 살려 현실을 재현해도 예술이 될 수 있음을 선포했습니다. 때문에 그의 사진은 ‘순수 사진’이라고 표현되었죠. 오늘날 사진이 회화와 분리되어 하나의 예술 매체로 자리 잡은 것은 ‘결정적 순간’을 얻으려 노력한 최초의 사진가 스티글리츠의 업적이라고 평가됩니다. 본문 마지막 작품인 ‘카라해의 빙하’의 작가 보리소프는 제정 러시아 시대에 태어난 화가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북극에 매료되어, 북극 원정에 참가했다가 나중에 아예 북극 마을로 이주해서 생을 마칠 때까지 북극 바다를 그렸습니다. 러시아와 유럽 왕실의 찬탄을 받은 그의 작품들은 2차대전으로 대다수 파괴되어 지금은 몇 점 남아 있지 않습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작품을 골라낸 북극곰을 따라 어린 독자들도 빙산과 빙하의 신비롭고 생명력 가득한 빛깔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한바탕 숨바꼭질, 즐겁게 명화 읽기 - 미리 가 본 오르세 미술관
어린이들이 미술을, 명화를 처음 접할 때 정말 중요한 것은 좋은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작가의 이름, 작품명, 작품의 이력을 아는 것이 아니라 작품 자체의 내용과 색채를 즐길 수 있도록 말입니다. 작품 속 북극곰은 찾기가 결코 쉽지 않아요. 곰을 찾으려면 구석구석 작품을 살펴봐야 합니다. 아이들은 한바탕 숨바꼭질하듯 북극곰을 찾으며 몰입해서 작품을 뜯어보고, 작은 부분을 발견하고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면서 명화를 자기 나름대로 읽어나가게 됩니다. 자기의 감정과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도 익숙해지겠지요. 북극곰은 독자들을 걸작으로 이끄는 길잡이이자, 사고 형성을 돕는 조력자인 셈입니다. 훗날 독자들이 오르세 미술관에 갔을 때, 북극곰과 함께 놀던 이 작품들은 아주 친숙하게 다가올 겁니다. 이 책은 사이버 오르세 미술관의 역할을 톡톡히 하겠지요.
작가의 감각이 돋보이는 북극곰
북극곰은 처음부터 그 작품에 있었던 듯 자연스럽습니다. 어딘가 먼 곳을 쳐다보는 북극곰의 모습은 슬며시 웃음을 자아냅니다. 지은이 피루는 작품에 잘 어울리는 각도의 북극곰 사진에 이미지 리터칭을 더해 걸작을 유쾌하게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북극곰 찾기가 어려워 쩔쩔 매는 어른들을 위한 팁 하나. 책 말미에 북극곰이 있는 곳을 알려주고 있답니다. 숨바꼭질에 좌절하지 말고 살짝살짝 컨닝하세요!
작가 소개
지은이 : 니콜라 피루
프랑스의 그래픽 디자이너입니다. 오르세·오랑주리 미술관의 작품을 세심한 사진 합성과 이미지 리터칭을 통해 독특하고 유머러스한 이미지로 재구성한 ‘북극곰 퐁퐁이 숨어 있는 오르세 미술관’ 시리즈, 루브르 박물관과 협업한 《이집트 하마가 숨어 있는 루브르 박물관》등을 지었습니다.
옮긴이 : 고정아
연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옮긴 책으로 『순수의 시대』, 『하워즈 엔드』, 『전망 좋은 방』, 『오만과 편견』, 『히든 피겨스』 등이 있습니다. 그중 『천국의 작은 새』로 2012년 6회 유영번역상을 받았습니다.
어린이, 청소년 도서 번역에도 활발히 힘써 『엘 데포』, 『클래식 음악의 괴짜들』, 『손힐』, 「바다탐험대 옥토넛」 시리즈 등을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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