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요양 병원 창 밖에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여든다섯 살의 순태는 병원 침대에 누워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그때 조금 열린 창문 사이로 눈송이 하나가 병실로 날아들어 와 방안을 한 바퀴 팽그르르 돌더니 이불 밖으로 나온 순태의 엄지발가락 위에 살며시 내려앉습니다. 그러자 순태는 차가워서 깜짝 놀라 눈을 떴어요. 창밖에는 하얀 눈이 소복이 내리는 것을 본 순태는 어린 시절을 떠 올립니다.
어린 시절의 순태는 엄마가 떠준 분홍색 벙어리장갑을 끼고 눈이 내리는 마당에서 뛰어놉니다. 펑펑 내리는 눈은 순태의 단발머리 위에도, 하늘을 향해 뻗은 장갑에도, 빨간 털신 위에도 사르르 쌓입니다. 순태는 좋아서 폴짝폴짝 눈밭을 이리저리 뛰어다닙니다. 멍멍이와 함께 콩콩 뛰며 발자국을 남기며 뛰어다닙니다.
하지만 순태는 지금 요양 병원에 누워 있습니다. 어릴 때처럼 다시 한 번 눈을 맞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아쉽기만 합니다.
딸이 엄마에게 보내는 사모곡
책에는 작가가 엄마를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에 따스한 그림이 더해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합니다. 어린 시절 눈 내리는 밤에 엄마의 무릎에서 옛이야기를 듣듯, 이번에는 딸이 엄마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마음 따뜻한 그림책입니다. 작가가 엄마에게 이 그림책의 원고를 들려줬을 때, “이 사람 이야기가 꼭 내 이야기 같다”라며 눈물 흘리시던 어머님, 그 어머님과 우리의 어린 시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엄마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고마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어머님을 생각하는 그림책입니다.
반복되는 언어의 운율감이 주는 애절함
책에는 반복되는 언어가 자주 쓰입니다. 엄마를 생각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으로, 한번으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애절한 마음 때문입니다. 그래서 읽는 이에게 더 큰 감동을 줍니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다 보면 따뜻한 마음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의 어머님이 우리 곁을 떠난다는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권영희
강원도 태백의 깊은 산골인 자미원에서 태어나 자랐어요. 그 당시의 태백에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눈이 내렸어요. 작가의 엄마가 어렸을 때는 더 눈이 많이 왔겠지요. 지붕이 보이지 않을 만큼 눈이 왔다는 이야기를 엄마에게서 들은 기억도 있어요. 그래서 작가는 지금도 강원도의 별빛과 눈을 좋아해요.
어린 시절의 작가는 엄마 곁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부끄럼 많던 아이였어요. 지금도 엄마가 귀찮다고 하실 만큼 “엄마! 엄마!” 부르며 곁을 떠나지 않아요. 그런데 그 엄마가 지금은 요양병원에 누워 계셔요. 그래도 매일 찾아가 엄마를 귀찮게 합니다. “엄마, 벌떡 일어나 ‘영희야!’라고 불러봐!”라며 생떼를 부리거든요.
작가는 엄마가 들려주던 이야기가 좋아 동화를 지으며, 동화 같은 세상을 꿈꾸며 살고 있어요. 《월간문학》에 「빨리빨리 병」으로 신인문학상을 받고, 그림동화 『네가 정말 좋아』와 장편 동화집 『사파리를 지켜라』를 펴내기도 했어요.
그린이 : 최유정
계명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공부했어요. 아이들을 좋아해 그림책 『나도 색깔을 가지고 싶어요』와 『이빨 빠진 낙타』, 『소나기』 등을 그렸으며, 동화책 『의병과 풍각쟁이』의 삽화도 그렸어요. 아이들을 좋아해 초등학교 방과후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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