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증기기관차를 타고 미 대륙 횡단 여행을 떠나요
『증기기관차 대륙을 달리다』는 150여 년 전 미국 대륙횡단철도가 개통된 직후 증기기관차를 타고 샌프란스시코로 향하는 여행을 그린 그림책이다. 당시 증기기관차와 기차역의 모습, 다양한 사람들과 미 대륙 곳곳의 절경을 운율이 넘치는 글과 정교하면서도 따스하고, 때로는 박력 넘치는 그림으로 생생하고 아름답게 재현한다. 2014년 칼데콧 상 수상작이다.
거의 모든 기차가 전기를 동력원으로 하는 요즘에도 기차는 ‘칙칙폭폭 칙칙폭폭’ 소리 내며 달린다고 묘사된다. 처음 등장했던 증기기관차의 강렬한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증기기관차 대륙을 달리다』는 “철로 된 말, 위대한 기계, 15미터가 넘고 40톤이 넘는” 증기기관차가 뿌연 연기와 땡-땡 슉슉 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순간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사슴뿔로 장식한 화려한 기관차는 대평원과 사막, 로키 산맥과 시에라네바다 산맥의 산길과 계곡을 힘차게 달려간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아버지에게 가는 가족은 소박한 객실에서 경치를 보거나 하루 지난 신문을 보고, 기차가 정차한 20분 동안 역 부근 식당에서 간단히 식사를 한다. 흔들리는 화장실에서 균형을 잡으며 일을 보고, 앉아서 밤잠을 자야 하지만 길게는 6개월이 걸렸던 여행길이 불과 일주일로 줄어들었다. 이 철로를 따라 사람들이 모여들며 도시가 생기고, 세상이 점차 빨라졌다.
『타다, 아폴로 11호』로 우주여행과 인류 최초 달 착륙의 순간을 생생하게 경험하게 해 준 브라이언 플로카는 이 책에서는 150년 전의 세계로 타임 슬립한 듯 역사 여행을 하게 해 준다. 꼭 기차와 역사를 좋아하는 독자가 아니더라도 책을 펼치는 순간 그 시대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 정교하게 재현한 아름다운 그림과 증기기관차가 달리는 역동적인 화면들을 보며 설렘과 호기심으로 두근거리게 될 것이다.
세계가 너무 좁아져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요즘, 150년 전의 세계와 기차 여행의 정겨운 기억과 조금 느린 감각을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증기기관차를 타고 150년 전의 미국 대륙을 여행하다
1862년 7월 1일,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퍼시픽 철도 사업을 추진하는 법에 서명했다. 이 법은 센트럴 퍼시픽 철도회사가 새크라멘토를 시작으로 동쪽으로, 유니언 퍼시픽 철도회사가 오마하에서부터 서쪽으로 철도를 놓을 수 있도록 독점적인 권한을 주었다. 두 회사는 경쟁적으로 공사를 진행하여, 1869년 5월 10일에 예정된 공사 마감일보다 5년 앞서서 끝냈다.
이 철도의 연결로 동부와 서부의 해안에서 반대쪽 해안까지 6개월 넘게 걸리던 여행이 약 일주일로 줄어들었다. 나라의 풍경과 사람들의 생활도 바뀌었다. 『증기기관차, 대륙을 달리다』의 주인공 가족도 그랬다. 당시의 여행을 따라가 보자.
기차역 플랫폼에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기차를 기다리는 가족이 있다. 뿌뿌 소리를 내며 연기를 모락모락 내뿜으며 15미터가 넘고 40톤이 넘는 웅장한 증기기관차가 다가온다. “모두 타세요!” 기장의 외침 소리에 승객들은 기차에 오르고 승무원들도 함께 준비한다. 기관실 안 화부와 기관사가 출발 준비를 마친다. 드디어 커다란 금속 바퀴가 구르고 증기기관차가 움직인다. 객차 안 승객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창밖 풍경에 감탄하고, 증기엔진을 잘 다루는 기관사는 기차의 속도를 높이고 화부들도 바빠진다.
대평원과 로키산맥을 쉬지 않고 달린 기차는 차고지로 들어가고 새로운 기차가 떠날 준비를 한다. 나무로 만든 폭이 좁은 다리를 삐걱삐걱 아슬아슬하게 건너고, 적막한 사막을 달리고, 산맥과 계곡을 지난다. 산의 정상을 통과할 때는 엔진을 두 개 연결해서 올라가야 한다. 화약을 터트려 뚫은 터널을 지나 산의 반대편으로 나온 기차는 엔진을 바꾸며 도착지를 향해 서서히 내려온다. 보고 싶던 가족과 기쁘게 만나고 새로운 고향이 될 샌프란시스코를 돌아보며 여정은 끝이 난다.
다큐멘터리보다 더 생생한 아름다운 그림과 역동적인 장면들
『증기기관차 대륙을 달리다』는 작가 특유의 세밀한 고증에 기반한 그림과 역동적인 화면 연출이 단연 돋보이는 책이다. 때로는 가족의 시선으로, 기관사의 시선으로, 승무원의 시선으로 빠르게 바뀌는 장면을 확대하거나 줄여서 박진감 넘치는 여정을 재현한다. 펜과 투명한 물감으로 그린 그림은 아름다울 뿐 아니라 저자 특유의 유머가 곳곳에 담겨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재미있다. 미국 중부의 대평원, 마녀바위와 악마의 미끄럼틀, 포티마일 사막 등 명소의 풍경, 프로몬토리서밋 등 당시의 기차역과 샌프란시스코 항구의 모습 등도 빠뜨릴 수 없는 즐거움이다.
150여 년 전 미국 대륙횡단철도가 놓인 과정을 그리면서 미 대륙 지도 위에 철도 노선을 그려 넣고, 당시 유니언 퍼시픽 철도와 센트럴 퍼시픽 철도 현장을 따라가게 한다. 지도 아래에는 단면도를 그려 넣어 입체적으로 상상해 볼 수 있게 했다. 기차역과 티켓, 급행열차 경로, 출발과 도착 시간, 기차 요금, 철도를 놓으러 온 중국인과 아일랜드인 노동자의 모습도 놓치지 않는다.
본문 그림에서 증기기관차의 내부와 원리를 각 부분을 맡은 사람들의 일과 함께 치밀하게 묘사하고, 본문 마지막에는 증기기관차의 단면을 그림으로 그리고 증기기관의 원리를 자세하게 설명한 코너도 덧붙였다.
그림으로 보는 증기기관의 원리와 우리나라 철도 이야기
번역자 유만선 선생은 과천과학관에서 일하는 과학자이자 과학커뮤니케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원문의 시적인 운율과 반복되는 말맛을 살리려고 최대한 애썼다. 또한 ‘옮긴이의 말’에서 우리나라에는 언제 처음 증기기관차가 달리기 시작했는지, 어떤 기관차가 있었는지 들려주면서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우리나라 자원 수탈과 전쟁을 위해 철도를 건설했다는 아픈 역사, 기관차를 수입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 땅에 맞게 변형하고 직접 설계하기도 한 우리나라 장인들의 노고도 일깨워 준다. 본인이 경험한 기차 여행 에피소드도 흥미진진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우리나라의 철도와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또 우리나라 곳곳에 우리 땅을 누빈 다양한 증기기관차 모형이 있으니 한 번쯤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작가 소개
지은이 : 브라이언 플로카
미국의 어린이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다. 펴낸 그림책으로 로버트 F. 시버트 아너상을 받고 한국어판 출간 즉시 ‘2020 어린이도서연구회가 뽑은 좋은 어린이책’에 선정된 『타다, 아폴로 11호』를 비롯해 『등대선』, 『경주 자동차 알파벳』 등이 있다. 이 책 『증기기관차 대륙을 달리다』로 2014년에 칼데콧 상을 받았다. 현재 뉴욕 브루클린에서 살고 있다.
옮긴이 : 유만선
연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글, 강연, 팟캐스트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사람들에게 과학을 알려 왔다. 지금은 국립과천과학관에서 기획 업무를 맡고 있다. 네이버 다큐사이언스 등에 기고하였으며, 옮긴 책으로 『메이커 시티(공역)』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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